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 바이든 가고 트럼프 온다, 평화도 같이 올까?
4년을 전쟁으로 일관한 네오콘 대통령 바이든
민주당 패배 부른 그의 전쟁, 미국은 국격 추락
패배를 승리라 주장하는 망상 속 지지율 바닥
트럼프가 와도 평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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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 바이든이 퇴임한다. 임기 4년을 전쟁으로 꽉 채운 전쟁 대통령이다. 취임 첫해인 2021년, 미군은 탈레반에 쫓기며 아프간에서 굴욕적으로 철수했다. 공화당의 한 의원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이 양치기들한테 졌다”라며 탄식했다. 지지율은 급락했다. 낮은 지지율은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갤럽조사의 지지율은 39%. 1980년 이래, 같은 기간 대통령 지지도로는 바닥에서 두 번째다. 더 눈여겨 볼 것은, 그 조사에서 ‘나라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답한 미국민이 고작 19%였다는 사실이다.
핵심 이유는 전쟁이다. 그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 대선, 총선에서 모두 졌다. 미국의 국제 신뢰도도 추락했다. 세계인들은 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이스라엘의 가자학살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유와 인권을 외치는 미국의 이중성에 고개를 돌렸다. 바이든이 내세운 가치-규칙기반 질서는 실상 미국 패권 휘두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비판에 바이든 정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전쟁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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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속 정신승리 구가하는 바이든과 그의 사람들
지난 9일, 국방장관 L. 오스틴은 독일 람스틴 공군기지에서 마지막 우크라이나 지원국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양심적(?) 국가들(countries of conscience)의 조직인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 시대 가장 위대한 군사적 승리의 하나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안보보좌관 J. 설리번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 4년을 거치며 미국은 더 강해졌다. 나토 역시 강화됐다.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우리의 적국과 경쟁국은 약해졌다. 트럼프는 4년 전보다 강해진 미국을 승계받게 됐다"라며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인 13일, 국무부는 바이든 대통령 이임식을 열었다. 그의 이임사는 보좌관 설리번 인터뷰의 확대·복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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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외치는 이들과 달리, 네오콘의 이론적 대부 R. 케이건은 올해, 아니면 길어야 1년 반 안에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시시교양잡지 <아틀란틱>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우크라이나 대패를 앞둔 트럼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긴 맥락을 무시하고 패배의 책임을 트럼프에 뒤집어 씌우는 교활한 제목 장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상식을 갖춘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예고했었다.
패배하는 전쟁을 눈앞에 두고도 승리를 노래하는 정신상태는 병적 증상이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볼 순 있다.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심리, 약체라고 생각했던 러시아와 푸틴에게 패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모멸감, 미국이 최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치 않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공포심, 패배의 수치를 가리기 위해 다른 서사를 풀어 미국민과 세계 여론을 조작하려는 선전책동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심리 상태에서 바이든은 망상 속의 승리, 곧 정신승리를 만들어낸다.
