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Ukraine's President Volodymyr Zelensky meet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February 28, 2025.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격렬한 충돌 끝에 결렬됐다. 이에 따라 예정되었던 공동 기자회견과 양국 간 광물 협정 서명식도 취소되었다.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양국 정상 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크지만, 진정한 평화는 총격이 멈추고 협정이 마무리될 때 가능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종전 합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순한 휴전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안전 보장이 없는 평화 협정은 무의미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도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지적하며 “푸틴은 살인자이자 테러리스트이며, 그와의 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이기고 있지 않고, 이기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미국에 감사해야 한다. 당신에게는 카드가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회담 분위기는 급격히 험악해졌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은 약 50분간 이어진 공개 발언 후 회담장에서 퇴장됐다. 이후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며, 이를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다.
러시아 주요 인사들은 이번 정상회담 결렬을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를 때리지 않은 것은 자제력의 기적”이라고 조롱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젤렌스키 면전에서 진실을 말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제3차 세계대전을 도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발언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가 이번 회담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충돌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美국무, '나토 가입 안되면 핵무기' 젤렌스키 요구에 "비현실적"
박성민2025. 2. 26. 04:09
보수 매체와 인터뷰서 "핵무장국 줄이는 게 필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해 핵무장을 허용해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루비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보수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그런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갖는 게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이 오래 걸린다면 안보 보장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언급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통해 서방의 안보 보장 약속을 받고서 옛 소련으로부터 이어받은 핵무기를 포기한 것과 관련, 서방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당시 포기한 핵무기를 다시 갖추게 해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가 그런 말을 한다면, 현실적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우리는 핵무장 국가를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핵무장)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종전에 대해 "협상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이며, 핵무기가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아울러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 러시아에 편향적이라는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들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휴전을 요구하고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하마스가 생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자, 몇 년 더 계속하자, 수십억 달러를 계속 지원하고 수천 명이 죽임을 당하고 나라가 파괴되는 걸 놔두자'라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루비오 장관은 "어떤 협상이든 전쟁과 갈등을 끝내려면 타협이 있어야 한다. 그게 성숙한 외교 정책"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비판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2025년' 포럼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협상 중인 광물 협정에 ‘향후 미국으로부터 받는 원조의 두배를 상환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의 절반으로 조성하는 ‘5000억 달러 기금’도 일부 금액만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제안한 광물 협정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받게 될 원조의 두 배를 상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정에 따르면 원조 1달러당 우크라이나는 2달러를 돌려줘야 한다”며 “간단히 말해 100% 대출이다. 원금에 더해 100%를 추가로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전쟁 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투자하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공격을 막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깊어지는 것이 안보 보장책’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수익을 고려했을 때 5000억 달러를 갚으려면 250년이 걸릴 것”이라며 “10세대가 갚아야 할 빚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이며 미국과 협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안보’ 관련 문구는 초안에 있다가 삭제됐으며, 우크라이나가 출연해야 할 5000억 달러 중 일부만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입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협정 초안엔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보를 목표로 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수정안에서 ‘안보’가 삭제됐다”고 전했다. 이어 “‘기금에 모인 수익의 일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재투자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경제 발전을 위한 장기 재정 지원을 의도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적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입수한 ‘2월21일자 협정 수정안’을 토대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석유·가스·광물 등 천연자원의 수익뿐 아니라 항만 및 기반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미국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기금에 투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기여액이 5000억 달러에 이를 때까지 수익의 절반을 기금에 투입해야 하는 조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채굴권 협정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짧은 시간 내에 미국과의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미국 관리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화당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하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광물 채굴권) 거래에 서명할 것이고, 이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취임 선서식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광물 채굴권) 합의에 서명할 것이고 그게 꽤 단기간에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합의 체결이 꽤 임박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단독 보도에서 이 사안에 정통한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거래가 거의 성사됐으며, 몇 시간 내에 서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협정의 정확한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이 