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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작전명 ‘팀버 시커모어’ — 미국의 시리아 무너뜨리기

by 무궁화9719 2024. 12. 15.

작전명 ‘팀버 시커모어’ — 미국의 시리아 무너뜨리기

김평호 미국 톺아보기pyhokim@hanmail.net다른 기사 보기
 

CIA, 반란군 앞세운 아사드 정부 전복 계획
미국, 이스라엘, 튀르키예가 합작한 반란군 공격
전쟁과 제재 더해 유전과 농업지대 빼앗기며 붕괴
‘따르지 않는 자는 제거’ 미 대외정책 불문율 1호

​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남의 나라 무너뜨리기 — 무서운 위선자 미국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의 비상계엄은 사실상 미국과 합작한 것이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의 비상계엄도 마찬가지다. 이번 윤의 계엄에 대해서는 알면서 일단 두고 본 듯하다. 다른 말로 하면, 만약 윤의 계엄 내란이 성공했더라면, 미국은 이전에 그랬듯, 민주주의는 뒤로하고 정국 안정, 한반도 안보위기 등을 내세워 윤을 적극적으로 방어·지원했을 지도 모른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파병까지 요구했을 것이고, 윤은 순순히 응했을 것이다. 윤의 계엄 내란을 막은 건 미국이 아니라 단합된 정치역량을 보여준 대한민국 시민의 깨어난 힘, 그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한 하원의원이 말했지만, 그건 무지 또는 위선이다.

 

쫓겨난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의 훼손된 사진. 2024.12. 9. AFP
 

대한민국 국민이 윤의 내란을 일단 막아내는 사이, 아시아 저 끝쪽 시리아는 반란군의 공격 11일 만에 정부가 무너지고 예전의 시리아라는 국가도 사라졌다. 본래 시리아는 아랍권의 종교 국가들과 달리 포용적 분위기의 다문화·다종교, 즉 세속 국가다. 비록 일당독재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였지만, 대통령 아사드에 대한 시리아 인민의 신뢰나 호감도는 높았다. 공공의료와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됐다. 연간 방문 관광객 규모, 여행지 선호도, 지도자에 대한 국제 여론 등의 지표는 주변의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높았다. 2011년 아랍의 봄도 시리아에는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시위대에 무장반군이 섞이면서 상황은 폭동과 반란으로 달라졌다. 지금까지 14년여 간 이어지는 장기 전쟁과 국가 몰락의 시작이었다.

 

바이든은 시리아 정부가 무너진 날, “지난 4년, 우리 정부는 명확한 원칙에 입각한 시리아 정책을 펴왔다. 그것이 오늘의 결과를 낳은 핵심이다”라고 자랑했다. 명확한 원칙에 입각한 미국의 정책? 시리아를 도모한 미국의 역사를 둘러볼 때 그건 무섭고 잔인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9월 22일 자 알자지라에 실린 전 나토 사령관 W. 클라크 대장 관련 기사.
 

시리아를 도모한다!

 

지난 2003년 10월, W. 클라크 장군은 나토 사령관을 끝으로 퇴임하면서,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책을 펴낸다. 책에서 그는 부시 정부가 9/11 사태 직후, 이라크를 시작으로 향후 5년 이내에 시리아, 레바논, 리비아, 이란, 소말리아, 수단 등 7개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공격을 기획했다고 폭로했다.(관련 기사 사진 참조).

 

부시 정부는 2002년부터 시리아를 리비아와 함께 두 번째 악의 축 국가로 불렀고, 2004년엔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며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테러범을 잡는다거나, 핵시설을 세우고 있다며 2003년부터 시리아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0년, 헤즈볼라 무기 지원을 이유로 더 강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미국 행태의 핵심에는 시리아가 이란, 헤즈볼라, 러시아 같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과 동맹 관계라는 사실이 놓여있다.

 

미국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 흔들기에 간여했음을 보여주는 미 국무부 내부 문서. 이 문서는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됐다.
 

