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가 모든 걸 망치고 있다. 그를 해고하라!”
<이코노미스트> 중동전쟁 확산 우려 경고 메시지
“미국 서방과 아랍국들 지원 막는 네타냐후 떠나야”
중동 재편 속 “네타냐후 자해행위 대실책” 위기의식

뉴욕 경찰은 8일 오전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터널과 다리 등 4곳의 입구에서 가자지구 전투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던 325명의 시민을 교통 방해죄로 체포했다. 시민들은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군과 무기 등을 공급하며 이를 지원하고 있는 바이든 정권에 항의했다.

뉴욕 시민 연일 이스라엘 가자 공격 항의시위
경찰 출신의 뉴욕 시장 에릭 애덤스는 “항의할 권리는 있지만, 다리와 터널을 막을 권리를 준 건 아니다”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과 긴급사태 대처를 위해 그들을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뉴욕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이런 시위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자유, 자유를!”을 외치며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 행진이 이어졌다.

“네타냐후가 모든 걸 망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선제공격은 군사적 수렁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레바논 국가의 완전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 외교를 통해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란을 억제하고 저지하려면 지역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 그리고 바람직하게는 걸프지역 아랍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네타냐후가 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일 내보낸 기사의 한 구절이다. 그 기사의 제목이 신랄하다. “베냐민 네타냐후가 가자전쟁을 망치고 있다. 그를 해고할 때가 됐다.”(Binyamin Netanyahu is botching the war. Time to sack him) 그리고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부제를 달았다.
전날인 2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공습해 하마스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루리를 비롯한 6명을 살해한 사건에 열받은 나머지 쓴 글로 보인다.
바로 다음날인 3일에는 이란에서 폭탄테러로 1백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나중에 밝혔지만, 이란은 처음에 테러범들을 비난하다가 미국과 이스라엘까지로 비난대상을 확대했다.

“중동 재편 속에 네타냐후가 자해행위 대실책” 위기의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여 명을 살해해 이번 ‘가자 사태’를 촉발한 하마스의 제거를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국제적 비판여론을 무시한 채 가자 주민들을 대량 살상하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요르단강 서안과 헤즈볼라 본거지가 있는 북쪽 레바논까지 전쟁을 확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지도 모르고, 그럴 경우 서방 전체의 이익을 해치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부를 중대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고 보지 않았을까.
기사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중동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거의 막무가내로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극우세력과 그 구심점인 네타냐후를 제거해야 한다.
문제의 그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중동이 아수라장이 됐다. 가자에서 전쟁에 난타당한 2백만 주민들이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 후티 반군은 화물선들을 공격해 세계 무역을 위협하고 있다. 1월 2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하마스 간부 살해 뒤 이스라엘 북부 국경엔 긴장이 높아간다. 하루 뒤 이란에서는 두 번의 폭발로 약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란이 처음엔 테러범들을 비난하다가 미국과 이스라엘까지 비난 대상을 확대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두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썼다. 하나는 10월 7일 하마스 기습공격으로 중동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네타냐후 리더십 아래 이스라엘이 스스로의 안전을 허물어뜨리는 대실책을 범하고 있다는 것.

작동하지 않게 된 반팔레스타인 정책 재고했어야
기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장기간 지속해 온 안보정책을 재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높은 장벽을 둘러치고 기술을 통해 미사일 공격과 침투를 차단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포기하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과격해졌고, 장벽은 10월 7일의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스라엘 방공망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과 예멘 등의 무장세력의 점차 정교해지는 미사일들에 압도당할 수 있다.
보복대상 한정하고 주민을 지원해야 미국 지원 지속
새로운 이스라엘 안보정책은 어떻게 작동돼야 할까. <이코노미스트>는 가자 주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하마스를 몰아내야 한다는 걸 지지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대적하는 대상이 테러리스트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는 (대상을 한정해서) 군사력을 현명하게 행사하면서 (주민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접근을 해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등의 지지를 계속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미국이 이란을 억제하고,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국가들 간의 화해(데탕트)를 지원해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그것이 이스라엘 자신의 안보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주민희생 강요하는 네타냐후 전술
그런데 네타냐후가 가자에서 이런 이치를 외면한 채 주민들 삶을 경시하는 불필요한 전술을 펼치고 있다.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2만 2천 명이 넘는 주민과 전투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은 이들 외에 7천 명이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 깔려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8천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가자의 팔레스타인 쪽 사망자만 이미 4만 명에 육박한다. 가자에 반입되는 음식과 물, 약품은 너무 적어, 그곳에 민간인들을 위한 진짜 안전한 지대는 어디에도 없다.
‘전쟁 이후’ 계획 없이 무정부상태 점령만
게다가 네타냐후는 전쟁 이후(post-war)를 위한 계획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무정부상태와 점령밖에 없다. 그는 가자에 대한 팔레스타인 임시정부(PA)의 통치를 배제했다. 그의 연립정부 내의 극우인사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봉쇄된 가자지구에서 영구 추방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한다.

