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이.팔] 언론계 사망자 64명 봉쇄된 가자지구 속 언론인 현황은

by 무궁화9719 2024. 1. 7.

[위험 지역 취재, 보호받지 못하는 언론인] 언론계 사망자 64명 봉쇄된 가자지구 속 언론인 현황은

 신문과방송  2024. 1. 5. 16:00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 중에는 언론인도 포함되어 있다. 언론인들은 어떠한 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한 채 가자지구에 사실상 고립된 상태다. 취재를 넘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가자지구 언론인들의 현황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채인택 프리랜서 국제전문저널리스트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여태껏 이렇게 험악한 취재 지역은 없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야기다. 우선 희생 언론인 숫자가 이를 잘 말해준다. 2023년 1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45명의 언론인이 취재 현장에서 숨졌는데, 이 가운데 13명이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취재하던 언론인이었다. 1985년 언론 자유 증진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된 국제비정부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최일선에서 취재 도중 목숨을 잃은 경우만 따진 숫자다.

언론인·미디어 종사자 사망자 최소 64명

 

1981년 미국 뉴욕시에서 설립된 독립·비영리·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 The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가 2023년 12월 17일 내놓은 데이터는 이보다 더 포괄적이다. CPJ의 예비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64명의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 언론인과 미디어 지원 인력을 막론하고, 취재 도중에 숨진 것은 물론 집이나 사무실에 머물다 폭격 등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모두 포함한 숫자다. 64명 가운데 57명이 팔레스타인인, 4명이 이스라엘인, 3명이 레바논인이었다. 그 외에도 1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3명은 실종됐고, 19명은 구금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당일에만 6명의 언론인이, 2023년 11월 18일에는 5명의 언론인이 각각 숨져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CPJ는 1992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 언론인의 안전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CPJ의 메나(MENA,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조정관인 셰리프 만수르(Sherif Mansour)는 “언론인은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이라며 “분쟁 당사자들의 공격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위성과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수많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연일 폭격하면서 지상 작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민간인 전체를 보면 가자지구에서 1만 8,000명, 이스라엘에서 1,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 피해에서 언론인도 예외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2023년 11월 27일 AFP와 로이터 통신에 “언론인들은 폭격의 목표물이 아니다”라면서도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선 취재 자체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 셈이다.

 

가자지구 현지에 남은 외부 언론사 소속 언론인이나 프리랜서 언론인, 관련 종사자들은 폭격과 교전으로 인한 신변 위험과 함께 열악한 취재 환경에 고통받고 있다. 미디어 종사자의 근무 시설과 가족의 집이 수시로 폭격받아 실제로 숨지거나 부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각 언론사는 현장 취재를 하는 언론인에게 ‘프레스(Press, 언론)’라고 커다랗게 적힌 안전모와 방탄복을 지급하고 있지만 미사일, 폭탄, 로켓, 야포가 날아오는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나마 준비하지 않아 피할 수 있던 파편에 손상을 입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미사일 공격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탈출한 인질이 지상군의 오인 사격으로 숨지는 등의 극한상황에서 언론인만의 안전 확보 방안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열악한 취재 환경을 넘어 생존이 과제

 

미국의 공영 라디오인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는 지난해 11월 11일 가자지구 취재의 어려움을 보도했다. CPJ의 셰리프 만수르 조정관은 “가자지구의 언론인이 취재 시 가장 어려운 점은 안전과 함께 취재의 기본인 전기와 인터넷 확보”라고 지적했다. 만수르 조정관은 “이스라엘이 통신탑을 폭격해 뉴스 송수신이 두절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해외 본사에서 가자지구의 자사 기자나 프리랜서 통신원과 연결이 두절된 경우도 세 차례 이상이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물과 식료품을 구하는 일도 매일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 죽어가고 고통 받는 것을 매일같이 지켜봐야 하는 현지 인력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오차나 편견을 갖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막으려면 수시 교대와 순환 근무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가자지구는 그런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은 취재 환경도 문제다. 220만 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외부 세계의 접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스라엘에 주재하는 언론인은 당국이 제공하는 간단한 현장 방문 취재 목적 외에는 가자지구에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등에서는 13명의 언론인이 구금됐다. 만수르 조정관은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국민 사기에 악영향을 주는 사람은 최고 1년간 감옥에 보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도 언론인을 반기지 않는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에서 검열을 강화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검열의 우려도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언론인 4명이 남부 이스라엘에서 숨졌는데, 이는 이스라엘 미디어 종사자가 하마스에 살해된 첫 사례다.

