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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대법원, 한덕수 출마 맞춤 이재명 파기환송…사법부 정치개입

by 무궁화9719 2025. 5. 4.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관련사진보기

[기사 재보강 : 1일 오후 5시 36분]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다만 유죄가 확정되지는 않아 6.3 대선 출마에 법적 장애는 없는 상태다.

이 후보는 대법원의 판단에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며 "법도 국민의 합의다.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원심의 법리 오해 등 위법을 바로잡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 사건 상고심 재판을 열고, 이재명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지난달 22일 대법원이 사건의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결정을 내린 지 9일 만에 나온 초고속 결정으로, 지난달 26일 2심 선고가 나온 기준으로는 36일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골프를 친 적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김 전 처장과) 교유행위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압박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의무조항을 들어 압박한 일이 전혀 없었다"며 "피고인(이재명)은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원합의체는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은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허위사실 발언으로 판단된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을 앞둔 시기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고 하고,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이 후보의 일부 발언을 허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지난 3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 결정 10인 - 조희대,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인(이재명)의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12명 중 10명) 의견"이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필두로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 대법관 순이다. 반면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피고인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날 파기 환송 판결문은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낭독했다.

조 대법원장은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 따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조 대법원장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또 이 후보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였던 골프 발언("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전체 일행 중 일부를 떼서 사진을 보여줬던데, 조작한 것")에 대해 "이 사건 골프 발언은 그 자체로 독자적 의미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기소한 것과 같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중 골프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순 없고 허위로 입증하기도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사진을 잘라 SNS에 올린 것 역시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나 뒷받침할 자료로 볼 수 없고, 원본 중 일부를 떼내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국토부 협박 때문이었다는 백현동 용도변경 발언에 대해서도 조 대법원장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라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원심은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국토부의 이 사건 의무조항에 의한 압박'과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 부분을 도외시한 채 백현동 관련 발언의 의미를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하였다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였다"면서 "백현동 관련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국토부가 피고인 또는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하여 용도지역 상향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한 사실도 없다"라며 "원심이 백현동 관련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파기환송 반대, 상고기각 의견 - 이흥구, 오경미… "정치적 표현의 자유 충분히 고려 않은 결과"

조 대법원장은 무죄 취지로 상고기각을 피력한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의 의견도 설명했다.

"골프 발언은 궁극적으로 과거 6, 7년 전에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골프 발언이 위와 같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큼에도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써,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

반대 의견을 피력한 두 사람은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여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백현동 관련 발언은 피고인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입안, 실행한 과정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합리성,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서울고법으로 되돌아간다. 이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형이 확정될 전망이다.

파기환송 후 고등법원 재판부 배당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다시 배당절차가 진행된다"며 "추후 어떤 재판부가 파기환송심을 담당할지는 배당절차 진행 후 확정 시까지 미정이다. 기존 원심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된다"라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관련 범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하게끔 되어 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2심 뒤집혔다

“골프·백현동 발언 허위사실 유포”
대선 한 달 앞 사법 리스크 재부상

김지은기자
  • 수정 2025-05-01 18:20
  • 등록 2025-05-01 15:26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1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에프시(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국외 출장에서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라고 판단했다. 심리에 참석한 12명의 대법관 중 파기환송 의견은 10명이었으며 2명은 반대의견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1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과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거쳐 확정되게 됐다. 다음달 3일 대선 전까지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은 희박해 이 후보의 대선 출마가 제한되는 건 아니지만, 대선 본선 링에 오른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게 됐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김문기 전 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고 하고,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이 후보의 일부 발언을 허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지난 3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이재명 선고’ 회부 9일 만에…“기록 제대로 볼 수나 있었는지 의문”

김지은 기자2025. 5. 1. 22:10

대법, 이례적 ‘속전속결’
이재명 1·2심엔 2년6개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결을 내렸다. 지난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이다. 신속한 판단을 예고하면서 상고 기각이 점쳐졌지만 결론은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었다.
 
대법원은 1일 이번 사건의 신속 처리를 두고 “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해 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법에서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3개월 이내 선고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이번 사건이 2022년 9월8일에 공소제기 뒤 대법원에 상고 사건이 접수된 올해 3월28일까지 약 2년6개월이 소요되는 절차 지연이 있었고 △1·2심의 판단이 엇갈려 혼란이 가중되고 사법 불신이 강해지는 상황도 신속한 처리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대법관들은 1·2심 판결문과 공판기록, 검사의 상고이유서와 변호인 답변서·의견서를 신속하게 검토해 집중적인 심리를 벌였다고 한다. 국내 사법사상 전례 없는 속도전이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대법원은 신속 재판 사례로 2000년 부시와 고어가 맞붙은 미국 대선 뒤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을 거론했다.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뒤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내부에서도 신속하게 선고하지 말자는 저항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내·외부 문제 제기에 대해서 사례로 설명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신속하게 처리된 점을 강조했지만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신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두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에 있다”며 이솝 우화인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인용했다. “설득의 승자인 해님이 갖고 있는 무기는 온기와 시간”이라며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대법관은 이어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의 심리와 재판은 해님이 갖고 있는 무기인 온기와 시간을 적절히 투입하여 숙고와 설득에 성공한 경우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전원합의체 합의에서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 변호사도 “대법원이 파기환송 사건을 이렇게 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기록을 제대로 볼 시간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정규재 “대법 ‘이재명 대통령 안 돼’ 판단…사법부 정치행위”

