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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휴전의 기쁨도 잠시…이스라엘 군 가자 살육전 재개

by 무궁화9719 2025. 2. 7.

이스라엘, 다시 레바논 수도 공습… ‘습관적’ 휴전 파기 배경엔 미국 뒷배

조형국 기자2025. 3. 30. 16:36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이 벌어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서 한 남성이 공습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했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 이후 수도를 대상으로 벌인 폭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 이후에도 연일 사상자를 내며 위태롭게 이어져 온 양측 휴전 합의가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레바논 국영 NNA 통신 등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남쪽 교외 다히예 지역을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다히예는 헤즈볼라의 근거지로 알려진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베이루트 내 무인기(드론) 보관 시설, 헤즈볼라 지휘소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다히예 지역을 포격하기에 앞서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지역에도 공습을 가해 23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레바논 영토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2기가 날아왔다는 발표를 한 직후 공습을 시작했다. 한 기는 이스라엘군이 요격했고, 한 기는 레바논 영토에 떨어졌다. 헤즈볼라는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다며 개입을 부인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데이비드 우드 레바논 수석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로켓 2기의 발사 주체나 경위를 조사할 기회를 주지 않고 즉각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프랑스의 중재로 이뤄낸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합의는 이후 4개월간 위태롭게 유지됐다. 양측은 레바논 남부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은 접경지 거점 5곳에 전초기지를 유지한 채 휴전협정 위반에 대응한다며 레바논을 산발적으로 공격해왔다. 약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에도 레바논 영토에서 날아온 로켓을 이유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접경 지역을 공습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시리아와 레바논 등 중동 각지에서 휴전 파기를 불사하며 무력 충돌을 감행하고 있다. 헤즈볼라·하마스 등 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의 약화라는 중동 내 역학 변화, 정권 유지를 위해 극우세력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 구도에 더해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 입장에선 거리낄 것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8일 이스라엘 공습 이후 가자지구에서 921명이 숨지고 2054명이 다쳤다고 29일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월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을 방조하는 데서 나아가 예멘의 후티 반군을 대상으로 직접 공격을 벌이며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춰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큰 논란이 된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후티 반군 공습’을 서두르자며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하면 우리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중동 부특사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을 두고 “미국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보조는 핵 협상에 비판적인 이란을 테이블로 끌고 나오려는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파리를 방문 중이던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다히예 공습은 프랑스와 미국이 중재한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공습”이라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제노사이드의 종말적 단계로 돌진하는 네타냐후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misotolenin@gmail.com다른 기사 보기
 
  • 국제
  • 입력 2025.03.27 12:05

트럼프 취임 축하용 '휴전' 끝내고 재개된 폭격
물, 식량, 전기도 끊긴 고통 절정에 시작된 공격
돌아온 끝없는 폭격, 학살, 피난, 절규, 통곡
'제노사이드 조' 대체한 '울트라 제노사이드 트럼프’
더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길로 가는 네오 시온주의
'기억하고 증언해 달라'는 알 자지라 기자의 유언

지난 1월 초에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대량학살을 일시 중단하며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을 때 두 가지 예측이 있었다. 하나는 '15개월의 학살 전쟁의 실패와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결국 휴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런 전망은 헛된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휴전은 속임수에 그칠 것이고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무기와 군수품을 재보급하면서 힘을 회복한 다음에 다시 대대적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또 다른 예측이 현실이 됐다. 네타냐후 정부와 이스라엘군은 지난 15개월의 폭격 끝에 '석기 시대'로 돌아가 '잔해를 치우는 데만 15년이 걸릴 것'이라던 가자지구를 향해서 또다시 폭격을 시작했다.

