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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빠진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정부 “우리 주도의 해결책”

by 무궁화9719 2023. 3. 7.

일본 기업 빠진 ‘강제동원 배상안’ 발표…정부 “우리 주도의 해결책”

등록 :2023-03-06 11:46수정 :2023-03-06 21:30

권혁철 기자

박진 장관 강제동원 해법 발표
대법 판결·피해자 중심주의 외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일본 기업은 빠진 채 국내 기업 등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돈으로 지급하는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변제) 방안을 6일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 마련 필요성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 한·일 협력 △피해자 고령화 등을 들었다. 이 해법에는 미쓰비시 등 일본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는 물론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 사과도 빠져 있어, 피해자 단체는 물론 국내 여론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문’을 통해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측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한 동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며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은 △강제동원은 없었다 △배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해법은 한국이 마련해오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날 정부는 이런 일본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해법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력에 걸맞는 대승적 결단”이자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문>
 
ㅇ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간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ㅇ 또한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ㅇ 2018년 10월과 11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2019년 8월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통보하였습니다. 이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적교류 단절 등으로 경색된 한일관계는 사실상 방치되어 왔습니다.
 
ㅇ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측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해 4차례의 민관협의회와 올해 1월 공개토론회, 외교장관의 피해자·유가족 직접 면담 등을 통해 피해자측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차례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 등 고위급을 포함한 양국 외교 당국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면서,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을 촉구해 왔습니다.
 
ㅇ 정부는 이러한 국내적 의견 수렴 및 대일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다음과 같은 방안을 발표합니다.
 
ㅇ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 이후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2013다61381, 2013다67587, 2015 다45420)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ㅇ 또한 동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입니다.
 
ㅇ 나아가 동 재단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여 미래세대에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 연구 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ㅇ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ㅇ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ㅇ 아울러,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설] 가해자-피해자 뒤바꾼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등록 :2023-03-05 20:05수정 :2023-03-06 19:3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된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법’을 6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이 가해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정작 가해 기업은 사과도, 배상도, 참여도 없다.
 
정부가 ‘해법’으로 내놓은 ‘제3자 채무 인수’ 방안이란,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진 일본 가해 전범기업의 채무를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인수해,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한국 기업을 상대로 기부금을 걷어 피해자한테 나눠주는 방식이다. 가해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데, 피해자끼리 이리저리 부산한 형태다. 윤석열 정부는 이 돈을 “판결금”이라 부른다. 언어도단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은 한-일 청구권 협정은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며,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피해자 개인에게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이번 ‘해법’은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전면 부인하는 셈이다. 또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 질서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전경련-경단련(게이단렌)의 ‘미래청년기금’ 조성 방안은 논점 이탈이다. 강제동원 피해와 한·일 기업 장학금 받아 일본 유학 가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나. 전형적 물타기다.
 
왜 이런 ‘해법’을 내놓았는지 모르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협력, 수출규제 완화, 한-일 관계 해결 등이 시급한데, 일본은 꿈쩍도 않는다. 그러나 백기투항식 ‘해법’은 오히려 한-일 관계를 더 해칠 수 있다.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위안부 합의’ 때도 이번과 똑같았다. 왜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나.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역사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 계승을 표명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지금껏 과거 정부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하면’, 일본 총리가 ‘예전대로’라고 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왔는데, 한국이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을 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꼴이다. 역사 문제는 “좋아, 빠르게 가”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역사는 일개 정부의 독점물이 아니다.

尹 정부, 日강제동원 피해 배상금 떠맡기로 공식 발표..野와 시민단체 등 반발

'윤석열 정부 "韓재단이 日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판결금 및 지연이자 지급 예정"'
'더불어민주당 등 野권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게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 규탄'
'시민단체 및 피해 당사자들 잇달아 정부 해법안 규탄 집회 개최 예정'
 
윤재식 기자2023.03.06 [14:58]
 

[국회=윤재식 기자] 윤석열 정부가 결국 우리 대법원도 판단도 무시하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금을 떠맡기로 자청해서 나섰다. 

▲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이 6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 윤재식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6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를 갖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이번 발표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 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려했던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이 빠진 3자 변제’ 방식이 공식 발표되자 국회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도 들고 일어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지는 모습  © 윤재식 기자

정부 공식 발표 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들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짓밟는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고 지적했으며 정청래 의원은 역사의식 없는 대일굴종 외교의 끝판왕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고민정 의원도 이번 정부의 행태는 굴욕적 외교참사로 두고두고 역사적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으며 임선숙 최고위원은 윤 정권이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은 전범기업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윤석열 정부의 3자 변제 방식이 공식 발표 된 후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도 포함된 국회 내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 (이하 배상 촉구 의원모임) 소속 의원 53인도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 해법의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배상 촉구 의원 모임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게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이라며 대일 굴욕 외교의 나쁜 선례로 남아 향후 군함도, 사도광산, 후쿠시마 오염수 등 산적한 대일 외교 현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으며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양산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 더불어민주당 외통위 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가지고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 윤재식 기자

