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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이스라엘, 하루 250명 살해…21세기 유혈 분쟁 중 '최악'

by 무궁화9719 2024. 1. 16.

이스라엘, 하루 250명 살해…21세기 유혈 분쟁 중 '최악'

 
  • 국제
  • 입력 2024.01.13 14:45
  • 수정 2024.01.13 14:50

가장 잔혹 시리아 내전 2.6배, 우크라전 5.7배
가자 파괴, 알레포나 마리우폴보다 훨씬 극심
HRW, 가자 참극 원인 '이스라엘 면죄부'지목
안보리, 휴전엔 이견…강제 이주 일제히 반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본격 심리를 하루 앞둔 10일 점령지 서안의 라말라에서 주민들이 넬슨 만델라 동상 주변에서 팔레스타인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1. 10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하루 250명 살해…21세기 '최악'

 

"이스라엘군은 하루 평균 250명의 비율로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있다. 이 수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어떤 다른 주요 분쟁의 하루 사망자 수보다 엄청나게 더 많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Oxfam)은 11일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은 최근 역사에서 그 규모 면에서는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를 봉쇄한 채 13일 현재까지 100일 가까이 폭격을 퍼붓고 있다.

 

옥스팜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발생한 주요 분쟁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보면 △ 시리아 96.5명 △ 수단 51.6명 △ 이라크 50.8명 △ 우크라이나 43.9명 △ 아프가니스탄 23.8명 △ 예멘 15.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알자자리가 보도했다. 금세기 들어 가장 잔혹했다는 시리아 내전보다 2.6배, 그리고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쟁보다는 무려 5.7배가 더 많다. 이와 함께 가자 상황을 모니터해온 옥스팜은 가자에 대한 구호품 반입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한으로 위기는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일주일 필수 식량의 단 10%만 반입되고 있어 폭격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극심한 굶주림과 질병, 추위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공습 직후 가자 항구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3. 10. 12 [EPA=연합뉴스]
 

가자 파괴, 알레포나 마리우폴보다 훨씬 극심

 

옥스팜의 주장은 위성 사진 판독 결과로도 입증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전시(戰時) 매핑 전문가들은 가자 전쟁이 최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죽고 가장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시립대 대학원센터와 오리건 주립대 전문가들이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 위성의 사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자 전쟁은 미국 주도 동맹군의 3년에 걸친 ISIL(이슬람국가)에 대한 군사작전보다 더 많은 민간인을 죽였다. 또한 시리아의 알레포(2012~2016)나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 또는 비례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대한 연합군의 폭격보다 더 많은 파괴를 초래했다고 한다.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북부 가자의 모든 구조물의 3분의 2 이상, 칸 유니스 남부 지역 건물 중 4분의 1이 파괴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는 학교와 병원, 모스크(회교사원)와 상점은 물론 수만 채의 주택이 포함돼 있다.

 

11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가자 공격으로 최소 2만3469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5만9천604명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약 7000명이 파괴된 건물더미에 깔려 실종됐지만 거의 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칸 유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진행된 이후 파괴된 현장에 몰려 들고 있다. 2024. 01. 12 [AP=연합뉴스]
 

HRW, 가자 참극 원인 '이스라엘 면죄부'지목

 

또한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최근 공개한 '세계보고서 2024년’을 통해 가자의 민간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최근 역사로 볼 때 지난해에 그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표적이 되고 공격받고 학대받으며, 살해됐다"고 명시했다. HRW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 오마르 샤키르 국장은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들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불법 공격과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억압에 면죄부를 준 지난 수십 년이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샤키르 국장은 "나라들이 무기 공급을 중단하거나 이런 잔혹 행위를 종식하려는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얼마나 더 많은 민간인이 전쟁범죄의 결과로 고통을 겪거나 죽임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연례 보고서에서 HRW는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전쟁은 "전쟁범죄에 해당하고 굶주림을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집단적 처벌 행위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물과 전기등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차단하고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적 구호품 반입을 봉쇄해왔다. 요르단강 서안의 경우 HRW는 2023년 첫 8개월간 팔레스타인인과 그들의 재산에 대한 정착민의 하루 평균 폭력 사건 비율은 2006년 유엔이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이스라엘 교정국 통계에 따르면, 최소 329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혐의도 없이 또는 재판도 받지 않은 채 행정 당국에 구금돼 있다. HRW는 "유대 이스라엘인들의 지배를 유지하는 정책의 일환인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탄압은 인류에 대항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박해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팔레스타인과 중동 문제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2024 01. 12 [유엔 안보리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유엔 차장 "팔 주민 대규모 강제 이주 우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구호 담당 사무차장으로부터 가자 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리피스 차장에 따르면, 10·7 사태 이후 가자에서 2만3000명 이상이 살해되고 5만8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190만 명의 민간인이 강제적으로 내쫓겼다. 난민 숙소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식량과 물은 고갈됐으며 기아의 위험은 날로 커지고 보건 시스템은 붕괴돼 겨울을 맞아 더욱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피스는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충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러로 저리로 도망 다니고 있다"고 가자의 참혹한 광경을 전했다. 또한 유엔과 비정부기구의 요원 148명이 숨졌고 인도주의 구호 지역들도 공격받았다.

