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한강, 스웨덴 국왕에 노벨문학상 메달·증서 받아
스웨덴 국왕도 경의 표했다, 검은드레스 입고 시상식 선 한강
이지영2024. 12. 11. 05:16

" “친애하는(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
10일(현지시간) 오후 4시 50분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엘렌 맛손에게 호명된 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강은 1500여명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이 받은 메달은 앞면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얼굴이, 뒷면에는 한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메달은 상자에 담긴 채 전달됐다.
문학상 수상자의 증서는 다른 수상자들의 것과 달리 양피지로 제작돼 특별함을 더한다.
올해 문학상 증서에는 ‘스웨덴 한림원’(SVENSKA AKADEMIEN)과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 아래 한강의 영문 이름이 특별한 서체의 금색으로 새겨졌다. 지난해 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증서와 같은 양식으로 삽화는 담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수상자 상금은 1100만 크로나(14억3000여만원)다.

한강은 이날 시상식의 유일한 여성 수상자로, 그가 입을 의상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노벨상 시상식에서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하며 전통의상도 허용된다.
한강은 검은색 드레스에 검은색 파우치를 들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평소 꾸밈없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온 그는 앞서 기자회견, 강연 등 ‘노벨 주간’ 모든 행사에서도 정갈한 검은색 옷을 입었다.
드레스 코드가 정해져 있듯이 시상식은 한껏 격식을 갖춰 성대하게 치러졌다. 단순한 시상의 의미를 넘어 문화행사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한편의 클래식 공연처럼 꾸며졌다.
한강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입장할 때는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시상 사이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날 연주는 요한네스 구스타브손이 지휘하는 스톡홀름 왕립 필하모닉 관현악단이 맡았으며, 스웨덴의 소프라노 잉엘라 브림베리가 노래했다.
시상식 초반부 노벨 재단 아스트리드 비딩 이사장의 연설이 끝나자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Dich, teure halle)가 울려 퍼졌다.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2막에서 여주인공 엘리자베트가 연인 탄호이저의 귀환에 들떠 부르는 노래다.
한강이 메달을 받은 직후에는 영국의 여성 오보에 연주자 겸 작곡가 루스 깁스(1921∼1999)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Ambarvalia)가 연주됐다.
모든 순서는 수상자들을 축하하고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상자들이 입장할 때는 국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단 한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메달·증서 받을 때는 '활짝' [노벨상 현장]
김일창 기자2024. 12. 11. 06:01
작가 한강, 한국인 최초·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블루 카펫' 우뚝
검은색 원피스 입고 손가방 들어…콘서트홀 주변 삼엄한 경비 속 교민 응원
검은색 원피스 입고 손가방 들어…콘서트홀 주변 삼엄한 경비 속 교민 응원

(스톡홀름=뉴스1) 김일창 기자 = 절제된 자세의 작가 한강(54)이었다.
한 작가는 10일 오후 4시(현지시각, 한국시각 10일 자정)부터 약 1시간 10분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에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수상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왕실의 입장으로 시작한 시상식은 곧바로 수상자들의 입장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먼저 자리에 앉아있던 구스타프 국왕 등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수상자들이 입장할 때 기립 박수로 맞이했다. 수상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경의 표현이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이어 8번째로 입장한 한 작가는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작은 손가방을 들었다.
빨간 의자에 앉은 한 작가는 시상식 내내 의자에서 허리를 떼고 두 손을 다리 위에 가지런히 놓은 모습이었다. 무대 뒤 2층에 자리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꼿꼿한 자세를 시상식 내내 유지했다.
시상 연설을 한 엘렌 맛손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소설가)이 "국왕 전하로부터 상을 받아주기를 바란다"는 말에 한 작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한가운데로 나와 구스타프 국왕 앞에 섰다.