이재명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한달 뒤 국민이 판단할 일에 대법이 나서”

송경화기자
  • 수정 2025-05-01 18:12
  • 등록 2025-05-01 17:22
유튜브 채널 정규재 티브이(tv) 갈무리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판결”, “사법부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정 전 주필은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사법부가 정치 영역에 과잉되게 들어와서 판단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주필은 “(이재명의) 그 발언은 충분한 공방이 있어서, 국민들이 내용을 잘 알고 있다”라며 “한 달 후면 국민들이 판단할 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대법원이 나서서 파기환송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사법부의 정치행위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판사들이 국민을 대리할 수 있냐”며 “국민들이 판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주필은 “저는 (대법관 12명 중 2명의) 소수 의견이 맞다고 주장한다”라며 “떨어진 사람의 발언을 가지고 또 판단해서 다음 선거에도 못 나오게 한다? 이건 가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왜 대법원이 이런 무리한 판단을 하는지…. 대법원 판사로서는 과잉의 정치의식(으로)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런 판단은 좀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 전 주필은 “이재명은 거짓말하는 자라고 (대법원이) 미리 예단하고 미리 판단하고 심리한 것”이라며 “이건 예단의 결과다”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국외 출장에서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라고 판단했다. 심리에 참석한 12명의 대법관 중 파기환송 의견은 10명이었으며 2명은 반대의견을 내놨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한덕수 출마 맞춤 이재명 파기환송…사법부 정치개입

 
  • 법조
  • 입력 2025.05.01 18:30
  • 수정 2025.05.01 20:05

2년 6개월 걸린 재판을 9일 만에 졸속 심리
TV 생중계까지 허용하며 노골적 정치 개입
같은 날 한덕수는 대선 출마 위해 총리직 사표
10 대 2…극우화한 대법원, 제2의 쿠데타
내란에 대해 소극적으로 침묵했던 조희대
상식적으로 대선 전까지 결론내기 힘들어
시민사회 "내란 지속 분명…범국민항쟁 돌입"
이재명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갈 것"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보수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자, 내란의 연장이다. 당초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재판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더라도 대선에는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대법원이 예상을 깨고 속도전으로 유죄 취지로 재판을 서울고법에 내려보내면서 '사법부의 대선 개입'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1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은 노태악 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중 다수 대법관(10명)은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의견을 냈고,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단 2명만 무죄 취지(상고 기각)의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재판장을 맡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에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그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일반인과 공직자로 나눠 차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반대의견을 표명한 소수 대법관들은 사실관계에 집중해 김문기와 관련한 골프 발언의 경우 궁극적으로 과거 6~7년 전에 있었던 피고인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며,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됐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의무조항에 따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고,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다수결 원칙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선고는 단 2번의 심리 만에 열흘도 걸리지 않은 기간에 초고속으로 내려졌다. 이 후보의 재판은 2심까지 약 2년 6개월이 진행됐는데, 대법원이 이른바 6·3·3원칙(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 반드시 판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 단 9일 만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판결문을 제대로 쓰기도 어려운 시간에 결론까지 도달한 셈이다. 대법원이 사실상 이 후보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 취지를 그대로 가져와 인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단 2차례의 심리로 제대로 된 사실관계 판단을 했을지도 의문이다. 졸속 심리로 볼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무엇보다 이번 선고는 사법부가 노골적으로 정치개입, 대선개입을 시작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극우·보수 사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특히 각 정당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후보를 확정하거나, 확정짓기 직전에 이례적인 속도로 심리를 진행하고 차기 대권주자 1위인 이 후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선거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TV 생중계를 허용한 것 역시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로 보인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가 예고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린 것 역시 극우 보수 세력의 정치 상황까지 고려한 정치 판결을 내린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러한 사법부의 정치개입은 윤석열 정권 내내 대법원을 보수화한 결과로도 분석된다. 이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은 10 대 2로 결론이 났는데, 다수 의견을 낸 10명 재판관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임명한 판사들이고, 소수 의견을 낸 2명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이었다(선고에서 제외된 노태악, 천대엽 대법관도 문재인 전 대통령 임명). 2심 무죄 판결을 9일 만에 초고속으로 유죄로 뒤집는 데에는 대법원 다수를 차지하는 극우·보수 성향 재판관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보수화된 대법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내란의 연장' '사법부발 제2의 쿠데타'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대법원을 이끄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대법관에 임명되고, 윤석열 정권에서 대법원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뇌물죄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일으킨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는 무죄 의견을 주장하는 등 극우 세력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또한 일반 사건에도 진보적 가치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는 등 시대를 거스르는 판결을 해왔다.