사진 왼쪽은 H. 클린턴 전 국무장관 보관 이메일 자료, 오른쪽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밀전문이다.(관련 자료 일부 화면 캡처). 클린턴 메일은 2000년 12월 31일 자, 대사관 전문은 2006년 12월 13일 자. 메일은 발신-수신자가 지워져 있고, 전문은 백악관, 국무부, 국가안보회의 등을 수신자로 명시했다. 전문 제목의 SARG는 Syrian Arab Republic(시리아의 영문 공식 국가명칭) Government의 약자다.

 

‘새로운 이란 시리아 정책 문건(New Iran and Syria Doc)’이라는 제목의 메일은, 날짜로 보아 클린턴 정부 시절의 자료로, 그때부터 미국은 이미 “아사드 정부를 전복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직면한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노란색으로 강조한 첫 문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시리아 흔들기(influencing SARG)’라는 제목의 전문은, “(아사드의) 경제개혁이 일으킬 기득권 부패계층의 반발, (자치·독립 국가 건설을 요구하는) 쿠르드족 문제, 그리고 시리아 내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 등을 아사드 정부의 약점으로 들고 있다.(밑줄 친 부분). 이 약점들이 아사드 정부를 흔들 기회이며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랍의 봄’이 발동시킨 작전명 ‘팀버 시커모어’

 

2011년 ‘아랍의 봄’은 미국에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 개입하는 절호의 명분과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리비아 가다피 정권은 미국이 주도한 대대적 공습과 반군의 공격으로 결국 무너진다. 다음은 시리아였다. 다만 리비아 방식이 아니라 반란군을 내세운 대리전을 확대, 아사드 정부를 소모전으로 끌어내는 것이었다.

 

이름하여 작전명 ‘팀버 시커모어(Timber Sycamore. 플라타나스 벌목 정도의 의미)’. 목표는 시리아 정부 전복. 당시 작전에 간여한 인물들은 오바마를 비롯한 바이든 당시 부통령, 지금 국가안보보좌관인 J. 설리번(당시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지금 국무장관인 A. 블링컨(당시 바이든의 국가안보보좌관) 등. 앞서 언급한 바이든의 ‘명확한 시리아 정책’이 바로 이 작전이고, 그 작전이 그때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라는 뜻이다.

 

작전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준비단계로, 2012년 리비아의 가다피 정부를 궤멸시킨 다음 몰수한 수천 톤의 무기를 시리아 반란군에 전달하는 것. 둘째는 확장·실행단계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반란군에게 무기 지원은 물론, 자금제공, 신병모집 및 훈련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이다. 작전명 ‘팀버 시커모어’는 두 번째 단계에 붙인 이름이다.

 

사진 왼쪽은 상당 부분 내용이 지워진 채 공개된 리비아 무기수송 작전 관련 국방부 기밀문서 사본. 오른쪽은 무기수송 선박으로 추정되는 리비아 국적의 알안티사르 호(2012년 10월 25일, 폭스뉴스 화면 캡처).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소송으로 드러난 국방부 기밀문서는, 2012년 5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리비아 무기가 벵가지에서 시리아로 이송됐음을 말해준다.(왼쪽 사진 밑줄 친 부분 참조). 폭스뉴스는 10월 25일 알안티사르 호가 9월 6일 리비아를 출항, 튀르키예의 이스켄데룬 항구에 도착, 무기를 포함한 각종 화물을 하역했다고 보도했다. 요약하면, 미국은 리비아에서 외교 물품을 가장해 무기를 실어 냈고, 튀르키예는 그것을 받아 시리아 반란군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후 2013년 4월, CIA는 오바마의 승인을 받아 두 번째 단계에 돌입한다. 애초 오바마는 주저했으나, 요르단 국왕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의 설득과 로비가 주효하면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버 시커모어’는 무기 지원에서 나아가 자금제공, 그리고 반란군 모집과 훈련까지 확장한 프로그램이었다. 1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작전 비용과 무기 지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도 적극 참여했다. 수니파 종교국가 입장에서 시아파인 아사드 제거에 동참했던 것. 훈련캠프는 요르단에 설치했고, 무기는 주로 동유럽과 발칸반도 밀매시장에서 들여왔다. 모집훈련을 통해 수천 명의 반시리아 전투원을 길러냈고, 무기는 50여 개가 넘는, 주로 알카에다 계열의 반란군 조직에 전달됐다.