 

두 달 만인 3월 18일부터 다시 시작된 학살 전쟁에서는 끝없는 폭격, 끝없는 학살, 끝없는 죽음, 끝없는 피난, 끝없는 절규, 끝없는 통곡이 모두 다시 돌아왔다. 또다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들이 가자를 지켜보며 가슴을 치고 눈물 흘리고 있다. 폭격이 다시 시작된 첫날은 이스라엘이 역사상 하루 만에 가장 많은 팔레스타인 아동을 학살한 날로 기록됐다.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이제 5만 명을 넘어섰다 / 출처 - 가자의 보건당국 

 

일부에서는 이것을 '가자 제노사이드의 종말적 단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5개월 동안의 1단계 학살도 몸서리치도록 끔찍했지만, 네타냐후가 보기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었다. 먼저, 당시에 미국 바이든 정부는 대량학살을 위한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민간인 피해는 가능한 줄여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바이든 정부가 대량학살을 적극 도우면서도 이렇게 엉거주춤한 이유는 '인도주의와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라는 자신들의 슬로건과 가자 학살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충돌했기 때문이고,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과 비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패배하고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이제 이 난점은 해소됐다.

 

또 하나의 난점은 이스라엘 내각과 군부 내에서 학살 전쟁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미묘한 불협화음이었다. 지난해 11월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해임과 최근 신베트(정보기관) 국장의 경질은 그러한 사소한 어긋남조차 참을 수 없던 네타냐후의 시도였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이제 좀 더 일사불란하게 제노사이드를 강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갖추었다.

 

지난 두 달의 '휴전' 동안에 네타냐후는 밥 먹듯이 휴전을 어기면서 뒤로는 이런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셈이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첫날부터 이미 총격과 부분적 폭격을 하면서 두 달간 150여 명을 죽였고, 기자 3명과 구호단체 활동가 6명을 표적 살해했다. 이동식 주택 6만 채와 텐트 20만 개, 의료물품의 반입을 가로막고 구호물자 수송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가자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의료복합단지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3. 23 [AFP=연합뉴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휴전 1단계가 끝나고부터 시작된 '지옥 계획'이었다. 이때부터 2주 넘게 이스라엘은 가자로 들어가는 모든 식량, 지원, 수도, 전기, 구호품을 끊었다. 그래서 가자 주민 200만 명의 굶주림과 고통이 극에 달하는 순간, 마침내 기다렸다는 듯이 휴전을 깨면서 다시 대대적인 폭격을 시작했다.

 

이로써 초강경 극우 시온주의자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의 "가자에 지옥의 문을 열어야 할 때"라는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휴전' 합의에 반발해 사임했던 또 다른 초강경 극우 시온주의자 벤-그비르 안보부 장관은 폭격 시작과 함께 바로 자리로 복귀해서 네타냐후를 돕고 있다. 내각 붕괴와 조기 선거로 향하던 네타냐후의 정치적 위기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일주일 만에 벌써 7백여 명이 사망하면서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이제 5만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물도, 전기도, 음식도, 의약품도, 피난처도 없는 가자에서는 이제 병원도, 학교도, 구호기관도 작동하지 않으며 상상하기도 무서운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다. '가자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떠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이스라엘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렇게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가자 주민 여러분, 이것이 마지막 경고입니다. … 그다음 단계는 훨씬 더 가혹할 것이며, 여러분은 모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무력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 인질들을 돌려주고 하마스를 쫓아내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선택지가 열릴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폭격을 재개한 3월 18일은 역사상 하루만에 가장 많은 팔레스타인 아동을 죽인 날이다. 

 

이것은 서방 언론과 주류 언론들이 말하듯이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아서'이거나, '양쪽 모두가 물러서지 않아서'가 결코 아니다. 하마스는 단계적 휴전 약속에 따라서 모든 '인질'을 돌려줄 의도가 있다는 것을 거듭 분명히 했다. 나아가 하마스는 '휴전이 성사된다면 가자를 통치하는 정부에서 우리는 빠지겠다'라는 의사도 계속 확인해 왔다.

