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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홍범도 장군 유해 ‘엄호 비행’ 최고 예우할 땐 언제고…

by 무궁화9719 2023. 8. 27.

https://youtu.be/mpgC7NRDVTg

홍범도 장군 유해 ‘엄호 비행’ 최고 예우할 땐 언제고…

등록 2023-08-27 11:57수정 2023-08-27 14:16

이유진 기자 

 
2021년 8월15일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실린 특별수송기가 대한민국 영내로 진입하자 공군 전투기 6대가 엄호 비행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교내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1868~1943) 흉상을 철거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2년 전 홍 장군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조국으로 돌아올 때 우리 공군 전투기의 엄호 비행을 받는 등 ‘최고의 예우’를 받았던 사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안장식에는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참석하기도 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가 한국으로 봉환되기 위해 2021년 8월1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공항에서 국군의장대에 의해 특별수송기(KC-330)에 모셔지고 있다. 홍 장군의 유해는 전날 크즐오르다에 있는 묘역에서 수습돼 소관에 담아 카자흐스탄 국기로 관포 후 현지 병원에 임시 안치했다가 이날 대관으로 옮겨져 태극기로 관포돼 특별수송기에 모셔졌다. 연합뉴스
 
홍 장군의 유해는 2021년 8월15일 저녁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1921년 연해주 이주 뒤 100년 만이고, 서거 78년 만이었다. 이에 앞서 황기철 당시 국가보훈처장을 단장으로 여천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극중 독립투사 역할을 자주 맡은 인연으로 ‘국민대표’에 선발된 영화배우 조진웅씨 등이 포함된 대통령 특별사절단이 전날(현지시각) 카자흐스탄 홍 장군 묘역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후 장군의 유해는 태극기로 관포돼 특별수송기에 실려 수천㎞를 비행해 조국에 도착했다.
 
특별수송기를 통해 2021년 8월15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하기 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특별수송기는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뒤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을 받으며 착륙했다. 홍 장군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기 위해 공군이 운영하는 전투기종이 모두 투입됐다. 홍 장군의 유해는 군악대 성악병이 ‘올드 랭 사인’을 독창하는 가운데 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특별수송기에서 내려졌다. ‘올드 랭 사인’은 스코틀랜드 민요로, 독립운동가들이 애국가 가사를 붙여 ‘국가’처럼 불렀던 노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서울공항에서 장군의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장군의 귀환’이라는 표어로 온라인 추모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2021년 8월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 외벽에 ‘봉오동 전투' 홍범도 장군 추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며칠 뒤 8월18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안장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송영길(더불어민주당), 이준석(국민의힘) 등 당시 여야 대표와 국방부 장관,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홍범도함장 등이 참석했다. 육해공군으로 이뤄진 국군 의장대 6명이 유해를 하관했고, 국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라고 쓰여진 빨간 천이 덮인 관을 향해 경례했다.
 
2021년 8월18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 관 위에 덮힌 천에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라고 적혀있다. ‘KTV 국민방송’ 유튜브 갈무리
 
1868년 평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홍 장군은 국운이 기울어가던 1895년 강원도 회양에서 봉기해 일본군을 사살하며 항일운동을 시작했다. 1907년 포수들을 모아 의병부대를 결성했고 1910년 8월 경술국치로 국권을 빼앗긴 뒤에는 간도와 연해주로 활동무대를 옮겼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까지 올라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며 일본군을 토벌했다. 홍 장군은 3·1 만세운동 이듬해인 1920년 독립 무장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일컬어지는 봉오동 전투를 이끌어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린다. 하지만 1937년 소련 스탈린 정권의 정책 탓에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강제 이주당했고, 이후 움막집에서 살며 고려극장 경비 생활로 생계를 이을 만큼 힘든 말년을 보내다가 75살로 숨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8월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하관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 위에 허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항일무장투쟁의 공적과 건국의 공로를 인정받아 홍 장군은 1962년 박정희 정권의 추서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이후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한편, 국방부는 27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홍 장군 흉상이 “공산주의 국가인 북의 침략에 대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 양성기관이란 육사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의 철거·이전 검토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사는 가능하면 (교내 기념물을) 육군 창설 혹은 육사 창설, 군과 관련된 인물들을 하는 게 좋겠다는 방향"이라면서 "이분들 중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도 있다"며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삼았다.