암울한 이스라엘의 선택
이런 근시안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나? 이스라엘 여론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거의 동정심을 보이지 않고, 가자지구를 없애는 것이 이스라엘의 억지력을 회복하는데 보탬이 된다고 여기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네타냐후의 (정치적) 취약성이다. 총리직 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그는 연정 내의 극우세력과 선거구민에 영합하면서 미국의 인내력과 아랍 국가들의 혐오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가자에서 반발을 부르고 이스라엘이 더 폭넓은 안보외교를 펼치는 걸 방해하고 있다.
북부 국경 쪽을 보면, 헤즈볼라의 침공 또는 미사일 공격 위협은 이스라엘이 (정착민들을 철수시켜) 지금 북부지역을 무인지대로 만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선택은 암울하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선제공격은 군사적 수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레바논의 국가 붕괴와 미국과의 관계 파산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과 아랍국들 지원 막는 네타냐후 떠나야
외교를 통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란을 억제하고 저지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들, 그리고 바람직하게는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의 지원을 받아야 된다. 하지만 “네타냐후가 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국내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그의 말썽많은 사법개혁을 기각했다. “이스라엘을 위해 그는 떠나야 한다.”
10월 7일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의 후임은 안보에 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더 현명한 이스라엘 지도자는 가자에서의 굶주림과 무정부 상태 또는 무제한 점령, 그리고 미국의 지원 약화가 이스라엘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가자 주민들 주검 위에 세울 '더 위대한 유대인 국가'
[가자 전쟁 ②] 네타냐후 극우 정권 '악마의 계획'
'지상의 신' 미국 반대에도 가자 재점령 추진
"2차 팔 주민 내쫓기, 가스·원유 주권 관련일 것"
목표 위해 전쟁·살육도 서슴지 않는 확신범들
"이스라엘, 군국·신자유주의적 유대 전제정치로"
인간 살육 그 자체를 즐기는 '전쟁광'일까?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극우 유대교 광신자 각료들을 두고 드는 궁금증이다. 10‧7 하마스 공격을 당한 후 군사 역량을 총동원해 90일째 가자 지구에 무차별 보복 공격을 퍼부어 약 2만 명을 학살했고, 경건하면서도 즐거워야 할 성탄절도 새해 벽두에도 무자비한 폭격과 지상 작전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 절대다수의 비판도 압박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민간인 여부를 가리기는커녕 민간인이어서 도리어 공격한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들은 '하늘의 신'인 야훼(유대 종족의 신)와 '지상의 신'인 미국이 유대 민족을 '선택'했다면 뭔 짓을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목표 위해 전쟁·살육도 서슴지 않는 확신범들
'지상의 신' 미국 반대에도 가자 재점령 추진
지난 세월의 행적을 보면, 그것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인간 살육도 서슴지 않는 확신범 쪽에 가까운 듯하다. 그럼 이들의 '목표'는 무엇이길래 이런 만행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당장의 목표는 가자 주민 220만 명을 외부로 강제 이주시키고 가자를 재점령하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작년 10월 13일 작성된 이스라엘 정보부의 전시계획서 초안에서 확인됐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개념문서'일 뿐이라고 격하한 이 문건은 "하마스 타도"와 "전투 지역 바깥으로 주민 소개"를 두 축으로 삼고 가자 주민 전체를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로 강제 이주시킬 것을 권고했다. 이집트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보면 그리로 한발씩 더 다가가고 있다. 이른바 제2의 나크바(대재앙)를 저지르겠다는 것이다.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75만 명을 강제로 내쫓은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를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들어 거듭 '전후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점령에 반대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재점령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극우 유대 광신자인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작년 12월 3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나면 유대인 정착민이 가자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다른 국가에 재정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젠 '지상의 신'인 미국의 경고도 무시하고 '하늘의 신'인 야훼의 목소리만 듣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아랍연합군에 승리하면서 요르단강 서안(요르단), 골란고원(시리아)과 함께 가자(이집트)를 점령했으나, 1993년 오슬로협약에 따라 유대인 정착촌들과 가자 대부분을 팔레스타인당국(PA)에 넘기고 2005년까지 정착촌 철수를 마쳤다.

