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국회 연설
201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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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국회 연설서 대화 언급 없이 대북 제재만 강조
"기존 방식으론 북한 핵개발 의지 못 꺾어" … 야당 "공포마케팅 하나" 반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용기가 필요한 때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연설에서 쏟아 낸 말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4차례 국회 본회의장을 찾았다. 3번은 매년 정기국회 때 이듬해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이었다. 예산안이 아닌 현안으로 국회에서 연설한 것은 취임한 뒤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존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며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같은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반면 대화와 설득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은 "공포마케팅" 혹은 "70년대 반공연설 같다"고 비판했다.
"선의·퍼주기 중단" 선언, 사드 배치 강조
박 대통령은 연설 서두에 “어떻게든 북한을 변화시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상생의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이은 안보 위협에다 최근 벌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위성) 발사가 더해져 정책 기조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기존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달 10일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운영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와 미국과의 동맹 강화도 언급했다. 그는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력을 증강시키고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 향상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도 이러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쟁점법안 신속 처리 요구
박 대통령은 대북 제재 효과가 “국민이 단합된 힘으로 뒷받침될 때”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련의 제재 조치가 야권에서 제기하는 ‘총선용 북풍몰이’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라는 원인보다는 북풍 의혹 같은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안보위기 앞에서 여야가 따로 일 수 없고, 국가 안보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마찰을 빚고 있는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연설 말미에는 나머지 쟁점법안을 지목했다. 예컨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 처리를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은 일자리의 보고로, 법이 통과되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 69만개나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일부에서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지나친 억측이고 기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희망을 주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근로자를 보호하며 상생의 고용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하루가 시급하다”며 “하루속히 노동개혁 4법을 통과시켜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경고 메시지" vs 야당 "안보 정치활용 꼼수"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신뢰의 메시지이자 북한에게 알리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며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처리와 경제활성화·노동개혁 4법 통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내부로 칼끝을 돌려선 안 된다’고 했는데 야당의 당연한 문제제기를 정쟁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라며 “엄중한 시국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 통과를 촉구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70년대 반공연설을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라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안보를 정치에 활용하려는 꼼수를 버리고 진짜 안보와 민생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자기모순…사드 추진하며 “중·러와 연대 중시”
극렬 반대하는 사드 배치 추진하며 “중·러와 연대 중시” 박 대통령의 ‘자기모순’
등록 :2016-02-16 19:38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연설에서 중국·러시아와 연대를 중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드(THAAD) 배치 등 중·러가 반대하는 사안을 추진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연대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이날 중·러 연대 중시 발언은 북한 봉쇄에 이들 나라의 협력을 얻겠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한·미·일 3국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 강경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이들 국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동조 없이는 대북 제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박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배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빌미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강행해 불화를 자초하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러가 자국의 안보이익 침해,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이 ‘말 따로 행동 따로’ 행보로 스스로 신뢰성만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박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5자 간 확고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들 국가도 한반도가 북한의 핵 도발로 긴장과 위기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에 형성됐던 대립전선을 미-중 사이로 옮기면서 오히려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과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통일장관 “증거 없다” 실토했는데 박대통령 “개성공단 자금 북핵 전용” 거듭 주장
등록 :2016-02-16 21:16수정 :2016-02-16 22:07
“노동당 지도부에 달러 전달”
유엔 제재안 위반 자인 논란 증폭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핵·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홍 장관의 기존 발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홍 장관은 14일 “개성공단 임금 등의 70%가 노동당 서기실 및 39호실에 상납되지만 그중 핵·미사일 개발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자금의 무기개발 전용’을 뒷받침할 증거나 정황 등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홍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인한 바 있다. 그는 ‘개성공단 임금 등이 핵개발에 전용된 증거’가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던 12일과 14일의 기존 주장을 뒤집으며 여러차례 사과까지 했다. 통일부 장관이 국제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하며 무책임한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동일한 발언을 국회 연설에서 반복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합리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혐의를 받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이런 상황”이라고 표현했는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094호’(2013년)가 유엔 회원국의 의무로 규정한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현금 등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위반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홍 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관련 증거가 없다”고 말한 뒤 4시간 만에 통일부는 국회 발언을 다시 뒤집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는데, 청와대가 이 자료 작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에는 “개성공단 자금 유입의 증거가 없다는 보도는 장관의 발언 취지와 다르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앞두고 기존 입장을 정리·재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은 홍용표 장관을 해임하기 바란다. 홍 장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 제출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홍 장관은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부분이 있다’며 사과했는데 대통령은 상반되는 견해를 밝혔다. 홍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홍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김진철 이승준 기자 nowhere@hani.co.kr