“전쟁을 계속하라!” 우크라이나 비틀고 있는 바이든
승리의 망상에 빠져 있기 때문에 바이든과 그의 네오콘 일행은 전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트럼프 정부가 손을 대지 못하도록 사전 작업을 하는 것(예: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또 다른 전쟁(예: 이란 전쟁)을 기획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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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4년째인 올해, 전황은 러시아의 압도적 우세 국면이다. 동원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에서 우크라이나는 애초부터 적수가 되지 못한다. 장비, 무기 부족은 물론 특히 병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그러자 바이든 정부는 25세 징집 나이를 18세로 낮춰서라도—지급할 무기도 모자라는데—전쟁을 계속하라며 우크라이나를 비트는 중이다. 나아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Trump-proof)’ 작년 가을부터 나름의 방책을 마련했다. 의회에서 승인받은 우크라이나 지원예산 중, 잔여분 전액을 임기 말까지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 또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전쟁을 주도하도록 나토의 논의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G7 국가들이 50억 달러—그중 20억 달러는 미국 부담—차관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한편, 바이든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이란의 핵시설 공격 계획을 논의했다. 핵무기 개발에 계속 박차를 가한다면 이란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시리아 아사드 정부가 무너진 지금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공습에 최상의 작전 조건이라는 것이다. 또 17일로 예정된 러시아와 이란 간의 포괄적 전략협력 조약을 저지하려는 노력도 포함돼있다. 조약이 비준·발효되고, 이란이 러시아 지원으로 방공망을 구축하면 공격 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차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100%에 가까운 이란과의 전쟁을, 퇴임을 불과 한 달 앞둔 바이든 백악관에서 논의했다는 것 자체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 공작(?)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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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학살에 팔짱 끼고 있는 ‘제노사이드 조’
패배를 눈앞에 두고도 전쟁 승리를 외치는 무모함, 임기 말에 또 다른 전쟁을 도모하는 철면피함, 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학살을 당연시하는 잔인함, ‘제노사이드 조(Genocide Joe)’ 바이든의 모습이다. 사실 그는 반러시아(루소포비아)-시오니즘으로 의식화된, 교조적 사고방식의 정치인이다.
2011~2014년 오바마 정부 국방장관을 지낸 R. 게이츠는 퇴임 후 펴낸 회고록에서, 바이든은 강경 일변도의 외교정책과 안보 노선을 주창했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크림반도 사태가 터졌을 때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가 하면,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워싱턴에서 나보다 더 강한 시온주의자는 없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기염을 토했었다.
미국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날로 무너질 만큼 허약하다. 전쟁에서 승산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억지로 일으켜 싸우도록 하는 게 바이든 정부다. 이란과의 포괄적 핵협정에서 트럼프가 탈퇴해버린 후, 재개하겠다는 말과 달리 바이든은 협정을 사실상 방치했다. 그래놓고는 이란 핵시설 공격을 기획했다. 그뿐 아니다. 미국법은 학살 정권에 무기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예외다. 미국의 무제한 지원 속에 이스라엘은 오늘도 쉬지 않고 팔레스타인 학살에 나선다.
바이든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이다. 전쟁 중독증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바이든 개인의 성향, 이데올로기를 넘어, 군·산·정·언·학 복합체를 구성하는 미국 지배 엘리트 집단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아가 250여 년 역사 중 230여 년 넘게 전쟁을 이어온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래 모습, 또 그런 나라 미국이 품고 있는 원초적 이데올로기를 상징한다.
트럼프 시대의 전망보다 우리의 주체적 원칙과 입장이 더 중요
4일 후, 바이든은 퇴임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에서 자신을 ‘평화 후보’로 내세웠었다. 정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전쟁파를 들어내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내겠다고 자신했다. 이제 바이든의 전쟁은 폐기되고 평화가 오는 것일까?
다가올 트럼프 시대,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여러 논의를 종합하면 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큰 외교의 길, 둘은 큰 혼돈의 길. 큰 외교의 길이란, 러시아-미국, 나아가 중국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큰 혼돈의 길은 트럼프와 주변 인물들의 강경노선이 대규모 전쟁으로-3차 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는 지난 화요일 기자회견에서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 ‘미국, 영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토록 허락한 건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참혹한 사태다, 중단돼야 마땅하다’라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문제 제기를 인정하는 적극적 발언이다. 덕분에 금기시됐던 우크라이나 패배 인정, 전쟁 지원이 아니라 종전에 대해 터놓고 말할 분위기도 조성됐다. 프랑스의 마크롱도 젤렌스키에게 전쟁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은 물론 회담 장소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진핑과의 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강대국들 사이에 대형 외교 공간이 열릴 기대를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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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취임 24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시한은 이젠 100일, 6개월로 늘어났다. 트럼프 측은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고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공포했다. 한편, 트럼프 본인을 포함,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국무장관 지명자 모두 이란은 물론 대중국 강경파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이란은 물론 터키와의 전쟁까지 공공연하게 내뱉고 있다. 설상가상, 관세부과라는 트럼프의 경제전쟁에 더해, 캐나다, 그린란드, 멕시코, 파나마 합병 또는 군사개입 발언으로 해당 국가는 물론 세계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이를 트럼프의 ‘신제국주의’라고 비판했다.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를 예감케 한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1월 16일 새벽), 이스라엘-하마스 휴전협상이 타결됐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타결의 이면에는 트럼프 측으로부터 네타냐후에 상당한 반대급부가 약속됐고(예: 서안 정착촌 확대, 극우인사와 스파이웨어 기업 제재 해제 등), 심지어 타결 이후 네타냐후가 가자를 다시 공격해도 미국이 눈감아 주기로 했다는 보도까지(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Ynet> 1월 13일 자) 나왔다.
