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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부, 개성공단 사실상 폐쇄…한반도 평화 ‘안전핀’ 뽑나

by 무궁화9719 2022. 9. 27.

정부, 개성공단 사실상 폐쇄…한반도 평화 ‘안전핀’ 뽑나

개성공단 사실상 폐쇄…정부 ‘마지막 안전판’마저 없앴다

등록 :2016-02-10 21:40수정 :2016-02-10 22:10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한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이종근 기자

 

북 로켓 발사에 “가동 전면중단” 강경대응
대체부지 확보 언급…재가동 시점 말아껴
한반도 긴장 고조·남쪽 기업들 피해 우려
 
박근혜 정부가 10일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리고 이를 북한에 통보했다. 2004년 개성공단에서 생산 활동이 시작된 이래 2013년에 이어 두번째 ‘전면 중단’이다. 남쪽이 ‘전면 중단’ 결정을 먼저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대체 터 확보’까지 내걸어 ‘전면 중단’을 넘어 공단 ‘폐쇄’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 논의 시작 결정으로 동북아 정세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데 이어 개성공단 전면 중단까지 결정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최소한의 ‘안전판’마저 제거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남북한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성명 발표에 맞춰 북쪽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통보했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10일) 오전 청와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여러 당국자들은 이날 점심때까지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일부 장차관의 언론사 편집국장·논설위원 설명회도 갑작스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1월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관련) 추가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며 개성공단을 대북 제재 수단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왼쪽)이 홍 장관과의 면담을 마친 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협회 사무실에서 임원들과 긴급회의를 하기에 앞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성광 기자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아닌 ‘전면 중단’이라면서도, 재가동 시점과 조건에 대해선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과 관련해 “지금은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가 개성공단 재가동의 전제조건임을 내비친 셈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대체 터 확보까지 내걸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입주 기업 중 원하는 곳이 있으면 대체 부지를 찾아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남쪽에 오히려 불리한 ‘자해적 조처’라는 지적이 많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국제법상 일반적인 제재에 정상적 경제활동이나 무역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 북한보다 우리 중소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북한을 제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 기업뿐 아니라 이 기업들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기업들도 큰 피해를 입는 등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클 전망이다. 납품 협력업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보상은 전혀 없다.

국가 신용도에 끼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김연철 교수는 “개성공단은 한반도 정세의 ‘바로미터’로 역할을 해왔다. 그 부분이 다시 닫히고 냉전시대로 완전히 돌아가게 됐다. 앞으로 안보 리스크는 지금까지와는 패턴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국가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됐다”고 짚었다.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교류협력 ‘제로시대’…남북관계 28년전으로 ‘후퇴’

남북 교류협력사업, 노태우 정부 공식 시작... MB 정부 이후 뒷걸음질만

등록 :2016-02-10 19:23수정 :2016-02-10 22:

 

북한의 일방적 통행제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160여일 만에 재가동된 2013년 9월17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에스케이(SK)어패럴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남과 북의 교류협력 사업은 1988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7·7 특별선언과 북방정책을 계기로 공식 시작됐다. ‘1차 북핵 위기’로 지지부진하던 남북 교류협력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 이후 금강산 관광 사업 시작, 첫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사업 시작과 남북 철도연결 사업, 2차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제도화’의 길을 착실하게 밟아왔다.

그러나 2008년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한 사실상의 ‘승계 거부’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보복 조처로 이명박 정부가 그해 5월24일 대북 제재 조처를 발표해 개성공단 사업과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사업을 제외한 모든 교류협력 사업과 남북 간 인적 왕래가 금지됐다. 이후 개성공단은 이명박 정부 중·후반기와 박근혜 정부 초·중반기 남북관계가 휘청거릴 때에도 ‘최후의 보루’ 구실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5·24 대북 제재 조처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사회문화 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선택적으로 허용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을 ‘보류’ 형식을 빌려 사실상 금지했고, 2월10일엔 개성공단 사업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1988년 이후 28년 만에 다시 ‘남북관계 제로(0)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이제훈 기자

 

입주기업들 ‘날벼락’…계약 파기로 수조원 피해 불가피

등록 :2016-02-10 19:21수정 :2016-02-10 22:06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마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가운데)과 대표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24개 기업 망연자실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10일 오후 공단 입주 기업들은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정부가 전시상황도 아닌데 설 연휴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끝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재고해주길 요청한다. 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 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2013년 4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다가 9월 남북 합의에 따라 가동이 재개됐을 당시 정부가 정세에 영향받지 않고 개성공단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이제 와서 이를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견 안듣고 일방결정
공단 문 닫으면 파산 내몰려”
올 매출 6천억원 날아갈 우려
투자액 등 합치면 손해 눈덩이
15일 입주기업 비상총회 열기로

입주 기업 대표들은 특히 정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홍용표 장관은 이날 오후 입주 기업 대표들을 불러 가동 중단 조처를 알렸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회사가 망하게 되는데, 정부가 입주 기업 대표들의 의견을 미리 듣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했다. 완제품과 재고자산을 실어내올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설 연휴 마지막날 가동 중단을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개성공단 전체 124개 입주 기업의 85%가량을 차지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공단이 폐쇄되면 바이어들의 주문이 끊어질 게 뻔해 더욱 막막한 실정이다.