 

그는 실제 내란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으로 법원 내부망에서도 윤석열의 내란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지만 그는 사실상 침묵했다. 윤석열 내란이 진압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출근길에서 조 대법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탄핵 가능성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한번 지켜보겠다" "나중에 다시 말하겠다"며, 내란에 대한 평가를 회피했다. 이후에도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갖은 특혜로 사법부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고 있다. 사실상 내란 세력에 동조해온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대법원의 선거 개입 사건' '사법 난동'으로 불릴 만한 이번 선고는 이 후보에 대한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이어져서, 극우 세력의 후보 흠집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의 대선 일정에는 차질을 주기 어렵다는 게 주류 의견이다. 이 후보의 형량을 서울고법 파기환송심과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거쳐 다시 확정해야 하는 만큼 공판기일 송달 및 지정, 상고이유서 제출 등을 모두 고려하면 다음 달 3일 대선 전까지 판결 확정이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와 관련한 판단 등도 헌법재판소에서 다툼이 있어 쉽사리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윤석열의 내란 이후 연이어 보여준 비상식적인 판단으로 인해, 이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도 비상식적인 절차를 밟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이 말도 안되는 속도로 판결을 내린 만큼 고법에도 대선 전까지 판결을 내야한다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이 나지 않아도 재판으로 정치 활동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운동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재판을 돌려보낸 만큼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야 하지만, 보수 대법관들의 압박 속에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제대로 된 심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법부 내 극우·보수 카르텔은 실제 내란 기간 탄핵 심판을 상당 기간 지연시키거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구속 취소해 사실상 석방하고 각종 특혜를 봐주는 등 상식 밖의 결론을 내면서 계속해서 정치 상황에 개입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한줌도 되지 않는 단 10명의 재판관이 열흘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군사 작전을 하듯이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대권 주자 1위의 입지를 흔드는 것 역시 이러한 사법부 내부 카르텔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사법부 카르텔의 의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경우, 내란 세력에 대한 심판과 윤석열 정권의 각종 비리 척결, 7공화국 출범에 따른 사회 대개혁, 윤석열 정권으로 인해 망가진 민생 회복 등 굵직한 현안과 미래 비전 등이 산적해 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마구잡이식 기소로 인해 내란 세력들에 대한 불리한 뉴스들이 사실상 포털과 방송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에 반해 대선 뉴스는 한덕수 대행과 국민의힘 경선 후보,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고문 등을 둘러싼 내란 동조 세력들의 이합집산에만 쏠리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 후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대해 즉각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국민주권전국회의는 논평을 내고 "이 판결은 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개입이며,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사법의 독립성을 스스로 짓밟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이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촛불행동은 성명을 내고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내란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범국민항쟁으로 민주정부 건설하고 내란세력 청산하자"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비(非)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파기환송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1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이러한 사법부의 대선 개입이 이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으로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구속 위기, 사법 살인에 가까운 무차별 기소, 보수 언론의 일방적인 이재명 죽이기 시도 등 윤석열 정권 내내 이뤄진 정치 검찰과 족벌 언론의 정적 제거 시도에서도 이 후보가 계속해서 살아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식과 칼 테러로 인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이 후보는 살아 돌아온 바 있다. 그런 만큼 주변에서도 이 후보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김대중의 의연함을 느낀다"고까지 평했다.

 

이 후보는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내려지던 시각, 종로구에서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후보는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해 "제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단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선 온갖 상상을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국민 뜻을 따라야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라 결국 국민이 한다"며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정치재판이고 졸속재판"이라며 "대법원은 졸속 재판을 하며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국민주권과 국민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12·3 내란에는 입닫고 있던 대법원이 국민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지금은 법원의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입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맞서 의연하게 국민을 믿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법학·시민사회 격렬 비판 "대법원의 '이재명 파기환송', 정치 개입·사법 쿠데타"

이명선 기자2025. 5. 2. 20:31
 
홍성수 교수 "李 형사재판 대선 이후에도 진행될 수 있어…또 한 번의 '내전' 전개될 수도"
 