 

'인질의 생명과 안전'은 처음부터 학살을 위한 명분일 뿐 네타냐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인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을 건너뛰고 하마스와 직접 협상하고 있다'라던 트럼프 정부의 발표는 눈속임에 불과했고, 곧 이어질 네타냐후-트럼프의 공동 학살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또한 네타냐후와 마찬가지로 '휴전'의 두 달 동안에 다시 시작될 학살을 돕기 위한 준비에 매달렸다. 먼저 트럼프 정부는 취임 이후에 곧바로 초대형 폭탄과 공대지 미사일 등이 포함된 74억 달러(약 10조 8000억 원)어치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 이어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를 짓밟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반유대주의'와 '불법 시위'라고 낙인찍고, 그런 시위를 허용하는 모든 대학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외국인 학생들은 체포해서 영구 추방하고, 미국 학생들은 퇴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서 컬럼비아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이끌던 마흐무드 칼릴이 체포됐고 영주권이 박탈돼서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 제노사이드에 항의한 사람은 체포되고, 제노사이드를 자행한 사람은 박수를 받는다. 

 

이것은 미국에서는 대량학살을 저지른 사람(네타냐후)은 환영과 박수를 받고, 대량학살에 저항한 사람(마흐무드 칼릴)은 체포와 추방을 당한다는 것을 뜻하고, 1950년대 반공산주의 매카시즘과 마녀사냥의 완벽한 부활이다. 과거에 '친소련 공산주의자'가 표적이었다면 이제는 '친하마스 반유대주의자'라는 새로운 낙인이 등장했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는 최근 예멘을 전방위로 폭격해서 50명이 넘는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가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봉쇄에 항의해서 '홍해에서 이스라엘 배의 출입을 막겠다'라고 한 예멘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예멘을 폭격하기 시작한 이틀 후에 이스라엘의 휴전 파기와 가자 폭격이 다시 시작됐다.

 

미국의 허락 없는 이스라엘의 독자적 행동은 불가능하고, 실제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자문을 해주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결국, 올해 초의 '휴전'은 트럼프 취임 축하용 쇼에 불과했고, '제노사이드 조'는 '울트라 제노사이드 트럼프'로 교체됐을 뿐인 셈이다.

 

바이든 정부가 '곧 휴전할 것'이라고 계속 희망 고문을 하는 방식으로 '휴전 사기극'을 펼쳤다면, 트럼프 정부는 '휴전했다'라고 안심시킨 다음에 얼마 후에 더 끔찍한 학살을 시작하며 뒤통수를 치는 방식의 '휴전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더구나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가자를 넘어 레바논과 이란으로 확전하려는 거대한 악몽까지 되살리고 있다.

 

'하마스가 인질 석방 안 해준 게 문제'라는 유럽연합의 강대국들과 '평화의 중재자'라더니 손 놓고 구경하고 있는 아랍의 독재정부들(사우디, 이집트, 카타르)도 지금 펼쳐지는 제노사이드의 공범과 방조범들이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해 온 한국 정부와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위한 중장비들을 제공해 온 HD현대같은 한국 대기업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뿐 아니라 이스라엘 장성을 불러서 학살 경험을 배우려고 한다. 

 

짧은 '휴전' 끝에 다시 폭격과 학살이 시작된 지금, 가자 주민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망감과 고통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전 세계 곳곳에서는 거대하고 즉각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에 반대하며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지금 상황은 결코 이스라엘의 막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전 국가안보 보좌관 조라 에일란드는 지난 15개월의 대량학살을 "이스라엘의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스라엘 시민의 고작 4%만이 '가자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라고 답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대인 청소년의 66%가 '팔레스타인에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당장 선거를 하면 네타냐후 집권당의 패배는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와 모순에 대한 네타냐후의 '해결책'은 더 끔찍한 폭격과 학살로 제노사이드의 종말적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시온주의의 고립과 위기를 불러온 바로 그 방식을 더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이런 경향을 저명한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는 "네오(NEO) 시온주의"라고 지적했다.

 

시온주의의 오래된 가치들을 "예전보다 더 극단적이고, 훨씬 더 공격적인 형태"로 추구하면서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점진적이고 점차적인 방식으로 이루려고 했던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이루려고"하는 것이 '네오 시온주의'의 특징이다. 일란 파페는 이들이 근본주의적 파시스트들이고 "자멸로 향하면서 훨씬 더 많은 폭력과 억압을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정권에서는 휴전과 철군은커녕 220만 명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면서 가자를 완전히 점령해서 직접 식민지배하겠다는 계획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가자를 접수해서 주민들은 주변 나라로 이주시키고 대규모 리조트를 건설하며 휴양지로 만들겠다'라는 트럼프의 충격적 망언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200명이 넘는 기자들을 죽였는데 최근 23세의 청년 기자 후쌈 샤바트도 암살당했다. 

