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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가자 학살'은 무엇을 남겼나…불안정한 휴전의 전망

by 무궁화9719 2025. 2. 1.

'가자 학살'은 무엇을 남겼나…불안정한 휴전의 전망

 
  • 국제
  • 입력 2025.01.28 16:25
  • 수정 2025.01.28 16:31

가자를 생지옥으로 만든 15개월간의 집단학살
민간인 대량 살상 말곤 얻은 게 없는 이스라엘
중동의 친미 독재국가들마저 거리 두고 선 긋기
시온주의와 함께 무너진 '가치 기반 국제질서’
끝없는 죽음과 고통을 견디고 또 견딘 가자 주민
정착민 식민주의 넘어설 해방의 전략 전술 필요

가자지구 휴전 소식은 너무나 늦었지만 많은 이들을 조금이나마 안도하게 했다. 폭탄을 비처럼 퍼부으며 가자에서 지옥의 피바다를 만들던 짓이 일단 중단됐기 때문이다. 4만 7000여 명이 죽었고 11만여 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조차도 매우 과소 평가된 수치이다. 지난 15개월 동안에 이스라엘은 평균 매시간 4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고, 매시간 1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살해했다. 모든 병원과 학교가 무너지고 가자는 생지옥이 됐다.

 

이것이 제노사이드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고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형사재판소 등 국제기구들도 거듭해서 이것을 지적하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휴전안은 1단계 42일 동안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00여 명을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2단계에서 나머지 포로 교환과 철군, 3단계 가자지구 재건으로 나아가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휴전안을 보면 이미 반년 전에 하마스가 제안한 내용과 거의 똑같아서 기가 막힌다. 즉 수만 명은 더 죽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스라엘 '인질'도 구하거나 빨리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질의 생명과 안전은 어차피 네타냐후에게 관심 밖이었다. 이제 휴전해도 가자의 잔해를 치우는 데만 15년, 재건에는 8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에 포로 교환이 성공해도 여전히 이스라엘 감옥에는 적게 잡아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0여 명이 남는다.

 

무엇보다 이번 휴전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압박, 제재로부터 일단 벗어나 무기와 군수품을 재보급하면서 힘을 회복한 다음에 나중에 트럼프와 손잡고 가자, 이란, 레바논 등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기 위한 속임수'라는 강력한 의심이 존재한다. 트럼프의 취임식 축하와 자랑거리를 위한 쇼이고, 새로운 학살을 위한 시간벌기용 휴전이라는 말이다.  

 

지난 15개월의 폭격으로 가자는 완전히 초토화됐다/ 출처: SNS  
 

이런 의심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약속을 파기하고 다시 학살과 폭격을 시작한 적이 무수히 많다는 경험적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당장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이후 24시간 동안에만 81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시온주의 극우파들이 "가자에서 지옥문을 열어야 한다"라면서 결사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흑심이 무엇이든, 이스라엘이 지난 15개월 동안 민간인 대량 살상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겉으로 내세운 목적인 '인질의 안전한 구출과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목적인 '가자 주민들의 저항 의지 분쇄와 이집트 등으로 탈출과 추방'에도 실패했다.

 

22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은 여전히 가자지구를 지키고 있고,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잊지도 용서할 수도 없다는 적대감과 저항 의지는 더욱 커졌다. 즉 이스라엘은 이번 학살 전쟁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부적 분열/ 국제적 고립/ 경제 위기의 격화/ 외교적 타격 등 많은 것을 잃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수교하려던 계획도 파탄 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합동 정상회의에서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를 요구했다. 오만,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들도 이스라엘 규탄 대열에 줄을 섰다. 중동의 친미적 독재국가들마저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 셈이다. 사우디는 오히려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대화를 시작했고 심지어 합동 군사훈련까지 했다.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신화도 무너졌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이번에 이란과 헤즈볼라, 예멘의 공격에 번번이 뚫렸다. 그럴수록 이스라엘은 방공망도 군대도 정부도 없는 서울 반만 한 크기의 가자지구를 마구 화풀이하듯이 짓밟으며 잃어버린 체면을 세우려 했다. 나아가 암살과 삐삐 테러 같은 야비한 수단에 의존해 복수하려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전쟁범죄자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출처 - SNS  
 
