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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미국도 우리 처지 된다" 파국 부른 젤렌스키 한마디

by 무궁화9719 2025. 2. 12.

美, 우크라 정권교체 요구 시사…"전쟁 끝낼 지도자 필요"

등록 2025.03.03 12:31:04수정 2025.03.03 17:46:25

안보보좌관 "처칠도 결국 퇴임"…젤렌스키 퇴진 요구

트럼프와 회담 파국에 "엄청난 기회 놓친 것" 압박

美재무 "평화 협정 없이 경제 협정 체결은 불가능"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회담이 파국으로 종료된 가운데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2025.03.03.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삿대질하며 회담을 파국으로 끝낸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요구에 나섰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 시간)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며 이같이 밝혔다.

왈츠 보좌관은 "처칠은 국민을 위해 싸웠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일어서 싸웠다"면서 "하지만 처칠도 1945년 퇴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칠은 한때 권력을 잡았지만, 영국을 다음 단계로 전환시키진 못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특히 (회담) 이후에 이 전쟁을 끝내고 협상하고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는 것인지 묻자 "우릴 상대하고 결국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개인적 혹은 정치적 동기가 전투를 끝내는 것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다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왈츠 보좌관은 과거 젤렌스키 대통령을 2차세계대전 영웅인 처칠 전 총리에 빗대 '21세기 처칠'이라고 평가했었다.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03.


회담 파국 책임을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 문제로 돌리기도 했다.

왈츠 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이나 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우리 목표를 공유할지 여부도 불분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론 진행할 수 없다. 젤렌스키는 본인과 국가에 있어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은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듯 "젤렌스키 대통령이 진정으로 평화를 위해 참여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환영한다"며, 젤렌스키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공개 사과나 통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달랠 방법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몸짓이나 고개를 흔드는 행위, 팔짱 등을 거론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례하다"고 말했다.

[런던=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03.03.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평화 협정 없이 경제 협정을 맺는 건 불가능하다"며 "경제 협상의 필수 조건은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평화 협정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을) 계속 진행하길 원하는지, 전투를 계속하길 원한다면 무의미한 경제 협정을 맺는 게 무슨 소용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타국이 우크라이나 지도자를 결정하는 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 주면 퇴진하겠다고 대응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트럼프 “협상카드도 없지않나” 밴스 “무례하다”… 젤렌스키 난타

이기욱 기자2025. 3. 3. 03:00

[트럼프에 쫓겨난 젤렌스키]
생중계 회담서 두들겨 맞은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은 거래하고 싶어해”… 우크라에 종전협상 참여 압박
밴스 “트럼프에 감사하라” 몰아붙여
젤렌스키 “카드놀이 하는게 아니다”… 英가디언 “외교의 체르노빌 사태”

기자와 ‘옷차림’ 설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국 외교장관(앉은 줄 왼쪽부터)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측과 친(親)트럼프 성향의 언론인 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장을 입지 않은 것이 결례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 출처 ‘X’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미국에 매우 무례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신은 지난해 (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야당(민주당)을 위한 선거 운동을 했다.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라.”(J D 밴스 미국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의 비공개 회담,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이 모두 취소됐다. 당초 체결할 예정이었던 양국의 광물 협정 역시 무산됐다.

 

우크라 대사 고개 절레절레 이날 회담이 파국을 맞자 동석했던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 대사(오른쪽)가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출처 ‘X’

● 트럼프 “푸틴은 날 존중, 종전하라” 압박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은 마지막 10분간 파국을 맞았다. 시작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며 따지듯이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밴스 부통령은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수 있는 외교를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이런 식으로 따지는 것은 무례하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젤렌스키)은 이기고 있지 않다. 미국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며 종전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는 혼자였고, 미 국민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협상에서)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걸고, 제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지만 나는 존중한다”며 “푸틴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 지난해 해리스 먼저 만난 젤렌스키에게 불만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태도 뒤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찾았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동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후인 9월 27일에야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바이든 전 대통령,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고문으로 일했던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도 충돌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군복과 비슷한 카키색 의상을 주로 입고 있다. 이날은 검정 티셔츠에 같은 색 바지를 입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에게 “그가 제대로 차려입었다”며 비꼬았다.

 

회담 중 강경보수 성향 케이블 채널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많은 미국인이 당신이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물었다. 그는 ‘하이힐 신은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애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장이) 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입겠다”고 받아쳤다.

 

이날 회담을 놓고 영국 가디언은 “외교적 체르노빌 사태”라고 진단했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같은 ‘외교 재앙’이었다는 뜻.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 초안을 거부한 게 첫 번째 스트라이크, 정장을 입지 않은 게 두 번째 스트라이크, 회담에서의 공개 설전이 세 번째 스트라이크였다고 평가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삼진 아웃’ 당했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도 우리 처지 된다" 파국 부른 젤렌스키 한마디

 
  • 외교안보
  • 입력 2025.03.01 20:20
  • 수정 2025.03.03 09:42

트럼프-밴스와 격론…백악관 정상회담 이례적 결렬
미국 측 광물협정 조인식, 오찬 취소하고 "떠나달라"
"한번이라도 고맙다고 해봤나" 젤렌스키 '태도' 비난
트럼프 "젤렌스키 종전 원치 않아, 미국 없이 싸워라"
"합의안 서명하면 처지 좋아질 것"…타협 기대는 유지

"(푸틴과 젤렌스키, 양측과 공히 보조를 맞추고 있느냐는 언론 질문에) 나는 푸틴과 같은 편이 아니다. 누구와도 같은 편이 아니다. 미국 편이다. (종전을 바라는) 세계 편이기도 하다. 나는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 푸틴에 대한 젤렌스키의 엄청난 증오는 이해한다. 그러나 타협안을 도출하려는 입장에서 그러한 증오는 일을 매우 어렵게 한다…." (트럼프)

