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짜 패배자는 미국이다"

by 무궁화9719 2025. 2. 6.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짜 패배자는 미국이다"

 
  • 국제
  • 입력 2025.02.26 12:15
  • 수정 2025.02.26 13:58

프랑스 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의 진단
러, 경제제재 버텨낸 반면 동맹국은 깊은 상처
미국은 우크라에 공급할 무기도 생산 못해
왜냐? 청교도주의 죽음 탓 기술자 숙련공 없어
그들의 번영은 달러와 외국 산업 노동력 덕
합법적으로 외국의 재산 빼앗는 일 드물지 않아

프랑스 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   아사히신문 2월 26일
 
인구동태와 가족구조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사회분석을 계속해 온 프랑스 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74)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짜 패배자는 미국”이라고 했다.
 

경제제재 실패-유럽이 더 깊은 상처

 

“우리는 지금 세계사의 전환점을 돌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매우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하고 있다. 정치적인 여론조작과 심리적인 작전 때문에 아직 명확하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지 모르겠으나, 사실상의 패배자는 미국이다.”

토드는 26일 <아사히신문>이 내보낸 인터뷰 기사에서, 미국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손잡고 종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실상 러시아와 미국의 전쟁이었으니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미국이 주도한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실패했고, 러시아는 그것을 버텨냈다.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 등의 유럽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단 등으로)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2023년 우크라이나가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공세를 펼쳤으나, 미국이 지원한 그 군사작전이 실패한 것이 지금의 결과(패배)를 불렀다. 나는 이래야 한다거나 무엇이 정의라거나 하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역사의 관점에서 얘기하고 있다.”

 

전쟁이 계속돼도 미국이 패배자라는 건 불변

 

<아사히>가 “25세 때 소련 붕괴를 예상했고,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미국 트럼프 정권 등장 등을 예측”했다고 소개한 토드는 미국 러시아가 종전협상을 서두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난다고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아직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25% 정도는 남아 있다며, “미국이 빠지더라도 유럽 나라들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패배자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2월 25일 러시아의 드론이 키이우 지역 마을을 공격한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5.2.25. EPA 연합뉴스
 

토드는 지난해 출간한 자신의 책 <서양의 패배>(일본어판)가 미국이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여러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라며, 프랑스와 일본에서 수만부씩 팔린 그 책이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에선 아직 번역하겠다는 얘기조차 없다며 이렇게 자찬했다.

 

“지금까지 많은 내 책이 영역됐다. 지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은 삼가야겠지만, 그것(영역되지 않은 것)은 이번 책이 영미권에 대해 얼마나 불쾌하게 핵심을 찌르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웅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러면서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으로서 그것을 “최고의 영예”로 받아들인다며, 다분히 나르시시스트적 면모를 보였지만, 미국사회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분석은 날카로워 보인다.

 

영유아 사망률, 미국이 러시아보다 높다

 

“앞서 영유아 사망률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영유아는 어느 지역에서나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다. 그런 만큼 각각의 사회상태를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다. 그 영유아 사망률은 러시아에서는 2000년부터 급속히 개선됐고, 2020년에는 러시아보다 미국의 영유아 사망률이 더 높아졌다.”

 

미국은 프로테슽탄티즘이 죽어버린 ‘종교 제로’사회

 

“이번 전쟁을 기화로 막스 베버의 선례대로 기독교 그 중에서도 프로테스탄티즘(개신교)이 세계사에서 자본주의의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새삼 생각했다. 말할 것도 없이, 성경 읽는 것을 중시하는 프로테스탄티즘은 식자율을 향상시키고 노동자의 질(수준)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현대의 미국은 예전과 같은 프로테스탄티즘의 나라가 아니다. 나는 미국이 ‘프로테스탄티즘 제로’ ‘종교 제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회, 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 2월 11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5.2.11. 로이터 연합뉴스
 

허무적이고 퇴폐적인 데카당스 사회, 미국

 

토드는 베버가 분석한 16~19세기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지금의 미국 복음파 (보수종교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프로테스탄티즘에서는 신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지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때문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덕적 규율을 지켰다. 하지만 지금의 다수 미국인들에게 신은 전혀 다른 존재가 돼 있지 않은가. 어쩌면 일부 사람들에게는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신일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지금 트럼프 정권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 최대갑부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효율화서비스부 수장이자 갑부인 일론 머스크에 항의하는 시위자가 미국 의사당 밖에서 머스크를 묘사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5.2.25.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는 데카당스의 전형

 

“<서양의 패배>에서 자세히 분석한 것은 현대 미국은 ‘종교 제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미국사회는 허무적이고 퇴폐적인 사회가 됐다.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어떻게 보더라도 전통적인 프로테스탄티즘 신앙을 토대로 살아간다고 할 수 없다. 퇴폐적인 데카당스(décadence)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또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도 전형적인 데카당스 그 자체라고 본다. 그는 기업가, 산업인으로서는 재능이 있고 일정한 업적도 쌓았지만, 정치수완은 의문이다. 오직 파괴만 초래할지도 모른다.”

