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으로 돌아간 남북···핫라인마저 끊고 ‘완전 단절’
[7·4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간 남북]핫라인마저 끊고 ‘완전한 단절’…70년대 군사대치 상태로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6.02.11 22:39:35 수정 : 2016.02.12 00:05:09
ㆍ30여분 남기고 “모두 나가라” 자산동결 일방 통보
ㆍ개성공단 사실상 영구 폐쇄…기업 피해 1조 달할 듯
1972년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통일 3원칙과 남북 직통전화 설치 등을 골자로 한 7·4공동성명을 전격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북한이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통보 하루 만인 11일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 동결을 선포했다. 북한의 자산 동결 조치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됐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남북 연락통로도 차단함으로써 남북관계는 ‘강 대 강’ 대결 상태로 접어들었다. 소통 방안마저 막아, 남과 북의 ‘완전한 단절’ 상태가 된 것이다.
■공단 폐쇄와 자산 동결
정부의 전면 중단 통보에 북한은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며 강경 대응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 형식으로 오후 5시30분까지 모두 추방한다는 발표를 30분 전에 기습적이고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전날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을 발표 30분 전 북에 통보한 것에 맞대응한 셈이다.
북한은 인접 군사분계선을 봉쇄하고 서해 육로도 차단해 개성공단을 아예 폐쇄해버렸다. 또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며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이처럼 남북이 강경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교류협력 상징으로 만들어졌던 개성공단은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전면 중단’이라고 했지만 북한이 ‘폐쇄’라고 못박음으로써 추후 공단 가동이 재개될 가능성을 차단해버렸다. 정부가 전기와 물 공급을 끊을 것으로 보여 북한이 자체 인력으로 개성공단을 가동할 수도 없다.
북한은 자산 동결도 선포했다. 개성공단 내 남측 기업의 설비, 물자, 제품을 모두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단에 남은 완제품과 재료 등을 가져오기 위해 방북했던 기업 관계자들은 급히 몸만 빠져나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자산 동결을 기습적으로 통보한 것은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의 자산 동결로 입주 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됐다. 북한은 성명에서 “개성공업지구 전면 중단은 제 손으로 제 발등을 찍은 자살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날벼락을 맞은 것은 남조선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당장 개성공단 내 정부와 민간이 투자한 자산 규모는 1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2010년 금강산지구 남측 자산 동결 당시 남측 시설을 이용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했던 것처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설비를 임의로 이용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군사통제구역 선포와 통신 단절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는 군에 의해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과거 개성공단 부지에 있던 군 부대를 당장 재배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 부지와 인근 지역은 북한군 2군단 6사단과 62포병 연대 등이 주둔했으나 2003년 공단 조성을 위해 후방으로 물러났다.
북한은 남북 간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관 통로도 일제히 끊었다. 남북 간 공식 연락채널이 모두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1972년 7·4 공동선언에서 남북 직통전화 가설 및 운용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이전으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군사적 충돌 등 비상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남북이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상태가 됐다. 북한은 성명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선언을 “남북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선언이고 역사적인 6·15 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반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대결악녀’ ‘머저리’ ‘얼간망둥이’ 등등 악담도 주저하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쓰고 남북 간 연락 수단을 끊은 것은 사실상 남측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7·4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간 남북]‘통일대박’ 외치더니…선 핵폐기 집착, 북 핵능력만 키웠다
박영환·유정인 기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6.02.11 22:38:09 수정 : 2016.02.12 00:04:36
ㆍ박 대통령, 대화보다 압박 강화…국내 정치용 구호 그쳐
ㆍ중 제재 동참 못 끌어내…여당서도 “정책 변화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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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부르튼 통일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3년간 북한의 ‘선 핵폐기’를 요구하며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왔지만, 결과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유례없는 핵·미사일 능력 강화로 나타났다.
대화보다 제재·압박으로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겠다는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이 효과는 없이 현 상황을 야기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 핵능력만 키운 8년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은 북한의 핵능력 강화 일정과 겹쳐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2012년 4월 개정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고, 대선 기간 중이던 그해 12월12일 ‘은하3호’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하며 1만㎞ 미사일 발사 능력을 확보했다.
