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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1면 톱 장식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by 무궁화9719 2024. 10. 13.

"천천히, 걸어가 보려고 한다"…기업들도 응원했던 '30년 차 소설가' 한강

입력 2024.10.11 11:00 수정 2024.10.11 15:24

삼성호암상·포니정 혁신상 수상
교보생명 대산문학재단과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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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오른쪽 두 번째)이 올해 5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암재단 제공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삼십 년이 된 해입니다. 삼십 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로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소설가 한강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10일 아시아 여성·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3)은 올해 기업들이 문화 예술인에게 주는 각종 예술상도 휩쓸어 관심을 모았다.

 

한강은 올해 5월 호암재단으로부터 '2024 삼성호암상'을 받았다. 삼성호암상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유지에 따라 국내외 학술·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 복지 증진에 업적을 이룬 인사를 기리기 위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0년 만든 상이다. 호암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이 주어진다.

 

호암재단은 한강이 한국 문학의 위상을 알린 점을 높이 샀다. 재단은 한강에 대해 "'채식주의자' 등 여러 작품에서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슬픔,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을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독특한 작법으로 처리하며 미적 승화의 수준까지 이끌어낸 이 시대 최고의 한국 소설가"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호암상 시상식에서 30년 차 소설가로서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놨다. "글을 쓰는 사람의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로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갑니다." 실제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이후 최대한 바깥 걸음을 자제하며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여성, 소수자 등 비주류 인물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뤘던 한강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도 남겼다. "혼자서 걸어가는 그 과정이 쓸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주는 실이니까요. 아무리 내면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 그, 그녀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포니정 혁신상도 수상…교보생명과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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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 기자

 

포니정재단도 9월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해 17일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 포니정 혁신상은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 정'에서 이름을 따 2006년 제정된 상이다. 혁신적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킨 개인 또는 단체를 뽑아 상과 상금 2억 원을 수여하고 있다.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은 수상자 선정 당시 "한강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주제 의식과 감정에 울림을 선사하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 모두를 사로잡아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교보생명과도 인연이 깊다.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가 한국문학번역원과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영국 문학 시장에 출판됐기 때문이다. 대산문화재단은 1992년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뜻에 따라 설립된 문학 지원 재단이다. 채식주의자는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해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테리언'(The Vegetari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후 세계인에게 주목받았고 2016년 맨부커상을 받는 계기가 됐다.

 

한강이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풀어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2022년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당시 대산문학상 수상자 간담회에서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쓴 소설"이라며 "작별하지 않은 마음, 작별할 수 없는 마음, 작별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마음에 대해서 더 많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1면 톱 장식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땐 ‘편향성’ 이유로 블랙리스트 오르기도”
매일경제, 한강 인터뷰 “고단한 날에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져”

  • 입력   2024.10.11 07:36
  • 수정   2024.10.11 07:41
▲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 ⓒ연합뉴스
 

11일자 주요 일간지 1면 톱기사는 모두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식이다. 그가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지 8년 만이고, 한국인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쓴 작가로 소개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가리킨 것이다. 이러한 작품이 박근혜 정부 당시 ‘사상 편향성’을 이유로 세종도서 선정·보급 심사에서 배제됐고 한강 작가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 11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스웨덴 한림원 “삶의 연약한 면을 강력하고 명료한 문체로”

 

조선일보 1·3면 기사를 보면 이날 안데르스 올손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장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비중있게 소개했다. ‘소년이 온다’에 대해 “역사 속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 증인 문학(witness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접근해 간다”며 “한강의 스타일은 간결하지만 우리의 기대에서는 벗어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자신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도록 한다. 묻히지 못하는 신원미상의 시체를 보는 것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모티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선 “주목할 만한 최근작”이라며 “1940년대 한국 제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그림자를 들추는 소설”이라고 했다. 

 

외신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 수식을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발표전까지만 해도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의 대가인 여성 작가 찬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수상의 영광은 예상을 뒤엎고 한강에게 돌아갔다”며 “‘채식주의자’(2007)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명성을 알린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아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ABC방송은 “한강의 수상은 최근 몇 년간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서바이벌 드라마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강은 그동안 여러 소설, 에세이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왔다”며 “취약한 존재,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 뚜렷하게 느껴지는 공감은 한강의 은유가 가득한 산문을 통해 강화된다”고 했다. 

