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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북한’은 없다⋯국명부터 서로 제대로 부르자

by 무궁화9719 2026. 4. 28.

“북 비핵화 전략 실패···핵보유 인정 ‘차가운 평화’가 답"

 
  • 외교국방
  • 입력 2026.04.28 18:00
  • 수정 2026.04.28 18:39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포린어페어즈 기고문
미국 내 대북 협상론자들의 의중 대변했을 수도
한미일 내부 핵심세력도 알면서 공개 발언 꺼려
실패한 비핵화 전략 고수하며 실패 더 키운 미국
오판과 긴장 고조 막기 위한 ‘대화 우선’전략 필요
재래 무기 약세인 북 “핵 쓰지 않으면 진다” 강박
북중러의 밀착을 막기 위해서도 북과 대화해야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이란 침공식 공격 불가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선노동당 제9차대회 4일회의가 2월 22일에 진행" 됐다고 보도했다.대회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총비서로 재선되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26.2.23 연합뉴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1990년대 중반의 ‘북핵 위기’ 이후 35년간 지속해 온 미국 역대 정부의 북한(조선) 비핵화 전략은 실패했다며,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당면 현안들을 논의하는 ‘차가운 평화’(cold peace) 쪽으로 대북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전략은 실현 불가능”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국장(2004.12~2007.5)을 지냈고, 도널드 트럼프 1기 정권 때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되기도 했던(나중에 철회) 보수적인 한국계 미국인 정치학자 빅터 차(차유덕)는 ‘포린 어페어즈’ 2026년 5·6월호에 실린 기고문(4월 21일 게재)에서, 북한이 이미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 비핵화 전략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북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더라도 점점 더 핵무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북의 핵공격 등 확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과도기적 해결책으로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차가운 평화’(냉전적 평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미일 내부 핵심세력도 알면서 공개 발언 꺼려

 

빅터 차는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비핵화에만 집중하고 제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존 접근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많은 정책입안자들이 암묵적으로(implicitly) 이 생각을 받아들였지만, 워싱턴과 서울 도쿄의 내부(고위)인사들(insiders)이 이를 항복(surrender)과 다름없다고 여기는 통에 아무도 공개적으로 이를 제안하지 않는다”면서, 이상적인 완벽함(비핵화)을 추구하다 더 나은 결과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미국 보수세력 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대북 협상(달)론자들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 추정치 추이. 포린어페어즈 4월 21일
 

실패한 비핵화전략 고수하며 실패 더 키운 미국

 

그에 따르면 1차 북핵위기 이후 3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핵 개발에 대한 비관적인 에측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지금 50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고, 40~50개의 핵폭탄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거의 20종에 달하는 다양한 (핵탄두)운반체계를 개발했으며, 핵미사일 수중발사 핵잠수함과 요격미사일 회피 미사일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20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프랑스, 영국과 같은 규모의 현대식 핵무기 보유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핵 1차 위기 이후 35년간 미국은 7개의 행정부를 거치면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핵확산 저지논리에 기반한 대북 비핵화전략을 고수하면서 “비핵화가 이뤄지면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비핵화 없이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주문을 거듭 외우고 있다고 빅터 차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재래식 무기 감축과 식량 및 에너지 지원 같은 점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신 원자로 가동 중단, 핵무기 및 핵관련 정보 공개, 개발 중단과 같은 양보를 한꺼번에 얻어내겠다는 생각을 고수하면서 제재를 통해 그것을 압박하는 전략에 줄곧 의존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북 핵무기 보유와 그것을 개발, 운용하는 기술력은 그런 식의 접근방식이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빅터 차가 보기에 이런 상황에서 기존 비핵화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미국의 실패를 더욱 심화할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키워 가고, 더 강력해진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처럼 미국의 적대세력을 돕기 위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지금 상황은 35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그는 본다.

 

오판과 긴장 고조 막기 위한 ‘대화 우선’의 새 전략

 

그는 북한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은 “이제 먼 미래의 목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면한 국가안보 관련문제들 해결을 가로막지 않도록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으로부터) 미국 본토 보호, 미국의 적대국 수 줄이기, 북한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 최소화, 베이징과 모스크바 및 평앙 간의 관계 약화”를 염두에 두고 “평양과의 군비통제 협정, 핵실험 및 미사일 생산 제한, 위기관리 메커니즘, 그리고 핵무기 또는 핵기술 이전 금지 등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미국과 북한의 ‘차가운 평화’(cold peace), 곧 “관계 정상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판과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공개적인 대화를 우선하는 관계”를 맺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는 “당분간 불가능한 일”이며,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해롭다. 현실을 인정하고 대북전략을 재조정해 즉각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서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과의 열전을 피하는 ‘냉전적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빅터 차는 주장했다.

 

포린어페어즈에 실린 빅터 차의 기고문 제목과 관련 이미지 그림.   포린어페어즈 4월 21일
 

북핵 합의 파산은 미국보다 북의 핵 집착 탓?

 

그는 북한이 김일성 집권 당시부터 3대째 세습인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본다. 그 자신이 미국 대표단 부단장으로 참석한 2006년의 베이징 6자회담 때 그는 북한 참석자 중의 한 사람한테서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사람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을 받은 것은 그들 나라에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그같은 운명을 자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김일성이 중국 동북지역에서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하다 일본이 원자탄 두 발을 맞고 항복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시작됐고, 1959년 당시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와 핵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다음 해 마오쩌둥에게 핵무기 지원을 요청(거절당했다)했을 때부터 영변 핵시설 단지를 만들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고 빅터 차는 썼다.

 

1994년에 빌 클린턴 정부 때의 1차 북핵 위기와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격 계획,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중재를 거쳐 극적으로 타결됐던 ‘북핵 합의’가 흐지부지 되고 결국 2002년 완전히 결렬되기에 이른 원인도 빅터 차는 미국 탓이 아니라 북의 줄기찬 핵 개발 야심 탓이라고 본다. 다수의 관찰자들은 당시 북핵 합의의 파탄은 조지 부시 대통령 내의 강경파들이 클린턴 정부 때의 성과를 무산시키기 위해 꾸민 책략 탓이라고 분석했지만, 실제 원인은 평양이 우라늄 기반의 대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비밀리에 구입한 것이라고 빅터 차는 주장한다.

 

2005년에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해체하는 대가로 미국 쪽이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하고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 지원, 지역 안전보장을 약속했던 제2차 북 비핵화 합의(9.19 공동성명)가 파탄난 것도 마찬가지라는 게 빅터 차의 주장이다. 그때 북은 영변 원자로 일부를 폐쇄하고 냉각탑을 파괴했으며, 원자로 운영기록과 장비 샘플을 처음으로 제출했고, 미국은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그 합의는 얼마 가지 못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 원인을 2008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쓰러진 데다 조지 부시 정권이 고집을 부린 데서 찾았으나, 빅터 차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으려 했고, 시리아의 비밀 핵 원자로 건설 시도를 지원했으며, 수년간 부인하다가 2009년에야 인정한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험 동결을 조건으로 식량과 인도적 지원, 경제 지원을 약속했던 2012년 2월 29일의 ‘윤일 합의’(Leap Day Deal)가 몇 주 뒤 무너진 것도 북한이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뒤 2013년 초 소형화되고 위력이 더 강해진 핵무기 발사시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빅터 차의 생각이다. 그때 미국은 북한의 무역, 기업, 정치 지도자, 금융거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 북을 약 5년간 고립시켰다.

