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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역사를 잊은 육군사관학교에 미래는 없다”

by 무궁화9719 2023. 8. 30.

홍범도 흉상 철거, 육군총장이 직접 관여…이례적 행보 촉각(종합)

작년 11월 박정환 총장 주관 학교발전 현장토의에서 과제로 선정
신원식 의원이 국감서 문제제기한 뒤 육군 수뇌부가 직접 지휘한 셈
육군 "직할부대에 대한 지휘활동 차원…외부개입 의혹은 사실무근"
육사의 당초 입장은 교내 재배치…교내 이전이었다면 파장 적었을 것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위의 흉상 철거‧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등의 이전은 지난해 11월 박정환 총장 주관으로 열린 현장토의에서 학교 발전을 위한 4개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신원식 의원이 홍범도 흉상 배치를 강하게 비판한지 약 한 달 뒤였다. 군 내부에선 육사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참모총장이 학교발전 현장토의를 직접 주관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되긴 했지만 참모총장이 빠르게 반응하며 진두지휘한 것은 그만큼 사안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육군은 "육군 직할부대(육사)에 대한 지휘활동으로 '학교발전 방안'과 관련해 생도 교과과정 개정 등 전반적인 내용이 보고됐고, 흉상을 포함한 학교 내 다수 기념물 혼재에 따른 재배치의 필요성에 대해 육사에서 보고했으며, 참모총장은 이에 공감하고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면서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부임한 권영호 육사 교장은 최근 야당 의원들에게 "작년에 와보니까 벌써 11월에 독립군, 광복군(흉상)에 대한 이전 계획이 확정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홍범도 장군 등의 흉상을 학교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은 검토되지 않았다. 상징성이 큰 충무관 앞에서 위치를 옮겨 교내에 재배치하려 했을 뿐이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연합뉴스

그러나 올해 1월 기념물 재배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된 이후 육사 측 입장과 무관하게 교외 이전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TF의 이름처럼 처음에는 '재배치'가 목적이었지만 점차 '방출'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만약 이들 흉상이 교내 이전‧재배치 수준에 그쳤다면 파장은 지금보다 덜 했을 것이다.
 
육사가 나중에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홍범도 흉상 등을 없애는 대신 백선엽, 맥아더 흉상을 세우는 방안도 육사 내에선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홍범도 흉상 이전에는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짙어진다.
 
육군은 이에 대해 "'흉상 외부 이전 결정'은 육사 자체 결정에 따른 것으로 외부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육사는 그에 앞서 '종합발전계획'(중기발전연구서)의 일환으로 흉상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달랐다. 육사는 정보공개 청구 결과 "종합발전계획상 흉상 이전과 관련된 내용은 없음"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육사의 흉상 이전이 자체 계획보다는 외부 압력에 의해 결정됐을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계획'에는 없던 흉상 문제가 갑자기 돌출했기 때문이다. 

해방 뒤 10년 육군총장 모두 친일…‘육사 뿌리’가 광복군 거부

등록 2023-09-04 15:26수정 2023-09-05 09:23

홍범도 흉상 논란에서 뜯어보는 육사의 정체성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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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육군사관학교(육사)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육사 정체성을 고려해 학교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육사의 정체성’은 뭘까.

육사 총동창회는 지난달 29일 낸 입장문에서 “육사는 6‧25전쟁, 각종 대침투작전 등에서 1475명의 선배가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다 전사한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조국수호 반공전사’ 양성이 육사의 본질적 기능이자 정체성”(육사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란 주장이다.
 
육사 누리집은 1946년 5월1일 국방경비대사관학교 개교를 육사 개교라고 설명한다. 국방경비대는 해방 후 미 군정이 만든 군사조직이다. 이 학교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1800명의 사관후보생을 배출했는데, 상당수가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었다.
 
육사는 1951년 10월, 미 육사인 웨스트포인트를 본뜬 4년제로 다시 개교했다. 이전에는 45일~6개월 단기 교육 과정이었다. 미 육군 제8군 사령관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이 4년제 육사 재개교 때 큰 도움을 줘서 ‘육사의 아버지’로 불린다.지난 2011년 1월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육사에서 기념행사를 하려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육사는 “신흥무관학교가 최초의 독립군 양성소란 점은 인정하지만 육군사관학교 창설에 대한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며 “기념행사를 육사에서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2011년 1월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육사 내 기념행사 개최를 협조 요청하자 육사가 거절한 공문.
 