북한은 이어 2013년 2월12일 기존 플루토늄 방식이 아닌 고농축우라늄을 활용한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었다.
북한은 이어 박근혜 정권 후반기로 접어든 지난달 6일 ‘수소탄 실험’으로 4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지난 7일 장거리 로켓까지 쏘아올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북한 핵능력의 비약적 발전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한·미연구소와 미 국방대 대량살상무기연구센터가 2015년 초 내놓은 ‘북한 핵 미래 프로젝트’ 보고서는 북한이 2020년 2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ICBM에 핵탄두 장착도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능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달성한 성과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6자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명박근혜’ 정권 8년 사이 북한은 3차례 핵실험과 4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핵·미사일 능력을 스스로 “미국과 경쟁한다”고 평가할 정도로 키웠다.
■구호에 그친 ‘통일대박’
박 대통령은 집권 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원칙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내용이지만 북한의 선 핵폐기론에 집착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명확히 한 상황에서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메아리 없는 주장만 되풀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신년연설에서 ‘통일대박론’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제시한 바 없다. 국내 정치용 구호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에서 북핵 해법을 찾았다. 국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를 유지했고, 대외적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통해 북한의 목을 조르는 작전을 폈다. 이를 위해 중국을 대북 제재에 동참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제재 강화는 북한 핵능력 강화에 따른 뒷북에 그쳤다. 지난 10일 남북 간 마지막 교류협력의 틀인 개성공단까지 전면 중단키로 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됐다. 또 한·미·일의 대북 제재 3각 압박에 중국은 오히려 한발 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급기야 여당 내부에서도 정부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당 긴급대책회의에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부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도 새누리당 정두언 국방위원장은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들은 전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위원인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점점 실패가 명확해져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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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성공단 군사구역 선포…자산 동결·전원 추방
등록 :2016-02-11 21:37수정 :2016-02-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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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자산 개성인민위원회가 관리
남쪽 280명 어젯밤 모두 돌아와
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맞서 남쪽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또 남북 사이의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 창구도 폐쇄한다고 밝혀 남북 사이의 소통 채널이 모두 끊겼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1일 ‘성명’을 내어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처는) 북남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어놓는 파탄 선언이고 6·15 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며 이렇게 발표했다.
조평통이 밝힌 ‘중대조처’를 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개성공단과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고 남북관리구역인 ‘서해선 육로’(경의선 도로)를 차단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은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개성공단 남쪽 인원을 전원 추방하는 한편, 남쪽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물자·제품 등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밝혔다. 남쪽 인력 추방과 동시에 남북 사이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 창구도 폐쇄한다고 밝혔다. 추방되는 인원은 개인물품 외에 다른 물건들을 지닐 수 없고 동결된 설비·물자·제품은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북쪽 노동자들도 이날 모두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추방 시한을 이날 오후 5시30분으로 정하고, 40분 전인 4시50분께 북쪽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남쪽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통보했다. 남쪽 인원 280명은 이날 밤 11시께 전원 귀환했다.
북쪽의 이번 추방·폐쇄 통보에 따라 입주기업들이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을 남쪽으로 가져올 시간 여유를 주지 않고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한 정부와 입주기업 사이의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조평통은 “개성공업지구가 전면 폐쇄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맹비난했다. 조평통은 “그따위 푼돈이 우리의 위력한 핵무기 개발과 위성 발사에 들어간 것처럼 떠드는 것은 초보적인 셈세기도 할 줄 모르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며 “개성공업지구를 파탄시켜 우리의 핵무력 강화와 위성 발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성명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심한 욕설과 비하적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이날 남쪽에선 북쪽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입주기업 인원·설비 등의 철수를 협의하려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김남식 위원장 등 13명을 포함해 모두 132명이 개성공단에 들어갔고, 이들 가운데 일부를 포함해 248명이 체류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추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련 대책 및 북한 조처에 대한 대응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처럼.. 1兆 들인 개성공단, 北의 장물 될 운명
[北 미사일 발사 파장] - 北, 기습폐쇄.. 工團 어떻게 되나 군사통제구역 된 개성공단.. 다시 남침 선봉부대들의 주둔지로 바뀔 가능성 공단 폐쇄 장기화될 경우 北이 설비·원자재 등 몰수할 듯 일부선 "남측 자산 빼앗아 관광 사업하는 금강산처럼 개성공단도 자체 가동할 수도"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 입력 2016.02.12. 03:07
개성공단 폐쇄, 공단 내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담은 북한 조국통일평화위원회(조평통)의 성명은 11일 오후 5시 직전에 나왔다. 전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나온 지 꼭 24시간 만이었다. 이 조치로 124개 입주 기업과 우리 정부·공공기관이 약 1조원을 투자한 개성공단은 6년 전 북측이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운명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北의 전격적인 추방 통보
노동당 통일전선부(부장 김영철)가 지휘하는 대남기구 조평통은 이날 성명에서 "모든 남측 인원을 11일 17시(한국 시각 17시 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했다. 이날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추방 통보에 비상이 걸렸고, 철수 작업은 추방 시한을 넘겨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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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원·부자재와 생산품, 생산 설비 등을 최대한 많이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북측과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이었다. 2013년 4월 공단 폐쇄 위기 때도 정부는 홍양호 당시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최후의 7인'을 잔류시켜 북측과 미수금 지급 등 '공단 뒤처리' 문제를 담판 짓게 했다.