이스라엘은 피에 굶주린 채 가장 만만하고 약한 상대방만 물어뜯는 '좀비 국가'가 됐다. 공포와 증오가 나라 전체를 덮었다. 국내에서도 모든 비판과 반대 목소리를 짓밟는 군사화된 극우 경찰국가가 됐다. 이스라엘을 떠나서 이민 가거나 가겠다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즉, '강력한 대유대 국가를 세우겠다'라던 시온주의는 붕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사회는 인간성을 잃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민간인 표적을 노골적으로 파괴했으며, 가자 지구에서 삶을 가능하게 하는 민간 인프라를 파괴했다. 그곳은 거대한 그라운드 제로가 되었다. 가장 나쁜 것은 우리가 그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 이스라엘의 여러 세대는 우리가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일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들의 자녀와 손주들에게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즉, 가자에서 잔해 밑에 파묻혀 죽어간 것은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시온주의였고, 더 나아가 이스라엘과 동맹해 온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말해 온 '인도주의와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였다. 이 나라들은 학살의 무력한 방관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이번 학살 전쟁의 비용과 무기의 80% 가까이를 제공하며 목표와 이익을 공유했다. 학살 전쟁은 합동 작전이었고 이스라엘군은 이들의 용병이었다.

 

미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네타냐후에 끌려다닌 게 아니다. 그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와 철군 이후에 이 지역에서 약해진 통제력을 강화할 기회라고 봤다. 직접 군대를 보내지 않고도 목표를 이룰 기회라고 봤을 법하다. 바이든은 지난해 연말에 이렇게 말했다. "실수하지 마십시오, 미국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전적으로,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저보다 이스라엘을 더 많이 도운 행정부는 없습니다. 아무도."  

 

바이든 정부는 마지막까지 이스라엘에 모든 지원을 다했다/ 기사 화면 갈무리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밑이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 분명해졌고, 미국 정부는 이제 그만하라고 이스라엘에 통보했다. 목표를 이루면 이스라엘의 목줄을 쥐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었는데, 이번에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목줄을 쥐었다.

 

"이스라엘과 미국과 유럽의 후원자들에게 … 하마스 궤멸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 이스라엘은 핵무기 외에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가자지구를 파괴했음에도 저항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일렉트로닉 인티파다' 책임자 알리 아부니마)

 

특히, 서방-이스라엘 동맹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을 움직였다. '서방은 유대인 집단학살을 외면한 원죄가 있으니 이스라엘과 함께 아랍 테러리스트들에 맞서야 한다'라는 게 이들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였다. 이것은 이슬람 혐오와 연결됐고, 팔레스타인의 반식민주의 저항을 보지 못하게 만든 강력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논리였다.

 

서방 시민들의 콤플렉스와 죄책감을 부추겨 온 이 논리는 이번에 산산조각이 났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의 가해자라는 게 너무나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과 서방 국가의 시민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외면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무기 지원 등을 반대하는 응답이 정파를 떠나 훨씬 크게 나온다.

 

물론 이번에 이란 정권-레바논 헤즈볼라-시리아 아사드 정권으로 이어지는 '저항의 축'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거나 심지어 정권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란 정권이 흔들리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것은 이스라엘이 거둔 성과라고 보기 힘들다. 이 정권들은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억누르며 독재를 자행하다가 이미 흔들리고 있었고 이번에 무너졌다.

 

더구나 이런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의 진정한 동력이 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아랍 민중들의 지지와 연대였는데, 그것이 느린 속도이지만 갈수록 커지면서 2011년 '아랍의 봄'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랍 정권들은 서둘러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휴전을 요구하며 압박하게 됐던 셈이다. 

 

유대인들 내에서도 시온주의에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매우 커졌다/ 외신 기사 갈무리 
 
따라서 이번 휴전이 트럼프의 압박 덕분이라는 것은 대표적인 착각과 오해다. 물론 네타냐후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에게 유리한 카드가 될 선물을 주기보다는 트럼프의 당선을 돕고 나서 그와 거래를 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지 이 학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져 가고 있었다.
 