가자 살육·종족 청소 부추기는 '악마의 계획'
'더 위대한 유대 국가' 실현의 핵심은 '가자'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 재점령과 '종족 청소'에 해당하는 주민 강제 추방에 목매는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아니,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실현해야 할 나름 원대한 '악마의 계획'이 있다.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하마스의 제거는 이 계획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작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야훼'의 뜻에 따라 요르단강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더 위대한 유대 국가'(a Greater Jewish State)의 건설이다. 서안지구에 무력을 사용해가면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괴롭혀 쫓아내는 것도 이 구상의 일환이다. '종족 청소'란 개념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92년 공식으로 "한 종족이나 종교 그룹이 폭력적이고 테러를 부추기는 수단을 통해 다른 종족이나 종교 그룹을 지리상 특정한 지역에서 제거하려는 의도적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뭣보다 지금의 이스라엘을 '더 위대한 유대 국가'로 도약시키려면 경제적 번영이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이 유전과 가스전 등 풍족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중동 지역의 국제물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가자의 근해와 서안의 지하에 거대한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지가, 그리고 동지중해의 레반트 분지에도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 매장지가 있다는 점이다. '레반트'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를 뜻하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이 두 지역의 방대한 유전‧가스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관문인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 맞서는 '대안 수로' 계획도 2021년 4월 발표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의 이름을 딴 이른바 '벤구리온 운하' 건설 계획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중해 연안의 가자 지구 내에 '벤구리온 항'을 만들어 '벤구리온 운하'와 이을 계획도 비밀리에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구리온 운하와 항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9월 10일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발표했던 이스라엘을 통과하는 '인도-중동-유럽 회랑 프로젝트'(IMEC)의 핵심 고리로 관측된다. IMEC는 중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까지 해로와 육로로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BRI)에 대항하는 거대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다. 보다시피, 이런 모든 이스라엘 구상의 교집합이 바로 '가자 지구'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 재점령과 통치 의지를 꺾지 않는 데는 '더 위대한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데 꼭 필요한 가자를 아예 먹겠다는 '흑심'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2차 팔 주민 내쫓기, 가스·원유 주권 관련일 것"
이스라엘, 2008년 가자전쟁 때 가스전 확보 실패
이와 관련해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단 슈타인보크 설립자는 '무엇이 가자-이스라엘 재앙을 초래했나'란 월드파이낸셜리뷰 기고문(2023년 12월 19일 자)에서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10월 7일쯤에 네타냐후 정권과 대규모 운하 프로젝트, 풍족한 에너지 매장지를 보유한 '더 위대한 유대 이스라엘'이란 거창한 계획 사이에 남은 유일한 문제는 '가자'였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보크는 "궁극적으로, 수십 년의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에 깊게 뿌리내린 인구구성 재편 문제는 이제 경제적, 에너지 확보 열망과 결합해 있다"고 지적했다. 제1차 나크바를 비롯해 수십 년간은 이스라엘이 유대인이 다수를 점하는 유대 국가를 건설하고자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와 서안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내쫓았다면, 가자에 유전이 발견된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의 가자주민 내쫒기는 그런 목적에 경제적 목적까지 더해졌다는 얘기다.
가자 해저의 천연가스 매장지는 1990년대 말에 확인됐다. 2개 가스정에 1.4조 입방피트의 가스가 묻혀 있고 전체 매장량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당시 팔레스타인당국(PA)은 브리티시가스(BG)와 개발 계약을 맺었다. BG는 개발과 관련 시설 가동에 필요한 재원을 대고 그 대신에 수입의 90%를 받기로 했다. PA는 수입 중 10%에다가 자체 필요를 충당할 정도의 가스를 받기로 했다. 가스 산업을 지닌 이집트는 육상 허브이자 가스 수송지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도 몫을 요구했다. 1999년 가자 연안 수역에 이스라엘 해군을 배치하고 둘 간의 거래를 방해했다. 가스를 시장가격보다 싸게 요구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수입 전체를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2006년 하마스의 가자 선거 승리 이후 당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끼어들었다. 원 계약의 틀은 유지하면서 일부를 바꿨다. 가스를 이집트가 아니라, 이스라엘로 전달하고 대금은 우선 미 뉴욕연방은행에 보낸 뒤 나중에 배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테러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구실로 댔을 것으로 슈타인보크는 봤다. 하마스 정부가 이런 블레어의 제안을 거부하자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가자 봉쇄를 단행했다. 슈타인보크는 "이 두 가지 구실이 오슬로협약과 팔레스타인 예산의 자율성을 죽였고, 미래 전쟁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고 썼다. 2008~09년 팔레스타인인 1400명을 학살해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이스라엘군의 캐스트 리드 작전(일명 가자전쟁)과 관련해 슈타인보크는 "그 작전은 가자를 황폐하게 만들었지만, 가스전을 이스라엘의 통제권에 넣는데 실패했다"고 적었다. 그러던 중 2010년 동지중해 '레반트 분지'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지가 발견되자 이스라엘은 이 곳의 대부분이 자국 영해 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레바논과 시리아, 키프로스, 팔레스타인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010년 미국 지질학 조사에 따르면, 122조 입방피트의 가스와 17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 2023년 달러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5570억 달러와 870억 달러. 총 6440억 달러(약 844조 원) 규모다.