유시민 “박대통령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헌법위반”
등록 :2016-02-16 16:40수정 :2016-02-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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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법 절차 지키지 않고 긴급명령
국회 개회중인데 시급하단 이유로 법률 무시
유 전 장관은 15일 공개된 정의당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의 ‘정치카페-백 투 더 퓨처: 대통령 국회 연설’ 편(▶ 바로가기)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절차 지키지 않고, 법률과 마찬가지의 강제력을 발휘하는 긴급명령을 내려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처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이 설명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17조(협력사업의 승인 등)를 보면, ‘개성공단은 통일부 장관이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그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 장관은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하려면 청문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 바로가기)
유 전 장관은 “하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직접 지시했고, 청와대에서 그렇게 브리핑해 통일부 장관은 그 지시를 받아 명했다”면서 “기한도 정하지 않았고 청문도 실시하지 않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정부에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하는데, 경우에 따라 법에는 어긋나지만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긴급명령’에 대해 언급했다. 물론 대통령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긴급 명령권’(헌법 76조)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헌법에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하고 사후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 전 장관은 “긴급명령의 경우에도 단서가 필요한데,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설 연휴 기간 때도 원샷법 처리와 선거구제 협상을 위해 국회가 열리고 있었다”며 “당시에는 남·북간 교전 상태도 아니었고, 설사 미사일 쏜 것을 교전상태라고 주장하더라도 국회는 열려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국회가 안 열렸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런 처분과 명령을 할 때는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보고도 안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유 전 장관은 “청와대가 이런 법률적·헌법적 하자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연설하면 안 된다. 국회에 먼저 보고하게 돼 있는데, 국회에 보고하지도 않고 연설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방송에서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처는) 사실상 긴급명령을 발동한 셈”이라며 “그렇게 되면 헌법에 명시한 여러 절차를 어긴 게 되고, 효력이 무효화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에 긴급명령을 발동해 놓고 긴급명령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北 로켓 한방에 테러방지법 압박‧사드배치 협의까지…
“국가와 민족의 운명 외세에 갖다 바친 ‘역사적 참사’…앞날 캄캄”
2016.02.09. 04:37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테러방지법 통과를 압박하는가하면,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를 위한 공식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다렸다는 듯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이날 김성수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는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특히 중국의 반발을 불러 대 중국외교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사드배치로 인해 방위비 분담이 늘어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며 “우리 당은 사드 배치는 대 중국설득과 비용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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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7일 오전 청와대서 박근혜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미사일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뉴시스> |
아울러 박 대통령이 국회에 테러방지법 입법을 압박한 데 대해서도 “여야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인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때를 가리지 않고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월권행위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박 대통령은 국회 입법문제에 과도하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취해온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사드배치 협의와 관련 “북핵 미사일에 대한 방어차원의 사드배치 협의는 우리 생존을 위해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우리의 생사가 걸려있는 치명적 상황에 대비해 국제적 이해관계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자신이 무슨 결정 내렸는지 깨닫지 못해"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인터뷰
16.02.12 16:29l최종 업데이트 16.02.12 19:47l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두고 "대한민국의 국익, 대한민국의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12일 오전 <장윤선·박정호의 팟짱>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124개 업체의 임직원 1만여 명과 협력업체 4200곳의 삶의 터전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화해와 상생으로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은 정권을 넘어 초당적인 합의사항"이라고 말한 정 전 장관은 "2016년, 분단 71년째 되는 해에 박 대통령은 평화를 불안으로, 안정을 긴장으로 바꿔놓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성공단 폐쇄 등 최근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 미국은 사드 배치의 명분,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의 명분 등을 얻었는데, 우리의 국익은 어딨나"라며 "전세계는 탈냉전 시대로 향한 지 수십년인데, 한반도에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사드? 중국 미사일 쿠바에 배치하는 꼴"