왜 육사는 해방 이전 독립군, 광복군의 역사를 외면하는 것일까.
 
역사를 1945년 해방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국립서울현충원 묘비에 ‘군의 아버지’로 적힌 이응준, 백선엽 등 한국군 원로들의 친일 행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역대 육군참모총장을 보면, 1대(1948년12월15일~1949년5월8일) 육군참모총장 이응준부터 10대(1957년5월18일~1959년2월22일) 육군참모총장 백선엽까지는 10명 모두가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일본군이나 만주군 장교 출신이다.
 
11대(1959년8월7일~1960년5월22일) 송요찬부터 21대(1975년3월1일~1979년1월31일) 이세호까지도 일본군 장교나 부사관, 간부후보생 출신이다. 1948년부터 1979년까지 30년이 넘도록 역대 21명의 육군참모총장이 모두 일본군 혹은 만주군 출신이었다.
 
국군과 육사의 모태가 미 군정이 만든 국방경비대란 주장에 대해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헌법 전문에 따라 정체성을 독립군, 광복군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결과물이 2018년 육사 안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이다. 흉상들은 국군과 육사의 뿌리가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 아닌 독립군, 광복군, 신흥무관학교라는 상징이다.
 
육사의 홍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은 국군과 독립군, 광복군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자르려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전쟁이다. 이미 추앙해온 ‘육사의 아버지’(밴 플리트)와 ‘군의 아버지’(이응준)가 있으므로 ‘소련 공산당원 홍범도’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육사의 정체성이 ‘반공 전사 육성’이란 일부 주장과 달리 육사 누리집은 교육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국가 방위에 헌신할 수 있는 육군의 정예장교 육성.”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육사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었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

[이게 이슈] 육군본부 정훈감 지낸 표명렬 예비역 준장 인터뷰

23.08.30 18:04최종 업데이트 23.08.30 18:04

김동규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육사)가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항일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낸 표명렬 예비역 육군 준장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치우는 건 육사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었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1938년생인 표명렬 예비역 장군은 육사 18기(1958년)로 중위 복무 중이던 1965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표 장군은 '공보정훈' 관련 보직을 연이어 맡으며 육군의 '정신 무장'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왔다.


표 장군은 정훈감 재직 시 독립군과 광복군 인사들을 육사로 초청해 생도들의 사열을 받게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예편한 후에는 우리 군을 인권 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것을 주장하며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 활동했다. 이라크 파병이 추진될 당시 이에 반대하며 대한민국재향군인회를 나와 평화재향군인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독립군과 광복군 출신 인사들을 대한민국 '육사'로 초청했던 예비역 장군은 이번 홍범도 흉상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30일 오후 표명렬 장군을 인터뷰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일생 동안 대한민국 군대 개혁에 관심을 두고 살아온 표명렬입니다. 저는 지난 1965년 당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위관 장교였습니다. 이때 미군과 합동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어, 지금껏 정훈 관련 고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제가 본 미군은 인간의 존엄성이 없는 우리 군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병들을 진급 목적의 노예로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문화를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이나 역사에 대해 그 어떤 개념도 갖지 않고 무기만 가진 군대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훈병과에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 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내셨습니다.
"정훈감은 우리 군의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정신전력'을 관리, 유지하는 보직입니다. 우리 군에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한 물리적인 군사력이 있잖아요? 이것의 배경이 되는 게 정신전력입니다. 우리의 의식을 어떻게 견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육본 정훈감 재직 시절 국군의 정신, 정통성, 이념, 철학 등 장교들이 가져야 하는 품성을 관리,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우리 군의 정통성은 항일무장투쟁 정신에 있습니다. 그것은 전체주의 왕조로 돌아가기 위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조국 독립을 위한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육사는 조국이라는 단어, 민족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무 고민 없는, 정신문화 없는 곳이 되어 버린 것 같아 걱정됩니다.

사관학교는 생도들이 국군의 사상, 철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육사에 들어가서 어떻게 출세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신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제가 했던 정훈의 일이었습니다."

"독립군, 광복군이 대한민국 국군의 진정한 뿌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육군사관학교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 정훈감 재직 시절 독립군, 광복군 인사들을 육사로 초청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누가 뭐라 해도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향한 최초의 정부, 임시정부의 역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임시정부에는 정부를 지키는 군대도 있었습니다. 이분들을 비롯한 독립군, 광복군 선배님들은 대한민국 국군의 진정한 뿌리입니다.