 

미국 국내산업 재건, 기술자 순련공 부족으로 불가능

 

토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관련해, 국가의 필요에 따라 국경을 지키고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주의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트럼프의 보호주의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로 외국 제품 반입을 막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국내에서 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국민은 행복해질 수 없다며, 미국은 그렇게 할 기반 자체가 무너진 상태라고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생산 공급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지만, 미국은 국내산업을 재건할 수 없는 상태다. 이제부터 100년 세월을 노력하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 내 분석이다. 왜냐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자와 숙련된 노동자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고문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의 공동 대표인 알리스 바이델과 함께 널뛰기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수레가 25일 쾰른 카니발 위원회의 올해 카니발 수레 발표회에 등장했다. 2025.2.25. AFP 연합뉴스
 

미국의 ‘번영’은 달러와 외국 산업 및 노동력 의존

 

“미국은 번영하고 있고 주가도 높아 일부 미국인들은 아주 유복하다. 그러나 그것은 물건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달러라는 세계적인 통화를 발행하는 덕이다. 달러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거꾸로 중국을 비롯한 타국의 산업에 의존하게 됐고, 우수한 젊은이들은 (제조업이 아닌)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분야로 빠져나간다. 미국의 번영은 국외의 산업이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나대면 다쳐-조용히 처신하며 지켜보는 게 유리

 

토드는 또 일본제철의 유에스 스틸 투자 얘기를 하면서 미국이 합법적으로 외국의 재산을 훔쳐가고 있다고 했다. “존 갤브레이스의 아들로, 그 자신도 뛰어난 경제학자인 제임스 갤브레이스 교수가 <포식하는 국가>(일본어본은 <거대제국 아메리카의 붕괴>)라는 책을 썼는데, 육식동물처럼 미국이라는 국가는 합법적으로 외국의 재산을 빼앗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는 지금 굴욕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미국은 본래 소중한 존재로 대해야 할 약한 파트너 국가를 마치 남을 괴롭히는 개구쟁이 같은 태도로 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때는 나대지 말고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대립이 더욱 격화될지 모르는 시절에 가능한 한 대립에 관여하지 말고 자국 산업 시스템이나 잘 지키라는 것이다. “지정학적인 대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말고, 미국이 쇠퇴해 가는 이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돼 갈지 신중하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게 해 준 얘긴데, 한국도 새겨 들을 만한 얘기가 아닐까. 

미러 우크라 종전협상에…유럽 “대서양 동맹 무너진다”

 
  • 국제
  • 입력 2025.02.24 20:30
  • 수정 2025.02.24 21:41

역사는 되풀이되나? “우크라 팔려가고 러시아 복귀”
1938년 뮌헨협정의 주데텐=2025년 돈바스와 크림
푸틴의 어법 따르는 트럼프, 질서붕괴 문 여나?
제국주의적 영토확장주의에 집착하는 시대착오
트럼프, 푸틴과 손잡은 것은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2024년 12월 7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바라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월 24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2024.12.7. AP 연합뉴스
 

“지난 주는 철의 장막이 무너진 이래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주였다. 우크라이나는 팔렸으며, 러시아는 복귀했고, 도널드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더 이상 전시에 유럽을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을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협의도 없이 양국이 서둘러 끝내기로 하고 협상을 본격화한 뒤에 벌어진 일을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사회주의권 몰락, 유럽 재편 이후 유럽이 직면한 최대 사건으로 지목했다.

 

“대서양 동맹이 무너지고 있다”

 

<가디언>은 같은 날, “미국의 배신”으로 시작된 그 사건을 1939년 히틀러 나치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으로 이어진 1938년 뮌헨회의와, 미국과 영국이 동유럽을 소련에게 넘긴 1945년 2월의 얄타회담과 같은 사건에 비유하면서 “대서양 동맹이 붕괴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월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서 유럽 지도자들, 캐나다 총리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개최한 회의에 참석했다. 2025.2.24. AFP 연합뉴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열린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2025.2.24. AFP 연합뉴스
 

24일은 푸틴의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24일 ‘특별 군사작전’이란 미명하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을 넘긴 날이다.