 

특히 그리피스 차장은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유대 극우 각료들이 '자발적 재배치’라면서 가자 주민을 제3국으로 대량 강제 이주시키려는 계획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피스는 "이런 발언들은 국제법상 엄격히 금지된 어떤 것,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강제 이주 가능성 또는 추방에 관한 큰 우려를 제기한다"며 "가자의 인구구성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하게 반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내각의 극우 각료들. 왼쪽부터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 이스라엘 카츠 외무부 장관. [월드파이낸셜리뷰 홈페이지 갈무리]. 시민언론 민들레 
 

안보리, 휴전엔 이견…강제 이주 일제히 반대

 

그리피스 차장의 보고를 받은 뒤 안보리 이사국들은 가자 주민의 제3국 강제 이주 주장에 일제히 반대했다.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는 "가자지구 바깥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재정착시킬 것을 촉구하는 일부 이스라엘 장관과 의원들의 발언을 우리는 명백히 거부한다"며 "이런 발언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학대나 가자 파괴를 요구하는 이스라엘 관리들의 발언과 함께 무책임하고 선동적이며 지속적인 평화 확립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장쥔 대사는 발언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어떤 강제 이주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 절대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즉각적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대사도 일부 극우 이스라엘 각료의 '강제 이주'주장에 대해 "추가적인 긴장을 유발할 뿐"이라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상진 주유엔 차석대사는 "팔레스타인인이 자신들의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 바깥으로 소위 '자발적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오늘 ‘집단학살’ 이스라엘 재판 돌입

 
  • 국제
  • 입력 2024.01.11 06:30
  • 수정 2024.01.11 19:53

이스라엘, 남아공 제소로 최초로 국제 법정에
"국제 공론의 법정, 이미 이스라엘 유죄 선고"
이스라엘‧미국 반발…"집단학살은 하마스가"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ICJ 재판 일제히 환영
몇 주 안에 전쟁 행위 중단 명령 가능성 있어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1일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에 대한 재판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을 ICJ에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단의 모습. 2024. 01. 11 [AP=연합뉴스]
 

미국을 뒷배로 두고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이스라엘이 사상 최초로 국제 법정에 출두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1일 이틀간 일정으로 네덜란드 헤이그 본부에서 이 사건에 관한 첫 심리에 돌입했다.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CPPCG)'을 채택한 이래 이스라엘이 이 협약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정에 서는 건 처음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종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로 저지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의 사례로는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이다. 유엔은 1948년 2차 세계대전에서 발생한 집단학살 형식의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노사이드 협약을 채택했다.

 

가자 남부의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검 곁에서 여인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 01. 10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법재판소, 남아공 제소에 오늘 재판 개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란 흑역사를 겪었던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29일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제소했다. 84쪽 분량의 소장에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제노사이드에 관여했으며 지금도 관여하는 중이고 앞으로 더 관여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종족과 인종을 상당 부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행위를 했다"며 "이는 제노사이드 범죄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소장에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극우 각료들을 비롯한 이스라엘 지도부가이 쏟아낸 비인간적 발언을 8쪽에 걸쳐 소개했다.  일례로 여기에는 제노사이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완전 봉쇄" "인간 짐승과 싸운다" "상응한 행동" 등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발언도 포함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소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에 대한 재판에 돌입하기에 앞서 조안 도너휴 재판장(가운데)과 판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24 01. 11 [AFP=연합뉴스]
 

특히 남아공은 "팔레스타인인의 권리가 더 심각하게 훼손돼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제노사이드 협약에 따라 임시 조치를 해야 한다"며 휴전 명령을 내릴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는 게 남아공의 설명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10‧7 만행에 대한 보복으로 무자비한 폭격과 지상 작전으로 94일째인 8일 현재 가자 전체 인구 220만 명의 1%가 넘는 최소 2만2835명(가자 보건부 집계)의 사망자를 낳고, 70% 넘는 강제 난민이 발생시키는 제노사이드와 종족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 숨진 이들 대다수는 미성년자와 여성, 노인을 비롯한 민간인이다.