 

2018년, 20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도 그 직전에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하는 등 북의 핵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다. 2023년에는 핵무기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핵 능력을 대폭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국회)에서 “정부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절대 불가역적 지위를 계속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본토 공격 막으려면 지금 대화를 시작해야”

 

이유와 경위가 어떠했건, 빅터 차는 이런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비핵화에만 집착하면서 제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존의 접근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한미일의 많은 정책입안자들이 알고 있고, 대북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는 투항자(surrender)라는 비난을 사기 십상이기에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고 빅터 차는 지적했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이미 위협적인 핵 보유국이 된 북으로부터 자신이 사는 미국 본토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30여년 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예전의 희박한 가능성에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진화했다.

 

미 국방부와 여러 정보기관이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는 미국 본토까지 가 닿을 수 있다. 평양은 이미 미국의 방어체계를 압도할 만큼 충분한 발사대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핵 전문가인 액킷 팬더가 지적했듯이, 북한이 보유한 15~20대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각각 ICBM 1발씩 탑재)는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이들 미사일 지상 요격체제 44대의 미사일들을 소진시킬 수 있다.(미사일 1발에 대한 방어에는 최대 4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의 핵탄두 ICBM 보유량이 향후 10년 안에 50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방어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차세대 요격 미사일 추가 배치 계획은 2035년까지 64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해 유인 탄두를 장착하거나,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형 핵탄두를 다수 탑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의 북핵 방어력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빅터 차가 보기에 “북한 비핵화가 장기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북의 탄도미사일 시험, 배치, 확산 및 핵물질 생산을 제한하기 위한 대화를 지금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미국은 대적해야 할 적의 수를 줄여야 한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그리고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을 포함한 이란의 대리 세력, 이른바 ‘저항의 축’) 등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적’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의 방어력은 더욱 취약해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에 배치된 일부 패트리어트 미사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사드), 드론을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친분을 쌓음으로써 대북 접근을 시도했으나, 비핵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핵실험 금지, 군비 통제, 정치적 관계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불가능했다. ‘차가운 평화’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더욱 즉각적으로 부합할 것이다. CSIS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 미사일 발사, 핵실험, 군사적 도발 횟수가 실제로 감소하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와 반함선미사일 3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4.14. 연합뉴스
 

재래식 무기 약세인 북 “핵 쓰지 않으면 진다”는 강박

 

아시아 전역에서 핵 선제공격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재고하게 만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떤 분쟁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겠다고 공언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핵무기 증강에 착수했다. 북한도 더욱 공세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평양은 2022년에 재래식 분쟁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용의가 있으며, 적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아닌 경고만으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최고 지도부가 제거될 경우 핵무기 발사 권한을 지휘 계통을 따라 위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의 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지는(use or lose)"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핵 교리를 공개하지 않지만, 캐나다 정보과학연구소(CSIS)가 1998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 국영 통신사의 핵 관련 발표를 분석한 결과, 핵무기 보유를 통한 억지력 유지와 같은 기존의 방어적 차원에서 전쟁 때 전술적 공격에 핵무기를 활용하는 공격적 차원으로 초점이 이동했다는 걸 발견했다. 재래식 군사력에서 훨씬 더 강력한 미국과 한국에 비해 취약한 북한이 핵전쟁으로 신속하게 확전을 추진할 동기는 더욱 커진다.

 

북중러의 밀착을 막기 위해서도 북과 대화해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위기 관리 핫라인 설치를 미뤄왔다. 그러나 미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초래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빅터 차는 주장한다.

 

현재 미국은 남북한 접경 지역의 비무장지대에서 전화를 걸거나(북한 측은 거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뉴욕의 유엔 본부에 있는 북한 사무실 문 아래 틈새로 편지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만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개봉되지 않은 채 반송된다. 2025년 트럼프 정부는 북한 사무실에 직접 편지를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 외교관들은 수령을 거부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어찌 핵전쟁 위험을 막겠느냐는 것이다.

 

확전 위험을 낮추기 위해 미국은 6자회담 때 약속했던 핵무기 선제공격 금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북한 핵시설을 선제공격하거나 지도부 제거를 위협하는 ‘킬 체인’ 계획과 같은 공격적인 억지전략의 일부를 완화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다. 대신에 워싱턴과 동맹국들은 고밀도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핵무기 탑재 가능 전투기 및 잠수함의 한반도 정기 순환 배치, 북한의 공격에 대한 정밀하고 고도화된 재래식 군사대응 위협 등을 포함하는 ‘거부형 억지’(deterrence by denial)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쓰지 않으면 진다”는 북한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공격적인 위협을 자제하면서도 강력한 동맹국의 보복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도 억제할 수 있다고 빅터 차는 썼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특히 모스크바와 평양의 긴밀한 관계 심화를 그는 매우 우려한다. 러시아가 2024년에 북한과 체결한 방위협정은 1990년에 한국과 소련의 관계 정상화 이후 양국 우호조약에서 삭제되었던 냉전시대의 안보보장을 복원한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무기 기술, 특히 ICBM과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선제공격에도 불구하고 무기고를 유지하고 보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탄약 및 드론 산업, 미사일 시스템 강화를 지원해 왔다. 중국 시진핑 주석 역시 북에 대한 지지를 강화해 왔다. 시진핑은 2025년 9월 중국 전승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을 푸틴과 동등한 위치에 앉혔다.

 

빅터 차는 미국이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서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북한이나 러시아에 제재 해제와 같은 긍정적인 유인책을 제시하거나, 세 나라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는 역정보를 확산시킬 수도 있고, 북한-모스크바 동맹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나토와 유럽연합의 적으로 지정해 북한이 전통적 강대국에 포위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극할 수도 있다.

 

어쨌든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고 평양과 안정적인 차가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바라는 것과 북한이 바라는 것은 다르다. 빅터 차는 지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받는 북한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워싱턴에 양보할 동기가 훨씬 줄었을 것으로 본다. 과거 미국이 북한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했던 당근책들도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북한은 대사관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연락사무소 교환에도 더는 관심이 없다. 과거 북한은 연락사무소 교환을 정통성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이미 뉴욕에 유엔 사무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워싱턴이 북한 내부로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줄뿐 실질적인 이점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빅터 차는 북한이 정말 바라는 것은 한반도 주둔 미군의 감축이라고 본다. 동맹국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안보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주한 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에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전시작전 지휘권을 반환받아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을 감축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공군과 해군력을 증강하고, 핵잠수함, 우주 및 정보 감시, 인공지능 기반 전쟁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미국 언론은 미국이 한국에 주둔 중인 3500~4500명 규모의 순환 배치 여단을 영구 철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계적 군비 감축, 다연장 로켓 발사기 배치 제한, 드론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둘러싼 북한과의 협상과도 연계될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억지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즉시 북한 정권을 제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정책에 명시해야 한다. 빅터 차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일본, 미국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일본의 해상 이지스 플랫폼과 한국의 지상 사드(THAAD) 시스템 간의 원활한 추적 연계, 탄도 미사일, 저고도 순항 미사일, 드론 편대의 동시 공격 대응 훈련, 그리고 요격 미사일 공동 생산 등이 포함된다.