하지만 이날 북의 기습적인 몰수·추방 통보로 정부의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란 우리 카드에 허를 찔린 북한이 일종의 '보복'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만 생각하고, 북이 기습적으로 '전원 즉시 추방' 조치로 역공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개성공단, 다시 인민군 주둔지로?
이날 조평통은 추방 조치와 함께 ▲개성공단 부근 군사분계선의 전면봉쇄 ▲개성공단 진출입로인 서해선 육로 차단 ▲개성공단의 폐쇄와 군사통제구역화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12일부터는 남측 관계자 누구도 개성공단에 드나들 수 없게 됐다.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역시 기능이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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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한 조치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한마디로 개성공단을 공단 조성 이전 상태인 군사지대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개성공단 부지엔 원래 남침 선봉부대인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이 주둔했다. 북측이 '최정예'라고 선전하는 부대들이다. 김정일이 개성공단 조성에 반대하는 군부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개성공단이 '군사통제구역화'됨에 따라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됐던 이 부대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북한은 2013년 4월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할 때도 "(공단이) 폐쇄되면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 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의 군사지대화는 북한 군부의 숙원"이라며 "이 조치는 군 출신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노동당 대남비서에 기용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北, 남측 자산 몰수할 듯
폐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은 개성공단을 가만히 보존하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측 자산을 몰수해 국제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금강산처럼 개성공단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은 남측 자산 몰수·동결(2010년 4월)→현대아산의 개발 독점권 회수(2011년 4월)→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채택(〃 5월)→남측 체류 인원 추방(〃 8월)의 순서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차지한 뒤 중국 자본 등을 끌어들여 국제 관광을 시작했다. 개성공단도 이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우리가 전기·수도를 끊으면 개성공단은 무용지물"이라며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이 개성공단 하나 돌리려고 발전소를 새로 짓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자체 가동보다는 입주 기업들이 남기고 온 기계·설비와 원자재·완성품 등을 몰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부 기계와 설비를 다른 공장으로 옮겨 사용할 수도 있다. 124개 입주 기업의 총 투자액은 5500억원이 넘는다. 도로, 정수장, 송·배전 설비 등에 정부와 공공 부문이 투자한 것도 4000억원에 가깝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돈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차지한 뒤 개성공단 자체를 아예 없애고 군부대를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10일의 기록'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지 10일이 지났다. 당시만 해도 ‘폐쇄’라는 말에 조심스러웠지만, 10일이 지난 지금 폐쇄라는 단어는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잠시 줄다리기를 벌이다 재가동했던 기존과 분위기는 현저히 다르다. 10일 간 그렇게 남북, 그리고 개성공단은 설립 이후 가장 숨 가쁜 10일을 보냈다. 지난 10일의 기록이다.