 

결국 지금의 대학살은 영구적 휴전, 무엇보다 시온주의의 몰락과 이스라엘 식민 지배의 종식이 없이는 이 비극을 끝낼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때까지 평화를 바라는 세계 시민들은 이스라엘과 공범들의 인종청소에 맞서며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며칠 전 이스라엘군에 표적 암살당한 '알 자지라'의 후쌈 샤바트 기자는 가자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지금 당신께 요청합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세상이 외면하게 놔두지 마십시오.

싸움을 멈추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십시오.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말입니다."

휴전의 기쁨도 잠시…이스라엘 군 가자 살육전 재개

 
  • 국제
  • 입력 2025.03.24 17:35
  • 수정 2025.03.24 18:09

어린이만 1만7000명..."한 세대 몰살"
팔레스타인 사망자 다시 폭증…5만 명 넘어서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표적 공격 증거
이스라엘군, 다시 가자지구 '완전 봉쇄'
18일부터 공습과 지상 군사작전 감행
헤즈볼라‧후티 교전 재개…확전 우려

휴전의 기쁨과 안도도 잠시, 언제 다시 휴전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상상이 두 달 만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끝내 현실로 다가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3월 초부터 또다시 가자의 전기와 연료 공급을 끊고 식량‧식수‧의약품 등의 반입을 차단하는 등 '완전 봉쇄'를 한 뒤 18일부터 폭격에 나섰다. 이에 국제 인권기구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잔혹하고 불법적이다"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가자시티 도심에 조성된 텐트들 사이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5. 03. 22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다시 가자지구 '완전 봉쇄' 
18일부터 공습과 지상 군사작전 감행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걸 폭격 재개 구실로 내세웠다. 양측은 1월 15일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일단 6주간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다.

 

휴전안은 1월 19일 발효돼 3월 1일 만료됐지만, 이스라엘은 2단계 휴전 협상을 거부한 채 공격을 재개했다. 2단계 휴전에 돌입하려면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병력을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2단계 휴전안에 합의한다면 모든 인질을 석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가자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의료복합단지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3. 23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인질 석방 구실로 공격 재개 
하마스 "2단계 휴전 합의하며 모두 석방"

 

네타냐후 정권은 19일 가자에 지상군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고 있으며, 가자를 영구 점령할 수도 있다며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23일에는 '테러 인프라 해체와 테러리스트 제거'를 통한 가자 통제를 위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지상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남부 국경도시인 라파 서부의 텔 알술탄 지역에 대피령을 내린 뒤 지상군을 투입해 포위했으며 북부 베이트 하눈에서도 지상 작전에 돌입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가자의 최대 의료 시설인 칸 유니스의 나세르 의료복합단지 내의 외과 병동을 폭격해 대형 화재를 일으켰다. 이 공격으로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이스마일 바룸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가자 남부 국경도시인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다. 2025. 03. 23 [AP=연합뉴스]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망자 다시 폭증 
10‧7 사태 이후 마침내 5만 명 넘어서

 

가족과 함께 피란한 언론인 부스타파 가베르는 아랍뉴스에 주변에서 탱크와 드론 소리를 들었다면서 "폭탄이 우리 사이에 떨어지고 총알이 머리 위를 날았다"고 끔찍한 대피 상황을 전했다. 가베르는 "한 할머니는 아들에게 '어서 떠나고 나는 죽게 해달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가자 주민의 희생도 다시 폭증하고 있다. 2023년 10‧7 사태 이후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섰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 보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24시간 41명을 포함해 18일 이후 63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 10‧7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군사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5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최소 5만21명이고 부상자는 11만3274명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실종되거나 건물 잔해 밑에 있는 1만1000명 이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가자에 억류했던 인질 인도 행사에서 경비 중인 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대원이 한 어린이와 악수하고 있다. 2025. 02. 22 [로이터=연합뉴스]