민주당 외교통상위원회 위원들도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정부나 전범기업의 사죄는 물론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주장했던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조차 찾아볼 수 없다면서 전형적 자기부정적 해법이자 피해자의 정부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눈치를 보는 망국적 외교 굴욕 해법이다라고 윤석열 정부가 공식 발표한 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기억연대, 민주노총, 민족문제연구소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의 확정된 법적 권리를 짓밟고 일제 전범 기업의 책임을 면죄해주는 친일매국 협상을 강해했다면서 3자 변제 해법 철회를 촉구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오후 730분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안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이와 별개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참여하는 긴급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도 내일 (7) 오후 1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날 발표한 규탄문을 통해 이번 방안은 일본 정부의 사죄 및 가해기업의 배상을 단 하나도 받아내지 못한 최악의 굴욕 협상이자,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사법주권을 훼손한 합의미며, 피해자의 의견과 국민들의 염원, 역사정의를 짓밟은 매국, 졸속 합의이다면서 법적인 측면에서도, 역사정의의 측면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이 굴욕 합의는 원천 무효이다. 전면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세등등 일본, 총리 대신 외무상이 약식회견 “역대 입장 계승”

등록 :2023-03-06 15:13수정 :2023-03-06 19:39

김소연 기자

하야시 외무상 기자단 만나 밝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6일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발표하자, 외무성에서 기자단을 만나 입장을 밝혔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굴욕적 조처’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일방적인 양보를 했는데도 일본은 직접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는 등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회담에 응한 것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닌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었다.
 
하야시 외무상은 6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을 발표한 뒤 외무성에서 기자단을 만나 한국이 내놓은 양보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식 기자회견 장소에서 생중계 되는 방식이 아니라, 기자단과 편하게 질의응답을 하는 약식 회견으로 대신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일-한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8일 일본 도쿄에서 당시 김대중(1924~2009)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1937~2000)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말한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지난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다. 하지만, 하야시 외무상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을 뿐 ‘사죄와 반성’이란 말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에 대해선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일-한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놓기 위한 조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협력 관계의 토대 위에 일-한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국 쪽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7월 한-일 관계를 격랑으로 빠뜨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처에 대해선 “노동자 문제와는 별도로 논의할 문제”라면서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한국이 시작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의 중지를 포함해 한국 쪽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이 분쟁해결절차를 중지해야만 일본도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처를 원상회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토 마사히사(자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기시다 정권으로서도 역사 인식에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 인식에 대해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적절히 표현하고 발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 역시 역대 담화가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았다.도쿄/김소연 특파원dandy@hani.co.kr

한국 굴욕적 양보안에도 일본은 냉담…“담화 계승” 언급만

등록 :2023-03-06 17:25수정 :2023-03-07 02:42

김소연 기자

추후 호응 가능성도 거의 없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P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6일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굴욕적인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일본은 극히 냉담한 반응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컵으로 비유하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추가 대응에 실낱같은 기대감을 밝혔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의 전례를 비춰봤을 때 일본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본이 이날 한국 정부가 애타게 요구해온 ‘성의 있는 호응 조처’와 관련해 내놓은 것은 △지난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반성’이 담긴 지난 정권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의사 표현 △2019년 7월 한-일 관계를 극단의 대립으로 몰고 갔던 수출규제 엄격화 조처(화이트리스트 배제) 완화를 위한 협의 개시 두가지였다.
 
첫째 조처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후 6시40분께 총리관저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이 총리를 둘러싸고 몇가지 질문을 건네는 약식회견(도어스테핑)으로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선언에는 지난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이 담겨 있다.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을 뿐 공동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이란 말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두번째 조처와 관련해 한·일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정부 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이 취한 ‘부당한 조처’를 선제적으로 철회하지 않고 한국이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취하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무리한 제소를 먼저 중단했으니 일본이 이에 화답해 대화에 나선다는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이렇게 냉담한데도 한국 정부가 ‘물컵론’을 내세우며 추가 조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자발적 기부’를 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기 때문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이 문제와 관련된 물음에 “한국 정부의 조처는 일본 기업이 재단 등에 대해 거출(출연)하는 것 등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정부는 민간 기업이 국내외에 자발적인 기부 활동을 하는 데 대해 특단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단에 돈을 내겠다면 막진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피고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나온 뒤,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며 추후에도 나설 뜻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운 일본의 제3자 기업들이 한국의 호응 요청에 얼마나 응할지 알 수 없다. 실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때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추가 조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2016년 10월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단칼에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대로면 이날 공개안이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학 교수는 <한겨레>에 “현 단계에선 국제적 합의라는 모습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채울) 외교 협의나 외교적 퍼포먼스(행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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