입주 기업 대표들은 피해 보상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부 대책도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남북경제협력 보험금을 지급하고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입주 기업들을 집단 이주시킬 대체 부지 알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지원책은 앞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입주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는 정부로부터 보상을 얼마나 받을지가 관건이 아니라, 업체들이 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데 몰두해야 할 상황”이라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124개 입주 기업의 개성공단 주재원 800여명에 남쪽 본사 인력 2천여명을 합쳐 3천여명의 급여 부담과 고용 유지도 큰 문제다. 2013년 지원받았던 특별경영안정자금도 올해 6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상환해야 하고 연말에는 수출입은행에 상환해야 하는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처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입주 기업들의 올해 전체 예상 매출액 6천여억원이 사실상 허공에 날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 아니라 입주 기업들이 그동안 들인 투자액, 납품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금액까지 합칠 경우 입주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1일 긴급이사회를 여는 데 이어, 15일께 전체 입주 기업이 참여하는 비상총회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윤영미 선임기자, 김진철 기자 youngmi@hani.co.kr  

 

[북 로켓 발사 - 개성공단 전면 중단]마지막 ‘남북 화해의 끈’ 끊고 신냉전으로…“정부의 자충수”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6.02.10 22:50:04 수정 : 2016.02.10 23:45:34

 

ㆍ정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비군사적 제재’ 판단
ㆍ연 1억달러 ‘돈줄’ 차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선도 뜻
ㆍ관계 악화 따른 비용 증가…남측 기업 타격 ‘득보다 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귀경객들이 서울역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는 방송 생중계를 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정부가 개성공단을 결국 대북 제재 카드로 꺼내들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더해 남북관계 차원에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스스로 발목을 묶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지막 교류협력 창구인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회귀하게 됐다. 

■북한 달러창구 차단 의도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대북 제재 강화의 일환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비군사적 제재 조치로 이해한 것이다. 실제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노동자 5만4000여명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고, 임금 등으로 지난해에만 1억2000만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이 현금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개성공단 임금의 핵프로그램 전용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흘리기 시작했고,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자 3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 내에 개성공단이 북한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남북관계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데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선도하겠다는 뜻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제사회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국제사회 특히 중국을 상대로 대북 제재 강화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냉전시대로 돌아간 남북관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카드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이번 조치가 대북 제재로써 실효적 효과가 있을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중국에 파견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입을 피해는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피해는 우리 기업들 몫이다. 124개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월 5000만달러에 달한다. 공장시설 등의 압수나 동결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일각에서 대북 제재가 아니라 사실상 대남 제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에 주는 임금이 1이라면 직접 경제효과는 10이 넘는다. 개성공단을 닫으면 북한은 1의 손실을 보지만 우리는 최소 10의 손실을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2013년 남북 개성공단 합의를 깨고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림으로써 남북 간 신뢰도 크게 추락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남북관계는 암흑기로 접어들게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 남은 끈인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남북관계는 냉전시대 전면 대결 국면으로 돌아갔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이후 이어져온 남북 교류협력 성과들을 모두 백지화하는 셈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영향력이 상실된 만큼 한반도 이슈에서 한국의 주도권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간 대결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도 커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기회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기업 “납기일 못 맞추면 100억 계약 날아가” 망연자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입력 : 2016.02.10 22:52:02 수정 : 2016.02.10 22:56:51

 

ㆍ사실상 폐쇄…124개 입주 업체 하루아침에 생사기로
ㆍ2013년 폐쇄 땐 저리 대출뿐 경협 보험금 지원 못 받아
ㆍ“정부, 인원·차량 제한하면서 3일 내 정리하라니 막막”

 

착잡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왼쪽)이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등과 관련해 입주기업 대표들과 대책회의를 한 뒤 식당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정부가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키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 124곳이 하루아침에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출입 인원은 제한된 상황이었지만 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돼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개성공단에서 스포츠 의류·용품을 생산하는 업체인 IS레포츠의 이은행 회장은 “나를 믿고 주문했던 협력업체들을 생각하면 먹먹하다”고 했다.
 

2007년부터 개성에 공장을 세워 700~800명의 북측 노동자를 고용해 옷을 만드는 이 업체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곳만 130개 업체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 제품까지 당장 생산계약을 맺은 것만 100억원어치다.
 