 

이처럼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벌어지는 전투 상황에서는 어떠한 안전 가이드라인도 별 소용이 없다. 언론인은 민간인으로서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실제 분쟁이라는 냉혹한 현실 아래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만수르 조정관은 “그래도 세계는 언론인들이 제공하는 분별 있고 적시 전달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부정확한 뉴스나 정치적 의도가 담긴 가짜뉴스의 홍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정확한 정보와 가짜뉴스는 분쟁과 증오를 더욱 확산할 수 있다.

봉쇄된 가자지구

언론인 교대·철수는 없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들은 이스라엘의 폭격과 지상 작전, 물자 부족, 정전 등 다층 위협에 노출돼 있다. 가장 큰 것이 지리적 한계다. 한국의 거제도만 한 면적 365㎢에 220만 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그리고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자유롭게 외부로 이동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봉쇄됐다.

 

육상은 물론 해상이나 공중으로도 외부로 이동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무기 공급 방지를 명분으로 가자지구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북부 가자 시티에 있는 가자 항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993년 체결한 오슬로Ⅰ과 1995년 맺은 오슬로Ⅱ 조약에 따라 확장 공사까지 예정됐다. 하지만 공사는 2000~2005년 제2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intifada, 봉기)로 중단됐다. 가자 항구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 다수를 차지하면서 이스라엘과 이집트 양측에 의해 아예 봉쇄됐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가자 항구 봉쇄로 주민의 외부 출입과 물자 이동이 완전히 제한되고 있다. 2009~2011년, 2015~2016년 서구 민간단체들이 선박에 구호품과 활동가를 싣고 가자 기항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중도 마찬가지다. 1995년 오슬로II 조약 이후 가자지구 서남단, 라파흐 검문소 인근에 PLO 의장의 이름을 딴 야세르 아라파트(Yasser Arafat) 국제공항이 1998년 11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인티파다 직후인 2000년 10월 이스라엘에 의해 폐쇄됐다.

 

2001년에는 폭격으로 레이더와 통제시설이, 2002년 활주로가 불도저로 제거돼 지금은 잔해만 남았다. 가자지구 중부도시 칸유니스(Khan Yunis)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사업기구(UNRWA) 난민캠프 바로 옆에 건설됐던 800m 활주로의 구시 카티프(Gush Katif) 공항도 2004년 폐쇄됐다. 이로써 가자지구에는 공항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자지구가 폐쇄 상태다 보니 외국 언론사의 현지 파견 언론인이나 현지 고용 언론인은 일시 휴식하거나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폭격이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사 카메라맨을 잃은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이 법무팀에 이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ICC가 현실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낼 수 있을지는 모호한 상태다. 하지만 글로벌 언론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은 이스라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을 것이다. 교전 세력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 과도한 공격으로 언론인까지 희생되는 상황은 이스라엘에 전투는 이기고 전쟁은 지는 결과를 불러올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보호 위해

구체적 외교 압박 절실한 때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인권·자유 국가’임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대한 과도한 공격은 이런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면서 언론인의 취재를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 활동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국제적인 여론 압박으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줄이는 것이 언론인의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민간인의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언론인의 피해만 따로 줄이는 방법은 찾기 힘들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자 수가 1만 8,000명에 이른 것은 아무리 하마스가 선공을 가했다고 해도 이스라엘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게 돌아가는 원인을 제공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3년 12월 14일 가자지구 교전에서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에 더욱 힘쓸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12월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적인 지지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힘에 의한 하마스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에 대한 압박이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하고 무분별한 공습을 줄이는 것이 ‘민간인인 언론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취재 환경을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하는 길일 것이다. 유엔총회에서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결의안과 함께 가자지구 언론인의 안전과 취재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유엔총회 결의가 아무리 선언적이라고 해도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이스라엘이라면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밖에 없다. 군사작전을 펼치더라도 민간인에 대한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구체적인 외교적 압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궁극적으로는 중동 평화를 위한 글로벌 노력만이 언론인이 겪는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가능성은 별개지만 말이다.