"이스라엘, 군국·신자유주의적 유대 전제정치로"
이런 맥락에서 슈타인보크는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1년도 더 전부터 알고 있었고 10월 7일 직전에도 수많은 동향 보고가 있었지만 이를 의도적이든 아니든 방치한 것도 '가자 점령'이란 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 이스라엘이 '군국주의화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유대 전제정치'를 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슈타인보크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1차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 과정에서 자행된 종족 축출의 결과였지만, 2차 나크바는 국제 사회가 허용할 경우 가스와 원유 주권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 사회가 또다시 이스라엘의 나크바 자행을 허용한다면 "우리 인류는 더는 같은 상태에 있지 못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일이 팔레스타인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3편에 계속)
오늘의 하마스' 키운 장본인은 다름 아닌 네타냐후
[가자 전쟁 ①] 네타냐후-하마스 적대적 공생의 역사
네타냐후 "팔 국가 좌절 원하면 하마스 강화해야"
10·7공격 방치 정황…'이스라엘판 총풍' 의심마저
'두 국가' 오슬로 평화협약 파탄에 하마스 필요
세계는 새해맞이 '불꽃놀이'…가자엔 전투기 '폭격'
가자 전쟁이 시작된 지 2일로 88일째다. 그러나 휴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가자 주민의 처참한 인도주의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하마스 완전 섬멸'을 내걸고 전쟁 강행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이스라엘군은 전 세계가 2024년 새해를 맞으면서 축하 불꽃놀이를 할 때 가자 중부에 전투기를 동원해 폭격했다. 지금까지 가자 주민 사망자는 2만2000명에 육박하고 주민 220만 명 중 70% 이상이 강제 난민이 됐다.