대법원이 6.3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대법원의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일 논평을 내고 "사실관계와 법리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숙의 없이 내려진 이번 판결 선고는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행위"라며 "판결을 가장한 대법원의 정치 개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뚜렷하게 갈려 소수의견이 제시될 정도로 논쟁적인 사안임에도 충분한 숙의 없이 2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선고된 판결을 두고 "6~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법관들 사이의 합의를 충분히 도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포함 10인의 대법관이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고를 강행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또 내란 세력이 지금까지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판결을 졸속적으로 선고한 대법원의 행보는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내란종식과 사회대개혁을 바라는 교수·연구자들은 전날 낸 성명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포기하고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법농단 사건"으로 규정하며 "이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법 쿠데타이며, 한국 민주주의를 향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이 "'선거인의 알 권리'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방향으로 해석됐다"면서 "이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정신과도 배치되며,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민주주의적 선거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퇴행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대법관 12명 중 다수의견을 낸 10명에 대해 "압도적 다수로 참여한 대법관들은 모두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인사들"이라며 "사법부는 독립적인 헌법 수호자라기보다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 행위자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논평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정치 개입이자, 선거 개입이라 볼 수 밖에 없다"며 "대법원이 스스로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허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대법원이) 또다시 정치적인 고려를 통해 절차진행과 판결을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는커녕 확대시키는 판결을 내놓"았다며 "대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결정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가중됐지면 한 달 뒤 대선에서 이 같은 혼란상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이 (대선 전) 한 달 안에 다 끝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아무리 위태위태해도 법적으로는 무죄"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최고 득표를 한다면,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인수 기간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하고 임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대선 이후 "사법부가 스스로 판단해서 '현직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판 중단한다. 또는 연기한다. 못 한다. 뒤로 미루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만약 법원이 재판을 계속 진행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부당하다'고 주장을 하면서 법원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해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대통령 몫의 임명이 이뤄질 경우, 헌재 판단에 대한 영향력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짚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건) 당사자가 이재명 후보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빨리) 재판을 진행했을까"라며 "대법원이 스스로 정치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번 파기환송으로 한 대선 후보의 출마를 법으로 막히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대선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의 모든 형사재판이 중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 대선 이후에도 허위사실공표 건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형사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면서 "대법원이 이렇게 정치적 개입 의지를 드러낸 이상 형사 재판도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좀 더 커진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줄줄이 받고 속속 유죄가 나와 대통령 직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면, 또 한 번의 '내전 상태'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편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의사는 선거로 표출된다"며 "대선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과 그 주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자를 어느 수준에서 심판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가 대상에는 이재명 후보의 잘못 여부 뿐 아니라 검찰권 남용 여부, '사법 카르텔'의 정치적 의도 여부도 종합적으로 다루어진다. 검찰과 법원이 법의 이름으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도 심판대상 목록에 들어간다"며 "계엄과 내란의 큰 산을 반쯤 넘었다. 대법원의 판결도 또다른 넘어의 대상"이라고 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5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대선 앞 '졸속 논란' 휩싸인 대법…숙고·일관성 놓쳤다

대법 이례적 속도…수만쪽 사건 기록 검토 가능했나
예민한 사건에 '튀는 행보'로 논란 가열
대법관 사이 우려도…"유례 없이 짧은 기간"
'표현의 자유' 오락가락?…과거 전합 선고마저 뒤집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가장 예민한 '이재명 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처리한 대법원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요한 사건인만큼 원칙적으로, 빠르게 진행했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지만 그동안의 대법원이 보여준 행보와 달리 지나쳐 보이는 '의지'에 오히려 의심의 시선이 쏠리는 셈이다.

초고속 심리는 전례를 찾기 어려웠고, 1·2심이 극명하게 엇갈렸음에도 최고 법원의 숙고와 신중함을 보여주진 못했다. 대법관 사이에선 이를 우려하는 반대 의견까지 나왔다. 여기에 더해 '표현의 자유' 판단의 일관성 부족까지 보여주며 사법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법원 이례적 속도…수만쪽 사건 기록 검토 가능했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지난 1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10명의 다수의견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논란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의 심리 속도를 이례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약 3주간 가배당 상태로 검찰의 상고이유서, 이 후보의 답변서를 받았다. 이후 지난달 22일 주심 배당이 이뤄졌는데, 조 대법원장은 사건을 곧바로 전합에 회부하고 당일과 24일 두 차례 전원합의기일을 열었다. 사흘 만에 두 차례 기일을 진행한 뒤 전합 회부 9일 만에 선고한 것이다.

이 후보 사건 기록은 6만~7만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민주당 측에서는 수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짧은 기간에 모든 대법관들이 살피기는 불가능하다며 '졸속' 심리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형사기록 전자 스캔으로 (대법관들이) 기록은 모두 보셨다고 확인되고 있다"며 "대법관들은 수많은 재판연구관과 유기적 일체가 돼서 기록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결론 여하를 떠나 최고 법원의 판결과 법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소부에 사건을 배당한 당일 전합에 회부해 첫 기일을 열고 이틀 뒤 두 번째 다시 기일을 여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원심의 판단을 뒤집는 파기환송의 경우 서류와 영상 등 가능한 많은 자료를 대법관들이 직접 검토하고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경우 방대한 사건 자료의 복사와 배부, 검토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민한 사건에 '튀는 행보'로 논란 가열…대법관 사이 '속도' 우려도

대선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선거법 사건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대법원이 서둘러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박도 있다. 특히 이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최대한 빨리 내려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법원이 유력 후보라는 점을 감안해 '특별 재판'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은 깨져버린 셈이다.

아울러 전합 기일이 통상 한 달에 한 번꼴로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흘에 두 차례 기일을 연 것은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 270조에는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오는 6월 25일 전에만 선고하면 원칙을 지킬 수 있었지만 절반도 안 된 36일 만에 선고했다.

게다가 해당 규정은 법원 실무상 여러 이유로 사실상 준수되지도 않았다. 유독 이번 사건에 원칙이 강력하게 적용된 셈이다. 논란이 있는 사건에 자연스럽지 않은 행보로 논란을 더 키운 모양새다.  