 

"어린이만 1만7000명...한 세대 몰살"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표적 공격 증거

 

알자지라의 하니 마후무드 가자 주재 기자는 "매우 암울하고 끔찍한 기록"이라면서 "5만 명 넘은 사망자 중 어린이가 1만7000명이다. 한 세대 전부가 몰살됐다"면서 "이들은 그들의 사회가 정치적, 경제적, 지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하마스의 10‧7 기습 테러로 인한 이스라엘 사망자는 1139명이며, 약 250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스라엘 군에 따르면 휴전 합의에 따라 석방되고 남은 인질은 59명이며, 약 20명이 가자 지하터널에 억류된 채 생존해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동국제문제협의회의 오마르 라흐만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지난 17개월간 하마스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맞춤형 타격을 해왔다고 "근거 없는 주장들"을 해왔다면서 "증거가 있다면, 그건 주로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의도적 공격을 가리키며, 어린이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그걸 설명해준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전쟁 기간에 '하마스 테러분자' 약 2만 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극우 유대광신자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주간 각료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 01. 07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헤즈볼라 휴전 합의에도 
4개월 만에 다시 레바논 공격 돌입

 

한편, 이스라엘군은 가자 공격에 이어 레바논 공격도 재개했다. 이에 따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작년 11월 맺은 휴전 합의가 4개월 만에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부인에도 이스라엘 마을에 로켓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지휘 본부와 인프라 시설, 무기고 등 수십 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교전도 재개됐다.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맞서 하마스 지원을 위해 지난 일주일 연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3일 예멘에서 날아온 미사일 1기를 이스라엘 영토 진입 전 격추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노렸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도 지속적인 하마스 지원을 다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고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내놨으며,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으로 이동시켜 확전에 대응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비핵화 대화 제의를 일축한 뒤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가자전쟁 다시 불붙인’ 네타냐후, 정치 위기 덮으려 도발?

‘전쟁 책임 묻는’ 정보기관 국장 해임하자
검찰총장이 ‘불법’ 경고…시민들 시위 나서

정의길기자
  • 수정 2025-03-18 20:22
  • 등록 2025-03-18 17:42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가자전쟁 휴전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최대 공격을 명령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에서 정보기관 수장 해임을 두고 심각한 정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에게 닥친 정치적 위기를 덮으려고 가자 휴전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를 공습하기 전날인 17일(현지시각)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수장 로넨 바르 국장 해임에 문제를 제기한 갈리 바하라브 미아라 검찰총장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신베트가 자신의 정책 실패로 가자전쟁이 촉발됐다는 조사를 진행하자, 국장인 바르를 해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하라브 미아라 총장은 전날인 16일 네타냐후 총리의 바르 국장 해임 과정이 “불법 및 이해상충으로 오염”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르 국장 해임이 총리의 전권이라며 맞서고 있으나,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이 맞는지는 논란이 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을 해임하고 그의 해임을 반대하는 검찰총장을 비난하는 배경에는 가자전쟁에 대한 자신의 책임론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가자전쟁을 촉발한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 네타냐후 총리가 펼친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비공개 보고서를 신베트가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채널12가 17일 보도한 이 비공개 보고서에서 신베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를 봉쇄하는 데 집중할 뿐 커지는 위협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신베트는 이 보고서에서 네타냐후 정권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에 대한 카타르의 자금 지원을 촉진해 가자에서의 “조용함을 사려 했다”고 적었다. 채널12는 이 보고서가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을 해임하려는 또다른 이유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총리 관저 앞에는 항의하는 시민들의 농성이 시작됐다. 시민단체들은 19일 예루살렘 정부 청사 앞에서 총리 관저 앞까지 행진하며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다. 한 시민단체는 법원에 바르 국장 해임안 내각 표결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불안한 휴전’ 두 달 만에 파국…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확전 가능성