 

일각에선 국제사법재판소가 몇 주 내에 전쟁 행위 중단을 명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서의 인종청소 행위와 관련해 ICJ 재판에 참여했던 미국 인권 변호사 프랜시스 보일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남아공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모든 집단학살 행위를 멈추라는 명령을 받아낼 것으로 믿는다"며 보일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첫 공판 이후 몇 주 안에 임시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ICJ 명령에는 강제성이 없어 이스라엘이 이를 따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CJ의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CJ의 모든 판결은 최종적이며 항소는 없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남부 주요 도시에서도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12.18.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미국 거센 반발…"하마스가 집단학살"

 

AFP, AP,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남아공의 제소에 격하게 반발하면서도 재판정에서 결백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집단학살을 저지른 건 하마스라고 반박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 민간인의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에일론 레비는 남아공이 "우리 국민에 대한 하마스의 집단학살 작전에 범죄적으로 공모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삭 헤르초크 이스라엘 대통령은 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나미국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남아공의 ICJ보다 "더 극악무도하고 터무니없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해 블링컨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평화 노력을 방해한다"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ICJ의 재판이 진행되면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 만행에 대한 국제 비판 여론이 더욱 환기되면서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며 사실상 학살 만행을 방관해온 일부 서방국도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국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랍-이슬람 합동 특별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모두 5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2023 11. 11 [아랍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아랍‧이슬람권 국가들 ICJ 재판 일제히 환영

 

반면, 남아공의 제소를 반기는 나라들도 상당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모로코 등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는 12월 30일 지지를 표명했고, 말레이시아는 3일, 튀르키예‧요르단은 4일, 볼리비아는 7일, 몰디브‧나미비아‧파키스탄은 9일에 각각 각각 환영 성명을 냈다. 앞서 볼리비아는 남아공, 방글라데시, 코모로, 지부티와 함께 팔레스타인 상황을 조사해 줄 것을 카림 칸 ICJ 검사에게 요청했고, 칸 검사는 11월 30일 접수 사실을 공개했다.

 

현재 ICJ 재판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슬로바키아, 모로코, 레바논, 인도, 프랑스, 소말리아, 자메이카, 일본, 독일, 호주, 우간다, 브라질 등 15개국 출신 판사로 구성돼 있다. 다음 달에 임기 만료로 4명이 교체되고 이 가운데 이 중 한 명은 남아공 출신이다. 여기에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남아공 출신의 임시 판사가 각각 한 명씩 추가돼 전체 17명이 재판을 진행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그룹과 운동가들이 조직한 "팔레스타인을 위해 모든 덴마크인은 거리로 - 당장 휴전" 집회에 시민들이 참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1. 07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공론의 법정, 이미 이스라엘 유죄 선고"

 

요르단 암만에서 활동하는 중진 언론인인 오사마 알-샤리프는 '가자 전쟁에 관한 ICJ 판결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제목의 9일 자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가자에서 수행하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적인 전쟁은 유죄다. 그것이 전 세계 시민 수백만 명의 판단이다"라며 "이스라엘의 유죄는 이미 국제 공론의 법정에서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샤리프는 "이스라엘은 ICJ가 이스라엘의 가자 군사작전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시간을 끌겠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국제법 준수를 증명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이고 ICJ의 판결은 스스로의 신뢰도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아공 의회는 작년 11월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을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하고, 휴전 때까지 남아공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하고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대 천년왕국' 꿈꾼 정착촌 아이들이 인류에 던진 화두

 
  • 국제
  • 입력 2024.01.06 11:55
  • 수정 2024.01.08 10:14

[가자전쟁 ⓷] 이스라엘 테러리즘 역사와 카하네
유대 극단주의 각료들 "KKK보다 훨씬 더 악질"
"테러의 목적은 점령지에서 팔 주민들 쫓아내기"
네타냐후 정권 내 극단주의자들, 대부분 정착민
유대 법에 따른 신권 체재 '유대 왕국' 주장도
갈란트 '전후 가자 구상'은 팔 국가·주권 부정

