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화해 놓고 부딪힌 고함들 “정치쇼 그만” - “물꼬 터야”
등록 :2023-02-17 17:17수정 :2023-02-17 17:36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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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주최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대하 기자
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 골목길. ‘분통 터진 사람’ 명의로 걸린 펼침막엔 “5·18을 두 번 죽이는 군복들이 오는구나”라고 적혀 있었다. 오전 11시,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가 집회를 시작했다. 얼마 전 ‘특전사동지회와 함께하는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이하 ‘화해 선언식’)을 비판했던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을 비판하는 집회였다. 부상자회는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함께 19일 오전 ‘화해 선언식’을 연 뒤 군복 차림의 특전사동지회 회원 150여명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부상자회 회원들은 “김형미 관장이 사적 감정으로 5·18 진상규명의 첫발을 딛고자 하는 행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고 주장했다. 집회 도중 부상자회 회원들이 골목길에 걸려있는 ‘화해 선언식’ 비판 펼침막을 걷어내고 자신들이 준비해온 펼침막을 걸었다. 이 펼침막엔 ‘노태우 아들 노재헌에게 90도 인사하는 김형미 관장의 실체를 고발한다’고 적혀 있었다. 부상자회는 “노태우의 진정한 사과도 없었는데 아들 노재헌은 누구의 승낙을 받고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을까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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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주최로 열린 집회.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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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진압작전에 맞서 ‘기동타격대원’으로 마지막 밤까지 항쟁에 참여했던 김공휴씨와 ‘5월27일 마지막 방송’ 주인공 박영순씨.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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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때 당한고문으로 휠체어를 탄 이창희(60)씨가 17일 오월어머니집 안에서 집회를 지켜보고 있다.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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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주최로 열린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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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관계자들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정대하 기자
5·18부상자회-특전사동지회 ‘화합 행사’에 “사죄 없는 화합 반대”
등록 :2023-02-16 18:50수정 :2023-02-17 02:01
김용희 기자
5·18구속자회 등 5개 단체
“계엄군 출신들 사죄 않고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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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민중항쟁 기동타격대 동지회 등 5·18유공자 5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5·18단체가 19일 특전사 동지회와 열겠다고 예고한 화합 행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또 다른 기동타격대였던 김재귀(59)씨는 “27일 새벽 도청 밖 상무관을 지키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오른손을 맞았다”며 “제때 치료받지 못해 생긴 장애 탓에 평생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살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는 5·18기동타격대 동지회, 5·18구속자회 등 5·18 때 계엄군에 붙잡혀 고초를 당한 시민들이 구성한 5개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오는 19일 열기로 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들 단체는 “공수부대가 쏜 총알을 허리에서 제거하지 못한 채 43년간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며 사는 동지에게 특전사를 포용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광주의 명예와 자존심을 팔아먹는 행위를 하지 마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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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진압 작전 때 붙잡혔던 시민군 기동타격대 출신 김재귀씨가 오른손에 총탄을 맞아 생긴 흉터를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18부상자회는 논란이 계속되는 중에도 행사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17일에는 이번 선언식에 반대하는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항의 집회도 연다고 한다. 5·18 단체 간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는 모양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18 행사서 ‘계엄군 승전’ 군가 부르겠다는 특전사동지회
등록 :2023-02-14 16:18수정 :2023-02-14 19:39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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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광주시민 15명을 사살한 3공수여단 부대원들이 작전을 마친 뒤 군가 ‘검은 베레모’를 부르고 있다.5·18기록관 제공
5·18단체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열기로 한 화합행사에서 계엄군이 광주 학살작전 직후 불렀던 군가 ‘검은 베레모’를 제창하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가 공개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 계획안을 보면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행사 중 하나로 ‘검은 베레모’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 이번 행사는 5·18 피해자들과 계엄군(특전사)이 화합해 국민통합에 앞장선다는 명분으로 5·18부상자회가 주도적으로 계획했다. 5·18단체 회원, 특전사동지회 회원과 함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성일종·정운천·김종민·이용빈·양향자 국회의원 등을 초청했다. 행사는 1부 대국민 선언식과 2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로 이뤄진다.
5·18부상자회는 행사 1부의 마지막 순서로 5·18 첫 사망자였던 고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씨와 특전사동지회 고문 임성록씨가 모자 결연을 하고 참석자 전원이 두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일부 5·18유공자들은 ‘검은 베레모’ 제창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5·18기록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20초 분량 영상을 보면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마친 공수부대원들은 도청 건물 앞에 모여 총기를 점검한 뒤 군홧발로 박자를 맞추며 ‘검은 베레모’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대부분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지만 일부 부대원은 따라 부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영상은 계엄군 지휘부가 도청진압작전의 성공을 알리기 위해 도청 내외부를 공개한 직후 외신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진압작전으로 문재학·안종필군 등 시민군 15명이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다.
이번 행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전사동지회 누리집에는 여전히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글이 게시되는 등 5·18을 왜곡·폄훼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월어머니집,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13∼14일 각각 성명을 내어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가해자들의 고백과 사과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오월 영령과 유가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지말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5·18단체 임원단은 5·18 때 광주에서 숨진 국립서울현충원 계엄군 묘역을 참배해 섣부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5·18부상자회쪽은 특전사동지회의 제안으로 ‘검은 베레모’ 제창을 행사 순서로 배치했을 뿐, 도청 진압 직후 ‘승전보’ 성격으로 불렸던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도훈 5·18부상자회 행사 담당자는 “우리 쪽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자고 요청하자 특전사동지회가 ‘검은 베레모’ 제창도 제안해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도청 진압작전 때 공수부대가 불렀던 군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제창 취소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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