 

"평화로 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은 외교에 뛰어드는 것이다. 미국이 좋은 나라인 것은 외교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이다." (밴스)

 

"내가 물어봐도 되나.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JD, 당신은 지금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나." (젤렌스키)

 

"MR. 대통령(젤렌스키), 나는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외교를 말하는 거다. 백악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싸우려는 건 무례한 행동이라고 본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나? 당신 나라의 파괴를 막으려 노력하는 (트럼프)행정부를 공격하는 게 예의인가." (밴스)

 

"전쟁 중에는 누구나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심지어 당신들도 그렇다. (전쟁터와의 사이에) 멋진 대양을 갖고 있어 지금은 못 느끼지만 언젠가 느낄 거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과 격론을 벌이고 있다. 2025.2.28. EPA 연합뉴스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 간에 벌어 '막장 설전'의 도입부다. 양쪽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두고 있는 미국의 지리적 이점 덕분에 전쟁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악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럭 화를 낸 지점이다. 애당초 격론을 벌일 자리가 아니었다. 어차피 심각하게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우크라전 종전 방안을 확정 짓는 자리도 아니었다.

 

희토류와 가스, 원유를 포함한 광물협정은 서명식만 남긴 상태였다. 소파에 앉아 덕담이나 주고받고 서명식을 한 뒤 공식 오찬으로 이어졌을 자리가 파국으로 치달았다. J.D. 밴스 부통령과의 언쟁하면서 '싸움닭'으로 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

 

정상 간 비공개 대화에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하는 데 실망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고 해도 젤렌스키의 태도와 말은 외교적 선을 넘었다. 정확히 트럼프가 목소리를 높인 지점이다. 대화록을 더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어떤 논평보다 주고받은 말 자체에 사건의 진실은 물론, 향후 전망의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5.2.28. AFP 연합뉴스 
 

"우리가(미국이) 무엇을 느끼게 될지 말하지 마라. 우리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신은 그걸 단정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는 매우 좋게, 또 매우 강함을 느끼게 될 거다. (…) 당신은 지금 좋은 처지에 있지 않다. 우리에게 내밀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 (트럼프, 고성)

 

"나는 지금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 매우 진지하다. 나는 전시 대통령이다." (젤렌스키)

 

"당신은 수백만 인명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가와 이 나라에 대해 매우 무례하다." (트럼프)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나?" (밴스)

 

"여러 번 했다. 오늘도." (젤렌스키)

 

"당신 나라는 지금 큰 문제에 빠져 있다. 승리하지 않고 있다. 우리 때문에 (전쟁에서) 빠져나올 정말 좋은 기회가 있다." (트럼프)

 

"안다…. 우리는 강하다. 전쟁 시작부터 우리는 홀로였다. 고맙게 생각한다." (젤렌스키)

 

"당신들은 혼자이지 않았다. 우리가 멍청한 대통령(바이든)을 통해 3500억 달러(실제 1149억 달러)를 줬다. 군사 장비도 줬다. 당신과 당신 국민은 용감했지만, 우리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전쟁은 2주 안에 끝났을 거다." (트럼프, 다시 고성)

 

"푸틴이 '사흘 안에'라고 말한 걸 들었다." (젤렌스키)

 

"장담컨대 이렇게 하면 일을 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입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2.28. UPI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백악관을 황급히 떠나고 있다. 2025.2.28. EPA 연합뉴스 
 

10분 가까이 정상 간의 외교적인 대화가 아니라 말싸움으로 변했다. 좌중은 충격에 사로잡혔지만, 젤렌스키는 여러 차례 트럼프가 말하는 동안 이를 무시하고 끼어들어 자기 말을 섞었다. 고함이 이어진 까닭. 밴스가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이견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다퉈보자. 미국 언론 앞에서 싸우려고 하지 말고. 우리는 당신이 틀렸다고 본다"라고 하자 다시 "미국민에게 여러 번 감사하다고 했다"라고 말하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트럼프는 "당신 국민이 죽어간다. 병력도 부족하다. 그런데 당신은 '종전을 원치 않는다'라고 되풀이 말했다. 지금 당장 종전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면서 "타협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고, 우리가 빠지면 아무런 카드(선택지)도 없이 끝까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타협안에 서명만 하면 훨씬 나은 입장에 설 것"이라고 말해 종전 협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는 "우크라가 어떠한 카드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우크라도 카드는 있다. 바로 트럼프가 관심을 보인 광물협정이다. 다만, 러시아 점령 지역의 포기와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종전 방안에 대한 이견은 아직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이례적인 설전은 그 때문일 터. 젤렌스키는 격론이 정리된 뒤 곧바로 재회담을 희망했지만, 트럼프가 거부했다. 각료회의를 거쳐 젤렌스키에게 백악관을 떠날 것을 요구했고, 젤렌스키는 오찬도 들지 못한 채 현지 시각으로 밥때가 지난 오후 1시 40분쯤 백악관을 떠났다. 젤렌스키는 회담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강조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였지만, "사과할 용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밴스가 문제 삼은 젤렌스키의 '태도'는 이전에도 노출됐었다. 개전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서방 각국에서, 환대를 받았지만, 평화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각국의 지원을 당연시하는 태도로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 지도자라는 점에서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 리얼리티 쇼 진행자 출신인 트럼프는 대화 말미에 "이건 멋진 텔레비젼(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쇼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3년을 넘긴 우크라전에서 극적인 순간의 하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으로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28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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