최우리기자
  • 수정 2025-03-18 20:21
  • 등록 2025-03-18 17:29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공습을 하기 전날인 17일 저녁 팔레스타인 가족이 폐허가 된 집에서 불을 피워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 기간에 무슬림은 해가 뜨는 시간에는 식사를 할 수 없기 떄문에, 해가 진 뒤인 저녁과 해가 뜨기 전인 세벽에 식사를 한다. 다음날인 18일 새벽 이스라엘군은 해가 뜨기 전 팔레스타인 전역을 공습했다.EPA 연합뉴스
 
1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새벽은 여느 때와 비슷했던 듯 보였다.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 기간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동이 트기 전에 식사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평소와 같았던 새벽은 일순간에 비극의 시간으로 변했다. 이스라엘군 전폭기는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 그리고 남부 주요 도시인 칸유니스와 라파흐를 잇따라 폭격했고,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의 이날 전격적인 대규모 공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불안한 휴전’을 2개월 만에 사실상 무너뜨렸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월19일 가자전쟁 휴전 발효 이후 두달 만에 공습을 재개한 이유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1단계 휴전 연장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가자전쟁 3단계 휴전안은 애초부터 불안한 요소가 많다는 우려가 컸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15일 미국과 카타르 등의 중재로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다. △1단계 42일(6주) 동안 이스라엘군이 일부 철수하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2단계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철군 및 이스라엘 인질 추가 석방 △3단계 가자지구 재건이 뼈대였다. 이 휴전안은 1단계 휴전 중에 2단계 휴전 세부 사항을 협상하게 되어 있어 깨지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처음부터 많았다. 실제로 2단계 휴전 협상은 시작도 되지 않은 채 지난 1일 1단계 휴전이 끝났다.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은 인질 59명을 하마스가 추가로 석방하고 라마단과 유대교의 유월절인 4월이 끝날 때까지 약 50일 동안 1단계 휴전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자신들이 꺼리는 가자지구 철군이 포함된 2단계 휴전으로 이행하지 않은 채 더 많은 인질을 구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는 2단계 휴전으로 이행하자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제안을 거부해왔다.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격으로 전투 능력 대부분을 잃은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철군도 끌어내지 못한 채 사실상 유일한 협상 카드인 인질을 추가 석방하는 일을 원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자 가자지구에 전기 공급을 끊는 등의 봉쇄를 하며 압박하다가, 이번에 대규모 공습까지 벌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8일 가자지구가 외부와 접하는 유일한 육로인 남부 라파흐 검문소를 닫으라고 명령했다.
 
사태는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휴전 합의 이후에도 가자지구 곳곳에서 소규모 공습을 이어왔지만, 이번처럼 광범위한 공습은 휴전 뒤 처음이다. 이스라엘군 당국자들은 공습을 넘은 지상군 공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했다. 2023년 10월7일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4만8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 전쟁이 전면 재개될 우려가 있다. 영국 가디언은 하마스 내무부 차관인 마흐무드 아부 왓파 등 최소 5명의 하마스 고위 관계자가 이번 공습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인질의 생명을 위협하며 맞섰다. 이자트 리슈크 하마스 간부가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재개한 것은 인질에게 사형을 선고한 결정”이라는 성명을 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모든 지옥 열렸다”…가자 최소 400명 사망, 전쟁 다시 불붙나

이스라엘, 휴전 두 달 만에 가자 전역 공습
공격 승인한 백악관 “적은 대가 치를 것”
미국은 예멘 공격…중동 전쟁위기 재고조

정의길기자
  • 수정 2025-03-18 20:56
  • 등록 2025-03-18 17:04
 
1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서 여성 한 명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집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18일 공습을 가해 400명 이상이 숨졌다. 가자 전쟁 1단계 휴전이 발효된 지난 1월19일 이후 가장 큰 공격으로 위태롭던 휴전은 사실상 붕괴됐다. 미국은 예멘 후티 반군을 연일 공습하면서, 중동 전역에 전쟁 재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명령을 받고 이날 새벽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최소 404명이 숨졌으며 희생자 중에는 아동과 여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1천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와 부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우리(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거듭 거부하고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중재자들의 제안을 거부했다”며 “이스라엘은 지금부터 하마스에 대해 증강된 군사력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1단계 휴전을 연장하고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 인질을 추가로 풀어주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를 하마스가 거부한 데 따른 군사력 사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마스는 1단계 휴전 연장이 아니라 2단계 휴전으로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공습을 이날 새벽에 명령했다고도 밝혔다.
 