 

2016년 8월 17일 자 뉴욕타임스. ‘10억 달러짜리 CIA 비밀전쟁, 갑작스런 종료의 배경’ 기사화면 캡처,
 

2015년 11월 T. 개버드 의원(민주당,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차기 트럼프 정부 국가정보국장 지명자)은 ‘시리아 반군(이슬람 극단주의자 포함, 모든 무장단체) 지원금지법’을 발의했다. 2016년 알자지라와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비밀작전이 널리 알려졌다. 따져본 즉, 비용 대비 성과는 빈약했고, 무기와 자금의 행방은 사실상 통제할 수 없었다. 급기야는 CIA 지원 반군과 펜타곤 지원 반군, 사우디 지원 반군과 카타르 지원 반군이 서로 싸우는 웃픈(?)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리아 상황이 악화하면서 러시아가 개입했고 반란군의 위세는 꺾였다. 80년 아프간 무자헤딘 지원 이래 최대 규모인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들인 비밀작전은 거대한 낭비로 비판받았다. 그해 말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 집권 첫해인 2017년 7월, ‘팀버 시커모어’ 작전은 결국 종료됐다.

 

정치적 붕괴 전 외세 점령으로 이미 경제적 주권 상실 상태

 

사실 ‘팀버 시커모어’는 시리아를 몰락으로 이끈 빙산의 일각이다. 작전 종료 2년 전인 2015년, 미 지상군은 ISIS를 때려잡는다며 이미 시리아 동부와 남부에 진출했다. 2016년부터 튀르키예는 북부를 사실상 점령했다. 서남부의 골란고원은 일찍이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에 빼앗겼다.

 

미군과 쿠르드족이 점령한 동부는 시리아의 유전지대(원유+가스)이자 곡창지대(밀+면화)다. 서북부 알레포 부근은 산업 지역이다. 그즈음부터 시리아는 정치적 주권뿐 아니라, 국가의 물적 토대를 빼앗기면서 경제적으로도 주권을 상실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2010년부터 계속된 미국 등 서방의 전방위적 경제제재, 미국, 튀르키예,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지원을 받는 반란군과 14년 여에 걸친 전투는 정부와 군, 인민들을 모두 소진시켰다. 전쟁과 점령, 탈취와 제재로—가뭄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포함해—시리아에서는 지금까지 무려 50만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600만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번 12월, HTS(시리아 해방의회라는 뜻. 알카에다 계열의 반군조직)를 중심으로 몰아닥친 반란군의 공세를 시리아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12월 16일 몰락 이후 시리아 상황을 표시한 지도(출처: 알자지라)에는 이 같은 저간의 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쪽 푸른색은 튀르키예 점령지역. 동쪽 노란색은 쿠르드족과 미군 점령지역. 중간 카키색은 HTS 관할 지역. 왼쪽 맨 아래 하늘색은 이스라엘 점령지역(골란고원과 그 주변)이다. 친 아사드 세력의 근거지로 표기된 지도 맨 왼쪽 중간의 붉은색 점은 문자 그대로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따르지 않는 자는 제거한다’ 미국 대외정책의 불문율 1호

 

바이든은 시리아의 몰락이 정의가 실현된 것이라며 국가 재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저지른 범죄 수준의 시리아 개입을 되짚어 볼 때 그건 철면피하고 잔혹한 왜곡이다. 몰락 이후 시리아에서는 미국, 튀르키예, 이스라엘 간의 전리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밖에서는 이들과 이란, 러시아, 중국까지 모두 얽히는 지정학적 변동의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분명한 것 하나를 짚는다면, 따르지 않는 자—적대국은 물론, 경쟁국, 심지어는 동맹국이라도(단, 이스라엘은 예외)—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거 또는 격리한다는 미국 대외정책의 불문율 1호, 바로 그것이다.