이어 구스타프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diploma)를 건네받았다. 건네받는 순간 메달을 담고 있던 뚜껑이 갑자기 닫히면서 한 작가가 잠깐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활짝 웃으며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 작가는 국왕과 한림원 회원들, 객석을 향해 차례로 인사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한 작가는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증서와 메달을 다리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노벨경제학상 시상을 끝으로 시상식은 마무리됐다. 시상식이 끝나자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을 필두로 분과별 위원회 위원들이 차례로 수상자들과 악수했다.
이어 수상자 지인들이 무대로 올라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겼다. 한 작가도 지인들과 포옹하거나 사진을 같이 찍으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시상식은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콘서트홀 앞 광장과 주변 차도는 경찰이 통제했으며, 초청자들은 두 번의 보안 검사를 거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콘서트홀 밖에서는 스웨덴 한인회 소속 한인들과 한 작가의 부모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온 군민 등 100여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한 작가의 수상을 축하했다.

ickim@news1.kr
스톡홀름 메운 한강의 흔적…‘작별하지 않는다’ 한 구절이 울려퍼졌다

마가 쪼그려 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3부 불꽃)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얼굴이 겨울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외벽을 장식하던 8일(현지시각), 노르스트룀 강변을 따라 그의 소설 속 한 구절이 한국말로 울려퍼졌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수상자들의 글을 낭독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서 한강 작가 책의 낭독자로 참여한 교민 신미성(45)씨가 직접 고른 구절이었다. 제주 4·3을 다룬 이 책에 대해 신씨는 “어머니 정심이 겪은 고통을 딸과 함께 마주하며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 지극한 사랑이 감동이었다”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노벨 주간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에선 올해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더불어 그라치아 델레다(이탈리아·1926년 수상), 올가 토카르추크(폴란드·2018년), 아니 에르노(프랑스·2022년)의 책이 낭독 도서로 선정됐다. 문학의 밤 행사는 특별히 여성 수상자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이들의 모국어와 스웨덴어로 책 일부를 들려준다. 이날 한강 작가의 책을 스웨덴어로 낭독한 흑인 여성 배우 안나 시세는 “(한강 작가의) 책은 개인의 트라우마를 다루는데, 이는 흑인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트라우마 또한 연상되도록 한다”며 “‘작별하지 않는다’ 속 정심과 그녀의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딸 인선의 사랑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여성은 노벨상 수상에 있어서도 소수자다.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모두 976명의 개인과 28개 단체가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이 가운데 여성 수상자 수는 65명에 불과하다. 문학상 또한 수상자 121명 중 여성은 18명에 머무르고, 한강 작가는 아시아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1993년 토니 모리슨이 백인이 아닌 여성으로선 최초로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노벨 위원회는 여성 수상자들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스톡홀름 시청 맞으면 부두에 설치된 ‘돔 아데톤’(De Aderton)’엔 노벨문학상 여성 수상자 18명의 얼굴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새겨졌다. 이들의 얼굴 아래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21명의 이름이 쓰였는데, 여성은 빨간색으로 표시해 두드러진 대비를 보이도록 했다. 돔 아데톤은 여성 수상자 18명과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 18명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갖는다. 돔 아데톤 설치와 문학의 밤 행사를 총괄한 건축가 엘리스 세르빈(29)은 “(돔 아데톤은) 오직 여성을 위한 공간으로, 여성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써 성별 불균형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들의 초상화를 그려 빛이 반사될 때 신성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돔 아데톤의 맞은편에 위치한 시청사엔 9분 분량의 영상 ‘리딩 라이트(Leading Lights·선구자들)’가 스톡홀름의 밤을 밝힌다. 리딩 라이트는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를 시작으로 65명 여성 노벨상 수상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의미에서 제작됐다. 레이저로 빛을 쏜 동영상은 높이 106m 규모의 시청사 탑과 벽면 전체를 한번에 덮어 장관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한강 작가의 얼굴과 함께 ‘하얀 것은 본래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소설 ‘흰’의 구절이 한글과 영어로 교차된다. 높은 위도 탓에 오후 3시면 어둑해지는 스톡홀름에서 한강 작가와 그의 글은 긴 밤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한강, 노벨상 시상식 섰다…“글 속의 인물들 결코 잊힐 수 없어”
노벨재단 “역사적 트라우마 속 인간의 나약함 탐구한 작품”