 

빅터 차는 세 나라 모두가 집단방위선언에 동의해 어느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이 세 동맹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동맹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빨치산) 창건 94주년을 맞아 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관하 연합부대를 축하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여단 전체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부대 군인들과 함께 체육 경기도 관람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4.26. 연합뉴스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이 새로운 전략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빅터 차도 알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미국이 수십 년간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끝에, 평양으로부터 의미 있는 상호 대응 없이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군사 행동 위협을 제안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란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다. 미국은 2025년 6월 이란의 핵시설 파괴를 시도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과, 올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의 여러 고위 정치 지도자들을 무참하게 제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에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운반 체계는 이란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표적 삼기 어려운 미공개 지역에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적 공격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이 군사공격을 고려했을 당시에는 미국이 최소한의 피해로 평양의 초기 핵 프로그램을 파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는 너무나 방대해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서는 제거할 수 없다. 또 중국과의 국경 인근 무력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베이징과의 더 큰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아주 작은 군사 행동의 징후조차도 위험한 긴장 고조를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파괴 위협이 김정은의 행동을 억제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고 우리 모두 죽는다"는 식의 대응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양심적인 미국 대통령이라면 누구도 미국 도시들을 파괴하고 수십만 명의 미국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확전을 피할 확률을 50%보다 높다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빅터 차는 본다.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차가운 평화’, 핵 확산 막기 위한 과도기적 필요성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 및 금융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의 무역, 암호화폐, 그리고 자금 흐름을 겨냥하면 정치 및 군사 지도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들거나, 심지어 정권 붕괴를 가속화할 만큼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재는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지만, 그러나 그 효과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집행기구 설립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중국과 북한의 양자 무역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5% 증가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양자 무역 통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상업용 위성 사진은 북한과의 항구, 육로, 철도 국경에서 새로운 무역 활동과 건설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북한은 또한 세계와 단절된 상황에서도 자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3년이 넘는 코로나 19 팬데믹 때의 국경폐쇄 기간에 보여 주었다. 제재로 평양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다.

 

빅터 차는 기고문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만약 북한이 핵 보유국이 아니라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현실적으로 직면한 것은 미국의 본토 안보를 보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 확산(nuclear escalation)을 막기 위한 과도기적 해결책(interim solution)의 필요성이다. 차가운 평화는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점점 더 위험해지는 관계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없다⋯국명부터 서로 제대로 부르자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bjj0816@gmail.com다른 기사 보기
 

➂ 두려움·적대 거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조선’으로 부르자⋯북은 ‘남조선’ 호칭 없애
정동영 통일부 장관, ‘조선’ 호명으로 첫 발
깊은 전쟁의 상흔 벗어나기 위한 적대 청산
적대 조치 찾아 시정 사항 점검 제도화해야

 

북 '최대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인 15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 개풍군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4.15. 연합뉴스
 

이 글은 ‘남북 단절로 이어진 적대구조 청산 위한 제언’의 3차례 연재 중 마지막 회이다. 지난 2월 1일에 첫 번째 글 ‘① 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 구조’, 3월 15일 두 번째 글 ‘② 조선사회(북)의 대 한국(남) 적대 구조’에 이은 세 번째 글이다.

 

앞의 글들에서 우리는 남과 북에 공히 존재하는 적대 구조와 적대 의식을 재생산하는 제도 및 규범 등을 살펴보았다.

 

과연 한국 사회는 조선에 대한 적대 구조를 청산할 수 있을까? 나아가 조선은 한국에 대한 적대 의식을 거두고, 적대 구조 청산에 나설 수 있을까? 어디에서부터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켜켜이 쌓인 남과 북의 적대 구조

 

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구조는 전방위적이다. 「헌법」 3, 4조를 필두로 그 하위에 위치하는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은 조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정보의 차단, 부실한 교육과정, 취약한 연구 생태계는 조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고, 왜곡된 의식을 재생산한다. 늘어만 가는 국방비와 공격적 군사훈련은 화해와 협력의 근본 장애물이다. 패권국가와 결탁해 분단 구조에 기생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극우세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대를 이어가며 남북 적대구조 유지의 최첨병으로 기능해왔다.

 

조선사회의 대 한국 적대구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당 규약, 사회주의 헌법, 각종 제반 법률은 한국에 대한 적대의식 고취를 규범화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전쟁에 대한 공포,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은 차단과 봉쇄, 인민들에 대한 통제 강화로 나타난다. 남과 북이 한 민족임을 의미하거나 통일을 지향하는 표현과 상징물은 공식 매체에서 사라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접촉과 전파는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고,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시로 한국을 최대의 적대국가로 규정한다.

 

 레온즈 에더 FISU 회장이 20일 세종시청 기자실을 찾아 내년 8월 열리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2026.4.20.  연합뉴스
 

적대 조치 찾아 시정 사항 점검 제도화해야

 

적대의 시간이 긴 만큼 적대 의식을 재생산하는 구조와 제도, 문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고, 폐해는 심각하다.

 

정치·경제·군사·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대 조선 적대 조치와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작업이다.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 행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철저한 실태 조사를 통한 적대 조치 발굴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정리된 과제를 영역별로 분류하고, 시정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 매년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헌법을 수정하고,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국방비를 줄이고, 공격적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정보를 개방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제재를 해제하고, 공작원들을 송환하고, 대 조선 적대의식 재생산이 체화된 사회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작업엔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며, 과정 역시 지난할 것이다.

 

통일부는 현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계획이 존재하는지, 무슨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체도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으뜸머슴(대통령)은 취임 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선서한다. 남북 관계를 안정되게 관리해야 할 최고책임자인 으뜸머슴은 적대 조치의 실태와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시정 조치와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정도 수준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은 곧 동력을 상실하고,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이들 조치는 한국이 먼저하고, 조선의 변화를 기다린다. 한국의 선제적 대 조선 적대구조 청산 노력은 조선의 상응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중물이다.

 

 평양국제관광기념품 및 건강제품전시회가 지난 10일 과학기술전당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6.4.11. 연합뉴스
 

적대구조 청산은 반전평화운동

 

한반도에서 적대 구조 청산이 어려운 이유는 전쟁의 상흔이 깊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남과 북의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공포와 원한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한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남북의 권력자는 상대를 악마화하며, 자신의 폭정과 비민주성을 감췄다.

 

전쟁을 치른 당사자들에게 전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다시는 전쟁을 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산되지 않은 적대 구조는 우리를 언제든지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남북의 적대 구조를 청산하는 작업은 한반도 공동체의 성원들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근본적으로 해방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북 조선중앙TV는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폐갱에서 일제시기 학살된 인부들의 유골과 유물들이 발굴됐다고 11일 보도했다. 2026.4.11.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은 없다, ‘조선’이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의 존재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대표적 사례가 ‘북한’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북쪽에 북한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존재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이 얼마 전 공식 석상에서 이북을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상대방을 정확히 명명하는 것은 올바른 관계맺기의 첫걸음이다. 왜곡된 호칭은 상대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거나 배제를 의미한다. 과거에 이북에서 한국은 ‘남조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조선’이라는 표현은 조선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물론 ‘괴뢰한국’이라는 대체 표현은 대 한국 적대 의식의 또 다른 형태의 표출이지만 어찌 되었든 한국이라는 국호로 호칭하는 것은 북에서 앞섰다.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대 조선 적대구조 청산을 위한 1호 작업으로, 이북에 ‘조선’이라는 이름을 돌려주자. 실체가 아예 없고, 사실도 아닌 북한이라는 호칭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이북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며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서부터 시작하자. 이제 더 이상 북한은 없다. 조선이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를 거둘 때 우리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하나재단은 정부 자살예방 사업인 '천명지킴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천명수호처'로 위촉됐다고 24일 밝혔다. 하나재단은 북 이탈주민 자살 예방을 위해 '북향민 생명 지킴 5중망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명지킴 발대식'에 설치된 하나재단 홍보부스. 2026.4.24. 연합뉴스