무엇보다 대법원 선고 이후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등을 감안할 때 대법관들 사이에 충분한 의견 교환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 사건의 경우 1심과 2심 선고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에서 최고 법원의 숙고와 신중함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졸속 심리에 대한 우려는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5명의 대법관(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은 보충의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며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했다고 강조했지만, 대법관 2명(이흥구·오경미)은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신속한 재판의 원칙을 내세워 유례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이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놓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당사자와 국민의 시선 속에 비치는 법원의 공정성, 심리의 충실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어느 만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 오락가락 대법?…과거 전합 선고마저 뒤집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선고에서 대법원은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보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더 우선했다.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의 표현의 자유 판단에 대한 일관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전합은 이 후보가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지난 2020년 '친형 강제 입원'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후보자 TV 토론회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답을 한 것인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아들의 허위 인턴 확인서 발급과 관련해 허위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해서는 작년 벌금 80만 원의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최 전 의원의 '행위'가 허위 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이학수 정읍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이 후보의 '친형 강제 입원' 사건 판례를 인용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보고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의 오락가락 판결은 사법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는 있다"면서도 "대법원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해”…대법 속도전 비판한 현직 판사들

조성신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robgud@mk.co.kr)2025. 5. 3. 09:15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처리하자 법원 내부에서도 ‘정치적 편향’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대법원은 최근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런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고,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이어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청주 지역의 한 부장판사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월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가진 후 1주일 후인 5월1일 판결을 선고하였다”며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아해했다.
 
그러며서 “과거에는 디제이(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며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 후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에,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34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이와 관련 법조계는 물론, 정치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적나라한 ‘졸속 선고’ 비판, 초유의 전합 판결문…조희대 대법원의 퇴행

김남일 기자2025. 5. 6. 11:40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파기환송 후폭풍
15년 전 박시환 전 대법관 때와 비교해도 퇴행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4년 1월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덕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대법원장,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초고속 파기환송한 후폭풍이 사법개혁 요구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전례 없는 속도전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대법원이 방어성 해명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법조계에서도 잘 알지 못했던 ‘판결 생산 과정’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전합 판결문에는 ‘제대로 된 검토와 토론이 없었다’는 소수의견 대법관 비판이 적나라하게 기재됐다. 이 역시 초유의 일이다. ‘조희대 대법원’의 재판 운영 방식이 어떠했는지 ‘판례’로 영원히 박제된 것이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이 극대화한 사법 불신 여론을 발판삼아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등 대법원 반대로 장점보다는 단점만 부각됐던 사법정책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대법원은 대법관들의 심리·합의 등 상고사건 처리 과정이 어땠는지는 대외비로 철저히 함구했다. 재판 독립 보장을 위해 심판에 이르는 합의는 공개하지 않기(법원조직법 제65조) 때문이다. 그랬던 대법원이 스스로 비공개 원칙과 관행을 ‘전례 없이’ 깬 것은, 그만큼 이재명 후보 사건 처리가 ‘전례 없는’ 것이라는 점을 대법관들이 의식했기 때문이다.
 
보통 전합 판결문에서는 사건 내용과 쟁점, 법리를 두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충돌한다. 이재명 후보 사건은 달랐다. 쟁점과 법리 외에 전례 없이 빠른 선고 속도가 전합의 새로운 핵심 쟁점이 됐고, 판결문에는 ‘최고법원의 사건 처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대법관 비판이 그대로 노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과거 ‘독수리 5형제’로 불리던 진보 성향 대법관 대 보수 성향 대법관 구도가 뚜렷했던 시기에도 없던 일이다. 대법관 의견이 7대5로 극명하게 갈렸던 2020년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도, 재판 진행 방식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반면 이 후보 사건에서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 속도를 두고 극명히 드러난 의견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최종심 지위를 갖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신뢰 확보 노력 대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의심스러운 속도전’을 택한 것이다.

토론은 기본인데…“토론했다” 굳이 판결문에 기재

이 후보 사건에서 유죄 파기환송을 결정한 다수의견 대법관 10명 중 5명(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은 판결문을 통해 전합 심리·합의 과정을 일부 공개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소수의견(상고 기각) 대법관 2명이 다수의견 대법관들의 속도전을 비판하는 의견을 쓰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보충의견을 쓰면서 일부 내용을 선택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대법관들은 빠른 시기에 제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하였고, 검사의 상고이유서와 변호인 답변서, 의견서가 접수되는 대로 지체 없이 제출 문서를 읽어보고 그 내용을 숙지하였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하여는 이미 많은 판례와 법리, 그 토대가 된 국내외 연구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대법관들은 이미 축적된 판례와 법리, 연구자료에 더하여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추가 검토를 집중적으로 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치열한 토론을 하였다. 구체적인 절차 진행도 형사소송법령 등 관련 규정을 지키면서 이루어졌고, 절차를 주재하는 대법원장이 일일이 대법관들의 의견을 확인한 다음 후속절차로 나아갔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사건 판단을 두고 대법관 사이에 이견이 있거나 판례 변경을 해야 할 때 열린다. 의견이 다른 대법관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수다. 이 후보 사건에서처럼 굳이 판결문에 “치열한 토론을 했다”고 항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합 사건의 경우 쟁점과 법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 대법관 사이의 토론, 숙의를 위해 시간을 두고 합의기일을 잡는다. 통상 한 달에 한 번 합의기일이 있다. 이 후보 사건처럼 합의기일을 이틀 사이에 두 차례 잡으면 첫 합의기일에 논의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없다. 당연히 토론이나 숙의 과정도 기대할 수 없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달력상 날짜의 총량만이 충실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처럼 적시처리가 강력하게 요구되는 사건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등 기존 대법원 판결문에 볼 수 없었던 절차 문제와 관련한 ‘방어적 해명’을 판결문에 써놓았다. 대법원도 전합 선고 직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판결 의의를 설명하며 ‘파기환송 이유’보다 ‘신속한 선고 이유’를 먼저 배치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 다수의견 대법관들이 초고속 선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판결문에 적은 2000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선 재검표 중단 사례를 다시 인용했다. 대선 직후 대통령이 누구인지 당장 확정해야 했던 미국 사례와 이미 3년 전인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끝난 한국 사례를 짜깁기해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극심한 혼란과 사법 불신을 종식시켰다’는 다수의견 주장을 강조한 것이다.