이제 유엔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는 한 줌에 불과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반이스라엘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연대와 끝없는 죽음과 고통을 견디고 견디고 또 견딘 가자 주민들, 덧붙여 저항 세력의 포기하지 않는 투쟁이 '휴전'을 가능하게 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견뎌내기'는 억눌린 약자들의 가장 최후의 무기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패배한 것은 분명하지만, 막대한 죽음과 고통을 마주한 가자 주민들에게 '당신들이 승리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한 가자 주민은 "이 순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자 사람들의 연락처들을 살펴보는데, 사랑하는 사람 대부분이 죽었거나, 실종되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인간성과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이번에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며 끝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자신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우리 편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이 부족한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무기로 싸우는 게 최선인지.

 

역사적으로 모든 식민 지배는 피억압 민족이 단결해 가장 강력한 힘을 가하고, 식민 지배의 비용이 그것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이 분명해질 때, 억압 민족이 분열하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민중은 먼저 통합된 저항의 지도부를 만들고, 일관된 해방의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중동과 전 세계의 연대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염원하는 만평 / 출처 - SNS 
 

더 나아가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시온주의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반시온주의 유대인 단체인 '이프낫나우'는 이번에 "우리의 눈물은 이스라엘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빼앗긴 모든 생명과 파괴된 모든 우주를 슬퍼할 만큼 충분히 풍부하고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안전하고 자유롭지 않으면 유대인들도 안전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저항은 필수적이고 대부분 정당하지만, 동시에 주로 군사력에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반제국주의 사상가이며 중동 문제 전문가인 질베르 아슈카르는 "군사력으로는 팔레스타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에 유리하다"라며 "적이 더 강하면 그 지형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저자인 라시드 칼리디도 군사력 의존은 '이스라엘인들의 허구적 피해자 의식을 강화하며, 이스라엘 사회를 통합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칼리디는 팔레스타인 해방이 "다른 어떤 해방 투쟁보다 더 어려운 이유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식민지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인들이 결국 식민지를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알제리와 같은 방식으로는 해방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중은 이 모든 난관을 넘어서 마침내 해방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들의 경험, 저항, 좌절, 고민은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윤석열, 트럼프, 푸틴 등 네타냐후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권력자들이 또 다른 지옥을 만들려는 세상에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 사회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는 크게 확장됐다/ 출처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지금의 휴전이 과연 3단계까지 이어지면서 성사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학살의 재개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지난 15개월의 학살 전쟁의 실패와 그 후유증을 강조하는 이들은 휴전이 결국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이스라엘과 트럼프가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걱정도 만만치가 않다.

 

일시적 휴전이 영구적 휴전이 될 때까지, 모든 이스라엘 점령군이 철수할 때까지, 네타냐후와 공범들이 처벌될 때까지, 가자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스라엘과 교류와 협력을 중단할 때까지, 마침내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는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낼 필요가 있다.

걸프 산유국들도 가자 집단학살·종족청소 규탄 대열

 
  • 국제
  • 입력 2024.12.02 19:20
  • 수정 2024.12.03 06:10

GCC 정상 '쿠웨이트 선언'…고립무원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은 정당방위 아냐"
수도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국가' 지지
정착촌 확대를 통한 서안 '유대화' 규탄
AL총장 "이스라엘, 팔 존재 없애려 해"

이스라엘이 아랍 세계에서 고립무원의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작년 10·7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 그리고 인근 레바논에까지 무자비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는 대학살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주 헤즈볼라와 휴전했지만, 30일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 민간인 거주 지역에 융단 폭격을 퍼부어 200여 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가자에서 죽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4만5000명에 육박한다. 그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걸프협렵회의(GCC) 정상들이 1일 쿠웨이트에서 최고위원회(Supreme Council) 제45차 회의를 열고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과 종족 청소를 규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쿠웨이트 선언'을 채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2024. 12. 01 [로이터=연합뉴스]
 

'고립무원' 네타냐후…걸프국가도 규탄 동참

GCC 정상들, 가자 집단학살·종족청소 성토

 

지난 14개월간의 가자 대학살극은 마침내 전통적으로 친미적이고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마저 이스라엘 규탄 대열에 가담하게 했다. 1981년 5월 출범한 GCC 회원국은 6개 산유국이며 정치체제는 모두 '군주제'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은 절대군주제이고,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은 입헌군주제이며, 아랍에미리트(UAE)는 연방군주제다.