제안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한 광물협정은 희토류, 석유, 가스 등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720조원 규모의 자원을 미국의 지원 대가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안 초안이 공개된 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식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제공한 허위 정보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일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키이우를 방문한 후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켈로그 특사와 면담을 마친 뒤 영상 연설에서 “희망을 다시 회복하는 자리였다”며 “우리는 미국과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자·안보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혀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21일 저녁에 발표한 성명에서는 “현재 협상팀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협정을 위해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를 절대 팔 수 없다고 했던 젤렌스키의 놀라운 ‘항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을 암시하며 “중동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러시아가 거래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오는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본인이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사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8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선 “지지율 4%”라고 평가하면서 전후 우크라이나에 미군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이달 말 전’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마도”(probably) 답해 2월 중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포악한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대해선 “매우 잘 진행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장에서 많은 수의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사망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를 위해 참전한 “북한군(Koreans)도 많은 수가 사망했다. 그들은 싸우기 위해 왔지만, 많은 수가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러시아나 북한이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후 안전보장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배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 나는 전적으로 찬성”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측면에서 유럽 내 미군 철수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쟁 발발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처참하게 파괴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수 기자
[2/19(수) 데일리안 출근길 뉴스] 미·러 "전쟁 끝내려면 새로운 우크라 대통령 뽑아야" 등
유정선2025. 2. 19. 07:30
지난 15일 독일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뉴시스
▲미·러 "전쟁 끝내려면 새로운 우크라 대통령 뽑아야"
미국과 러시아 협상팀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해서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양측 협상단은 18일(현지시간) 평화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우크라이나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폭스뉴스는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의 대선이 평화 협정의 핵심 부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양측은 우크라이나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양측 협상단이 3단계 종전안에 잠재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즉각적인 휴전에 돌입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대선이 치러져야 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새롭게 뽑힌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미국 정부에 우크라 광물 우선매수청구권…우크라는 주권면제 포기 "1차대전 패전국 독일 상대 '베르사유 조약' 때보다GDP대비 더 가혹"
왼쪽부터 트럼프, 젤렌스키, 푸틴 2025년 2월 7일 미국 워싱턴DC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의 모습, 2024년 12월 1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유럽위원회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2025년 1월 1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한 후 언론발표회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 (Photobyvarioussources/AFP) 2025.2.18.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받은 지원의 대가로 5천억 달러(720조원)을 갚으라"며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영원히 경제적 식민지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의 요구를 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시한 '재건투자기금'(ReconstructionInvestmentFund) 협정의 초안을 입수해 살펴봤다며 이렇게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 초안에 실린 조건이 "법적으로 영원히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삼는 것에 해당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배상 부담액이 어떻게 하더라도 갚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에 부과되는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보면 제1차세계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에 부과됐던 것보다 더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작성 날짜가 2월 7일인 이 초안에는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자원뿐만 아니라 석유·가스 자원과 항만 등 인프라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협약 초안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적대적 당사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재건으로부터 이득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건투자기금'을 설립하게 된다. 재건투자기금은 미래에 체결되는 우크라이나의 자연자원 관련 허가와 프로젝트에 대해 방법, 선정기준, 조건 등을 정할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원 채굴로 얻는 수입의 50%와 자원을 수익화하기 위해 '제3자에게 부여되는 모든 신규 허가'의 경제적 가치 중 50%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입에 대해 미국이 '유치권'(lien)을 가진다. 담보로 사업권이나 자원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이우EPA=연합뉴스) 2025년 2월 12일 키이우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왼쪽) 미국 재무장관. (EPA/STRINGER) 2025.2.18.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이 조항은 '우리한테 줄 돈을 먼저 주고 나서, 남는 돈이 있거든 당신 아이들에게 밥을 줘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수출 가능한 광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RoFR)을 보유하며, 우크라이나의 생필품과 자원 경제에 대해 거의 전면적인 통제권을 얻게 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협약에 따른 채무나 가압류 등 조치에 대해 '주권국가 면제'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법적 분쟁이 생기면, 국제재판 관할 결정에 관한 법리와 무관하게 무조건 미국 뉴욕주의 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분쟁 조정은 국제상공회의소(ICC) 규칙에 따라 양측이 각각 선정하는 1인씩과 양측 합의로 선정하는 1인 등 도합 3인으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가 맡게 된다. 조정 과정의 공식 언어는 영어, 장소는 뉴욕으로 못박혀 있다.