개성공단은 입주 기업의 70%가 IS레포츠와 같은 섬유·봉제업체들인데 대부분 의류 브랜드 옷을 주문자상표로 생산한다. 계절성이 큰 의류는 제때 생산이 안되면 바로 거래 중단으로 이어진다. 이 회장은 “30년 넘게 업계에 있으면서 알고 지낸 업체들을 설득해 개성으로 들어간 것인데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는 협력사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 숙박시설 송악프라자에서 면세점과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아산도 “엄중한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산 측은 시설에만 4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특히 공장이 멈춘 기간 모든 피해금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에 걱정은 더 크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2013년 공단 폐쇄 당시 조업 중단, 공장 방치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경협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이 아닌 업체당 평균 10억원 정도를 2% 이자율로 빌려 다시 갚았다.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5개월20일간 공단이 폐쇄된 데 따른 입주 기업체들의 직접적인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이는 업체들이 통일부에 신고한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자산,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재고자산, 거래처 클레임 비용 등 증명할 수 있는 피해액만 합산한 것이다. 매출 차질, 거래처 단절 등 영업손실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액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24개 입주 기업이 월 5000만달러(약 600억원)어치 상품을 생산 중이다. 10년 넘는 기간 정부와 국내 기업에서 공장, 부동산 등에 5500억원 이상 투자했다. 또 다른 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개성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미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거래처들이 베트남 등으로 옮기는 분위기도 커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생산 중단뿐 아니라 개성공단 내 재고 등 자산을 두고도 국내 기업들은 속이 탄다. 속옷 생산업체 나인의 이희성 대표는 “이번 위기로 입주업체들이 거래처와 신뢰를 잃지 않도록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반드시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든 외국이든 빠른 시간 내 대체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줘야 기업들이 망하지 않을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2013년에는 북측이 출입을 폐쇄해 완제품 등을 전혀 가지고 오지 못해 피해가 더 컸다.

 

어구 제조업체인 신한물산의 신한용 대표는 “정부는 인원뿐 아니라 차량도 제한한다면서 3일 안에 정리하라는데 무슨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조치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갑작스럽게 중단하면 완제품이나 원·부자재, 설비 (회수)조치가 어렵다”며 “시간을 갖고 정리해 봐야 피해 정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우리 기업 향해 핵폭탄 쏜 격”

등록 :2016-02-11 10:46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방침을 밝힌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의 차량 출입이 한산하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개성공단 가동 중단’ SNS 여론
역사학자 전우용 “북한 응징보다 자해에 가까워”
진중권 교수“빈약한 외교적·정책적 상상력의 결과”
한상희 교수 “박근혜 정부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
김종대 “남북관계 지렛대 소진…북한 관리 수단 없어”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한다며 10일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대북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과 ‘안보 측면에서 평화에 역행하는 선택이다’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10일 트위터(@histopian)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피해 1000억, 남한 피해 수조원”이라며 “북한은 대기권 밖으로 로켓을 쐈는데,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을 향해 핵폭탄을 쐈다. 수백 배의 피해를 입으면서 상대를 타격하는 전술을 창안한 박대통령, 정말 위대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되면 서부전선의 북한군이 남쪽으로 수십 킬로미터 내려올 것”이라며 “이건 ‘응징’보다는 ‘자해’ 쪽에 훨씬 가까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 북한이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임의 폐쇄를 빌미로 공단 시설과 기계를 몰수해서 중국 기업에 넘겨주면, 우리에게 무슨 대응 방안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벽돌로 제 머리통을 찍어 피가 철철 흐르게 하고서는 눈만 부릅뜨고 있으면 그게 ‘강한 모습’인 줄 아는 인간이 더러 있는데, 그것은 ‘미련한 모습’”이라고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unheim)에서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단 중단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성과를 무로 돌렸습니다. 빈약한 외교적, 정책적 상상력의 결과죠. 능력 없으면 그냥 전 정권에서 해놓은 것 유지만 하고 다음 정권에 넘겨주는 게 도리죠”라고 쓴소리를 했다.

진 교수는 “중국에서 원유공급을 중단하면 모를까, 중국이 방관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제재조치도 그들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할 거”라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대북 강경파들의 국내용 제스처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6자회담을 비롯해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균형자 노릇을 해야 하는데, 머리가 안 돌아가니 맨날 미국만 추종하다가 사드 같은 덤터기나 뒤집어쓴다”고도 했다.

그는 “경제는 개판이지, 외교는 엉망이지, 민주주의는 후퇴지, 마침내 남북관계마저 파탄…. 8년 동안 집권하면서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고, 나라를 온통 과거로 돌려놓았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바로가기)을 통해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전형적인 포퓰리즘(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나 보다”라며 “정부의 모든 정책이나 입장, 발언, 행동들이 모조리 다 선거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권자들이 언뜻 듣기에 좋아할 것 같은 정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내어놓고 본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전략”이라며 “문제는 이 정부의 선거대책은 기만적이거나 파괴적”이라고 꼬집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도 페이스북(▶바로가기)에서 “지난 대선 때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북한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게 한다던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되짚었다. 그는 “개성공단은 마지막 남은 남북관계의 지렛대인데 이 카드를 지금 이렇게 갑작스럽게 소진해버리면 앞으로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다”며 “이러면 북한이 아파하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북한의 추가적 도발이 자행될 경우 한반도는 극단적 상황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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