'돌파구 없는' 남북 관계…"평화 공존과 비핵화·통일 상충"

 
  • 외교국방
  • 입력 2026.04.12 09:00
  • 수정 2026.04.13 11:16

북, '비핵화=안보 포기' '통일=흡수 통일'로 인식
미 학자, 비핵화·통일 정책 근본 재검토 제안
북미 회담서 '비핵화' 빠질 가능성 대비
헌법 4조,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 명시
"의도 선량해도 북엔 적대적 흡수 통일"
"이재명, 정치적으로 강력해 논쟁 감당"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고유한 도전은 비핵화와 통일이라는 남한의 오랜 핵심 이익이 '평화 공존' 촉진이란 목표와 상충한다는 점이다."

 

미국 퀸시연구소의 동아시아 담당 제임스 박 연구원은 '김정은은 트럼프를 기다리지만, 그의 바로 앞에는 길이 있다'란 10일 자 <리스폰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 기고에서 작년 6월 출범 이후 이재명 정부가 남북 신뢰 구축과 대화 복원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북한이 그 '선의'를 못 믿고 '적대'와 '무시'로 일관하는 근본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2026.3.29 연합뉴스
 

북, 이재명 정부의 '선의' 못 믿는 이유
"비핵화·통일 목표와 평화 공존 상충"

 

취임 이후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 제80주년 경축사를 통해 ▲ 현 북측 체제를 존중한다 ▲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는다 ▲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 없다는 대북 3원칙을 천명한 데 이어,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선 남북 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 교류(Exchange) ▲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 비핵화(Denuclearization), 3단계 'E.N.D' 구상을 내놓았다.

 

북한의 적대적 태도는 얼마 전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줬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가를 우리 정부가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곧바로 "희망 섞인 해몽"(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라고 일축하고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적수 국가"라고 못 박은 데서 재확인됐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의 밑바탕엔 비핵화와 통일이란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비핵화 동의는 북한엔 유일한 실질적 안보 보장의 포기를 뜻한다"며 "이는 훨씬 더 강력한 미·한 군사력을 마주한 상황에서, 특히 미국이 작고 취약한 적들에 무력을 사용한 전례를 고려할 때 감내하기 힘든 선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9 연합뉴스
 

헌법 4조,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 명시
"의도 선량해도 북엔 적대적 흡수 통일"

 

통일 문제도 거론했다. 헌법 제4조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돼 있고,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했다. 전문에도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는 대목이 있다. 이에 박 연구원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한국의 헌법적 책무가 의도 면에선 선량해도 북한의 관점에선 적대적인 흡수 통일 추구나 마찬가지다"라고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서울의 평화 공존 의지에 대해 평양을 안심시키는 일은 극히 도전적 과제로 남을 것이며, 아마도 선의를 과시하는 정도론 안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서울은 비핵화와 통일 정책 모두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박 연구원도 비핵화와 통일 정책의 '재고'가 한국 사회 내에서 극도로 예민한 정치적 주제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내부 논쟁은 아주 논란이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두 이슈 모두 오랫동안 금기였으며 헌법적 장애물도 존재한다"면서도 현시점에선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구축함 최현호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 방식으로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이날 순항미사일 6발이 발사됐다. [조선중앙TV화면] 2026.3.11. 연합뉴스
 

비핵화·통일 정책 근본적 재검토 제안
북미 회담서 '비핵화' 빠질 가능성 대비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예민한 논쟁을 감당할 만큼 "정치적으로 충분히 강력"하고, 한국의 대중들도 점점 더 그런 논쟁에 "준비된" 걸로 보인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대다수 한국인은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많은 이들이 통일을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가 목표에서 비핵화와 통일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진적'일 수 있지만, 한국의 장기적 안보를 위해선 회피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단기적으론 북미 회담 대비 차원에서다. 이란 전쟁에서 사실상 전략적 패배를 맛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이를 만회할 외교 성과를 거둘 기회로 여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5월 중순께 베이징을 국빈 방문하는 기간을 전후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회담이 열리면 동맹국 무시, 일방적 의사결정, '큰 승리'를 위한 도박, 김정은과의 친분 등 온갖 '트럼프 요소들'이 김정은에 유리하게 합의를 맺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를 의제에서 빼고 군비 통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이 보기에, 평양의 관점에서 남북 대화는 '전략적 가치'가 거의 없다. 한국이 핵 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제재, 한국 전쟁 종전 등을 포함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움직일 외교적 영향력이나 미국의 동의 없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주체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 04. 11 [로이터=연합뉴스]
 

남북, 군비 경쟁 관리 위해 소통 필수
비핵화·통일 목표가 걸림돌이 될 수도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엔 남과 북이 "부분적이고 단계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합의를 진전시키고자 협력"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비핵화를 놓고 남과 북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평양은 비핵화를 완전히 배제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며 미국 관리들의 비핵화 약속을 보장하도록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약속'이 반드시 트럼프 자신의 고정된 포지션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양은 아마 이 점을 이해하고 트럼프와의 대화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평양은 서울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워싱턴과의 어떤 외교적 진전에서도 서울을 배제할 더 많은 이유를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박 연구원은 "비핵화에 대한 한국의 경직되고 협상이 불가하단 입장은 평양이 트럼프와 김정은 간 군비 통제 대화에서조차 서울을 소외시킬 유인을 증가시킨다"며 "군비 통제 외교를 심각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평양에 비핵화 문제에 더 많이 유연해졌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서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2024.9.13. 연합뉴스 
 

또한 한국의 장기적 대북 정책 차원에서도 비핵화와 통일 목표를 재고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 대북 억지를 우선순위로 삼지 않는 상황에서 고도화하는 핵 능력을 갖춘 북한과 아무런 소통 채널과 안전장치가 없이 현재의 적대적 상태를 유지하는 건 "외교를 추구하는 건 고사하고 억제력 유지조차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다가올 질문은, 특히 미국이 여러 안보 공약의 우선순위를 동시에 정하느라 고전하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가 지속 가능한지다"라고 경고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북한과의 외교는 한반도에서 장기적으로 매우 적대적이고 불안정한 군비 경쟁이 될 상황을 보다 관리가 가능한 상호 억지 관계로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면서 "만약 비핵화와 통일의 추구가 그 길을 막는다면, 한국의 장기 정책 구상을 위해선 이 목표들을 재검토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대 청산 요구는 공생 위한 합리적 재설계 제안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bjj0816@gmail.com다른 기사 보기
 

② 조선사회(북)의 대 대한민국(남) 적대 구조
2월 노동당 9차 대회 “한국 제1 적대국, 불변의 주적”
2023년 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 결정 재확인
“‘민주’든 ‘보수’든 한국은 ‘흡수통일’만 노리는 족속”
헌법과 국가 노선에 근거, 주민교양으로 규범화
화해 통일의 동족 아닌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
그럼에도 긴장 완화, 평화 공존 위한 대화 절대 필요

 

북한은 27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제9차대회 결정관철 다짐을 위한 평양시군민연환 대회 및 군중시위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6.2.28. 연합뉴스
 

이 글은 지난 2월 1일에 내보낸 ‘남북 단절로 이어진 적대구조 청산 위한 제언’의 3차례 연재글 중 첫 번째인 ‘①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 구조’에 이은 두 번째 글 ‘②조선사회(북)의 대 한국(남) 적대 구조’다.