미국이 이런 '재건투자기금' 협정 초안을 제시했을 때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분개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트럼프는 10일 밤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5천억 달러(720조 원)어치의 희토류 광물을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측도 사실상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 정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가 승인한 5차례의 지원 패키지에 따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액수는 1천750억 달러(252조 원)이며, 이 중 700억 달러(100조 원)는 미국 내에서 무기 생산에 사용됐다. 또 지원금액 중 일부는 인도주의적 무상공여지만, 많은 부분이 미국의 '무기대여법'에 따라 지원돼 우크라이나가 되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종전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러시아의 침략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리튬, 티타늄, 흑연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으나, 매장량 중 많은 부분이 현재 러시아 점령 지역이나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 분포돼 있다. solatido@yna.co.kr
임화섭(solatido@yna.co.kr)
미국-러시아, 우크라 종전 협상 종료…끝내 패싱 당한 우크라·유럽(종합)
김예슬 기자2025. 2. 18. 22:26
"푸틴-트럼프, 다음 주 회동 가능성은 낮지만 관계 복원 진전" "영토·안보 보장 관련 회담 있을 예정…고위 협상팀 구성키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합 러시아와 미국 대표단의 협상이 진행됐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에서 루비오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참석했다. 사우디에서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25.02.18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4시간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이번 협상에서 끝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되며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긴 힘들 전망이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러시아와 미국 간 4시간30분간의 회담이 마무리됐으며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 조건을 논의했지만, 회담이 당장 다음 주에 열릴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또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의 입장이 가까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화는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와 워싱턴 간의 관계를 실제로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푸틴 간 회담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이번 회담을 통한 관계 진전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회담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은 워싱턴과 모스크바에 있는 각자의 대사관에 직원을 복귀시켜 우크라이나 평화회담 지원, 양자 관계 및 보다 광범위한 협력을 위한 사명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리야드 회담에서 러시아와 4가지 원칙에 합의했다"며 "미국과 러시아에서 우리 임무의 기능을 재구축하기 위한 팀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합 러시아와 미국 대표단의 협상이 진행됐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에서 루비오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참석했다. 사우디에서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25.02.18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4시30분) 사우디 리야드에서 만나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에서 루비오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참석했다. 사우디에서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양측은 개전 3주년을 엿새 앞둔 가운데 사우디에선 종전 원칙과 개략적인 시간표 등을 포함한 양측의 협상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왈츠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신속하게 움직일 것을 결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영토와 안보 보장에 대한 회담이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회의는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얼마나 진지한 생각을 가졌는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해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이것을 세부 사항이나 어떤 종류의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네티신에 있는 크멜니츠키 원전을 방문하며 취재진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한 것이 유쾌하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다. 2025.0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협상에 초대받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자국이 빠진 종전 협상은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NBC방송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뺀 어떤 결정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에서는 트럼프의 '패싱'에 서둘러 지난 17일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이번 비공개 회의에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이 참석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이날 러시아 대표단과의 대화가 끝난 뒤 "유럽연합이 언젠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며 "여기서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yeseul@news1.kr
[자막뉴스] 우크라이나 숨겨진 보물 노리는 트럼프...미국이 건넨 협정 초안 보자마자 '기겁'
지난 12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양국 간 광물 협정 등을 논의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은 이 자리에서 베센트 장관이 휴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미군을 배치해 줄 수 있다며 희토류 자원 50%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협상 관계자는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거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습니다.
젤렌스키는 협정 초안에 당장 서명할 수 없다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 문서엔 안보 보장과 관련된 매우 구체적 내용이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안보 보장과 투자 간 연결이 중요합니다.]베센트 장관은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광물 매장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다"며 광물 협정이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당시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지원을 비판하면서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등 자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유럽 등 다른 나라도 광물 채굴에 참여시키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진행하여, 우리가 제공하는 지원에 대해 희토류와 기타 자원을 담보로 확보하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리튬과 티타늄, 흑연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이 풍부합니다.
하지만 광물 상당량이 러시아 점령지에 있거나 동부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휴전 협상을 시작하려는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침략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 보장 방안을 요구하고 있어 광물 협정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 흐멜니츠키 핵발전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합의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지가 축소되며 퇴출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미-러가 합의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 “우리는 독립국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없는 어떠한 합의도” 수용할 수 없다며 “유럽도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최우선 사안은 “안보 보장”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가장 비용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전날인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밝히면서 러시아와의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벌어졌던 2014년 이전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회복이나 나토 가입을 “실질적이지 않다”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참가를 언급하지 않고, 배제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동동한 파트너로 협상에 참가하냐는 질문에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그들은 평화를 이뤄야만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그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어느 날 러시아일 수도 있다”고 중얼거렸다.