작가 한강을 비롯한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이날 현지 기준 오후 4시(한국 시간 10일 자정)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은 노벨재단 이사회의 아스트리드 쇠데르베리 비딩 의장의 축하 연설로 시작됐다. 노벨상 수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아시아에서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한강은 이날 처음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카펫을 밟고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비딩 의장은 연설에서 “올해의 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깊이 탐구한 작품에 수여됐다”며 “(한강의 작품은) 변화를 향한 열망만큼이나 나락은 늘 가까이에 있음을 보여주고, 인간 존재의 비극적 조건을 조명한다”며 수상의 의의를 설명했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중 한 명으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엘렌 맛손은 한강을 위한 시상 연설에서 그의 작품이 갖는 힘은 무엇인지 말했다. 맛손은 “한강의 글에선 흰색과 빨간색이 공존한다”며 “흰색은 (책의) 화자와 세계를 보호하는 커튼을 드리우는 동시에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빨강은 생명을 상징하지만 고통과 피, 칼에 베인 상처 또한 상징한다”고 했다.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인 부드러움을 가졌지만, 이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것이다.

맛손은 특히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와 2014년작 ‘소년이 온다’의 일부를 언급하며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어느 쪽에 속하는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한강의 글에서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이며, 계속해서 움직인다. 잊는 것은 결코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잔혹한 학살의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을 강조한다. 맛손은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한 걸음 내딛거나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힘도 갖고 있다. 빛이 사라져도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 위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아무것도 그대로 지나가거나, 끝나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노벨재단은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사회 제도와 국가 성장의 관계를 규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제임스 로빈슨미 시카고대)에 대해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독재화가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수상 의미가)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12·3 내란 사태를 두고 “역사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훼손한 경우는 아주 많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노벨재단은 핵 위협이 커지는 세계에 대한 목소리도 냈다. 특히 약 80년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쳐 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를 소개하며 비딩 의장은 “오늘날 핵무기 보유국들이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면서 핵무기의 위협이 다시금 대두되는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은 실존적 차원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했다. 또 올해 노벨물리학과 화학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도록 보장해 인류를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2024년 마이나우 선언에 서명한 소식도 전했다.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위협, 민주주의의 위기가 목격되는 세계를 향해 비딩 의장은 “과학과 문학, 평화는 오늘날의 위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우리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맹목적인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우리 손에 달렸다”고 했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한강의 글은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
스톡홀름/황지윤 기자2024. 12. 11. 00:56
노벨상 시상식 스웨덴서 열려
한림원 위원이 직접 한강 소개
“하양은 죽음과 슬픔의 상징
빨강은 삶이자 깊게 베인 상처”

소설가 한강(54)이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이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다.
10일 오후 4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명소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파란 카펫이 깔린 무대에 반원 모양으로 의자 95개가 놓였다. 객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맨 앞에 스웨덴 왕족이 앉았다. 왼쪽 앞줄 빨간 의자에는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일렬로 앉았다. 이 빨간 의자는 평소 스웨덴 왕족들이 콘서트홀을 찾으면 사용하는 ‘왕족용 발코니석 의자’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스웨덴 왕가의 특별 대우다. 한강은 왼쪽에서부터 여덟째 자리에 앉았다. 왼쪽부터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경제학상 수상자 순으로 앉았다. 뒤로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카롤린스카 연구소·스웨덴 한림원 등 노벨상 수여 기관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총 1560명이 참석했다.
무대 한가운데는 알프레드 노벨의 동상이 자리했다. 노벨상은 스웨덴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노벨은 유언에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 순서로 수상 분야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상도 ‘노벨 순서’를 따르는 게 관례다. 노벨의 유언에 없었던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뒤늦게 제정돼 맨 마지막 순서로 시상한다.