세계는 지금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 이때 각국, 특히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의 정치지도자와 고위 공직자에게 중요한 과제는, 한미동맹 확인-강화 같은 무의미한 언사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와 트럼프 시대 미국을 대하는 주체적 원칙과 입장을 세우는 일이다.
트럼프가 돌아온다, 북미 정상회담도 돌아오나?
트럼프 2.0의 현실주의와 동북아시아 평화
중국과 대적하기 위해 북한과 손잡을 수 있다?
헤리티지 재단 ‘프로젝트 2050’ “대중국 집단방위”
미국우선정책연구소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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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대다수의 전문가와 언론이 예상했던 박빙이 아니었다. 그는 선거인단 수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투표수에서도 민주당 해리스 카멜라 후보를 눌렀고,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더불어서 하원과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강세를 보인 덕분에, 차기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한 상·하원의 지원을 받아 ‘트럼프 표’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할 태세다.
트럼프 정부 2.0은 과연 어떤 정책들을 추진할 것인가? 그의 정책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최근 쏟아져 나오는 분석들은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워낙 성격이 독특하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의 '거래주의'적 성향은 미국 대통령직에 집중된 힘 덕분에 전 세계를 뒤흔들 파급력을 갖게 된다. 이미 트럼프 1.0 정부에서 방위비 분담금 요구나 관세전쟁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트럼프 2.0에서는 재선에 연연하지 않을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마음대로 세상을 휘저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정책은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의 모델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가는 거대한 관료기구이기도 하고, 다양한 개인과 이해집단이 정책 결정을 두고 경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국가는 세계 속의 여러 국가와 상호작용을 하며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미국도 예외가 아니고, 트럼프 2.0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 2.0의 정책과 그 영향을 전망하려면 트럼프 개인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인물과 조직, 미국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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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주의: 레이건에서 트럼프로
트럼프 캠페인을 가장 강력하게 받쳐주는 힘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밑에 집결한 다양한 미국인, ‘MAGA주의자’들이다. 하지만 이 구호는 트럼프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이미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레이건 후보가 내세운 것이었다. 그는 베트남 전쟁,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뿐만 아니라 무역 적자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낙담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희망적 구호를 던졌다. 유권자들이 열렬히 반응한 결과 그는 카터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40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레이건 2기 정권 대소련 정책, 협상 쪽으로 극적 선회
레이건 대통령은 미사일 방어체계인 '별들의 전쟁'을 추진하며 소련과의 군비경쟁을 강화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 레이건 정부의 정책 때문에 1970년대의 데탕트 시대가 저물고, 동북아시아에서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심화됐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재선 이후 2기에서는 대 소련 정책을 극적으로 전환했다. 협상을 통한 군비통제에 힘을 기울여 1987년 중거리 핵전략 조약(INF)을 체결, 중거리 지상발사형 탄도·순항 미사일을 폐기하는 데 성공했다. 또 핵무기를 감축하자고 소련에 제안하여 전략무기 감축조약 (START) 협상을 시작, 1991년 그 조약이 체결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도 했다.