 

한국사회 내부의 대 조선 적대의식 재생산 구조와 마찬가지로 조선사회 내부의 대 한국 적대의식 재생산 구조 역시 다층적이고, 국가의 총노선으로서 전 사회적 영역에 걸쳐 존재한다.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보도에서 확인되는 대 한국 적대성

군사력의 선제 사용과 붕괴 가능성 위협

 

조선의 수도 평양에서 2026년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각급 조직에서 선출된 5000명의 대표자가 참석하고, 방청자 2000명이 대회 상황을 시청하는 가운데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진행되었다.

 

당대회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5년 조선을 이끌어 갈 지도부 선출, 당 규약 개정, 국가의 부강 발전과 인민들의 복리를 위한 사업계획 수립, 대외관계 노선 천명, 당의 조직활동 계획 등을 논의했다.

 

대회 결과를 보도하는 노동신문에서 한국에 대한 적대의식은 보다 분명하게 확인된다. 보도는 김정은 위원장이 “근 80년에 걸쳐 조선반도에 존재하여 온 비정상적인 관계에 역사적 종지부를 찍고,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이재명 정부가 조선과의 대화 재개에 공을 들이며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김정은 총비서 지도로 지난 25일 평양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정치국회의에서 제9차 당대회 결정서 초안을 확정하고 인민경제 20개 주요 부문별 5개년계획 초안을 검토·승인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2.26. 연합뉴스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의 대 조선 정책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전 조선반도를 ‘자유민주주의’의 자본주의 반동체제로 변신시킬 야망을 품고, 겉으로는 기만적인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를 같은 ‘민족’이라는 타성에 포로되어(사로잡혀), 절대 불가능한 화해와 ‘통일’을 이유로 계속 상대하는 것은 더 이상 존속시키지 말아야 할 착오적인 관행”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따라서 “과거 시대의 낡은 관념과 유물 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우리 인민들의 정치사상 생활과 정신문화 영역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들을 전격적으로 취하고, “비현실적인 대화 협상, 교류 협력을 위해 존재하던 기구와 단체들을 정리하고, 관련 법규와 합의서, 시행 규정들을 폐지한데 이어 남부 국경지역의 모든 연계 통로와 공간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법률적, 행정적 조치들을 연이어 강구하였으며, 군사적으로 요새화하는 조치들을 결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것이 조선의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집권당의 최고 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하여 다시금 천명”하는 최종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 기준도 본질적으로 달라져 “국법이 규제한 억제력의 선제 공격 사명을 포함하여 적대국에 해당되는 모든 물리력의 사용”이 가능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이 완전 붕괴”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노동당 제9차대회 대표자 및 방청자들과 당대회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2.27. 연합뉴스
 

2023년 12월,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의 등장과 일상화

 

2023년 12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라고 선언했다. 김위원장은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외세와 야합해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 모순적인 기성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주권 행사 영역을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반영하여 공화국 헌법이 개정되어야 하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 조선중앙통신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 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 불능의 전쟁 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성 대변인은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번 조치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른 것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7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제9차대회 결정관철 다짐을 위한 평양시군민연환 대회 및 군중시위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6.2.28. 연합뉴스
 

사회주의헌법과 국가 노선에 입각한 대 한국 적대성

법과 제도·주민교양으로 규범화

 

조선이 보여주고 있는 대 한국 적대성은 최고 규범인 사회주의 헌법과 국가 노선에 근거한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2023년 9월 개정 조선 헌법은 통일 관련 표현이 여전히 남아 있고, 통일과 민족 대단결 등 선대의 서사가 문헌상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후 개정된 헌법의 내용이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으나, 2024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통일·화해 관련 개념 삭제,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재규정해야 한다는 헌법 개정 시사 발언이 있었고, 2024년 10월에는 헌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 헌법의 요구에 따라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폭파한 것이라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개정 헌법이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남북은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라는 인식이 헌정 질서에 반영됐다는 사실도 유추할 수 있다.

 

군사부문에서는 적대 규정이 가장 분명하게 물리적으로 집행되었다. 2024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은 “남쪽 국경선”을 명확히 그어야 하며, 한국이 조선의 영토·영공·영해를 침범하면 곧 전쟁 도발로 간주한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후 국경선 요새화·도로와 철도 등 연결 인프라 파괴·대남 군사적 분리 정책의 기준이 되었다. 한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의 완전 폐쇄·폭파와 함께 대 한국 적대노선 천명 이후 조선의 군사분계선(MDL) 국경화 작업에 따른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증대하고 있다. 2026년 1월 현재 군사분계선 국경화 작업은 전체 구간의 약 20%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선의 국경화 작업으로 군사분계선 월선이 잦아졌으며, 2025년 11월에 경기 연천, 강원 철원·고성 등지에서 인민군의 월선에 따른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이 행해졌다.

 

제반 법률과 대 주민 교양 차원에서도 대 한국 적대성은 구체화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은 반동사상문화에 대해 “인민대중의 혁명적인 사상의식,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사회를 변질 타락시키는 괴뢰의 출판물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썩어 빠진 사상문화와 우리 식이 아닌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문화”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 반동사상문화의 유입을 차단하고, 시청이나 유포, 한국식 ‘괴뢰 말과 글, 창법의 사용도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최고 사형에 처할 수도 있다. 「평양문화어 보호법」은 “괴뢰 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앨 것”을 그 기본 사명으로 한다. 한국식 언어 즉 괴뢰 말은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어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 말”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이에 더해 “괴뢰 말 찌꺼기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은 사회주의제도의 운명, 우리 인민과 후대들의 사활이 걸린 심각한 정치투쟁, 계급투쟁으로 간주”하며, 괴뢰 말의 유포를 원점에서 차단하고 박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어기거나 정상이 무거울 경우 역시 최고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청년교양 보장법」은 “불순 출판 선전물을 유입, 제작, 복사, 유포, 시청하는 행위”,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말투로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 “우리 식이 아닌 옷을 만들어 팔거나 머리단장을 해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겨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기관, 기업소, 단체의 책임자와 개인에게는 행정적·형사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괴뢰 말투인 ‘파이팅’ 사용이 금지되며, 청년층을 대상으로 손전화기 문자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하고 최고 6개월의 노동단련형(사회봉사)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보도도 보인다.(자유아시아방송, “괴뢰 말투 ‘파이팅’ 사용 금지…북, 청년층 문자 집중단속,” 2023년 12월 1일.)

 

2024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대 한국 적대성 교육교양사업 강화 주문 이후 이러한 조치는 교양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2월 노동신문은 주민들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는 제목의 교양 자료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6년 1월에는 중앙계급교양관 벽면에 “한국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는 게시물이 설치된 사실이 보도되었다.

