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을 향한' 새 교황 레오 14세…첫인사는 "평화"
267대 교황에 미국인 프레보스트 추기경
페루 빈민가서 오랜 사목 활동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각별
교회 '개혁과 통합' 이끌 인물
트럼프 "미국인 교황 정말 영광"
이재명 "고통받는 이웃의 방파제 되시길"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제267대 교황인 레오 14세는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로지아(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군중들을 향해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이렇게 첫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첫인사였다"며 "대화와 만남을 통해 늘 평화롭게 하나의 백성이 될 수 있게 하는 다리를 건설하자"라고 당부했다.

267대 교황에 프레보스트 추기경
콘클라베 이틀째 4번 만에 선출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일주일 후인 지난달 28일 장례미사를 치른 뒤 7일 바티칸에선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이 참가한 가운데 콘클라베가 진행됐으며, 이틀째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새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1955년생인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다. 교리교사로 활동한 프랑스·이탈리아 혈통 아버지를 따라 성당을 다니면서 복사로 활동했다. 어머니는 스페인계 도서관 직원이었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신학교에 들어간 그는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따고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페루 빈민가서 오랜 사목 활동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각별
2001년부터 12년간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돼 빈민가에서 오랜 기간 사목활동을 했다. 2015년 이를 위해 페루 시민권을 따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마찬가지로 빈자와 이주민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관심이 각별하다.
'낮은 곳을 향한' 레오 14세의 자세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지난달 당시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자신의 SNS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주자 추방정책에 대한 비판 논평을 공유한 뒤 이를 옹호하고자 JD 밴스 부통령이 들고나온 가톨릭 교리 해석에 "틀렸다"라고 반박한 것이다.

교회 '개혁과 통합' 이끌 인물
뉴욕타임스 "균형 잡힌 중도파"
이런 그를 2023년 바티칸으로 불러 추기경으로 임명한 사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요직인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았고, 2022년에는 주교부 위원에 여성 3명 추가와 평신도 역할 확대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작업을 돕기도 했다.
이렇듯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개혁적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에 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출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의 길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하다가 '균형 잡힌 중도파'가 대안이 됐다고 전했다. 캐슬린 스패로스 커밍스 미국 노트르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 그대로"라며 "사목적 열정, 경영 경험, 글로벌 비전까지 교황의 자질을 모두 갖췄다"라고 평했다.

세계 정상들 축하 메시지 잇따라
트럼프 "미국인 교황, 정말 영광"
세계 각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도 잇따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아주 흥분되는 일이고,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고 썼다. 2000년이 넘는 가톨릭 역사에서 미국인이 교황으로 선출된 일은 처음이다.
축하 메시지나 성명을 낸 정상 중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유럽연합(EU) 지도부,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있었다.

이재명 "고통받는 이웃 지키는 방파제 되시길"
"역대 교황들 처럼 한반도 평화 큰 역할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9일 페북 글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과 사회 정의에 대한 헌신으로 한결같은 사목활동을 펼쳐온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을 모든 가톨릭 신자와 함께 축하드린다"면서 "앞으로 교황님과 함께 교회가 전쟁과 분열이 있는 곳에 평화와 화해의 길을 내고, 고통받는 이웃을 지키는 진정한 관용과 용기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역대 교황님들은 모두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고, 남북 화해와 전쟁 종식을 위한 활동에 애써주셨다. 새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해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향 시카고, 기쁨에 휩싸여
2년 후 교황 방한 기대감도
레오 14세 교황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였다. 시카고 대교구의 '거룩한 이름 대성당'(Holy Name Cathedral)에선 낮 미사 도중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지자 축하 종소리가 울렸다. 현장학습 중이던 가톨릭 학교 학생들은 "교황 만세"라며 환호했다.
레오 14세의 방한 얘기도 벌써 나온다. 2년 후인 2027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의 개최지가 서울이어서다. 그렇게 되면, 레오 10세는 요한 바오로 2세(1984년, 1989년)와 프란치스코(2014년)에 이어 방한하는 역대 3번째 교황이 된다.
[포토] 새 교황 레오 14세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 수정 2025-05-09 10:28
- 등록 2025-05-09 10:25










첫 美출신 교황, 레오 14세 누구?…페루 빈민가서 20년 사목
- CBS노컷뉴스 백담 기자 메일보내기
- 2025-05-09 09:42
"교회 내 보수·개혁파 사이 균형 잡을 수 있는 인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사제 서품 이후 페루 시민권을 얻고 빈민가에서 20년 넘게 사목활동을 해왔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개혁파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신학적으로는 중도적 성향으로 알려져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시카고에서 프랑스·이탈리아계 교리교사였던 아버지와 스페인계 도서관 직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당 복사로 활동하며 교회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한 뒤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2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신학 외에도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이후 남미 페루 북서부의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간 사목했다. 2001년부터는 12년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직을 맡으며 국제적인 교회 운영 경험을 쌓았다.
프란치스코 당시 교황은 2014년 그를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주교로 임명했고, 2023년에는 바티칸으로 불러 추기경 서임과 함께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주교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에 임명했다. 레오 14세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5개 언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건한 성품과 가난한 이웃에 대한 헌신은 전임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0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교는 자신만의 왕국에 머무는 작은 왕자가 되어선 안 된다"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걷고,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교 선출 심사기구에 여성 위원을 추가하는 등 교황청 개혁에도 적극 참여한 인물로 꼽힌다.
과거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국 출신 교황의 선출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레오 14세는 유력한 교황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페루 등 남미를 거점으로 활동한 점, 국제적인 경험에 더해 그의 온화한 성품 등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BBC는 그에 대해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 평가하며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됐다는 점은 추기경단이 그 가능성에 공감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편 레오 14세는 2027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될 경우, 그는 역대 세 번째로 한국을 찾는 교황이자, 교황의 네 번째 방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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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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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2025-04-26 21:55
- 등록 2025-04-26 19:02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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