동시에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동맹국을 압박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981년에는 일본과 자동차 수출을 ‘자발적’으로 감축한다는 협약을 체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서 1985년에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일본과 독일 등 주요 동맹국과 협상 끝에 미국 달러의 가치를 절하하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절상한다는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환율 조작으로 미국의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는 정치적 합의였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으로 미국의 생산력이 활력을 되찾았는지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재생의 전기를 맞이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렇게 냉철한 현실주의에 기초하여 외교안보 정책을 집행했다. 자국의 군사력이 국방의 핵심이지만 적국의 군사력을 협상을 통해서 통제할 수 있으면 이것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한 것이다.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불렀지만 인도적 지원에 인색하지 않았고, 군비통제 조약에 대해서는 “신뢰하지만 검증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동맹국이 중요하지만 ‘퍼주기’만 하지는 않았다. 동맹국과도 냉정하게 거래했고, 받아낼 것은 힘으로 압박해서도 ‘쟁취’했다.
트럼프 2.0의 현실주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레이건의 이런 구호를 21세기의 MAGA주의자들이 소환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우선주의’나 백인 우월주의 같은 요소들을 걷어내면 트럼프가 추구하는 정책들의 핵심은 레이건이 이미 40여 년 전에 선을 보였던 노선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MAGA주의의 이러한 현실주의는 트럼프 캠페인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의 정책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트럼프 캠페인의 양대 싱크탱크로 볼 수 있는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50과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의 국방정책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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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가장 현저한 위험”
우선, 프로젝트 2050은 중국을 “가장 현저한 위험”으로 적시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와 자유, 번영에 가장 현저한 위험은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 이외에 가장 강력한 국가다. 중국은 아시아를 지배하려 하는 것이 확실하며, 그 위에서 세계적 우월성을 누리려 한다. 중국 정부가 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핵심 이익을 극적으로 훼손시킬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거부 방어’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미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과 위험 수준에서 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은 혼자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의 방위 분담이 ‘미국 국방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즉 미국은 “동맹국이 방위 분담을 증대하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강력하게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2050은 러시아, 이란, 북한 및 초국가적 테러도 “실재의 위협”으로 지적하면서, 이 위협에 대처하는 데에도 동맹국들의 방위 분담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응한 비핵 방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동맹국과 대만의 방위비 증액과 협력을 지원하여 집단방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비핵 방위에서는 동맹국들의 역할 분담 확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핵무력을 억제하는 능력은 미국이 행사해야 한다는 점도 확실히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핵무력을 확대·현대화하고, 전술적 차원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신 핵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 육군과 해군을 강화해 ‘양대 지역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육군은 5만 명을 늘려야 하고, 해군은 군함 355척 이상을 건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주전 및 사이버 전쟁에 있어서는 바이든 정부의 방어적 태세를 비판하며 전술·전략적 공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0이 고립주의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전망과는 매우 다른 국방정책이다. 한국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 ‘대북 방어’ 분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초국가적 테러 등을 포괄한 방위 분담이라는 점도 잘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에 방위 분담을 늘려주는 대가로 한국의 독자적 핵능력을 추진하자는 일각의 시각도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2.0이라고 해도 핵무력 패권을 양보할 의사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핵무장을 확대하고 현대화하여 그 지위를 강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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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전 위해서는 적국에 유연한 접근 필요”
프로젝트 2050은 이와 같이 미국이 군사력의 최첨단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동맹국에 방위 분담을 강요하여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안보정책은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서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연구소는 안보정책 보고서에서 ‘적국에 접근하는 미국우선주의의 4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적국과의 관계를 매우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1. 동맹국뿐만 아니라 적국과도 직접 관여하지 않고서는 미국민을 안전하게 할 수도 없고 세계의 위기를 해결할 수도 없다.