 

중앙계급교양관은 조선의 ‘계급교양 거점’ 중의 하나로 한국, 미국, 일본 등 적대 세력들과의 ‘대결 의식’을 고취하는 각종 자료를 전시·교양하는 공간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한국의 헌법 3조를 게시하고, 이를 한국이 조선에 적대 노선을 유지하고 흡수통일을 노리고 있다는 선전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제도와 법률을 넘어 주민들에게 일상적으로 교육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연합뉴스, “北, 계급교양관에 ‘헌법 3조’ 적어놓고 “한국은 제1적대국”,” 2026년 1월 19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 일곱번째)이 2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접경지역 평화안전 연석회의에서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6. 연합뉴스
 

생명평화운동, 평화공존을 향한

남북 상호 간 적대 의식 재생산 구조 청산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조선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민족 내부 특수관계에서 헌법적 적대 국가로 변화된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한국의 생명평화운동은 이것을 오늘 우리의 현실을 규정하는 힘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 인정이 조선이 주장하는 한 민족임을 부정하는 논지에의 동의가 아님은 물론이다.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는 교류 협력과 중단을 반복해왔지만, 지금처럼 긴 단절의 시간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사태는 엄중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조선의 태도로 볼 때 한국 정부가 보여주는 유화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아니 상당한 기간 동안 작은 차원의 교류 협력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공존을 위한 대화의 재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과 북은 작은 충돌도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절대 자제해야 한다.

 

조선의 대 한국 인식 변화는 조선 나름의 판단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것이 적대성 강화라는 차원으로 귀결된 것은 한 당사자로서 한국이 보여준 기존의 입장과 태도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한국사회 일각에서 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한국 역시 자주국방 차원에서 군비를 증강하고,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생명평화운동은 그 어떤 핵, 군비 증강과도 양립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에는 국제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유린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횡포와 야만이 자리한다. 한반도에서 분단을 야기하고, 적대적 분단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패권국의 이득을 누리는 행위자 미국의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의 존재로 남과 북의 모든 적대성 강화를 설명할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다. 한국의 시민사회와 생명평화운동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오는 19일 서울 동교동에서 열리는 '생명평화회의' 포스터
 

생명평화운동은 선제적으로 한국사회 내부의 대 조선 적대의식 재생산 구조의 청산을 요구·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요구하는 조선사회 내부의 대남 적대 정책 청산은 체제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줄이고, 주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합리적 재설계 제안이다. 평화는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적대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해 온 각자의 체제를 수정할 때 시작된다. 적대의 완화는 체제의 약화가 아니라 공동체 안전의 강화이다.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변화한 김여정 무인기 담화…"상식적 행동 → 높이 평가"

 
 
  • 외교국방
  • 입력 2026.02.19 14:40
  • 수정 2026.02.19 14:43

정동영, 10일 이어 18일에도 "공식 유감"
비행금지구역 등 군사합의 일부 선제 복원
민간인 3명이 4차례 북한에 무인기 보내
김여정 "주권 침해 재발 땐 끔찍한 사태"
북한,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 증정식
김정은 "적수들 불안할 기술 계속 시위"

"나는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18일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한 한국 측의 무인기 도발 행위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 방지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민간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정 장관이 거듭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에 이렇게 응답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중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호치민 영묘를 방문했을 때 사진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검토 소식에 반발하며 북한이 서울을 과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변화한 김여정의 무인기 대남 담화 발언
"유의" → "상식적 행동" → "높이 평가"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몇 가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우선 그 시점이다. 정 장관이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언론 브리핑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그 발표 내용을 접하고 즉각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걸로 보인다. 물론 그 담화 내용은 19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전해지긴 했다.

 

지난번에도 비슷했다. 정 장관이 무인기 침투와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건 10일 저녁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축사를 통해서였다. 이에 김여정은 이틀 뒤인 12일 "새해 벽두에 발생한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 사건에 대하여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를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북한이 생각 외로 이재명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엿보게 해준다.

 

다음은 대남 메시지의 미묘한 변화다.

 

민간의 대북 무인기 침투 문제를 북한이 처음 제기한 건 1월 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였다. 북한 군부는 당시 성명에서 작년 9월과 올해 1월 4일 한국이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면서 그 배후로 한국군을 지목하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한국 호전광들의 광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작년 9월과 지난 4일에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된 한국 무인기. 2026.1.10 연합뉴스
 

민간인 3명이 4차례 북한에 무인기 보내
정보사 현역 장교들, 국정원 직원도 조사

 

하지만, 정 장관이 공개한 군경합동조사TF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학원생 오 모씨 등 민간인 3명이 강화도 불은면 삼성리에서 2025년 9월 27일, 11월 16일과 22일, 올해 1월 4일 등 네 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냈다. 작년 9월과 올해 1월 무인기는 북측 지역에 추락했고 나머지 2대는 개성 상공을 거쳐 파주 적성면으로 돌아왔다. 현재 이들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정보사령부 현역 장교들과 국가정보원 직원도 조사받고 있다.

 

북한군 성명이 있자 우리 국방부는 신속히 대응했다. 국방부가 이튿날인 10일 ▲ 군의 작전이 아니다 ▲ 민간이 했을 가능성 철저 조사하겠다 ▲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 등의 입장을 밝힌데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의 무인기 운용 가능성에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면서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하자 북한의 톤이 누그러졌다.

 

김여정은 1월 10일 담화에서 한국 국방부의 이런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고 말한 뒤 "나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롱이 섞이긴 했지만, 다소나마 긍정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 메시지가 긍정적인 쪽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양새다. 김여정의 담화는 ▲ "유의"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1월 10일)에서 ▲ 정 장관의 공식 유감 표시는 "다행"이고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2월 10일)와 ▲ 정 장관이 공식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 방지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로 바뀌었다.

 

9·19 군사합의 일부 선제 복원 추진
정동영 "비행금지구역 설정 검토 중"

 

정 장관의 관련 브리핑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마무리 단계이지만 아직 합동조사TF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데다, 브리핑 시점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였다. 정 장관은 "설 명절 연휴 초 안보 관계 장관 간담회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지만, 핵무력 강화와 '적대적 두 국가' 제도화를 포함해 향후 5년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발표할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브리핑 내용을 요약하면, 정부는 남북 간 물리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해 기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 장관은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조정이 이뤄졌으며...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에 국방부는 "유관 부처 및 미측과 협의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9·19 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복원 시기는 남북관계 상황과 우리 군의 대비 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적용되면, 무인기도 동부지역에선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15km, 서부지역에선 10km 이내에서 비행이 금지된다.

 

정부는 또한 항공안전법을 개정해 비행제한공역에서 미승인 무인기 비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남북관계발전법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금지를 반영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이번 무인기 사건에 대해 민간인이더라도 일반이적죄가 적용되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강력한 재발 방지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군수노동계급의 노동당 제9차대회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 증정식에 참석해 답례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2.19 연합뉴스
 

정동영, 10일 이어 18일에도 "공식 유감"
김여정 "주권 침해 재발 땐 끔찍한 사태"

 

정 장관은 지난 10일 "깊은 유감"에 이어 이날도 '정부 공식 입장'이라며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측에 대해 공식적인 유감을 표한다"고 말하고, 윤석열 정권 때인 2024년 10월 군의 잇단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선 "지난 정권의 무모한 군사적 행위였지만, 윤석열 정부의 무인기 침투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대신' 사과했다.