대법원이 자초한 6만쪽 논란

전직 대법관은 한겨레에 “판결문에서 대법관들끼리 재판 진행 방식을 두고 다투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했다면 지금처럼 ‘재판을 빨리했다’ ‘기록을 다 봤느냐’는 비판이 나왔을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법관들의 재판 속도 공방이 판결문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낳았다.
 
결국 대법원은 선고 이튿날인 2일 전합 심리가 초고속으로 진행된 과정을 또다시 추가 공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6만여쪽 소송기록을 대법관 12명에게 모두 복사해서 줬느냐’는 질문에 “재판 사항이라 깊이 알지 못한다”고 했다. ‘기록을 보지 않은 날림 재판’이라는 추궁이 계속되자, 천 처장은 “요즘은 형사기록을 전자사본화한다. (대법관들이) 스캔해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기록 전자 스캔으로 (대법관들이) 기록은 모두 보셨다고 확인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 답변이 6만쪽 논란에 불을 질렀다. “대법관별로 언제 이 전자문서를 읽었다는 것인지 답변해 달라. 대법원이 기록을 안 보고 제출된 문서만으로 판결하는 경우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기록을 안 보고 판결한 것이라면 대법원 판결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대법관들이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만 보고 판결할 수 있느냐”(박범계 민주당 의원)는 추궁이 이어졌다.
 
대법관들이 전자문서로 소송기록을 봤다는 천 처장 답변에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변호사도 모르게 형사사건 전자소송이 시작됐느냐’는 말도 나왔다. 대법원은 오는 6월로 예정됐던 형사사건 전자소송 시스템 도입을 10월로 연기한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전자소송은 수사·재판 기록을 종이가 아닌 전자문서 형태로 기록하는 제도다. 기록 검토의 효율성과 편의가 커진다. 민사·가사·행정소송 등에는 이미 도입됐지만 형사소송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대법원 설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자, 주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전합 판결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대법관들이 에이아이(AI) 챗지피티보다 빨리 6만쪽 기록을 봤다는 것이냐’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에 대법원은 여러 언론에 대법원 심리·합의 방식을 추가 공개했다. “법률심인 상고심 특성상 대법관들이 1·2심처럼 6만쪽 기록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읽어야 판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고 이유서에 제출된 범위 내에서만 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관들이 상고 이유와 무관한 쟁점은 심리할 수 없다” “기록을 모두 보거나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검토하는 방식은 대법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형사사건 전자소송은 도입되지 않았지만 대법관들이 전자문서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나왔다.
 