▶2월 10일, 정부 “개성공단 전면 중단한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오후 5시 서울정부청사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포했다. 설연휴 기간 벌어진 긴급조치였다.정부는 우리 국민 안전 귀환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재가동 여부를 두고는 “지금 재가동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폐쇄’란 단어를 쓰는 데에는 신중한 분위기도 엿보였다. 언론에서 ‘사실상 폐쇄’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2월 11일 오전, 北 근로자 철수ㆍ남측 인원 철수 진행 = 11일 오전 9시부터 개성공단 체류 인원 철수가 시작됐다. 입주기업들은 장비, 완제품 반출 등을 두고 사활을 걸었다. 북한 내 근로자는 이날 개성공단에 출근하지 않았다. 입주기업의 반발도 거셌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두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 목적으로 행해진 행위”라고 설명했다.
▶2월 11일 오후, 北 개성공단 폐쇄 선포…군사통제구역 선포 = 북한은 예상보다 신속하게 맞대응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우리시간)까지 모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한다고 선포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서다. 이어 “개성공단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사품 외에 다른 물건은 일체 반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남북 간 판문점 연락 통로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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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시간을 불과 40분 앞두고 북한이 전격 발표하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후 10시께 남측 인원은 전원 철수를 완료했다. 북한의 기습적인 자산동결 발표로 이들 대부분 맨몸으로 개성공단을 빠져나와야 했다.
▶2월 12일, 정부 개성공단 전력공급 중단 = 정확히는 11일 23시 53분부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때부터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전면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전으로 용수공급도 차단되면서 물 공급 역시 중단됐다. 개성공단을 두고 ‘폐쇄’란 말이 나온 것도 이 시기부터다.
▶2월 12일, “자금 전용 증거 있다” 홍용표 장관 구설수 = 홍 장관이 구설수에 오른 시점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홍 장관은 개성공단에 유입된 자금이 핵개발 등에 사용된다는 증거가 있다면서도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했을 것이다.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나중에 검토, 조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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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주한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 = 개성공단 폐쇄 이후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됐다. 주한미군은 13일 한국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증강배치한다고 밝혔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북한국의 단거리 미사일은 물론, 스커드, 노동 등 사정거리가 300~1000km에 이르는 미사일도 타격할 수 있는 하층방어 요격 미사일이다.
▶2월 14일, 정부 “개성공단 자금 70% 노동당으로 흘러가” = 개성공단 자금 전용 논란과 관련 통일부가 입장자료를 통해 “개성공단에 유입되는 달러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기존에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금까지 묵인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며 증거를 명확히 밝히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2월 15일, 홍용표 “자료 있단 건 와전” 말 바꾸기 논란 =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이 접어든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홍 장관의 발언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날 홍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가 있다고 발언한 건 와전된 부분”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도 애매한 답변을 이어갔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홍 장관 사퇴 요구가 불거진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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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朴 대통령 “개성공단 중단은 시작에 불과”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강경한 대북 정책을 천명했다. 개성공단 자금도 전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개성공단 폐쇄 당위성을 설명했다. 특히 북한 정권 교체까지 언급하는 등 유례없이 강경한 대북 발언을 쏟아냈다.
▶2월 17일, 野 “개성공단 폐쇄는 분단쪽박 지름길” =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야당의 공세도 한층 강경해졌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표연설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분단쪽박의 지름길”이라며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홍 장관을 비롯, 외교 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를 주장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2월 18일, 개성공단은 수면 밑으로…넘겨 받은 사드 논란 =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논란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신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대신 한미 간 사드배치가 급속도로 진전됐다. 중국의 반발도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관심은 멀어졌다.
▶2월 19일, 반응 없는 北…정부, 개성공단 지원책 발표 =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 생일인 광명성절과 겹친 탓도 있다. 후속 조치를 준비하는 기간이란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정부합동대책반 회의를 열고 입주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지원, 대체공장 부지 공급, 행정절차 간소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2월 20일, 개성공단의 운명은? = 개성공단 폐쇄 이후 10일이 지난 후, 사실상 개성공단의 재가동 여부는 불가능해보이는 형국이다. 남북관계가 극적인 관계 개선을 보일 가능성도 희박해보인다. 자산동결된 금강산의 전철을 밟으리란 분석도 제기된다.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관심에서 멀어지는 형국이다. 2000년 6ㆍ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화해의 장으로 시작된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관심에서 멀어지기까지, 열흘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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