디플로매트 "미, 윤석열 몰락을 자성기회 삼아야"

 
  • 국제
  • 입력 2024.12.23 17:15
  • 수정 2024.12.23 17:34

'왜소해진' 한국 우익에만 의존한 동맹 정책 비판
"트럼프, 내년 한국에 진보 정부 들어서면
대담하게 정책 바꿀 적절한 기회 얻을 것"
한미일 군사 동맹화 과정 '비민주성' 비판
"바이든, 윤석열 정권 맹목적으로 부추겨"
"한국을 반중 군사작전 최전방 기지 요구
미국 압박, 한미동맹 디커플링 초래 위험"

"워싱턴의 주류 세력은 한국의 진보세력(liberals)이 (한미) 동맹에 혼란과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책 결정자들에겐 양극화된 한국 정치에서 점점 얇아지는 우익 세력에만 호소해온 동맹 정책을 한사코 밀어붙였던 자신들의 실수를 반추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한국 우익에만 의존한 동맹 정책 비판

"미국, 윤석열 몰락에서 자기성찰 해야"

 

미국 퀸시 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의 제임스 박 연구원은 '윤석열의 몰락에서 미국은 한국 접근법에 대한 자기성찰을 시작해야 한다'란 제목의 <더 디플로매트> 21일 자 기고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부제는 '군사적 우위(military primacy‧군사적 영향력 최대화) 탈피는 한미동맹에 서울 정부 내 보수세력에 의존하지 않는 더 안정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12‧14 탄핵소추안 가결을 지켜본 워싱턴의 주류 외교 전문가들의 심사는 복잡했다. 한편으론 "윤석열의 한국 민주주의 전복"을 비난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윤의 몰락이 우익의 신뢰 상실과 진보적 대통령의 신속한 귀환으로 이어져 반북한, 반중국 전선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에선 한국 진보의 외교 정책 방향이 미 국익에 반한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 진보를 한미동맹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미국의 경향성에는 '군사 우위론'적 사고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진보가 보인 △ 더 외교적인 대북 접근법 △ 미·중 택일 신중 △ 일본과의 군사 결속 반대 등의 경향을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최대화에 역점을 둔 워싱턴의 '군사 우위론자들'은 자신들의 스탠스와 배치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한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훼손한다고 비난한다.

 

22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도하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A2 전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기동군단 예하 7공병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 등이 참여했으며 지난 6월 전력화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2024.10.22 연합뉴스
 

"미 군사 우위 추구가 동맹 불안정 원천"

"북한과의 모든 평화구축 시나리오 배제"

 

박 연구원의 생각은 다르다. 되려 동아시아 지역에서 워싱턴의 독보적인 군사 우위 추구가 언제나 한미동맹 불안정의 원천이 돼왔다고 봤다.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비대칭적 우위를 지키고, 한미동맹의 방어기능을 북한 위협 관리에서 중국 봉쇄로 확장함으로써 "미국은 한미동맹의 안보 부담을 가중하고 동맹을 더욱 한국과 디커플링(분리)하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한국 내 분열은 첨예화하고, 동맹의 회복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워싱턴의 '군사 우위론자들'은 대북 억지를 명분으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자 △ 미군의 대규모 전진 배치 △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 전략자산 전개 등을 실행해왔고, 이는 북한의 도발과 북한의 핵 능력 강화에 구실을 주는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고 봤다. 특히 이들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어떠한 평화구축 시나리오도 배제해왔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에 대한 미국이 계속 저항하는 게 그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종전 선언 촉구와 관련해 워싱턴 내에서 광범위한 비판이 있었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우려했다"라고 소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마카오 특별 행정구에 주둔한 중국인민해방군(PLA)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4. 12. 10 [신화=연합뉴스]
 