이-팔 충돌에 언론인 42명 숨져…“92년 이후 가장 치명적 한 달”

등록 2023-11-16 15:23수정 2023-11-16 15:32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성명

지난 2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언론인 모하메드 아부 하탑의 장례식이 3일 치러지자 사람들이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지난달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뒤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지금까지 최소 42명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누리집에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을 취재하다 목숨을 잃은 언론인 숫자가 이날 기준 42명이라고 밝혔다. 전쟁 시작 이후 하루 평균 1명 이상의 언론인이 희생된 꼴이다. 42명 중 37명은 팔레스타인 사람이며, 4명은 이스라엘인, 1명은 레바논인이라고 위원회는 전했다. 또한, 9명의 언론인이 다쳤고, 3명이 실종됐으며 13명이 구금된 상태다. 위원회는 “1992년 위원회가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래 언론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한 달”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사망이 확인된 언론인의 이름과 국적, 소속 매체 등을 적은 명단을 누리집에 게시한 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취재 과정에서 언론인이 체포, 폭행, 협박, 사이버 공격, 검열 등의 표적이 된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위원회는 이번 전쟁 취쟁 과정에서 다치거나 사망 또는 실종된 언론인에 대한 모든 보고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셰리프 만수르 언론인보호위원회 중동 및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언론인은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민간인이며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살인 ‘전쟁 범죄’ 벌어지고 있다

  • 기자명 정철운 기자 
  •  입력 2023.11.03 14:50

국경없는기자회, 팔레스타인 등 언론인 9명 사망 사건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당한 공격은 ‘무차별 공격’, 전쟁 범죄 요건 갖춰”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시작 이후 31일까지 언론인 34명 사망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언론인들이 전쟁 범죄로 사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13일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사망한 로이터 소속 사진 기자 이삼 압달라(37). 사진=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언론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전쟁 범죄를 국제 형사 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이하 ICC)에 제소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10월31일 ICC 검사에게 제출한 고발장에서 10월7일 이후 취재 과정에서 사망한 언론인 9명과 부상을 입은 언론인 2명의 사건을 상세히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지역을 공격하며 팔레스타인 언론인 8명이 사망했고, 지난 7일에는 하마스 공격을 취재하던 중 이스라엘 언론인 1명이 사망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당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상 ‘무차별 공격’에 부합하고, 전쟁 범죄의 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에 의하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래 지금껏 34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 이 중 최소 12명이 취재 과정에서 사망했고, 12명 중 10명은 가자지구에서 사망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특히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대상 국제 범죄의 규모와 심각성을 보면 ICC 검찰의 우선적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검찰에 10월7일 이후 사망한 모든 언론인 34명(10월31일 기준)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가자지구 내 언론인 대상 범죄에 대한 ICC제소는 지난 2018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 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공격을 시작한 이후 언론인 사망자가 최소 36명이라고 밝혔다. 언론인 희생 지역은 팔레스타인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스라엘 4명, 레바논 1명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전쟁으로 언론인 8명이 부상당했고 9명이 실종되거나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에는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대에 포탄이 떨어지며 취재 중이던 로이터 이삼 압달라 기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탄도 미사일 전문가한테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해당 사건은 이스라엘군의 조준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취재진은 ‘Press’라고 쓰인 헬멧과 방탄용 조끼를 착용한 채 시야가 트인 언덕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3일 성명에서 “전쟁의 참상을 취재하던 언론인들마저 사망하면 팔레스타인의 절박한 목소리는 누구를 통해 전 세계 민중들을 만날 수 있나”라고 우려하며 “이스라엘의 언론인 공격은 전쟁범죄인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 “이스라엘, 언론인 학살 중단하라”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입력 2023.11.03 12:59

“이스라엘의 언론인 표적살해 처음 아냐, 전쟁범죄이자 취재 위축”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숨진 언론인이 2일 기준 36명에 달한 가운데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이스라엘의 언론인 학살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3일 논평을 내고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킬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그 속에 언론인의 명단도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전쟁이 벌어진 현장에서는 언론인을 비롯해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언론인들의 직업의식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며 “문제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인 학살이다. 이스라엘 군은 취재 중인 언론인을 조준해 포탄을 쏴 외신 기자를 살해했다”고 했다.