젤렌스키의 이런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13일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일부”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있고 다른 관련자,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협상에 우크라이나를 참여시키나, 미-러-우라는 3자 회담이 아니라 다자회담의 일원으로 참가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참여해도 미-러 주도의 협상과 핵심 사안인 점령지 및 나토 가입 문제에서는 달라질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실시되면 젤렌스키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임기가 만료됐으나, 전쟁과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연기하고 집권을 연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지난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군사지원의 대가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우크라이나 사업 관련 비리 조사를 요구하는 통화를 한 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막판에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해 트럼프 쪽의 분노를 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측근들은 미국 관리들이 개인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때라고 우크라이나 쪽을 압박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트럼프는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분이 아는 대로, 그의 지지도는 특별히 대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가 우크라이나 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초기 러시아의 ‘참수 작전’에도 불구하고 수도 키이우를 지키며 러시아에 반격해 지지도가 굳건했으나, 최근 전황이 불리해지고 전쟁 피로도가 커지며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젤렌스키는 지지율을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3년 말에는 77%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52%로 떨어졌다.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제재와 견제도 통합을 해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13일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에게 자산동결 및 기업활동 제한의 제재를 가했다. 포로셴코에 대한 수사는 전쟁 전에 시작됐는데, 당시에도 유럽연합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난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해 전쟁 영웅으로 부상했던 발레리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을 지난해 전격적으로 해임하기도 했다. 그가 대선 후보로 부상하며 정치적 경쟁자가 되자, 주영국 대사로 사실상 쫓아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반격공세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무기와 병력 부족에 시달리며 미국으로부터 징집연령을 낮추라는 압력에 굴복했다. 지난해 4월 징집 연령을 27살에서 25살로 낮춘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 거리에는 징병을 위해 지나가는 남성들을 검문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쟁에 대한 대중 피로도가 급증하고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는 내우 속에서 이제 미국이 그의 퇴출까지 겨냥한 종전협상을 시작함으로써 외환까지 겹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는 결코 '우크라 나토 가입' 수용하지 않을 것" "온 세상이 불타고 있어"…중·러 거론하며 "군축, 핵무기 해결할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지목하면서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서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나는 그것이 전쟁 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것을 얘기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가 그것을 얘기했다"며 "나는 (종전 협상을) 그러한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모든 이가 지금은 이를 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더 나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면 나도 좋다"며 "하지만, 나는 정말로 상관하지 않고 그 유혈 전쟁이 멈추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협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 러시아가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고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달려 있으며, 실제로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러시아는 결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친분을 재차 강조하면서 "중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알다시피 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지속적으로 연락해왔다. 인도는 중립적이지 않고, 평화의 편에 섰다"며 "결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며, 그래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 그가 빨리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세상이 다시 한번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및 중동에서의 전쟁이 종식되면 중국, 러시아와 핵무기를 포함한 군축 협상을 진행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돌아오니 온 세상이 불타고 있는 것을 봤다. 그래서 나는 불을 꺼야 한다"며 "불을 끄고 나면 중국과 러시아를 만나서 긴장 완화를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우리는 군축, 특히 핵무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n22@yna.co.kr
국제 왕따서 외교 거물로…우크라 종전 중재 나선 사우디 왕세자
이신영2025. 2. 14. 08:42
러-우크라 포로 교환 등으로 '중재자'로서의 입지 다져 트럼프·푸틴 양측 모두와 친분 깊어…젤렌스키와도 접촉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추진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중재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한때 국제 사회에서 외면받았던 '왕따'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제 외교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외교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그는 2018년에만 해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국제적 공분을 샀다.
사우디를 예멘 내전에 휘말리게 하고 레바논 총리 납치와 카타르와의 단교를 주도하는 등 충동적이고 무모한 결정으로 서방에서는 위험한 인물로 간주돼왔다.더타임스는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빈 살만 왕세자가 누구나 만나기를 원하는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 경기 둔화, 에너지난 등으로 산유국인 사우디의 입지가 커졌고, 빈 살만 왕세자 스스로도 관광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보수적이었던 왕국을 개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측근들은 그가 나이가 들면서 현명해졌으며 사우디를 글로벌 외교 강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실제로 지난 2년간 사우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러시아 사이 포로 교환을 중재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친분이 깊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도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다른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때도 그의 편에 설 정도로 우호적이었다.빈 살만 왕세자는 푸틴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접촉을 유지해왔다.