 

▲ 매일경제 1면 한강 인터뷰 기사
 

매경 한강 인터뷰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

 

매일경제는 프랑스 메디치상, 에밀 기메 문학상, 한국의 포니정혁신상 등을 연이어 수상한 한강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지난 9월말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매경은 1면 톱기사 <심장 속, 불꽃이 타는 곳 그게 내 소설이다>, 3면 <창밖은 고요합니다 고단한 날에도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에서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한강 작가는 매경 인터뷰에서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다. 문학이라는 것이 원래 연결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정말 깊은 진실을 보여주기 쉽지가 않다. 표면 아래에서 우리를 흔드는 중요한 감정들, 깊은 의문들, 감각들을 문학이 아루면 그걸 읽는 사람들은 문득 자신 안에 있던 그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또 “저에게 소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어떤 것”이라며 “이야기가 이어진다기보다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어느 시기에든 골몰하는 질문이 있고, 그 질문을 진척시켜보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게 된다”고 했다. 

 

▲ 11일자 매일경제 3면 한강 인터뷰 기사
 

‘본인 소설에서 자꾸 돌아보게 되는, 애착이 가는 인물’에 대해 한 작가는 “언제나 가장 최근에 썼던 소설에 마음이 머무르기에 ‘작별하지 않는다’의 세 주인공에게 지금은 마음이 간다. 정심과 인선과 경하에게. 특히 정심은 소설을 쓰는 동안 아침에 눈뜰 때마다 생각했던 사람이라서 아직도 마음이 간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기고 <상실의 고통 앞에 인간을 묻다…변방인 한국어 문학, 세계 중심으로 진입>을 실었다. 이 평론가는 “한국어 문학을 세계문학의 보편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는 유능한 번역자의 출현은 이번 수상에 크게 기여한 부분이겠지만 그런 번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을 한국문학이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아시아 여성은 지역적으로, 젠더적으로 이중으로 주변화돼 있어서 세계문학에서 아직 평가받지 못했던 인간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문학평론가인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의 평가를 기사에 담았다. 우 교수는 “과거 역사를 소재로 한 한국 문학은 고통스러웠던 상처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했다면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되 그 속에서 개인이란 얼마나 부서지고 상처받기 쉬운 작은 존재인가에 렌즈를 갖다 대다보니 독자들의 공감 폭이 넓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 교수는 “황석영 등 작가들을 통해 한국에 6·25전쟁, 남북 분단, 군부의 민주화운동 탄압 등 역사적 상처가 있다는 것은 외국 독자들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한강은 21세기의 젊은 독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시적인 문체와 감각적인 솜씨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면에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기고를 실었다. 장 대표는 “한강의 주요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활력과 위엄을 잃어가는 2010년 이후에 주로 쓰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며 “작가는 자기 주변의 이야기에 대한 세밀화적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와 사회의 고통에 참여하고, 그 고통의 치유에 이바지하는 언어를 발명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했다. 

 

문화계 탄압 ‘블랙리스트’ 올랐던 한강

 

경향신문은 <박근혜 정부 땐 ‘편향성’ 이유로 블랙리스트 오르기도>란 기사에서 과거 한강 작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건을 전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한강 작가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는데 당시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주도로 작성됐다. 해당 기사를 보면 한 작가는 당시 한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 11일자 경향신문 기사
 

한겨레는 사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문학의 경이로운 쾌거>에서 “한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가 펼쳐놓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미려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부 문화계 탄압의 상징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져 여야 가릴 것 없이 박수치며 기뻐했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한강 작가는 2016년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되었던 작가로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 온갖 지원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되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화는 함부로 행정과 정치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지역언론 ‘한강, 광주 출신’ 강조

 

광주 지역신문에서는 한강 작가가 광주 출신이라는 점과 그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란 점을 부각했다. 광주일보는 1면 톱기사 <광주 출신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지난 2016년 맨부커상 수상 당시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작가가 “폭력과 인간 존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한 대목을 전했다.