 

▲지난 2일 숨진 팔레스타인TV 모하메드 아부 하탑 기자. 아부 하탑 기자가 가자 칸유니스에 있는 자택(아파트) 도착한 직후 이스라엘이 공습해 그와 그의 가족 10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온라인 트위터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일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며 봉쇄된 가자지구에 공격을 시작한 이후로 최소 36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 31명, 이스라엘인 4명, 레바논인 1명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 13일 이스라엘 포탄에 의해 AFP 아이삼 압달라 기자가 숨지고 기자 6명이 부상 당한 사건이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2일 팔레스타인TV 기자 모하메드 아부 하탑과 그의 가족 10명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언론연대는 “이스라엘이 언론인을 저격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알자지라 소속 아부 아클레 기자(미국국적)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취재하던 중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당시 함께 취재하던 언론인을 포함한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기자를 조준 사격했다고 증언했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전쟁의 참상을 취재하던 언론인들마저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의 절박한 목소리는 누구를 통해 전 세계 민중들을 만날 수 있을까”라며 “이스라엘의 언론인 공격은 전쟁범죄인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키고, 이스라엘이 저지른 학살을 가리려는 만행”이라고 했다.

 

언론연대는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인이 이번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며 “취재하는 언론인을 향해 포탄을 쏜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누비다 희생한 언론인과 가족들에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 “이스라엘군, 로이터 기자 표적 살해”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입력 2023.10.31 13:12
  •  수정 2023.10.31 13:13

“영상으로 사건 재구성 결과, 명확히 표적 삼아”
이스라엘 가자 공습 뒤 하루 1명 꼴로 기자 숨져

로이터 기자가 취재 중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사건이 표적 공습에 의한 것이었다고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로이터와 AP, 알 자지라 기자 7명을 향해 국경 너머 공습을 가해 레바논 국적의 로이터 기자 아이삼 압달라가 즉사하고 6명이 다쳤다.

 

▲국경없는기자회(RSF) 영상 갈무리
 

국경없는기자회는 30일 사건을 목격한 기자들 증언과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물들을 재구성한 결과 “(이스라엘군은) 이 그룹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기자회는 “짧은 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 가해진 두 개의 공습은 명확하게 이를 가리킨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이 ‘국제법을 지키며 하마스만 표적 삼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온 것과 정면으로 반하는 결론이다.

 

조사에 따르면, 압달라 로이터 기자를 포함한 기자 7명은 이날 저녁 6시2분께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프레스(PRESS)’라고 밝히는 헬멧과 보호조끼를 입은 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군 사이 긴장 상황을 촬영하고 보도하다 폭격을 당했다. 감시용 헬리콥터가 이들 위 상공을 날아다녔고, 이들은 37초에 걸친 두 발의 폭탄 공습 피해를 입었다. 첫 폭탄으로 압달라 기자가 즉사했고, 두 번째 폭탄이 그의 옆에 떨어져 취재차량이 불타고 알 자지라 기자가 부상 당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 영상 갈무리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피해 기자들은 이보다 4일 앞선 9일에도 감시와 폭격을 당했다. 감시 헬리콥터가 알 자지라 기자 3명 위를 날아다녔고 직후 이스라엘군이 쏜 폭탄이 ‘프레스’라 쓰인 취재차량 곁에 떨어졌다.

 

조나단 대거 국경없는기자회 중동지부장은 “이들을 전투원으로 잘못 인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시간 넘게 높은 언덕 위에 있었고 명확히 관찰 가능했다”고 했다. 기자회는 현재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RSF) 영상 갈무리
 

한편 알 자지라에 따르면, 와엘 알 다두 알 자지라 가자지국장의 아내와 아들, 딸, 손주 등 가족 12명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지 하루 만인 그는 방송에 복귀했다.

 

30일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10월7일부터 현재까지 23일 동안 이스라엘군에 의해 83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이 숨졌으며 이 중 3500명은 어린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는 이스라엘인 1400명이 숨졌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0월7일 이래 언론인이 하루 1명 꼴로 숨져 최소 27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인 22명과 이스라엘인 4명, 레바논인 1명이다.