세계는 새해맞이 '불꽃놀이'…가자엔 전투기 '폭격'
가자 사망자 2만 명 육박…주민 70%가 강제 난민
가자 전역을 뒤덮고 요르단강 서안에 이어 인근 중동 지역으로 번지는 '전쟁의 화염'에 첫 불씨를 던진 것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였다. 하마스는 10월 7일 동시다발로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을 가해 민간인 1130명을 살해하고 250명의 인질을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네타냐후 정권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무차별 공습과 지상 작전을 벌여 가자를 거의 초토화시켰다. 민간인 여부나 병원, 학교, 교회, 주택, 모스크(회교사원), 난민촌을 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망자 비율만 따져도 가자 주민 사망자가 이스라엘의 20배 가까이에 이른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살상은 이스라엘 시민과 인질들도 가리지 않았을 정도로 잔혹했다.
10·7 사태를 복기해보면, 네타냐후 정권이 하마스의 공격 준비 사실을 1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10월 7일 직전에도 이스라엘군의 국경 감시 초소들에서 하마스의 공격 훈련 동향과 경고 메시지를 정보 채널을 통해 상부에 수시로 전달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각료들이 이를 '무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은 1년도 더 전에 하마스 공격을 알고 있었다'란 제목의 11월 30일 자 기사에서 하마스의 세부적 공격 시나리오를 담은 암호명 '제리코 장벽'이란 40쪽짜리 문건이 1년도 더 전에 이스라엘 군 내부에서 공유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CNN은 닷새 후인 10월 12일 하마스 전투원들이 시야가 탁 트이고 감시망을 갖춘 철저히 요새화된 이스라엘의 국경에서 1.6㎞도 안 되는 가자 지역에서 치명적인 공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팔 지우기' 위해 10·7 공격 의도적 방치 정황
10ㆍ7공격, 네타냐후 정권에 '불감청 고소원'
네타냐후는 자국민 1130명을 죽이고 250명의 인질을 납치한 '야만적인'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정보를 받고서 '오판'한 걸일까, 아니면 고의로 '방치'한 것일까가 여전히 의문이다. 그 진실은 네타냐후만 알겠지만, 미국과 영국을 뺀 국제사회 절대다수의 설득과 압박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금도 무자비한 공세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가자, 나아가 서안 등 점령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모두 내쫓고, 팔레스타인을 지우려는 '큰 목표'를 갖고서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짙다. 감히 요청하지 못하지만, 바라는 바였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단 슈타인보크 설립자는 '무엇이 가자-이스라엘 재앙을 초래했나'란 제목의 월드파이낸셜리뷰 기고문(12월 19일 자)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구는 10월 7일 실패하지 않았고 정책 입안자들에게 임박한 위협을 경고하는 등 제 일을 했다. 실패한 건 정치 지도부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슈타인보크는 "의도했든 아니든 (네타냐후가) 이를 방치한 것은 가자인들을 내쫓고 서안의 팔레스타인인 축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가자와 팔레스타인 주권을 없애려는 극우 정부의 암묵적인 정치적 목적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와 극우 광신자 동맹이 이런 결과까지 염두에 두고 고의로 '방치'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결과는 그리로 수렴하고 있는 얘기다.
네타냐후의 '오판' 가능성도 있다.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1년도 전에 하마스의 상세한 공격 시나리오를 확보하고, 실제 공격 직전에도 하마스의 공격 훈련 동향과 경고 메시지를 받고도 철저히 '무시'한 데는 완벽하게 요새화된 이스라엘을 상대로 그런 규모의 대담한 공격을 실행할 능력이 하마스에는 없고, '감히 그렇게 하겠느냐'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잘못된 믿음을 강화한 것은 "반세기의 점령이 대중 여론뿐 아니라 (정보) 분석·평가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하마스가 공격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은 "그들"은 "우리"만큼 창의적일 리가 없다는 관념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의 의식 저변에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이 깔려 있었다는 얘기다.