 

한 작가는 광주일보와 과거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에 대해 “제가 작품을 썼다기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와 80년 광주를 체험했던 시민들이 작품을 썼다고 본다”며 “글을 쓰는 동안 저의 삶을 온전히 그분들게 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했다.  

한강 노벨상 수상에 하나 된 정치권… 국감 여야 공방마저도 멈춰섰다

입력 2024.10.10 22:03 수정 2024.10.10 22:38

윤 대통령 "위대한 업적, 국가적 경사"
한동훈 "이런 날이", 이재명 "기쁨 전율"
문체위 국감장에선 여야 함께 박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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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국내 최초 수상 쾌거에 정치권은 축하로 하나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이자 국가적 경사"라며 한강 작가를 향해 축하 인사를 전했고, 여야 정당 대표들도 한마음으로 감격을 표했다. 여야 간 날선 공방이 오가던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일순간 환호와 박수소리가 터져나오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윤 대통령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에 방문 중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문학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런 날도 오는 군요"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강 작가님을 오래 전 오디오북의 진행자로서 처음 접했다"며 "조용하면서도 꾹꾹 눌러 말하는 목소리가 참 좋아서 아직도 가끔 듣는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기쁨의 전율이 온 몸을 감싸는 소식"이라며 "한국 문학의 쾌거, 굴곡진 현대사를 문학으로 치유한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전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오늘은 우리 문학사에 깊숙이 각인될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국감장에서도 여야가 공방을 멈춘 채 한마음으로 축하를 표했다. 이날 늦은 저녁까지 진행되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문체위 소속 모든 의원들이 다같이 박수를 치며 "와아"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직전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들은 서로를 향해 얼굴을 붉히며 날선 질의를 쏟아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저희들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여야 문체위원님들과 함께 더 정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번역 없이 노벨문학상 수상작 읽다니 감격”…박수와 찬사 보낸 시민들

김주연2024. 10. 10. 23:11
 
소설가 한강
 
작가 한강(53)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시민들은 한국인 최초의 수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나이, 성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박수와 찬사를 보내며 수상을 함께 기뻐했다.
 
이현운(33)씨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이어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준 일이자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사실 언어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우리나라 사람이 받는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 놀랍다”고 말했다. 김명진(36)씨는 “한국 작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기쁜 소식이 잘 없는 요즘인데 간만에 희망도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라고 했다. 유헌수(71)씨도 “케이팝, 영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졌는데, 이번 일이야말로 큰 경사”라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의 팬들은 마치 제 일처럼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했다. 한강의 책을 대부분 다 읽었다는 조희숙(57)씨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뤄내지 못한 문학적인 성과가 이번에는 이뤄진 것 같은 기분”이라며 “이제는 경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우리가 성장했구나 느낀다”고 말했다. 김연후(31)씨도 “우리나라 문학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단한 일이라 독자이자 팬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했다.
 
특히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자란 이들의 경이로움과 기쁨은 더 컸다. 중학교 국어 교사인 임슬기(33)씨는 “2차 임용 고시 면접을 준비할 때 한강 작가의 ‘흰’을 닳도록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다”며 “국문학도였던 나에게 한강 작가의 작품은 20대의 전부였다. 내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처럼 기쁘다”고 전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김건희(29)씨도 “4년간의 대학 생활을 지탱해 준 자양분이자 버팀목이었던 작가가 이런 큰 상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국문학도, 예비 문학인, 문학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한강의 수상은 꿈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소연(22)씨는 “처음 접한 한강 작가의 소설이 ‘채식주의자’인데,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적이 있다”며 “24년만의 노벨상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과학이 아닌 한국어로 쓴 글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는 게 더 놀랍다. 앞으로 더 큰 목표를 갖고 공부하려고 한다”고 했다. 문화기획자인 김맑음(40)씨는 “이제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번역 없이 원문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읽지 못했던 한강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서 읽을 예정”이라고 했다.
 
김주연·김우진·송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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