사우디는 2023년 아랍연맹 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대하고 양국이 원하는 투자와 발언의 판을 깔아주면서 중재국의 입지를 다졌다.더타임스는 사우디가 이 행사를 통해 세계 강대국들이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중립적인 '만남의 장' 면모를 과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의 장소로 선택하면서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eshiny@yna.co.kr
[fn사설] 러·우 전쟁 종식 논의 시작, 인류 비극 이젠 끝내야
2025. 2. 13. 19:24
트럼프·푸틴·젤렌스키 "전쟁 멈춰야" 한반도 정세와도 밀접, 예의 주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 정상들과 연달아 통화해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열흘 후면 발발 3년이 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가 오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우 양국 대통령과 연달아 통화해 전쟁 종식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시간30분 정도의 긴 통화 끝에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고 백악관과 크렘린궁이 확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제 어리석은 전쟁을 멈출 때가 됐다"는 트럼프의 의견에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답했다.
종전은 전 세계가 바라는 바이며, 환영할 일이다. 한반도 안보·평화와도 무관하지 않았던 전쟁이기에 조속한 종식과 항구적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지난 3년의 러·우 전쟁은 인류의 비극이다. 양국 군인 30여만명이 전사했고, 100만명 이상이 다쳤다. 민간인 4만여명도 전쟁 중에 죽거나 다쳤다. 600만명 이상의 우크라 국민은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러의 침략으로 발발한 우크라 전쟁은 영토와 자원을 노린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독일·영국 등 서방국은 우크라에 공격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했다. 한국도 동맹국 미국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무기·탄약 등을 지원했다. 전쟁 막판에 이르러선 양국이 중장거리 초음속미사일을 쏘고 핵무기 위협까지,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북한은 1만여명의 특수전 병력을 접전지인 쿠르스크에 파견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러시아 총알받이' 노릇에 국제사회 비난은 고조됐다. 생포된 앳된 젊은 북한군 병사가 "전쟁터로 가는 줄 몰랐다"고 증언하는 모습에 한국전쟁의 비극을 보는 듯 참담했다.
전쟁이 장기화됐다면 한반도 안보 위기는 더 커졌을 것이다. 전 세계에 고통을 안겨준 인류의 비극은 종식돼야 한다. 하지만 종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러 영유권 주장과 빼앗긴 영토 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러·우 전쟁 종전은 우리 경제·안보적 국익과도 관련이 있다. 외교적으로 우크라 전쟁에서 혈맹처럼 밀착한 북러의 움직임에 눈을 떼선 안 된다. 파병·철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위성, 핵잠수함 등 첨단기술을 제공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러·우의 영향력이 막대한 식량·에너지 공급망 복원과 전후 재건 과정에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확보하는 것이다. 건설·전력 인프라 재건, 곡물·광물 등 자원사업, 우방국 무기 수출 등이 있을 것이다. 급박하게 전개될 종전과 후속 과정에서 대통령 부재의 한국이 패싱당할 우려가 크지만,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국의 책임이다. 북러 군사 밀착과 북미 정상회담, 한러 교류 재개 등 복잡하게 전개될 한반도 안팎의 정세에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잇따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 뒤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협상을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과 길고 생산적인 통화를 나눴다”며 “우크라이나, 중동, 에너지, 인공지능(AI), 달러의 위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매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으며, 상호 방문을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을 이끌라고 지시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를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결국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그가 이곳(미국)에 오고 내가 그곳(러시아)에 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회동’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선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2014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문제는)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일부는 되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전의 국경을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역시 협상에서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은 두 정상의 대화가 총 90분가량 이어졌다고 확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휴전과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푸틴 대통령도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장기적인 해결책은 평화 협상을 통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친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가 끝난 뒤 “아주 잘 진행됐다. 그(젤렌스키)는 푸틴처럼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며 “나는 그 회의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되길 바란다. 이제 이 어리석은 전쟁을 멈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뒤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평화를 달성할 기회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고, 팀 차원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음을 논의했다”며 “(트럼트 대통령과) 러시아의 침략을 막고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해냅시다’(let's get it done)”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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