대법관 1인당 연간 수천건씩 몰리는 소부 사건은 ‘10초 재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합의 과정의 빈틈이 많다. 대법관이라면 다를 것이라는 대법원 재판에 대한 국민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셈이다. 이런 상고사건 처리 과정을 아는 법조계에서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은 소부 재판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전직 대법관은 한겨레에 “솔직히 기록을 직접 안 본다. 재판연구관들이 검토보고서에 필요한 기록만 복사해 붙여 오는 식이다. 간혹 추가 검토가 필요하면 직접 필요한 부분만 뽑아보는 일이 있지만 드물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1·2심처럼 관련 기록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 붙이는 식으로 볼 이유가 없다. 다만 삼심제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대법원 심리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대법원이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1일 전합 선고 이후 공개된 대법원의 여러 설명을 종합하면,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된 이 후보 전합 재판에서도 대법관들은 소송기록을 충실히 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설명처럼 상고 이유와 관련된 기록만이라도 대법관 전원이 직접 검토했다는 것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법률심이어서 6만쪽 전체를 볼 이유도 필요도 없다면, 대법관별로 상고 이유 등을 검토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분량의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봤다는 것인지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은 법원조직법의 합의 과정 비공개 조항을 들어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합의 과정에 대한 사법정책적 연구는 희귀하다. 합의 과정 등에 대한 비밀엄수가 워낙 심한 데다, 퇴임 대법관들 역시 일반론 차원의 언급도 극히 자제하기 때문이다. 다만 박시환 전 대법관(2005∼2011년 재임)이 퇴임 뒤 이례적으로 자신의 대법관 경험과 재판 실무 등을 바탕으로 대법원 심리·합의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점을 제시했다. 대법원 재판 방식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사건 처리 과정이 어떠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박 전 대법관이 쓴 ‘대법원 상고사건 처리의 실제 모습과 문제점’(2016) 논문을 보면, 전합에 회부되는 모든 사건에는 재판연구관의 검토보고서가 작성된다. 검토보고서 분량은 A4 용지로 50∼100쪽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참고자료 수백쪽이 첨부된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전원에게 검토보고서와 함께 상고이유서, 답변서 등이 배부된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은 “다만 사건 기록은 주심 대법관 외에는 회람되지 않는다. 사건기록 전체를 대법관 전원에게 복사해 나눠주는 미 연방대법원의 실무와는 다르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 사건 기록이 모든 대법관들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제공됐다고 밝혔지만, 대법관들이 실제 이를 열람·복사했는지, 대법관별 검토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법관 논문은 한 달에 한 번 10건 정도의 전합 사건을 합의하는 상황을 전제로 “합의를 주재하는 대법원장과 주심 대법관을 제외한 다른 대법관들은 매 사건마다 깊이 있는 연구와 검토를 거쳐 합의에 임하기는 어렵다. 전합 토론 역시 주심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이 검토한 전체의 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0년대 중반까지 어느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대외비로 했다. 박 전 대법관은 “그 자체로 대법관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파기환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소송당사자 알 권리 차원에서 전합 회부 사실 정도는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는 소부에 사건이 배당된 당일 바로 전합 회부를 결정했다는 사실부터, 회부 당일과 이틀 뒤 합의기일까지 사전에 공개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전합 회부부터 선고까지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날림 선고’ 비판에,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 사건이 3월28일 접수된 이후 대법관들이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말한다. 대법관들이 한 달여 동안 오로지 이재명 후보 사건 한 건만을 심리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에는 연간 5만6천건(2022년 기준)의 사건이 접수된다. 대법관 1인당 연간 5천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후보 사건이 접수된 뒤 모두 47건의 선고를 했다. 통상 2주 전에 소부 합의가 끝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후보 사건과 동시에 대법관들이 합의를 진행한 사건은 35건 정도로 추정된다. 소부별 합의에 올리지 않았더라도 대법관에게 배당된 사건 수십∼수백건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박시환 전 대법관 재직 시절에도 대법원 한 해 접수 사건은 3만6천건(2010년 기준)에 달했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건의 사건이 배당됐다. 박 전 대법관은 “전원합의체 합의 과정에서 정치한 법리 전개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전합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대법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어떨 때는 “다수의견이 소수의견으로,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판결문 작성에 수회의 의견 교환과 수정을 거치다 보니, 판결 선고 직전까지 판결문이 완성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조희대 대법원의 의도된 퇴행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모습은 어땠을까.
 
소수의견(상고 기각)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일반적 성격을 “법률적 쟁점에 대한 치열한 검토와 깊은 숙고” “동료 대법관들을 설득하거나 새로운 견해를 공감·반박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만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 결론을 내놓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두 대법관은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다수의견(파기환송) 대법관들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심리와 재판은 시간을 적절히 투입해 숙고와 설득에 성공한 경우인가 아닌가”라고 물으며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두 대법관이 쓴 의견에서 박시환 전 대법관 때인 15년 전보다 못한 조희대 대법원의 재판 운영 퇴행을 엿볼 수 있다. 박 전 대법관이 문제라고 했던 당시 전합 운영방식조차, 이재명 후보 사건에 견주면 합의에 걸린 시간과 숙의 과정 등이 충실했던 셈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정의구현사제단 “대법원은 주권자 선택에 관여 말라”

임석규 기자2025. 5. 6. 17:55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해 9월2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올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조민철 신부)이 6일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지난 1일 상고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날 ‘대선에 즈음하여 시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판결을 시중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법쿠데타’라고 부르는데, 이의를 달기 어려운 명명”이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어 “사법농단에 이어 사법쿠데타를 저지른 세력의 목표는 분명하다. 당선이 거의 확실한 야권 후보를 낙마시켜 윤석열이 버튼을 누른 내란을 완결 짓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대선에 즈음하여 시민 여러분께
 
“우리는 그날 대법관들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습니다.”
 
1. 내란수괴가 파면되고 가까스로 제21대 대선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민주주의 회복과 안정을 기대하게 된 주권자들 머리 위에 느닷없이 불화로가 쏟아졌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너무나 사소한 두 마디를 구실로 ‘허위사실유포’라는 희대의 죄를 씌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자 한 것이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주도하고 대법관 10명이 공모한 판결을 시중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법쿠데타’라고 부른다. 이의를 달기 어려운 명명이다. 이로써 아무리 원통하고 억울해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순순히 감옥으로 걸어가던 존중과 승복의 전통은 끝이 났다. 대법원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다.
 