국경없는기자회 "이스라엘, '취재 중 사망' 로이터 기자 표적 공격했을 것"

김현종 기자

입력 2023.10.30 08:04 수정 2023.10.30 11:47

사건 당시 영상 분석 결과 발표
'언론' 표식 식별 가능했음에도
37~38초 간격, 동일 지점 타격

지난 2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의 이스라엘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한 언론사 기자가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촬영하고 있다. 크파르아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로이터통신 기자가 취재 도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가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자들은 이스라엘군 공습의 부수적인 피해자가 아니었다”며 “’언론(press)’이라고 표시된 차량 중 하나가 표적이 됐다”고 발표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사고 당시 영상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통신 카메라 기자인 이쌈 압달라는 지난 13일 오후 6시쯤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국경 지역에서 취재하던 중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졌다. 당시 인근에서 취재 중이던 프랑스 AFP통신 기자 2명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기자 2명 등 6명도 다쳤다.

 

이에 국경없는기자회는 사건 당일 오후 4시 45분쯤부터 사고가 난 오후 6시쯤까지의 영상 등을 분석하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오후 6시쯤, 기자들이 한 시간 이상 머물고 있던 지점에 37~38초 간격으로 서로 다른 강도의 폭탄 두 발이 잇따라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기자회는 “30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두 번의 폭격이 가해졌다는 건 정확한 조준 공격이었음을 명확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 기자들이 전투원으로 오인될 소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기자들이 숨어 있지 않았고, 시야 확보를 위해 언덕 꼭대기에서 한 시간 동안 공개적으로 머물러 있었다는 이유다. 또 기자들 모두 ‘언론’이라고 적힌 헬멧과 방탄 조끼를 입고 있었고, 목격자들은 차량 지붕에도 ‘언론’임을 알리는 표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포격 한 시간 전쯤인 오후 4시 45분쯤 이스라엘 헬리콥터가 해당 지역 상공을 비행했다는 알자지라 기자의 증언도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9일에도 알자지라 기자들이 레바논 남부에서 비슷한 공격을 받았다”며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가자지구 통신 차단 “뉴스의 정전” “이스라엘 잔학행위 은폐”

기자명 김예리 기자 

 입력 2023.10.29 15:38

공습으로 전화·인터넷 전면 차단, 언론인보호위원회 입장문
미·이스라엘, 현장 보도 압박·사상자 통계 부인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통신을 차단하면서 현장 사상자 현황을 전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을 차단한 뒤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 작전이 이어지면 대규모 사상자를 은폐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자왈>은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연이은 폭격으로 가자지구의 전화와 모바일, 인터넷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고 밝혔다. 자왈은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며, 현지시각 기준 29일 오전부터 일부 인터넷 통신이 가능해진 상태다.

 

▲언론인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이 기간 동안 가자 상공에는 대형 폭발이 연이어 발생했으며, 가자지구 북부가 연이어 공습과 포격을 당했다. 외신들은 특히 주민들이 사는 마을과 주택 수십 곳이 있는 자발리아 난민캠프 부근에 공습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매 시간마다 50명 넘는 팔레스타인이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 두절로 인해 인권단체와 국제기구, 언론사들은 이 기간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사상자 수와 지상 전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8일 이스라엘의 통신 차단에 입장문을 내고 “통신 정전은 곧 뉴스 정전”이라며 “이는 독립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의 공백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CPJ는 이 공백이 “치명적인 선전, 허위정보로 채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PJ는 “치명적인 인명피해 수치는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포함한 지역에서 괴롭힘, 구금, 보도 방해와 결합되어 있다”며 “언론인이 뉴스를 수집하고 목격자 증언을 확보할 역량이 점점 제한되면서 대중이 이 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이해할 능력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유엔(UN)도 “최근 24시간 동안 통신 두절로 인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적 지원 전달이 완전히 중단됐다”며 “사람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가자지구 내 활동가들과 통신 두절로 인해 “인권 침해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데보라 브라운 선임기술·인권 연구원은 알 자지라에 “정전이 대규모 잔학 행위를 은폐하고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내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 카타르에 ‘알자지라 어조 낮추라’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이 현장 상황에 대한 보도를 압박하거나 사상자 보고를 부인하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일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방송사를 폐쇄하도록 하는 ‘긴급 규제’를 승인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카타르 총리에게 카타르 국영방송인 알 자지라 보도의 “표현 수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알 자지라는 가자지구에서 실시간 스탠드업으로 보도하는 유일한 방송사다.