육사에서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하라'는 교육을 받고 장교가 되었음에도 가슴 속에 정의가 없는 이들을 봤습니다. 그래서 정훈감으로 일하며 이런 것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에 붙어서 출세의 길을 걷는 이들 말고, 정권에 아부하는 이들 말고, 진짜 군인다운 군인이 나올 수 있는 군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독립군, 광복군 선배님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서울 청량리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우리 국군의 정통성이 독립군, 광복군에 있음에도 그렇게 활동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박희도 대장에게 제안해 이분들을 육군본부 광장에 모셨습니다. 독립군, 광복군 선배님들을 모시고 군악대 퍼레이드를 하는데 다들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한독립에 대한 연극도 만들어 보여드렸습니다. 그분들께 여러분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치우는 건 육사의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었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육사의 전통은 정치적 중립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선조들이 어떻게 싸워왔나요? 그 구체적 상징이 바로 독립군, 광복군입니다.

그 시절 독립군으로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이 바로 지금 육사가 치우려고 하는 장군들입니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생각해 보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전력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독립운동하려면 사회주의자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목적은 대한독립이었습니다. 이런 걸 문제 삼으려 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전력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범도 장군은 우리 국군의 자랑스러운 선배님입니다. 이분의 흉상을 이전하겠다는 건 국군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겁니다. 저는 지금 홍범도 장군이 대한민국 국군으로부터 결코 받아선 안 될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분을 이렇게 취급하는 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현재 시골에 내려와서 나무 키우며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접하고 너무 화가 나서 이야기합니다. 우리 군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왜 버리려 합니까. 이런 분들을 전체주의 북한만 기리도록 하겠다는 겁니까? 그리고 그 자리에 친일 전력이 확실한 백선엽 장군을 넣겠다고 하는데, 역사에는 팩트란 게 있습니다.

역사는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것입니다. 친일 전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영웅으로 만들려는 군 수뇌부가 있는 한 우리 군의 정신은 지금처럼 썩은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제가 모신 독립군, 광복군 선배님들이 흘렸던 눈물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반드시 정의의 길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 특별 수송기에 모셔지는 홍범도 장군 유해 2021년 8월 15일.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 대통령 특사단' 황기철 단장(국가보훈처장) 및 특사단이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공항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인수받아 특별 수송기로 모신 뒤 인사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제공 관련사진보기
 
국방부를 비롯한 윤석열정부가 독립운동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고 훈장과 잠수함(홍범도함) 명칭 재검토를 시사한 가운데, 해군참모총장과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황기철 전 처장은 "어처구니 없다"라고 말했다.

창원진해 출신인 황기철 전 처장은 30일 MBC경남 라디오(좋은 아침)에 출연해 "안보나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왜 별안간 이념 논쟁으로 국민들을 몰아가는지 모르겠다"라며 "짜증스럽고 정말 피곤하다"라고 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 황 전 처장은 "홍범도 장군이 일본군에 갔나, 김일성정권 밑에 부역했느냐"라며 "대부분은 항일독립투쟁에 바쳤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승리를 거두었다"라고 했다.

이어 "소련공산당에 가입을 하기는 했지만, 그 당시는 (소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일본군과 싸우기 위한 것이지, 지금 같이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하면 안된다). 해방 전과 후가 다르지 않느냐"라며 "어처구니 없다. 당시 소련도 미국 영국 중국과 동맹해 일본과 싸웠다. 왜 이런 문제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카자흐스탄에 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왔던 황기철 전 처장은 "2년 전 8월 15일 장군님을 카자흐스탄에서 모셔왔다. 가슴이 뭉클하고, 이제야 모셔서 죄송했다"라며 "항공기가 우리나라 영공에 들어섰을 때 그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전투기가 엄호비행을 해주었고, 그때 많은 국민들이 추모에 동참을 해주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라이고 주권국가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정희정권 때 건국훈장 대통령장, 문재인정부 때 대한민국장을 홍범도 장군한테 추서했다. 최근 훈장 재검토 주장과 관련해, 황 전 처장은 "따지기는 무엇을 따진다는 것이냐. 지금이나 당시나 다 관계 부처에서 검토를 해서 훈장을 주었다"라며 "오히려 더 높은 등급을 주어야 할 정도다. 항일독립운동영웅을 높이지는 못할망정 흠집을 내느냐"라고 했다.