2. 1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의 항소이유서를 검토한 2심이 무죄로 판결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소부에 배정됐던 해당 건을 전원합의체로 끌고 와서 무려 7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송 기록을 외면한 채 무엇엔가 쫓기듯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상고기각’ 곧 무죄를 예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했다. 상식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먼저 ‘당선무효형’이란 말 그대로 당선자에게 해당하는 일인데 검찰과 법원은 낙선자에게, 그것도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는 식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중형을 뒤집어씌웠다. 사실 그 형벌은 숱한 감언이설로 세상을 속인 당선자의 차지여야 했다. 하지만 검찰과 대법원은 시종 엉뚱한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 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인 진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고등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판 기일을 잡았다. 후보등록이 끝나서 공식선거 캠페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5월 15일이다. 국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은 피고의 권리와 절차에 따르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최종 판결이 대선 이전에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억지를 부려온 사법쿠데타 세력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을 따를 리 만무다. 사법 농단에 이어 사법쿠데타를 저지른 세력의 목표는 분명하다. 당선이 거의 확실한 야권 후보를 낙마시켜 윤석열이 버튼을 누른 내란을 완결 짓겠다는 것이다.
 
3. 조희대를 정점으로 하는 사법쿠데타 세력이 빼앗으려 하는 것은 누군가의 피선거권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주권자의 선거권 박탈이 최종목표다. 하지만 그들의 쿠데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누구도 동의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하다. 저들이 억지를 쓰고 떼를 부리며 시대착오적인 퇴행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들만의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물려주고 물려받던 특권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반미치광이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날 대법관 열 명의 근엄한 표정에서 의인 한 사람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성경의 대제관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오늘까지 배우고 익힌 것은 오로지 각자도생이니 그저 자신의 안위와 사익에만 골몰한다.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해서 너도나도 잘 살되 우리 모두 올바로 고르게 잘 사는 대동세상을 그들은 두려워한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모두는 하나에서 나온 하나이므로 서로 보살피는 ‘한살림’으로 대전환하는 것을 그들은 아주 끔찍하게 여긴다. 작년 12.3 비상계엄부터 최근 5.1 사법쿠데타에 이르기까지 판사 지귀연과 검찰총장 심우정,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 등이 온 국민을 기절초풍하게 만든 기괴한 일들은 그래서 벌어진 것이다.
 
4. 지금 수구기득권 카르텔은 이참에 민주주의 자체를 아예 멸절시키고자 일심단결, 사생결단의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역사적 반동에 반격하자면 민주시민들 또한 사력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 시퍼런 칼을 들고 와서 내 혈육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도를 대화나 타협으로 구스를 수 없다. 사법부의 난동을 막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난겨울도 그랬지만 앞으로 한 달 우리의 수고에 우리와 자식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아울러 국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데 맹수처럼 날래고 대범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명령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는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말라!
 
5. 역사가 우리를 망쳐놓는 것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 선과 악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종종 악이 선을 죽였지만 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선은 반드시 다시 살아서 악을 구원해주었다. 이것이 역사요 어쩔 수 없는 선의 운명이다. 우리의 양심으로 저들의 욕심을 구원하자.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사설]이재명 파기환송심, 사법부 불신 더 키우지 말라

한겨레2025. 5. 6. 18:05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고심 재판기록 열람 과정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이 이틀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12·3 내란을 수습하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대법원 판결이 절차적 정의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시민들의 합리적 의문이다. 대법원의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6만쪽 논란은 상고심 구조를 모르는 무리한 호도”, “기록을 일일이 살피는 게 본질은 아니다”라는 식이다. 마치 ‘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생떼를 쓰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래도 되는가.
 
대법원의 해명은 스스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것과 같다.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307조)에 따라 재판하도록 돼 있다. 범죄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판사가 증거를 선별해 모은 재판기록을 직접 보고 유무죄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연구관이 기록을 검토해서 작성한 보고서를 대법관이 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관행일 뿐이다. 관행이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재판 업무 보조원’에 불과한 재판연구관이 취사선택한 증거만 보고 판단한 것을 대법관의 판결이라고 할 수 있겠나.
 
물론 1인당 연간 4천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이 방대한 소송기록을 다 보는 건 불가능하다. 모든 사건마다 소송기록을 다 열람하고 판결하라는 건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기록을 다 본 것 못지않게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법원 소부 심리를 거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고, 대법관들이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쳐 판결하도록 한 절차를 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 상고심은 소부 심리도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합에 회부하고, 9일 만에 단 두차례 평의를 거친 뒤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연구관들도 6만7천쪽에 이르는 재판기록을 충분히 검토할 수 없을 만큼 전례 없는 ‘속도전’이었다. 이러니 ‘졸속·부실 재판’ 논란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
 
대법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큰 만큼 파기환송심은 적법절차를 더욱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고법은 대법원으로부터 기록을 전달받자마자 곧바로 서울고법 형사7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재판부도 당일 공판기일(15일)을 잡고 소환장 및 기일통지 발송에 이어, 집행관 송달을 촉탁했다. 상고심과 같은 속도전을 벌일 태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더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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