이스라엘군 당국자들은 공습은 “필요한 기간만큼” 계속될 것이라며 공격이 공습을 넘어설 수 있다고도 말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지상작전까지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공습 전 미국에 통보해 사실상 승인을 받아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추가 석방하지 않자 이스라엘에 공격 재개에 대해 “녹색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하마스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지역 적들은 “대가를 치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모든 지옥이 열렸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쓰는 수사를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모든 인질을 석방하라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전쟁 재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다. 브라이언 휴스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하마스는 휴전을 연장하는 인질 석방을 할 수 있었으나, 대신에 거부와 전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텔레그램에 성명을 올려 “네타냐후와 정부가 휴전을 뒤집어엎어 남아 있는 인질의 생명을 위기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포위되고 방어능력이 없는 민간인에게 “기만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전쟁 재개를 선언하지는 않았으며 유엔과 중재국들의 개입을 호소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이스라엘, 가자 전력 공급 차단…하마스 “용납할 수 없는 협박”

식량·의약품·물 공급도 지난주부터 끊어
미·이, 2단계 휴전 협상 위해 도하로

최우리기자
  • 수정 2025-03-10 19:15
  • 등록 2025-03-10 14:02
팔레스타인인들이 9일(현지시각) 가자시티 서쪽에 있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학교에 거주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력 공급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가자전쟁 1단계 휴전 연장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조처로 하마스는 “저속하고 용납할 수 없는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전력공사에 가자지구 전력 공급을 즉시 차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이날 보도했다. 영상 메시지에서 코헨 장관은 “우리는 인질이 모두 돌아오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하마스가 내일 가자지구에 머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주민들은 이미 디젤 발전기 등으로 자체적으로 일정한 양의 전기를 만들며 버티고 있지만, 가자 중부 다이르 발라흐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 가동은 중단될 수 있다. 이 시설은 중부와 남부의 주민 60만명에게 식수 등을 공급해온 시설 중 한 곳이다. 가자전쟁 전 가자 주민 230만명이 사용하는 물의 15%를 만들어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 15일 3단계 휴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핵심으로 하는 6주간의 1단계 휴전은 지난 1일로 끝났다. 2단계 휴전에 대한 협상은 공전 중인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1단계 휴전 기간을 라마단(2월28일~3월30일)과 유월절(4월12~20일)이 끝날 때까지 연장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 계획을 거부하고 2단계 휴전 협상을 진행하자고 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구호 물품 유입도 지난주부터 차단하고 있다. 봉쇄 결과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프렌체사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집단 학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자트 알리쉬크 하마스 정치국 위원은 성명을 내어 “우리는 가자지구에 식량, 의약품, 물을 공급하지 않고 전기 공급을 차단하기로 한 점령군의 결정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사람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걷고 있다. 베이트라히아/EPA 연합뉴스
 
한편, 대표적 이스라엘 극우파 각료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9일 의회에서 가자 주민들의 이주를 지원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이민 행정부’를 개설한다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보도했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은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 주민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사실상 밀어내는 계획을 밝히자 쌍수를 들고 환영한 바 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가자 주민 이주가 “거대한 이주 작업이 될 것”이라며 “예산은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전쟁 휴전 협정은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있다.
 
9일 아담 뵐러 미국 인질 특사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대리인이 아니”라며 하마스와의 직접 대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장기휴전이 가능하다”며 “(하마스에) 모든 포로를 교환하고, 하마스가 모든 무기를 내려놓고 앞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5~10년 휴전을 제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이스라엘은 2단계 휴전 협상을 위해 카타르 도하로 떠났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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