'오늘의 하마스'를 키운 것은 다름 아닌 네타냐후
아라파트 PLO 대항마로 하마스 낙점…'이이제이'
이스라엘 정권, 특히 네타냐후와 하마스 간의 '공생', 나아가 '적대적 공생'의 역사는 반세기를 지날 정도로 깊다. '오늘의 하마스'를 키운 것은 역설적으로 이스라엘이었다. 하마스의 전신인 '알-무자마 알-이슬라미'(이슬람 센터)는 1970년대 팔레스타인 무슬림 형제단의 지원 속에 가자에 설립됐다. 그 지지자 중 하나가 '휠체어를 탄'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이다. 그는 미래에 하마스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군은 서안과 골란고원과 함께 가자를 점령했고 2005년에서야 가자에서 완전히 철군했다. 1970~80년대에 이스라엘은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의 무장 정파 '파타'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했다. 당시 PLO는 여객기를 납치하고 요인을 암살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이 PLO 대항마로 낙점한 게 바로 야신을 비롯한 이들 이슬람주의자였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을 구사한 셈이다. 이들은 점령지역에서 PLO가 극심한 폭압에 시달리고 있을 때 가자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했다. 이 이슬람 조직의 출발은 코란 등 이슬람교 전파와 함께, 병원, 학교 건립 등 자선·사회사업 단체였다. 그러다가 팔레스타인인의 제1차 인티파다(봉기) 와중인 1988년 이스라엘 국가를 부정하고 반유대주의를 내건 하마스로 변신했다. 하마스는 1989년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을 납치·살해했고, 1996년에는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 작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은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다. 슈타인보크는 "네타냐후에게 하마스는 하늘에서 내려준 '만나'(manna)였다. 1996년 하마스는 민간인 공격 작전을 벌였고, 이는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보수, 극우 세력의 부상을 도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1996년 처음으로 비로소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두 국가' 오슬로 평화협약 파탄에 하마스 필요
"네타냐후에게 하마스는 하늘이 내려준 만나"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1995년 암살)와 아라파트 의장(2004년 암살) 간의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됐을 당시 야신은 수감 중이었지만, 총리가 된 네타냐후는 야신을 석방했다. 석방한 후 야신을 요르단으로 추방했던 네타냐후는 1997년 말 '영웅'으로서 야신의 가자 복귀를 허용해줬다. 그 이후 야신은 2004년 3월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될 때까지 이스라엘인들을 상대로 자살테러 공세를 폈다. 야신의 석방과 가자 복귀를 도운 것은 네타냐후로선 뭣보다 '두 국가 해법'을 약속한 1993년의 오슬로 평화협약을 파탄내는 데 이스라엘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하마스가 절대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점령지역을 포함해 거대한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선 '두 국가 해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네타냐후 등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생각이다. 지금도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가 이-팔 전쟁의 평화적 해결은 '두 국가 해법' 외에는 없다고 한목소리로 압박하지만, 네타냐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슬로 협약에 따른 하나의 실행 조치로 이스라엘 정착촌들과 가자 대부분은 팔레스타인당국(PA)에 양도됐으며,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거센 반발에도 정착촌들은 2005년까지 철수를 완료했다. 야신은 피살됐지만, 하마스는 2006년 1월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가자와 서안에서 모두 44.5%를 득표해 파타를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다. 두 무장 정파 하마스와 파타는 권력 분점을 놓고 벌인 유혈 충돌 끝에 가자는 하마스가, 서안은 파타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각각 통치하면서 지금까지 흘러왔다.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기 시작하자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가자에 대한 육상, 해상, 상공 봉쇄에 들어갔다. 가자는 그야말로 '하늘이 열린 거대한 감옥'으로 변모하게 됐다. 가뜩이나 병든 가자의 경제는 황폐해졌음은 물론이다.

네타냐후 "팔 국가 좌절 원하면 하마스 강화해야"
오죽하면 하마스 공격 '유도' 의혹 마저 제기될까
네타냐후는 그러면서도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계속 살려둔 이유를 고백했다.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2019년 3월 자신의 리쿠드당 소속 의원들에게 "팔레스타인 국가를 좌절시키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하마스를 강화하고 하마스로의 자금을 이전해주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 이는 가자의 팔레스타인인과 서안의 팔레스타인인을 격리하는 우리 전략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5년도 채 되지 않은 얘기다. 기회 있을 때마다 네타냐후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진 휴전은 없다"고 발언하는 것과는 전혀 그 기조가 다르다. 그의 진짜 목표는 하마스 완전 제거가 아니라, 전쟁의 지속을 통한 가자 초토화와 점령일 공산이 크다. 슈타인보크는 "네타냐후 정부는 그들이 하마스를 활용할 수는 있어도 하마스는 자신들을 활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 정보 실패가 (진짜) 실패가 아니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하마스 공격의 의도적 방치 의혹, 나아가 만에 하나 유도 의혹을 제기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1997년 대선 직전에 국민의힘 계통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측 일부 인사가 지지율을 올리고자 북한측 인사에게 판문점에서 총격시위를 요청했던 이른바 '총풍사건'의 이스라엘판일 아닐까란 의심마저 들 정도다. 적대적 공생의 대표적 사례다. 가자에 대참극을 벌이면서까지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광신자 동맹이 실현하고자 하는 '악마의 계획'은 뭘까.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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