2. 적국과의 관여는 조건을 수반하지, 일방적 양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3.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맹이 될 수도 있다.
4. 적국의 행동에서의 변화는 의도의 변화와 일치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여로 미사일 시험을 1년간 중단시켰고, 수십 년 전 전장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받기도 했다”고 서문에서 밝히며 적국과의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하면서도 외교협상을 통해 군축조약들을 성공시켰던 모습을 상기시킨다.
작은 적으로써 큰 적을 견제한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같은 적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전략적 적국인 중국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 정책”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2.0에서는 중국이라는 ‘가장 현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 트럼프 정부 2.0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 집행할 정책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양한 국내적 국제적 요소들에 의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2.0을 뒷받침하고 있는 MAGA주의, 그리고 그것을 정책화하고 있는 연구소의 지향점은 명확해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는 위기와 기회의 양면성이 공존한다.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연말연시에 숙고해야 할 질문이다.
* 이 글은 지난 11월 26일 기독교사회발전협회 포럼 카이로스에서 발표한 내용 중 한반도 관련 부분만 정리한 것이다. 강의 전체 내용은 다음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https://youtu.be/Ww2IybfsljM?si=Uj38oKZJnhp6jeEp
트럼프가 정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다고?
트럼프 1기 군사적 대결과 도발의 시간 아니었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패권 논리의 다른 이름
트럼프 주위 네오콘들, 외교안보 마피아들 건재
트럼프 2기는 새로운 긴장과 위기의 시간 될 것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기대대로 이루어질까?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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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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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공약은 지킨다(promises made, promises kept).’ 트럼프가 선거에서 내세운 자신의 통치원칙이다. 그러면서 그는 ‘불법 이민 근절, 인플레이션 종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을 약속했다. 이중에서 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는 전쟁 종식이다.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내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실제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불안한 변수 투성이다. 지원 중단 이외에, 그의 종식 방안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이건 취임 후로 미루더라도, 염려스러운 것은 그의 주변에 각료, 보좌관 등으로 임명됐거나 거론되는 인물들이 거의 강경 네오콘이라는 점이다. 이를 전쟁 종식이 물 건너간 신호라고 해석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또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을 특히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기의 선례 때문이다. 기존의 워싱턴 방식과 다를 것이라고 했지만, 새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걸 빼면, 그가 벌인 군사적 대결과 도발의 내용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말과 달리 패권 노선이라는 미국의 거대전략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첫째 외교 안보 분야 기득권 집단의 위력과 이데올로기, 둘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근본에서 미국 패권의 논리와 같기 때문이다. 이들이 트럼프 2기에 달라질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주체 — 블롭?
'블롭'(Blob. 끈적한 액체 한 방울이라는 뜻)이라는 용어가 있다. 군산복합체, 나아가 군산정언학 복합체, 우리식으로 말하면 ‘외교안보 마피아’를 지칭하는 말이다. 블롭은 또 이들이 공유하는 미국 패권이라는 거대전략 이데올로기, 집단사고를 지칭하기도 한다. 조직이 분명치 않고, 전쟁 같은 사악한 일을 저지르는 괴물체(?)라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비유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 군 등의 정부기관 및 의회, 군수사업체, 싱크탱크, 이익단체 및 로비단체, 언론매체, 학계 등을 두루 망라하는 상호협조와 이념공유의 커넥션이다.
블롭은 2차대전 직후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전후 미국은 세계 최강국가로 올라선다. 미·소 간에 경쟁체제, 곧 냉전이 시작된다. 전 세계에 걸친 체제 대결로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지식과 인력 수요가 폭증한다. 무기산업도 수직 성장한다. 추천과 기용, 연구 용역, 포럼, 로비, 여론조성 작업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외정책 분야 전문가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정부의 대외전략과 실천 전술을 생산, 유통, 확산하고, 권력의 핵심에 접근하면서 정치적 힘을 쌓는다. 여기에 무기산업의 거대한 경제적 이권(?)이 함께 묶인다.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조언자, 매개자, 동반자로서 블롭은 거대한 마피아(?)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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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S. 맥퀸 주역의 영화 블롭. 블롭이라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물체로부터 공격받는 마을과 주민의 공포를 그린 영화.