"한국을 반중 군사작전 최전방 기지 요구

미국 압박, 한미동맹 디커플링 초래 위험"

 

박 연구원은 "군사적 우위에 대한 워싱턴의 집착은 북한과의 안보 협상 전망을 협소하게 만들었고, 군사적 불균형 극복을 위해 더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북한의 핵 억지력 추구로 귀결됐고, 시간이 가면서 동맹 결속에 대한 도전이 증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걱정스럽게도, 워싱턴이 중국과 '제로섬' 안보 경쟁을 다짐하고 그에 따라 한미동맹의 방어 범위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확장하려는 유혹이 커지는 건 동맹 결속에 도전을 추가할 것이다"라면서 "결국 수년에 걸쳐 한국을 중국에 맞서는 역내 '중심축'(pivot)으로 탈바꿈하려는 워싱턴의 시도는 동맹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연구원이 보기에, 한국인들은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과 무역 중심의 경제구조를 반영해 외교 정책에서 기본적으로 리스크 회피와 실용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워싱턴에선 대만과 관련한 미국의 대중 전쟁계획에서 한국이 주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을 점점 더 반중 군사작전의 최전방 기지로 보는 듯한 미국의 시각은 한국민 전반에 덫에 갇혔다는 공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동맹의 안보 부담이 자주의 안보 부담을 넘어선다고 인식되면, 더 많은 한국인은 동맹을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며 "그동안 북핵 위협 완화에 실패한 워싱턴이 중국을 실존주의적 위협으로 과장하고, 중국과의 신냉전을 치르는 엄청난 안보 부담을 나눠지자고 한국을 압박하는 건 동맹 디커플링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발언 후 기시다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3.8.20. 연합뉴스
 

한미일 군사 동맹화 과정 '비민주성' 비판

"바이든, 윤석열 정권 맹목적으로 부추겨"

 

이 대목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도했던 작년 8‧18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구체화한 3국의 '반중 군사동맹' 구축 과정의 일방성과 반역사성을 비판했다. 그는 "전시 역사 분쟁을 포기하고 일본과의 무조건적 군사 협력에 한국의 온건하고 리버럴한 세력이 반대했지만, 워싱턴은 한국 내 (정치적) 입장 차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윤석열 정권을 맹목적으로 부추겨 비민주적으로 프로세스를 강행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일방주의에 분노하고 계엄 실패 상황에서 이제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누리게 될 서울의 차기 진보 정부에겐 윤석열의 부정한 유산을 제거하려는 열망과 타당한 이유가 있다"라면서 "그 중심은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3자 협력이다"라고 지목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 내의 충격적 (상황) 전개는 절망적인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지연돼온,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지닌 자기 파괴적 성격에 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관련해 그는 "트럼프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외교적 모멘텀을 창출해 더 분명하게 방어적 의도와 긴장 완화 제스처를 반영한 한미 억지 태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대규모 미 지상군의 한국 주둔 없이 전시에 대북 우위 유지를 위한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야 하며 그럴 때 "북한과의 안보 협상 시나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의 아메리카 페스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 12. 22 [AFP=연합뉴스]
 

"트럼프, 내년 한국에 진보 정부 들어서면

대담하게 정책 바꿀 적절한 기회 얻을 것"

 

특히 박 연구원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대북 긴장 완화와 외교에 훨씬 더 우선순위를 두는 한국의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워싱턴은 대담하게 정책을 바꿀 시기적절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가 서울이 수용 불가한, 제로섬의 대중 경제적, 군사적 충돌을 압박한다면, 동맹관계는 끝나고 디커플링할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대신, 워싱턴은 미‧중 관계에서 한반도 위기관리와 핵 외교를 위한 역내 협력 촉진과 같이 더 수용 가능하고 호혜적인 한국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역내 동맹관계는 포용적 지역 질서를 증진하고 아시아 전역에 걸친 미국의 긍정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동맹관계들이 군사적 우위 추구에 집중돼 있다면, 워싱턴은 지역의 안정을 해치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차이를 확대함으로써 위험에 처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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