또한 이 장관은 공산주의 활동 전력이 없는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육사에 독립운동보다 창군 이후 군사적 분야에 대해서만 하는 게 좋겠다는 개념 설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군사관학교도 25일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육사 교내에는 학교의 정체성과 설립 취지를 구현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념물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5년 전엔 "대한제국군대→의병→독립군→광복군, 국군의 뿌리 돼"

 
 
  지난 2017년 12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공식 간행물로는 처음으로 독립군과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해 국군의 정통성을 되살린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그동안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규정하고 기념해 온 국방부와 육사의 기존 행보와 상반된다.

지난 2017년 12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공식 간행물로는 처음으로 독립군과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해 국군의 정통성을 되살린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대한제국군의 정통성은 의병, 독립군, 광복군을 거쳐 대한민국 국군에까지 이어졌다. 대한제국군의 해산 이후 근 40년에 걸쳐 해산 군인이 참여한 의병과 독립군 및 광복군의 국권회복을 위한 자주독립정신이 줄기차게 계승됐다"며 국군의 뿌리를 대한제국군과 의병으로부터 찾고 있다.

또한 "국군의 정신과 정통성을 의병과 독립군을 잇는 광복군에 둔 것과 마찬가지로, 군사교육의 정통성 역시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와 이를 이어받은 신흥무관학교와 사관연성소 등 독립군 무관학교,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무관학교를 거쳐 육군사관학교로 이어진다는 군사교육체계의 역사적 법통을 계승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라며 육군사관학교의 뿌리에 대해서도 대한제국의 육군무관학교와 신흥무관학교가 그 연원임을 밝혔다.

2019년 2월 국방부가 발간한 홍보 책자 <대한민국 국군>에서도 국방부는 국군의 뿌리를 의병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해당 책자의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라는 제목의 장에서 "강제로 해산된 대한제국 군대가 의병으로, 일제강점기 독립군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으로 발전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됐다"며 군사편찬연구소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독립영웅 5인 흉상 제작 5년 만에... 결국 철거되나
 
  2018년 6월 8일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윤경로 상임대표가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연병장에서 열린 신흥무관학교 10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육군사관학교 역시 독립군과 광복군으로부터 육사의 뿌리를 찾았다.

지난 2017년 12월 육사는 '독립군·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김완태 중장은 "현재 우리 군은 일제강점기에 독립군과 광복군이 수행했던 독립전쟁을 자랑스러운 국군의 역사와 연계 및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호국간성의 정예장교 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육군사관학교는 이번 특별 학술대회를 통해 독립군과 광복군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시 박일송 육사 군사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의 효시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육사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 등 무관학교들에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같은 제목의 논문에서도 "신흥무관학교를 비롯한 이들 무관학교들은 독립전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적 정통성의 연원"이라고 규정했다.

2018년 3월에는 현재 논란이 된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제작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최초로 신흥무관학교 설립 기념식이 최초로 육군사관학교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당시 육군사관학교 생도 1100여 명은 육사 화랑연병장에 집합해 분열의식을 거행했다.

이렇듯 국방부와 육사는 국군과 육사의 뿌리를 의병과 독립군에서 찾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전통도 우리 육군사관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얘기한 이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2월 27일 육군사관학교 75기 졸업 및 임관식에 보낸 친서에서 "육군사관학교의 역사적 뿌리도 100여년 전 '신흥무관학교'에 이른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앞장서온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는 심지어 역사 문제에 있어서도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는 26일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난 극복의 전체 역사에서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들만이 사관생도들이 매일 학습하는 건물의 중앙현관 앞에 설치돼 있어 위치의 적절성, 역사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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