이 같은 블롭의 발전 경과는 블롭의 생산물, 즉 정책의 방향과 내용도 결정한다. 출발부터 블롭의 핵심 과제는 전후 이룩한 미국의 헤게모니를—미국 우위체제(American primacy)라고도 부르는—유지·확대하는 논리의 개발, 관련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블롭의 커넥션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논리와 전략·전술의 차이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블롭에는 네오콘, 자유주의 개입론자(liberal interventionist), 고립주의자 등 결이 다른 집단들이 형성된다. 말 그대로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그룹을 제외하면, 네오콘과 자유주의 개입론자는 사실상 동일집단이다. “네오콘은 강경 자유주의 개입론자, 자유주의 개입론자는 온건 네오콘”(S. 월트 하바드 교수의 표현), 네오콘은 주로 공화당, 자유주의 개입론자는 주로 민주당에 모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블롭 밖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블롭과 다른 논리와 대안은 자연스럽게 또는 의도적으로 배제된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이들을 배제하지만, 이들 역시 트럼프를 배제한다. 그가 외교안보 진용을 제대로 꾸릴 수 없었던 것, 그의 대외정책이 혼란스럽고, 경망스러웠던 것도 이같은 배경의 산물이다. 결국 트럼프 대외정책팀은 네오콘, 즉 블롭들로 짜였다.
미국 우선주의는 패권론의 다른 이름
2016년, 트럼프는 자신을 미국 우선주의자로 차별화하며 출발했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를 더 중시하는 노선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대외문제를 국내의 필요와 이익이라는 기준에 맞춰 거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공화 양당의 군사개입 노선이 미국의 재앙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평화주의자(?)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1기 재임 기간 트럼프는 새로운 전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새 전쟁은 없었으나 기존의 전쟁(예: 사우디—예멘 전쟁)은 더 키웠다. 아프간에서는 공중폭격과 드론 공격을 대폭 증강, 민간인 살상 규모는 오바마 정부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를 지시했지만, 실제로는 철수하지 않는 기이한 일도 벌어졌다. 2020년 1월 3일, 이라크 공항에서, 이슬람 혁명수비대 술레이마니 장군을 드론 공격으로 암살, 이란은 물론 중동 전역의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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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2020년 1월 4일. 술래이마니 사령관 장례식. 이란 테헤란. 오른쪽: 2018년 1월 17일. 서안 나불루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마음과 영혼, 그리고 수도’라는 현수막을 들고 부통령 펜스의 예루살렘 방문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그 외에도 1. 핵 우위 확보를 위한 국방예산 증가 2. 2019년 러시아-미국 간 중거리 핵미사일 금지 조약 탈퇴 3. 중국과의 무역전쟁, 화웨이 제재 4. 핵 대치와 회담을 오가는 기이한 대북한 행보; 5. 베네수엘라 쿠데타 음모 6. 포괄적 이란 핵협정 탈퇴 7. 2017년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공식 인정, 다음 해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8. 2020년 시리아 영토 골란고원,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 그의 위기 도발 목록은 길게 이어진다.
2016년 선거에서 그는 나토 무용론, 동맹의 균등한 안보 비용부담, 러시아 관계개선 등, 블롭과는 매우 다른 접근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백악관 입성 이후, 트럼프는 전임자들의 길을 따랐다. 오바마 정부의 유럽, 즉 나토 지원정책을 대폭 확대했고(예: 미군 주둔 규모 증가, 군 시설 확충, 군사훈련 확대 등), 사우디와 걸프 아랍국가들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했으며, 일본과 한국 등의 안보공약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크림반도 철수를 요구하면서 오바마가 취한 제재를 철회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는 대러시아 견제용 미제 무기를 팔았다.