 

걸프협렵회의 정상들이 1일 쿠웨이트에서 최고위원회(Supreme Council) 제45차 회의를 열고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과 종족 청소를 규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쿠웨이트 선언'을 채택했다. 국제정치적 이슈에는 관망해왔던 GCC의 기존 태도완 사뭇 달랐다.

 

GCC 정상들은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겨냥, 주민의 강제 축출을 규탄하고 팔 주민의 고통을 줄이고 생존 필수품과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중단과 가자 봉쇄 철회를 요구했다.

 

정상들은 "무고한 가자 민간인" 학살은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11월 21일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ICC) 결정을 "환영"했다.

 

30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 포스턴엔 "전범인 네타냐후를 체포하라"고 되어 있고 그 중간에는 "아동 살해범"이라고 적혀 있다. 2024. 11. 30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은 정당방위 아냐"

안보리에 수사위원회 구성해 처벌 요구

 

또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정당방위"로 보는 어떤 정당화나 구실도 "거부"한다면서 국제사회에 가자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 처벌 정책"에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위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정상들은 제노사이드와 종족 청소 계획의 일환으로 이스라엘 점령 세력이 자행한 충격적이고 끔찍한 범죄들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 민간인 살해 △ 고문 △ 즉결 처형 △ 강제 실종 △ 강제 축출 △ 약탈 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GCC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들 범죄를 수사할 독립적 국제위원회를 설립하고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팔 인민에 대한 국제적 보호를 제공할 진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CC는 또한 거주지와 병원, 학교, 대학, 모스크, 교회, 그리고 가자 지구의 인프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파괴 행위와 유엔을 비롯한 국제 구호 기구들에 대한 공격도 규탄했다.

 

정상들은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분리하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가자 복귀 계획 마련과 '두 국가 해법' 실현 과정에서 "통합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상들은 즉각 휴전, 팔 인민에 대한 제노사이드와 강제 축출 종식, 인도주의 구호 진입, 가자 정상화 복원을 이스라엘 점령 세력이 지키도록 보장하는, 유엔헌장 제7장(평화 위협, 평화 파괴, 침략행위에 대한 조치)에 따라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안보리에 촉구했다.

 

예루살렘 구 도시에 위치한 알아크사 모스크(제일 위), 바위의 돔(왼쪽). 그 아래로 이스라엘이 강제로 병합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아랍 마을인 실완의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2024. 11. 05 [AFP=연합뉴스]

 

예루살렘 수도 삼은 '팔레스타인국가'지지

정착촌 확대를 통한 서안 '유대화' 규탄

 

정상들은 또한 '팔레스타인 대의'(Palestinian cause)의 중심성과 이스라엘 점령 종식 필요성, 그리고 모든 팔 점령지에 대한 팔 인민의 주권 지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전 세계 국가들을 향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과 함께, 1967년 국경들(3차 중동전쟁 발발 이전)에 기초해 동예루살렘(알-쿠드스)을 '수도'로 삼고 독립적인 주권을 지닌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을 보장하는 영구적 해법을 실현하기 위한 긴급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두 국가 해법'이 실현될 때까지 팔 점령지에 유엔 평화유지군의 주둔을 제안했다.