그는 "박정희정부 때 건국훈장 대통령장, 문재인정부 때 대한민국장을 주었다. 다 내용이 다르다. 박정희정부 때는 만주에서 독립군을 지휘한 공로로, 문재인정부 때는 일제 치하에서 민족통합과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우호증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해서 최고등급을 주었다"라며 "재검토는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황 전 처장은 "(국방부의) 엄연한 월권이다. 함명 소관은 해군참모총장 권한이다. 그냥 함명이 정해지는 게 아니고 내부 검토와 선정 절차를 거쳐서 한다"라며 "하등에 바꿀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후진국에서 권력자가 바뀌면 이름도 갖다 붙이고 한다. 선진국이나 우리 해군은 창설 이래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라며 "승조원들이 그 배의 이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부분 잠수함은 항일독립영웅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 정신을 장병들이 이어받는 것이다. 우리 군대는 광복군으로부터 이어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황기철 전 처장은 "국방부와 정부가 독립영웅을 폄훼하고 역사 지우기를 하는 것 아는가 싶어 안타깝다. 국민들도 실망한다. 다른 나라는 영웅이 없어서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드는데, 자랑스러운 독립영웅에 이념적인 색깔론을 씌워 갈라치기 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정말 반역사적, 반국가적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그는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 하는데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하는지, 당장 멈추고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라며 "권력 가진 사람이 역사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존경 받고 대한민국 미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잊은 육군사관학교에 미래는 없다”

등록 2023-08-29 15:27수정 2023-08-30 02:42

독립운동가 후손·시민들 육사 앞 회견
“경술국치 준하는 모욕…홍범도 흉상 철거 중단하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부와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1868~1943) 흉상을 철거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독립운동 단체들이 “경술국치에 준하는 모욕적인 일”이라며 철거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25개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 등으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2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 철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국방부는 민족공동체의 역사를 부정하고 군 고유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국민과 한 약속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국가와 민족과 역사에 대한 반역행위를 자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제에 나라를 뺏긴 경술국치일이기도 한 이날 기자회견엔 폭우에도 의열단 김한 선생의 후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 1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민성진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채수창 무후광복군기념사업회 회장, 최성주 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흉상 철거가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8년 홍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제막식은 군부독재와 광주 5·18민주항쟁과 관련한 부정적이며 잘못된 역사와 결별하고,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한다는 군 본래 정신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남북 분단을 악용해서 이념 갈등을 조장하려는 얄팍한 술수로 독립항쟁 선열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들은 이번 국방부의 결정이 광복절 기념사 등에서 독립항쟁을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행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78주년 광복절 기념사 등에서 정부는 독립항쟁, 민주화 투쟁, 남북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헌신을 부정하고 심지어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하고 비난했다”며 “국방부의 헌법 정신과 이념을 파괴하는 몰지각한 행위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무책임한 언행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의원은 “역사학계에서 검증이 끝난 독립운동가를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어 왜곡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매카시즘적 작태를 반드시 물리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기자회견엔 철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가한 시민들도 있었다. 향우회를 통해 기자회견 소식을 접하고 참가하게 됐다는 주부 차아무개(62)씨는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할 육사에서 흉상이 철거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민생은 나날이 어려워지는데, 왜 이런 소모적인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맨날 남 탓만 하고 국민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강신범 교육연수생

역사학계 "홍범도 흉상 철거는 '역사 부정'…계획 철회해야"

송고시간2023-09-13 16:07

김예나 기자기자 페이지

51개 단체, 공동 성명 발표…"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홍범도 흉상 철거 반대 성명서 발표하는 역사단체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3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홍범도 흉상 철거 반대 역사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23.9.13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역사 관련 단체와 학회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의 외부 이전 결정에 반발하며 관련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회 등 51개 단체는 13일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및 이전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에서 홍범도가 이끈 부대는 3·1운동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부대였으며 독립 전쟁의 주역"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을 둘러싼 비판과 관련, "소련공산당에 입당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다"고 반박했다.

 

홍범도 흉상 철거 반대 성명서 발표하는 역사단체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3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홍범도 흉상 철거 반대 역사단체 공동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023.9.13 ondol@yna.co.k

역사학계는 흉상 철거 및 이전 문제가 불거진 데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일련의 '역사 부정'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 깊이 우려한다"며 "육사 교내 홍범도 흉상 철거(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이승만 중심의 건국사만을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강조하고 그와 결이 다른 독립운동사를 배제하려 한다"며 "더 이상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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