이스라엘 육군의 험비와 군용차량이 남부 이스라엘 접경 인근의 가자 지구를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2024. 01. 04 [AFP=연합뉴스}
 

"누군가가 KKK들을 정부에 참여시켰다. 그런데 그들은 KKK보다도 훨씬 더 악질이다." 2011년부터 5년간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 국장을 지낸 타마르 파르도가 작년 7월 27일 칸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년 12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을 구성하면서 이타마르 벤-그비르(47)와 베잘렐 스모트리히(43)를 각각 국가안보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을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KKK(쿠클럭스클랜)은 흑인 테러도 서슴지 않는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단체다.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히는 각각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의 힘)와 '종교적 시오니즘당'의 리더로서 극우 유대 광신자다. 이들 정당에 대해 파르도 전 국장은 "끔찍한 인종주의 정당들"이라며 "(네타냐후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골을 향해 질주하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가 이들 극우 유대교 광신자 세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해 네타냐후를 일종의 '볼모'로 잡은 형국이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31일 텔아비브 키르야 군기지에서 진행된 주례 각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 12. 31 [로이터=연합뉴스]
 

모사드 전 국장 "KKK보다도 훨씬 더 악질"

벤-그비르·스모트리히 '가자 주민 이주해야"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히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부정하고 가자와 서안 지구에서 불법적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고 요르단강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더 위대한 유대 국가' 건설 구상의 광신적 옹호자다. 이 목표를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새해 벽두부터 전후의 가자에 대한 점령과 통치라는 '흑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스라엘 언론들에 따르면, 스모트리히는 1일 '종교적 시오니즘당 모임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올바른 해법은 가자지구 주민을 난민으로 받아주는 나라로 이주하도록 장려하고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 등을 통해 가자지구를 영구적으로 통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을 맞춘 듯 벤-그비르도 '오츠마 예후디트' 모임에서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은 지금 제2의 독립 전쟁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75만 명을 내쫓은 '나크바'(대재앙)를 지금 가자에서 재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셈이다. 벤-그비르는 "그렇게 하면 가자지구 인근 공동체 주민들이 돌아올 수 있고 '구시 카티프'(2005년 이전 가자에 있던 유대인 정착촌)가 재건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두번째)이 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튀르키예는 가자 전쟁 문제 해결을 위한 이번 중동 순방의 첫 방문지다. 2024. 01. 05 [로이터=연합뉴스]
 

아랍 반발, 미국·유럽도 "가자는 팔레스타인 땅"

갈란트 '전후 가자 구상'은 팔 국가·주권 부정

 

이들의 도발적 발언은 즉각 아랍권 국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4일 "두 장관의 발언들을 강력히 규탄하고 거부한다"면서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 정부의 "지속적인 국제법 위반 행위"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타르도 "가장 강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면서 "가자 주민들에 대한 점령 당국의 집단적 처벌과 강제 이주 정책은 가자는 팔레스타인 땅이고 팔레스타인인이 그곳에 남을 것이란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쿠웨이트는 "특히 가자 주민들, 전반적으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이주 정책"에 반대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그 지역에서 추가적 긴장과 불안정을 위협하는 그런 공격적 발언과 모든 조치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후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점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그런 발언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가자가 팔레스타인 땅이며,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의 땅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지구의 미래를 통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테러 집단도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없음을 분명하고,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협의를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현지에 파견했다. 프랑스와 유럽연합(EU)도 그들의 발언을 비판했고,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도 4일 'X'를 통해 "국제법은 점령 지역 내에서 보호받는 사람들을 강제 이송하거나 추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전후 가자 구상'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갈란트의 구상은 4가지 기둥으로 돼 있다. 그것은 △ 이스라엘이 가자의 민간 행정 감독을 조율하고 기획하며 반입 물품 검사를 책임진다 △ 유럽과 온건 아랍국과 함께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가자의 민간 행정 운영과 경제 재건을 책임진다 △ 이 계획의 주요 행위자로서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조율하에 민간인의 가자 국경 통과를 책임진다 △ 하마스와 연계돼 있지 않다는 조건하에 현 팔레스타인 행정기구는 유지된다 등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 구상도 근본적으로 국제 사회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두 국가 해법'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국가의 존재와 팔레스타인인의 주권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가자 남부의 데이르 알 발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여성. 개전이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최소 2만2300명이다. 2024. 01. 05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테러리즘의 이념적 지도자 랍비 카하네

"테러의 목적은 점령지에서 팔 주민들 쫓아내기"

 