정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나온 '밥상론'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명백한 자기부정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철학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었다"고 말한 정 전 장관은 "북한 핵문제를 밥상론으로 해결하자는 부분에서 무릎을 쳤으나, 지금 (박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5자회담론, 사드 배치, 개성공단 중단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양식 밥상처럼 요리를 하나하나 내놓지 말고, 한국식 밥상처럼 싹 올려놓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하자는 (게 박 대통령 자서전의) 제안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포괄식 해법이다. 박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서전에서 박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오면서 '아무리 적대적인 상대방이라고 하더라도 소통하면 풀리지 않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 번도 소통해본 일이 없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역사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야당의 무지, 무능, 무책임도 지적하고 싶다"고 말한 정 전 장관은 "야권 3당이 공동대응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야권은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못했다. 야권은 고려대상이 아닌 '투명인간'이 됐다"라며 "야권은 지금 이 순간 가장 비참한 국민들인 입주업체 사람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2일 오전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관련사진보기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에 앞서 우리 정부가 진행한 ▲ 대북확성기 재개 ▲ 사드 공식 논의 ▲ 5자회담론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대북확성기 재개는 자충수다. 핵실험에 대응한다는 수단이 고작 확성기인가. 대응책이 없다는 걸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5자회담론 역시 외교참사다. 6자회담 의장국이 어딘가. 중국이다. 중국을 앞에 두고 실행가능성이 전무한 5자회담론을 내놓았다. 판단능력이 제로(0)인 것이다. 5자회담론을 내놓은 당일, 중국이 바로 퇴짜를 놓지 않았나. 청와대가 진화한다고 내놓은 게 '6자 틀 내에서 5자회담을 진행한다'는 건데 너무 궁색한 변명이다. 사드 논의 또한 정말 심각하다. 생각해보자. 중국의 턱 밑에 있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건 미국 턱 밑의 쿠바에 중국 미사일부대를 설치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1962년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배치한다고 했을 때, 3차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나올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이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사드 배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상상해볼 수 있다." 아래는 정 전 장관과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이 진행한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대통령 주변, 외교 전문가 없어" - 2000년 6.15 공동선언의 옥동자라고 불리던 개성공단이 16년 만에 폐쇄됐다. "가슴 아픈 일이다. 정치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정치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정치가 개성공단을 만들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다른 것보다도 개성공단 124개 공장의 대표와 그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 1만여 명의 생계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124개 공장의 협력업체가 4200개다. (1개 당 직원) 10명씩 잡으면 4만여 명이다. 이분들 모두 실직자가 될 판이다. 정치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어야지, 삶의 터전을 파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북한이 즉각적으로 강도 높은 성명을 냈다. 남측 인원 전원이 추방됐고, 개성공업지구는 군사통제구역이 됐다. "빤히 보이는 수순이다. 3년 전에 북한이 먼저 대남 압박을 하기 위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철수시켰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재개됐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나. 북쪽 입장에선 개성공단은 대남 압박 수단으로 쓸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생명줄이나 핵개발과는 관계가 없는 말이다. 그런데 남쪽이 북을 제재한다고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한 것이다. 이런 비이성적 조치가 어딨나. 나는 이런 조치가 시스템에 의해 걸러졌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시스템이란,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청와대 안보보좌관, 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등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정책결정권자들을 의미한다. 개성공단 중단 과정에서 이 분들이 머리를 맞댄 장면을 본 적이 없다." - 실제로 이번 조치가 박 대통령의 전격 결정이라는, 이를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결정이 대단히 파국적이고 잘못된 결정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다. 남북관계를 꿰뚫고 한반도 외교, 안보, 평화를 관리할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안타까운 것이다. 지금 박 대통령은 본인이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 그 파장이 얼마나 엄청날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땐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한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행사한 것인가. 이건 국회 소집을 기다릴 수 없는 긴박한 상황 때 가능한 건데, 지금 그런 상황 아니지 않나. 아니면 남북교류협력법 상에 명시된 통일부장관이 행사하는 협력사업정지명령인가. 이는 6개월 내에 시한을 정하도록 돼 있고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왕조국가가 아니지 않나.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5년 동안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번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초법적 조치이며, 원천적으로 법률적 하자가 있는 결정이다. (이번 조치를) 밤새 나라 걱정 때문에 잠 못이루다가 내린 전격적 결정이라고 하는데, 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 북한이 남측 재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미 남북관계는 끊어졌다. 3년 전 개성공단이 멈췄다가 5개월 뒤에 재개될 때, '개성공단은 어떤 상황 아래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떤 변화가 와도 정상가동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받아내기 위해 얼마나 북을 설득하고 압박했나. 그런데 이렇게 주장했던 정부는 이제 북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 문제를 북이 지적하고 나올지도 모른다. 역사의 시계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돌렸다는 게 큰 문제다." "오바마, 동북아정책 실패" ![]()
-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의 북한근로자 임금 등이 북한의 핵개발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였다"고 말했다. "화해와 상생으로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은 정권을 넘어 초당적인 합의사항이다. 노태우 정부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것이다. 그 핵심에 경제협력이 있다. (홍 장관의 말은) 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과 화해, 상생을 하지 않겠다는 엄청난 선언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고 말하는지 의심스럽다." - 우리 측 기업이 줄도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는 개성공단 이익이 GDP의 0.04%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러한 상황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말이다. 개성공단 노동자 1만명의 삶의 터, 협력업체 4200개의 노동자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이런 말을 한 관료는 벌 받을 것이다. 개성공단을 향한 오해가 있다. 개성공단의 5억달러 수익은 일반 공단의 5억달러 수익과 다르다. 개성공단에서의 5억달러는 곧 50억달러다. 원자재는 모두 남쪽에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개성공단 수익이 5억달러이니, 0.04%에 불과하다는 건 착시다." - 오바마 대통령의 동북아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때 '이제 한반도 문제가 네오콘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 화해와 협력으로 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8년 동안 내놓은 결과는 제로(0)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토론 당시 이란, 북한 등 적국 수장과 직접 대화해 평화적 방법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의 8년은 전략적 인내, 다른 말로 하면 무시와 방치의 8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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