스웨덴 국왕이 한강에게 ‘노벨 메달’과 증서(diploma)를 수여하기에 앞서,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이스웨덴어로한강을 소개했다. 6~7분가량 이어진 이 소개 연설에서 맛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흰색과 빨강, 두 색(色)에 비유했다.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난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이 10일 오후 4시 40분쯤(현지 시각)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을 소개했다. 시상식에서는 각 분야 노벨상 수여 기관 관계자가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을 한다. 시상식 이후 스톡홀름 시청사(Stadhus)로 옮겨가 연회를 하면서 각 분야 수상자의 ‘특별 감사 연설’이 이어진다. 약 1300명이 자리한 가운데 네 시간 동안 만찬과 함께 이어지는 연회에서 중간중간 오늘의 주인공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한림원 위원 엘렌 맛손의 한강 소개 전문
한강의 글에서는 하양과 빨강, 두 색이 만납니다.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내리는 눈이자, 서술자와 세계를 구분 짓는 방어막 같은 커튼입니다. 동시에 슬픔, 그리고 죽음입니다. 빨강은 삶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고통, 피, 칼로 깊게 베인 상처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살이 끝나고 켜켜이 쌓인 시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짙어지며, 호소하고, 질문합니다. 글이 답을 하지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을요. ‘우리는 죽은 자, 강탈된 자, 사라진 자들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는가?’ 흰과 빨강은 한강이 그녀의 소설을 통해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합니다.
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雪]은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그 사이 아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떠다니는 것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듭니다. 소설은 눈보라 속에서 전개되며, 기억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서술적 자아는 시간의 층을 미끄러지듯이 지나갑니다. 죽은 자들의 그림자와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지식을 배우면서요. 왜냐하면 기억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지라도, 결국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강렬한 기억에서, 한 친구는 물리적인 몸이 머나먼 곳의 병실에 묶여 있음에도, 서가에서 자료 담긴 상자를 꺼내 한 문서를 찾아내고, 역사의 모자이크에 조각을 더합니다. 꿈은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가 됩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러한 전환은 한강의 소설에서 반복됩니다. 인물들은 방해받지 않고 돌아다니고, 그들의 더듬이는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기 위해 양방향을 향합니다. 그들이 목격하는 것으로 인해 무너지더라도요. 마음의 평화를 대가로 치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필요한 힘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망각은 절대 목표일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살해당한 남자아이의 영혼이 묻습니다. 그를 삶에 묶어두었던 얼굴의 특징들이 흐려지고 사라질 때예요. 생존자의 질문은 다릅니다. ‘나를 고통으로만 이끄는 이 몸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문으로 인해 단지 피 흘리는 물건이 돼버린 이 몸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몸이 포기한다 할지라도, 영혼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영혼이 지칠 때, 몸은 계속해서 걷습니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완고한 저항이 자리하고, 말보다 강한 고집이, 기억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망각은 목표가 아니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한강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상처 입고, 부서질 듯하고, 어떤 면에서는 연약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발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또 다른 기록을 요구하거나, 혹은 또 다른 생존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올바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빛이 희미해지고, 죽은 자의 그림자가 벽에 계속 어른거립니다. 아무것도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냥 끝나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한강에게,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앞으로 나오셔서 국왕에게 상을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 기자들과의 회견도 예정
10일 시상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한강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6일 세계 각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 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8일 노벨 콘서트 등 노벨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만으로도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 8일에는 스웨덴은 물론 노르웨이,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온 편집자 10여 명과 점심 자리를 가졌다.

같은 날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이 생전에 살았던 아파트를 찾았다. 한강은 가이드를 받아 아파트를 둘러봤고, 린드그렌의 증손자인 요한 팔름베리를 만났다. 스톡홀름에 있는 린드그렌의 아파트는 그가 1941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하며 ‘삐삐’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대표작을 썼던 곳이다. 2015년부터 관람객들에게 공개됐으며, 린드그렌이 살았을 때 모습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한강은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1973)을 무척 좋아했다.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상식 이후 11일에는 한강의 작품을 출판한 스웨덴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 건물에서 한국 기자단과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12일에는 왕립 극장에서 진행하는 대담 및 낭독 행사에도 참석한다.
[사진]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자들 '비핵평화' 염원
일본 피단협 함께 한국인 정원술-이태재 회장 참석 ... 기념사진 찍어 보내와
24.12.10 19:21l최종 업데이트 24.12.10 21:10l

▲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자들의 기념사진. ⓒ 이태재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 피단협) 대표단이 10일 시상식에 앞서 노르웨이 오슬로 그랜드호텔에 모여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시상식에는 피단협 소속 일본인 28명, 한국에서 초청받은 정원술(81)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원폭피해 2세 이태재(65)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장이 참석했다. 정원술 회장과 이태재 회장은 한복을 입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의 히로시마도, 더 이상의 나가사키도 없기를. 니혼 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2024 노벨평화상"이라고 적은 펼침막을 들어 보였다. 이들은 '평화'와 '비핵'을 염원한 것이다.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피단협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원폭피해 2세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장. ⓒ 이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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