 

대북 무인기 침투 문제 처리 과정에서 정 장관의 언론 브리핑과 김 부부장의 담화가 계속 맞물리면서 미약하나마 '남북 소통'이 이뤄져 불필요한 우발적 충돌을 막는다는 차원에선 다행이지만, 현재의 남북 단절 상황을 타개할만한 의미 있는 진전으론 보기 어렵다.

 

당장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재삼 강조하지만, 그 주체가 누구이든, 어떤 수단으로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재발할 때에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위협이 아니라 분명한 경고"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군사지도부는 한국과 잇닿아있는 공화국 남부 국경 전반에 대한 경계강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적국과의 국경선은 마땅히 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거듭 '적국'이란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남과 북을 물리적으로 확실하게 '분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군수공업부문 노동계급의 노동당 제9차대회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 증정식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2.19 연합뉴스
 

북, 신형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 증정식
김정은 "적수들 불안할 국방 기술 계속 시위"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정권 때인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2024년 10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와 철로 북측 구간을 폭파하고 대전차 방벽 구축, 3중 철조망 설치 등 요새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여정이 무인기 담화를 발표한 18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4·25문회회관에서 진행된 중요군수기업소 노동계급의 신형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 당대회 증정식에서 연설을 통해 "특수한 공격 즉 전략적인 사명 수행에도 적합화되어 있고 인공지능기술과 복합유도체계가 도입된 것"이라며 "분명히 이 무기가 사용된다면 교전 상대국의 군사 하부구조들과 지휘체계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그 어떤 세력도 이 무기의 사용이 현실화될 때에는 그 무슨 '신의 보호'라는 것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군수공업부문 노동계급의 노동당 제9차대회 600㎜ 대구경 방사포 50문 증정식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2.19 연합뉴스
 

이어 "가장 강력한 공격력이 제일로 믿음직한 억제력으로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법칙이고 철리"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지정학적인 적수들에게 몹시 불안해할 국방 기술의 성과들을 계속 시위할 것"이라며 "우리 당 제9차 대회는 이같은 성과에 토대하여 자위력건설의 다음 단계 구상과 목표를 천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600㎜ 방사포는 바퀴가 4축인 발사차량에 발사관 5개가 탑재된 개량형이다. 기존 600㎜ 방사포는 4축 발사차량에 발사관이 4개다.

남북 단절로 이어진 적대 구조 청산 위한 제언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bjj0816@gmail.com다른 기사 보기
 

① 한국 사회의 대 조선 적대 구조
적대 구조 청산 없이 남북 관계 정상화 불가능
기존 교류협력 정책 실패 인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적대 구조1: 북 존재 부정하는 대한민국 헌법 법률
헌법 영토 조항, 국가보안법, 대북 제재 폐지해야
적대구조2: 참수작전, 국방비와 무기 도입 증가
적대구조3: 정보 차단과 적대 의식 재생산 구조화

한반도에서 남과 북 단절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이 단절의 시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선(북)과 중국, 러시아의 협력 강화와 미국발 국제 질서의 교란은 불확실성을 높이며, 남북의 협력은 물론 조선과 미국의 대화 역시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

 

이 시점에서 생명평화운동은 우리의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운동이 왜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논자에 따라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중 남과 북이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한 문제의 핵심 중 하나로 엄존하는 적대 구조와 이에 기반한 적대 의식 재생산의 근절이라는 근본적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현실이 존재한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에서 적대적 상대방의 존재는 나의 반동과 일탈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작동했다. 부침은 있었지만 교류 협력의 시간을 거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남과 북 공히 헌법을 포함한 국가 노선, 군사 전략, 사회 문화와 교육 등 전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는 재생산되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적대 구조 청산 없는 남북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앞으로 세 편에 걸쳐 첫 번째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대 조선 적대 구조”를, 두 번째로는 “조선 사회에 존재하는 대 한국 적대 구조”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두려움과 적대를 거두고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구축에 나서자”라는 주제로 남북의 적대 구조 청산을 위한 문제의식을 민들레 지면에 담아내고자 한다.

 

① 대한민국 사회의 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대 구조

②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의 대 대한민국 적대 구조

③ 두려움과 적대를 거두고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구축에 나서자

 

북한이 지난 4일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일대 상공에서 북쪽방향으로 이동하는 공중목표를 포착해 개성시 개풍구역 묵산리 일대 지점으로 강제추락시켰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11일 강화군에서 바라본 송해면 일대(아래)와 강 너머 북한 개풍군 일대(위) 모습.이에 국방부는 우리 군의 작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며 민간 영역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026.1.11
 

① 대한민국 사회의 대 조선 적대구조
기존 교류협력 정책 실패 인정, 새 출발해야

 

역대 최장의 남북관계 단절이다. 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국의 ‘통일 회의론’ 사이에서 남과 북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입각한 남북관계는 35년이 지난 지금 명확히 파탄·실패했다. 결코 짧지 않은 교류협력의 시간이었지만, 상대방을 대하는 각각의 입장은 변화가 없었고, 관계는 오히려 후퇴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분노와 배신감은 커지고 있다.

 

남과 북의 권력은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권력의 정당성을 도모하고, 정통성을 주장했다.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고, 시대의 흐름과 국력의 차이에 따라 공격과 수비의 교대는 있었으나, 남북의 적대는 구조화되었다. 세습으로 일관한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 한국 역시 적대 구조의 청산은 없었다.

 

헌법과 법률, 국가 노선, 군사 전략, 교육과 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한국사회에서 대 조선 적대 정책과 의식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3조 영토조항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적대 구조1: 조선의 존재 부정
헌법, 국가보안법, 대 조선 제재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조선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하지만 조선은 한국과 함께 1991년 제46차 유엔총회에서 이전에 가입한 159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조선(160번째), 한국(161번째) 순서로 유엔에 동시 가입한 별개의 주권 국가이다.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헌법」 조항이 존재하는 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절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은 한국의 헌법 규정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체제 전환과 흡수통일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다수의 지배인 민주주의보다 우선시한다. 다수의 평등한 정치 참여와 자기 결정권을 제약해 국민주권 구현을 저해하고, 엘리트 중심의 과두제적 통치로 흐를 위험성이 높다. 특히 자유민주주의가 강조하는 사유재산과 시장경제 중시는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인 불평등 해소에 취약하다. 자유민주주의로 한정된 절반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근본 가치에 충실한 보편적 일반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에 그 기원을 둔 「국가보안법」은 제정 이후 인권 침해와 표현의 자유 제한, 자의적 법 해석으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가로막아 온 가장 대표적인 악법이다. 내란 주범 윤석열이 친위쿠데타 일성으로 종북세력 척결을 외칠 때 그 근거 법률이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독재정권이 무고한 시민을 잡아 가두거나 고문하는 인권유린의 도구였다. 찬양·고무·동조 조항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 「국가보안법」은 평화통일과 국민주권을 명시한 헌법 정신 및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모호한 처벌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일제의 악법을 계승한 시대착오적인 법률이다. 대화와 협력의 대상인 조선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 진전은 불가능하다.