 

정상들은 또한 7월 23일 채택한 '분열 종식과 팔레스타인 민족 단결 강화에 관한 베이징 선언'을 환영했다. 이 선언은 베이징에서 중국이 오랜 분열과 갈등을 빚어온 팔 무장 정파 하마스와 팔 자치정부(PA)의 집권당 파타 등 14개 정파를 중재해 끌어낸 것이다.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과 관련하 유엔총회 결의(10월 18일)를 환영하는 한편,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에 약 3500개의 신규 정착촌 건설을 승인하고 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 대부분 지역을 "유대화"하는 시도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서안 병합을 거부했다. GCC는 또한 10월 30일 이스라엘의 크네세트(의회)가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주재 외교 공관 개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것을 성토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일 가자 중부의 부레이즈 난민 캠프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곳을 둘러보고 있다. 2024. 12. 02 [AFP=연합뉴스]

 

아랍연맹,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 행사

사무총장 "이스라엘, 팔 존재 없애려 해"

 

한편 아랍연맹(AL) 회원국들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 본부에서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사우디 SPA 통신에 따르면, 아불 가이트 사무총장은 팔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사회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팔레스타인 존재를 없애고 팔레스타인 국가 계획을 제거하고, (팔 주민을) 강제로 축출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사우디의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11일 리야드로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소속 정상들을 초청해 긴급 합동 정상회의를 열고 △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 이스라엘의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 △ 이스라엘 학살극 규탄과 즉각 휴전 △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1967년 이후 점령한 아랍 영토에서 철수 등을 요구하는 전문과 38개 항으로 구성된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랍권 발칵 뒤집은 트럼프의 제안 [지금 중동은]

김개형2025. 1. 27. 18:04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마이애미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을 쳐다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주민 이주” 제안을 아랍권이 “인종 청소”라며 맹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25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더 많이 받아들이라고 요청했으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도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남부로 피신했던 가자 주민들이 27일 해안길을 따라 북부로 돌아가고 있다. 
 
 
■ 팔레스타인, "우리 땅을 떠나지 않을 것"
 
'가자 주민 이주' 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상당한 구체성을 띤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리(clean out), 철거 현장 (demolition site), 150만 명(probably a million and a half people) 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그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은 현지 언론을 통해 "또 다른 고향을 만들어주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수십 년간 좌초됐다"며 “이번에도 좌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마스 고위급 인사 모함메드 나잘은 “트럼프의 발언이 매우 이상하다. 피의 대가를 치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가자 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땅에 굳건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24일 서안지구 제닌 난민캠프에 대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아바스 수반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서 아바스는 “우리 주민을 가자지구에서 이주시키는 어떤 계획도 강력히 거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 "가자 주민 이전" 1948년 '나크바' 연상시켜
 
팔레스타인이 이렇게 펄쩍 뛰며 거세게 반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크바’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나크바는 아랍어로 대재앙을 의미하는데, 지금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규모 강제 이주와 그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영향까지 포함하는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1947년 유엔이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승인한 이후,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유대인 민병대와 아랍 민병대 간의 충돌이 거세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70만 명이 강제로 이주하거나 도피했습니다.
당시 고향을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에 제2의 나크바를 받아들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팔레스타인 난민이 23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피해 서안지구 제닌 난민캠프를 떠나고 있다.
 
■ 아랍권, "강제 이주와 퇴거는 인종청소"
 
트럼프 대통령이 ‘이주 지역’으로 지목된 요르단과 이집트도 손사래를 치며 그의 제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22개 아랍국가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강제 이주와 퇴거를 “인종청소”라고 규정하며 트럼프의 제안을 깎아내렸습니다.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협의회는 “망상적이고 위험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자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주변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를 도울 의사가 없다”며 거센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
 
■ 이스라엘 극우 진영 "환영"
 
반면 이스라엘 극우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을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이스라엘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지난 76년간 가자지구 인구 대부분이 이스라엘 국가를 파괴하려는 뜻을 품고 혹독한 환경에서 지내야만 했다"며 "그들이 새롭고 더 나은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다른 터전을 찾도록 돕자는 것은 훌륭한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견지했습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는 등 아랍권의 반발을 샀습니다.
트럼프 집권 초기에 나온 ‘가자 주민 이주’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럼프의 이번 발상이 미국의 중동 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을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나라 국민을 또 다른 나라로 이주시키겠다는 발상은 실행 가능성이 작을뿐더러, 자신이 다른 나라에 무엇이든 강요할 수 있다는 오만함까지 내비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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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트럼프 “150만명 정도…” 가자 주민 주변국으로 밀어내기 시사