요약하면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전략의 기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언행과 커넥션의 차원에서는 다른 듯했지만, 1기 트럼프는 내용상 블롭의 자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그의 미국 우선주의가 자국의 이익에 기초한 자기 방식의 미국 패권론, 즉 블롭의 주장과 근본에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을 끝내? 왜, 어떻게?
1기 트럼프를 염두에 두고 다시 봐야 할 것은, 그가 전쟁을 끝내려는 까닭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다 망가졌다”라고 말했다. 반전-평화주의자도 아닌 그가 전쟁을 끝낸다면 그것은 우크라이나가 이미 패배했다는 것, 거기에 돈과 자원을 쏟아붓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는 지난 2월, 당시 상원의원 자격으로 2024 뮌헨 안보회의에 참가했던 부통령 당선자 J.D. 밴스가 한 말이기도 하다. 이같은 직접적 요인 외에도, 전쟁에서 드러난 미국의 무기부족 실태, 적정한 무기생산과 조달 시스템 부재의 문제를 인식한 국방부의 전쟁 지속 반대의견, 또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의지, 또 미국이 맞서야 할 상대는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팀 트럼프의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짚어야 할 것은 전쟁 종식 방안이다. 당선인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데, 몇몇 주류매체에서 이런저런 방안이 트럼프의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관련 기사가 대표적이다(관련 기사화면 캡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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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기사 화면 캡처. 왼쪽 7월 25일 자 칼럼. 필자는 D. 어반 M. 폼페오 / 오른쪽 11월 6일 자 기사. A. 워드 기자.
화면 왼쪽은 지난 7월, 전 국무장관 M. 폼페오 등이 평화 방안이라며 나토 강화, 우크라이나 5000억 달러 원조와 EU 가입 등을 내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은 칼럼이다. 오른쪽은, 이번 선거 직후 트럼프 측근으로부터 취재한 방안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전선 동결, 비무장지대 설정, 향후 20년 우크라이나 NATO 가입 포기, 폴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군 운용, 미국의 우크라이나 방어무기 지원 등’을 담은 기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통한 전문가 A. 머커리스는 이를, 트럼프를 끌어들여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상황을 계속 이어가려는 네오콘의 함정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트럼프의 방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이는 모두 트럼프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협상안을 만들고 협상을 하는 주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이지 미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미국은 그들에게 따라오라 지시하는 주체가 아니라 양자 사이의 협상 중재자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전쟁 종식방안은 비현실적이며,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며,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트럼프 2기 — 새로운 긴장과 위기의 시작
이 글을 쓰는 동안, 트럼프 2기 국무장관으로 M. 루비오 상원의원, 국가안보보좌관에 M. 월츠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 외 각료들로 여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부분 강경 네오콘, ‘중국 주적론자(China hawk)’들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 강경 기조를 짐작케 하는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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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말했듯, 트럼프는 반전-평화와 거리가 먼 인물이고 자기 방식대로의 패권론자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그 주변에 포진한 네오콘들은 이를 의심케 하지만—은 긴장 완화, 위기 해소가 아니라 자원과 시간, 역량의 낭비를 중단하고, 더 큰 적—트럼프와 그 일행에게 중국은 공공의 적 1호—과의 대결에 나서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서아시아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트럼프의 친 이스라엘 행보는 바이든을 훨씬 능가한다. 그를 보여주듯,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무차별 살육행태는 미국 선거 이후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이란에 당한 패배를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복수하는 형국이다.
설령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한다 해도, 트럼프 2기를 위기 해소, 긴장 완화의 시간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의 당선 이후 곳곳에 일종의 안도감이 퍼지는 듯하다. 금물이다. 희망을 말하기에 상황은 유동적이고 엄중하다. 이것이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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