 

▲언론인보호위원회 홈페이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가자지구의 공식 사망자 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팔레스타인에서 숨진 6700명 희생자들의 이름과 나이, 성별, 신분증 번호를 밝힌 명단을 발표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오마르 샤키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은 보건부의 사망자 수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으며 미국 정부부처도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밝힌 데이터를 의심 없이 인용해왔다고 반박했다. 샤키르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두고 “잘못된 정보의 ‘안개’를 만들어 대규모 잔학 행위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정치적 엄폐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FP에 따르면 가자 보건부는 29일(현지시간), 지난 7일 전쟁이 시작한 이래 팔레스타인에서 사망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CPJ는 지난 7일부터 28일까지 최소 29명의 언론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CPJ는 “최근 3주는 단체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 분쟁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시기”라고 했다.

 

지난 25일엔 알 자지라의 가자지국장인 와엘 다두의 일가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알 자지라와 뉴욕타임즈 등 보도에 따르면 다두 지국장의 아내, 아들, 딸, 손주의 사망이 확인됐고, 다른 가족은 실종된 상태로 공습 잔해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두 지국장은 가족 사망을 확인하고 나오는 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다. 이것은 어린이와 여성, 민간인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며 “이곳은 점령군이 ‘안전하다’고 말했던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가자 전쟁 열흘 사이 언론인 15명 사망에 검열 논란까지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입력 2023.10.17 15:22
  •  수정 2023.10.17 16:45

희생자 대부분 팔레스타인 사진기자…CPJ 이스라엘에 조사 촉구
MSNBC 무슬림 앵커들 하차·가디언 만평가 계약해지

가자지구 관련 갈등이 시작된 뒤 최근 열흘 동안 15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고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밝혔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16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희생된 언론인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이다. 11명의 팔레스타인인, 3명의 이스라엘인과 1명의 레바논 언론인이 숨졌다. 이 중 로이터통신의 아이삼 압델라 영상기자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생중계를 하다가 이스라엘 포격으로 숨졌다.

 

언론인보호위는 “가자지구의 언론인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상 공격, 이스라엘의 파괴적 공습, 통신 두절, 광범위한 정전 상황에서 분쟁을 취재하려고 할 때 특히 높은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스라엘에 아이삼과 부상 당한 6명의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즉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포격으로 사망한 로이터통신 영상기자의 어머니가 오열하는 모습. 언론인보호위원회 웹사이트 갈무리.
 

셰리프 만수르 언론인보호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조정 담당자는 미국 독립언론 ‘데모크라시나우’에 “지금은 가자지구에 있는 기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시기다. 가자지구 분쟁을 취재하던 언론인의 사망자 수가 1992년 이래 가장 많다”고 했다. 위원회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2001년 이후로 이스라엘 군 당국의 작전을 취재하다가 20명의 팔레스타인 기자가 숨졌다고 했다. 

 

이 외에 8명의 언론인이 부상을 당했으며, 3명이 실종되거나 구금돼 있다. BBC 아라빅은 소속 언론인들이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차량에서 끌려나와 총구 조준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미권 언론에선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검열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MSNBC는 지난 12일 이래 세 개의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무슬림 언론인들을 모두 하차시켰다. 첫 보도한 미국 매체비평지 세마포르에 따르면, 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해 깊은 전문성을 가진 언론인임에도 지난주 모두 앵커 자리에서 하차 조치됐다.

 

▲ 스티브 벨 만평가가 트위터에 올린 만평. 가디언은 이 만평을 이유로 벨에 계약연장 중단을 통보했다. 사진=스티브 벨 트위터 갈무리.
 

가디언은 자사에서 40년 동안 일한 만평가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그린 만평을 이유로 최근 계약해지했다. 스티브 벨 만평가는 지난 10일 네타냐후 총리가 윗옷을 들어올려 자신의 배에 가자지구 모양으로 칼집을 내는 모습을 그렸고, 이후 계약 연장 중단을 통보받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가디언은 해당 만화가 ‘반유대인적’이라고 밝혔으나 벨은 1966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 당시 나온 만평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통신부는 경찰이 ‘국가 사기를 해치는 콘텐츠’를 게시한 시민과 언론인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조치를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