 

2025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77년, 22대 국회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민주노총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조선을 대상으로 이중 삼중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대 조선 제재는 조선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를 목적으로 한다. 유엔(UN 국제연합) 및 미국과 한국 등은 조선에 대해 경제와 금융, 외교 영역에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UN 안보리의 경우 대 조선 포괄적 제재 즉, 무기 및 기술 금수(핵, 탄도미사일, 기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품목·기술·훈련의 직간접적 공급, 판매, 이전 금지), 금융 제재(제재 대상자와 단체의 자산 동결, 금융 거래 중단, 대량 현금[bulk cash] 제공 금지), 수출입 제한(석탄, 철광석, 수산물, 의류 등의 수출 금지 및 사치품 수입 금지), 해운 및 에너지 제한(조선 선박에 대한 제재, 연간 석유 공급량 제한), 조선의 해외 노동자 송환 등 고용 및 인적 교류 제한 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조선 정부 및 단체, 개인과의 직접적 거래를 금지하는 1차 제재에 더해 조선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금융기관까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까지 가하고 있다. 특히 조선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조선만을 제재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조선제재 및 정책강화법(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은 미국 대통령에게 제재 행위를 한 사람을 의무적으로 제재 대상자로 지정하도록 강제한다.

 

한국 역시 조선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천안함 피격을 이유로 단행된 ‘5·24조치’이다.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역의 중단, 한국 국민의 조선 방문 및 조선 주민 접촉 금지, 대 조선 신규 투자 불허, 대 조선 지원사업 보류, 조선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 금지 등을 담고 있다. 2020년 통일부는 “5·24조치가 실효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국회 답변을 통해 “5·24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15년을 넘긴 지금도 “5·24조치”는 해제되지 않고 있으며, 해제되더라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엄존하는 한 실질적인 경협 재개로 나아가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제재와 교류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도 이 역설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방전략(NDS)은 북한 재래식 전력에 의한 위협을 가능한 한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력에 따라 주한미군 태세와 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2026.1.26.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갱신형 대구경 방사포 무기체계'의 효력 검증을 위한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동행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1.28. 연합뉴스
 

적대 구조2: 참수 작전과 조선 영토 점령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무기 도입 증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군사훈련에서의 전시 조선 점령과 통일 작전은 대 조선 적대 정책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한국과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합동군사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라는 대외적 언술과는 달리 훈련의 내용 및 양과 질에서 다분히 공격적·압도적이며,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작계 5015’는 조선의 남침 시 방어에 집중했던 기존 ‘작계 5027’을 개정하여, 선제타격 및 급변 사태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작전계획이다. 특히 선제타격과 수뇌부 제거, 통합 대응과 공세적 전략을 분명한 목표로 갖고 있다. 선제타격은 조선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확할 때 핵심 시설을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수뇌부 제거는 조선의 전쟁지도부 및 핵심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포함한다. 통합 대응은 국지도발, 핵·미사일 위협, 사이버 공격 등 조선의 다양한 위협에 통합적 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며, 공세적 작전은 방어 후 반격하는 방식에서, 방어와 반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동시전’ 개념 도입으로 전환했다.

 

한국 정부가 운용하는 ‘충무계획’은 1991년 이후 조선의 급변 사태 대비를 명분으로 시작된 흡수통일 계획으로서 ‘충무 3300’은 대량의 탈 조선 난민에 대한 수용 계획을, ‘충무 9000’은 조선에 대한 비상 통치계획을 담고 있다.

 

위와 같은 작전의 존재는 억제력으로 작동하기보다는 위기 유발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점령과 참수’와 같은 유형의 시나리오는 억제라기보다는 선제공격 의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고, 조선의 선제적 군사태세를 정당화시키는 ‘안보 딜레마’를 야기한다.

 

조선에 대한 공격적 목표가 한미동맹의 군사기획에 포함될 경우, 실제로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통제 밖에서 전쟁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군부와 전쟁 상황에 대한 문민통제를 약화시킨다.

 

아울러 원천적으로 점령이라는 공격적 목표는 평화체제(상호불가침·군비통제·핫라인 운용·위기관리 등)와 양립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수사적으로는 ‘방어’의 언어를 쓰더라도, 실제 작전 계획과 훈련 내용에 공격 시나리오가 남아 있으면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면담을 한 가운데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26. 연합뉴스
 

2026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5%가 증가한 65조 8642억 원이다. 2019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무기 도입 및 개발을 의미하는 방위력개선비는 19조 96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가 증가해 7년 만에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오는 2030년까지 약 250억 달러, 한화로 약 36조 원 규모의 첨단 무기를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했다. 조선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AI 기반 과학기술 강군 육성 및 미국으로부터의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국방비 증액과 미국 무기 구입 증가는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으며, 오히려 진보를 표방한 정권에서 그 증가 폭이 더 컸다.(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이재명은 평화군축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2025년 4월 6일) 이미 한국의 국방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조선 전체 GDP의 1.6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국방비와 무기 구입 증대를 조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난 1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을 찾은 남북경협기관과 단체장들이 연 ‘남북관계 신뢰회복, 평화복원 기자회견’에서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14
 

적대 구조3: 정보 차단, 연구 교육 생태계 부재
남북 간 적대 의식의 끝없는 재생산 구조화

 

최근 한국 정부는 조선노동당의 기관지 노동신문의 열람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특수자료’로 취급되던 노동신문을 ‘일반자료’로 재분류하고, 시민들이 전국 주요 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노동신문을 보려면 별도의 신분 확인과 열람 신청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이제는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노동신문을 사서 배포한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열람 신청 절차 등이 간소화됐을 뿐, 추가 예산이 투입되거나 신문이 외부로 배포되는 것도 아니다.

 

이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한국 국민은 조선의 신문과 방송을 임의의 시각에 자유롭게 접할 수가 없었고, 이를 어기고 열람·청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 처벌받았다. 그러나 세계적 디지털 강국이자, 문화국가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국가가 나서서 특정 영역의 정보를 차단하고, 이를 처벌하는 행태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며 반인권적·반문명적 처사이다. 이번 조치 역시 노동신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 조치이고, 기타 매체나 방송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금지 영역이다.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2025년 기준 1% 미만이고, 대학 진학률은 2023년 기준 70%를 상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대명천지의 시대에 특정 국가 그것도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상대의 신문과 방송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위법으로 처벌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조선의 매체가 갖는 보도 특성과 한계는 보통의 시민이 이를 접하더라도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국가가 접촉을 제한하며 시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행태는 권력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형태로 시민의 의식을 제약하고자 하는 반민주적 발상의 산물이다.

 

대한민국 「통일교육지원법」은 통일교육을 촉진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 법 제2조 1항은 “통일교육”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고취’로 제한한다. 아울러 이 법 제11조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통일교육을 하였을 경우 통일부장관이 고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국가보안법」의 이적성, 찬양·고무 등의 조항과 마찬가지로 규정의 내용이 지극히 모호하고,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자의적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연히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수업 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한다. 악의적인 고소·고발을 비롯한 각종 민원으로 통일 교육 수업 회피가 일상화되고 있다. 「통일교육지원법」이 오히려 통일교육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과 총강에 평화적 통일을 사명으로 명시하고,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 추진을 의무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의 가장 기본적 토대가 되어야 할 조선에 대한 이해나 남북의 협력을 다루는 중고교 교과과정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심지어 국립대 어디에도 이를 연구하는 학과나 학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극소수 사립대와 일부 대학원 전문 과정이 전부다. 연구와 학습을 위한 생태계 자체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행정부와 국가기관의 대 조선 연구 및 협력사업은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요동친다. 남과 북의 평화와 공존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이해와 연구, 교육은 부재하고, 적대 의식은 재생산·강화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 역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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