 

지난해 말 미국 대선 유세 때 “당선되면 하루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3주만에 미국이 지원해 온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침략자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밀어붙이면서 이제까지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려 하고 있다.

 

1938년 뮌헨협정 주역들. (왼쪽부터) 네빌 체임벌린 영국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   위키백과
 

역사는 되풀이 되나?

 

1938년 뮌헨회의(협정) 때 당시 영국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요구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서부 주데텐 지역을 넘겨줌으로써 전쟁을 피하려고 했다. 히틀러는 주데텐을 넘겨주면 더는 영토확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바로 다음해에 폴란드를 침공, 점령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영국과 독일은 당사국인 체코슬로바키아를 배제한 채 뮌헨협정을 체결했다. 독소 불가침조약까지 체결한 히틀러는 폴란드 점령 뒤 소련을 침공했다.

 

독일 패전 뒤 연합국은 얄타회담에서 독일을 분할점령하고 폴란드의 예전 영토를 소련에 넘기는 등 동유럽을 스탈린에게 넘겨 주었다. 히틀러의 야망을 꺾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스탈린을 배려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자폭탄이 완성되기 전이었던 미국은 일본 점령을 위해 소련군을 대일전쟁에 끌어들이려 했고, 그 때문에 스탈린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미국 소련의 한반도 분할 점령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1938년의 주데텐, 지금의 돈바스와 크림?

 

유럽은 지금 자신들을 배제한 채 푸틴과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벌이는 트럼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그리고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의 종전협상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1938년 주데텐을 넘겨준 체임벌린이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의구심과 함께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은, 히틀러의 야망이 주데텐 확보로 끝나지 않았던 것처럼, 유럽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푸틴의 어법을 따르는 트럼프, 금단의 문 여나?

 

푸틴은 지금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영구 편입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퇴진시킬 것을 종전협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할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책임이 푸틴이 아니라 젤렌스키에게 있다며, 그를 우크라이나를 이끌 자격이 없는 “독재자”라 비난하고 있다. 그가 푸틴의 어법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트럼프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줄 경우 미국은 세계가 불안정과 무질서로 빨려 들어가는 금단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24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일 얘기했듯이 “중국에겐 대만을 침략할 권리가 없는데, 러시아에겐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라는 반발이 튀어나오게 돼 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미국이 이제까지 전쟁불사의 태도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중국의 대만침공을 반대할 근거가 없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묘사한 마트료시카라는 러시아 전통 목제 인형이 2024년 11월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념품 가게에 전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2024.11.21. AP 연합뉴스
 

식민주의적 영토확장에 집착하는 시대착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질서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미일 준군사동맹과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을 앞세워 짜 놓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중시해 온 ‘일방적인 현상변경 반대’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바이든 정부가 중시했던 그 정책을 트럼프는 이미 폐기처분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식 때부터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토확장주의적 발언을 거듭하더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미국이 “소유”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다른 데로 이주시킨 뒤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 영토확장주의적 강성 발언이 다른 무엇을 더 얻어내기 위한 그 특유의 장삿군 협상기술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최대의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중국 견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미대륙 바로 위에 자리잡은 그린란드는 중국과 유럽, 미국의 지리적 중간이라는 위치 때문에 안보상 요지일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열릴지 모를 북극항로 개척에도 중요하고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트럼프는 ‘일대일로’를 추진해 온 중국의 그린란드 관여를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홍콩 자본가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 운영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푸틴과의 최근 협상과정에서 흘러나온 그의 발언들은 그가 단지 중국 견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세계관 자체가 2차 세계대전으로 종언을 고했다고 얘기해 온 식민주의적 영토확장을 꾀하는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 영토확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제안한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자원개발 제안을 개발이익 50% 보장 요구로 받은 트럼프 정부의 강압적인 거래 태도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푸틴과 손잡은 것은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

 

한편으로 트럼프가 푸틴의 협상조건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가 협상의 달인다운 묘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 외에 달리 유효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트럼프가 동원할 수 있는 종전협상 압박용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추가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마찬가지로 전쟁피로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푸틴이 종전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기차게 비판하면서 재집권하면 기존정책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그 카드를 쓸 수 없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푸틴과 공조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조기 종전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푸틴과 손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 한다면 ‘대서양 동맹’의 분열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길을 미국 자신이 열어제치는 꼴이 될 수 있다.

 

24일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유럽의 주장을 듣고 협상을 벌일 트럼프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