이스라엘 극우파 ‘청소 작전’을 미국 대통령이 언급
요르단·이집트 반대해와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최우리기자
  • 수정 2025-01-26 20:44
  • 등록 2025-01-26 20: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전쟁이 벌어진 뒤 15개월 만의 휴전으로 고향에 돌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이웃 나라로 이주시키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주장해온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는 일종의 ‘청소 작전’을 현직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25일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의 통화 중 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더 많은 일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150만명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며 “수세기 동안 그곳(가자)에서는 많은 분쟁이 있었다. 뭔가 일어나야만 한다”고 했다. “지금은 말 그대로 철거 현장이다. 차라리 아랍 국가들과 교류해 난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다른 지역에 주택을 짓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 시엔엔은 주택을 건설해 10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나라로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직 대통령의 제안으로는 놀랍고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도 통화해 난민 수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인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이다.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쫓아내자는 주장은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주장이다. 가자전쟁이 난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중심지인 북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남부로 밀어내왔다. 이후 남부에도 공세를 가해 결국 이스라엘의 속내는 가자 인구 230만명 대부분을 가자지구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 아니냐고 주변국들이 의심해왔다.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26일 “가자 주민들이 새롭고 더 나은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도록 돕는 것은 훌륭한 생각”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것과 같은 비실용적 해결책을 정치인들이 오랜 세월 제안해, 세계 유일 유대 국가의 존재와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국가안보 장관도 “당장 이민을 장려하라”고 화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는 트럼프의 구상이 “전쟁범죄”를 장려하는 것이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최근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트럼프가 취임 전 가자 주민 중 일부를 동남아시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초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모교인 하버드대 대담 행사에서 “가자지구 해안가 부동산은 매우 가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는 약 59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팔레스타인을 떠난 이들의 후손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를 보면, 요르단에만 약 239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있다.
 
다만, 트럼프의 구상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집트는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터지자 자국 북부와 접경한 가자 주민들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요르단도 팔레스타인 난민 추가 수용은 “레드 라인”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한 뒤,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행위를 제재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 고성능 폭탄을 공급하지 않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조처도 해제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트럼프 “아랍국, 가자주민 데려가라…그곳에 주택 짓자” [핫이슈]

윤태희2025. 1. 26. 18:04

[서울신문 나우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팁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해법과 관련해 요르단과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가로 팔레스타인인을 대거 보내고 가자지구를 정리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오전 중 통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에게 ‘지금 가자지구 전체를 보고 있는데, 거기는 엉망진창, 정말로 진창이어서 당신이 더 많은 일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집트도 사람들을 데려가 주면 좋겠다”면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26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정리돼야 끝났다고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거의 모든 게 무너졌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기에 나는 차라리 일부 아랍 국가들과 협력해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다른 곳에 주택을 짓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 주택들이 일시적일 수도 있고 장기적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NN 방송은 주택을 건설해 팔레스타인인 100만여명을 다른 나라로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직 대통령의 제안으로는 놀랍고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를 정리하는 계획을 제안했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방안에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런 구상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알리는 신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가자 주민 약 200만 명의 미래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사회는 중동 평화 방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주권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해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19일부터 휴전에 들어갔고, 피란을 떠났던 가자 주민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재건을 바라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이미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 설치된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집트는 가자 전쟁이 시작되자 더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과 관련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첫 방문 국가로 유럽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영국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집권 1기 때도 사우디를 먼저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식 이후에도 사우디가 미국 상품 5000억달러(720조 원)어치를 사주면 1기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사우디를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고 했고, 사우디는 이에 6000억달러(86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이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도 통화할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스타머 총리에 대해서는 “진보적이어서 나랑은 조금 다르다”고 평하면서도 자신과 스타머 총리가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구상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그것을 가지리라 생각한다”며 “그린란드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덴마크가 그것(그린란드)에 어떤 권리를 가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유세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에 덴마크가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매우 비우호적인 행동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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