이스라엘에서 극우 정치와 폭력적이고 광신적인 유대 정착민들, 그리고 국수주의자 등 극단주의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념적 지도자가 랍비인 메이르 카하네(1932~1990)라고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단 슈타인보크 설립자는 '무엇이 가자-이스라엘 재앙을 초래했나'란 월드파이낸셜리뷰 기고문(2023년 12월 19일 자)에서 지목했다. 극렬한 반공주의자로 1950년대 매카시 시대에 미국 연방수사국(FBI) 정보원 노릇도 했고 1990년 맨해튼에서 피살된 카하네는 극우 유사 파시스트 조직인 '카흐'(Kach)를 만들었다. 미 국무부는 1994년 카흐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카하네는 "이스라엘에서 아랍인이 다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가적 자살을 해서는 안 된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를 장려했다. 슈타인보크는 카하네와 만났던 일을 회상하며 "나는 여태껏 그렇게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며 "카하네는 '아랍'이란 단어를 쓸 때는 꼭 역겹다는 티를 냈다. 나는 그가 폭력 속에서 죽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한편,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맺은 오슬로협약의 주역이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1995년 카하니즘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이갈 아미르의 손에 암살됐다. 1980년대에는 서안 정착 운동을 최초로 주장했던 국수주의적 종교단체였던 '구시 에무님'이 이집트-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정을 낳은 1979년의 캠프데이비드 협약 체결을 계기로 더욱 과격해지면서 '유대 지하'란 급진 테러 조직으로 진화했다. '유대 지하'는 팔레스타인 시장들의 차량 폭파와, 이슬람교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 의 중심에 있는 '바위 위에 돔' 폭파 시도를 포함해 여러 잔인한 테러 공격들을 시도했다. 슈타인보크는 "테러의 목적은 점령지들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협박하고 공갈해서 쫓아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새해 첫날인 1일 미국 뉴욕의 JFK 공항에서 차량 행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차량 보닛에는 "유일한 해결책은 혁명"이라고 씌어 있다. 2024. 01. 01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정권 내 극단주의자들, 대부분 정착민

유대 법에 따른 신권 체재 '유대 왕국' 주장도

 

바로 카하네가 조직한 카흐의 이념적 계승자가 오츠마 예후디트이고 그 지도자가 지금의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다. 서안 정착촌 출신인 그는 반팔레스타인과 테러리즘 지지로 형사 기소되어 있고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 혐의를 받고 있다. 스모트리히도 이력이 만만치 않다. 점령지 골란고원 태생으로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베이트 엘에서 자랐다. 스모트리히는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극렬한 반대자이고, 스스로 파시스트이고 인종주의자이며, 동성애 혐오자라고 공언할 정도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의 기사(2023년 10월 3일자)에 따르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이던 2017년 그는 '이스라엘의 단호한 구상'이란 장문의 기고를 통해 신속한 정착 확대와 팔레스타인 영토 합병을 통한 서안지구 전체에 대한 장악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글에서 그는 "강에서 바다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유대 국가 건설이란 우리 민족의 야망이 기정사실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아랍 국가는 절대 이 땅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아랍인과 전 세계인의 의식에 각인시키려는 게 목적"이라고 썼다. 슈타인보크는 이런 스모트리히를 입각시킨 것에 대해 "여우에게 닭장을 맡긴 것이다. 그것은 팔레스타인 아랍인에게 '떠나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네타냐후 내각의 극우 각료들. 왼쪽부터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 이스라엘 카츠 외무부 장관. [월드파이낸셜리뷰 홈페이지 갈무리]. 시민언론 민들레 
 

슈타인보크는 "그들과 그들의 패거리는 팔레스타인인의 주권과 인권을 인정하는 정책을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즈비 수코트도 요주의 인물이다. 카하네의 영향을 받은 정착인 출신의 수코트는 현재 이스라엘 의회의 유대·사마리아(서안) 소위 위원장이며 유대 테러 조직인 '반란 수코트'의 멤버로 이스라엘 국가를 해체하고 유대 법에 따른 신권 정치 체재인 '유대 왕국' 건설을 옹호하고 있다. 수코트는 모스크 방화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 팔레스타인 주택 철거 등에 개입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슈타인보크는 하마스의 '10·7 테러'와 관련해 "가장 근본적 원인은 극단주의적 정착민 테러, 실종된 평화의 기회들, 오래 지속된 종족 청소, 그리고 거대한 연안 석유·가스 매장지를 통제하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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