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핵 공멸 가능성, 단군 이래 최악 위기
[기고]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 기자명 고승우
- 입력 2023.02.08 19:08
한‧미 공군은 1일 서해상에서 한국 F-35A 전투기와 미측 B-1B 전략폭격기 및 F-22·F-35B 전투기를 포함 미국 전략자산이 참가한 올해 첫 연합공중훈련을 펼친 지 이틀만인 3일 한국 F-35A, 미국 F-22·F-35B 등 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미국 F-16CM 등 다수 전력이 참가한 가운데 서해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2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작전에 대해 경고한 뒤,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해 한‧미의 확장억제력 강화, 한‧미‧일의 훈련 빈도 증대, 미·중 대치 국면 등을 고려한 전쟁준비태세 완비와 작전전투훈련 확대 강화 등을 토의 결정했다.(연합뉴스 1-7일 종합)
한반도가 정전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정전 70년이라는 세계사 최장의 기록 속에서 평화협정은 고사하고 남북 두 진영이 서로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로 상대를 타격한다고 군사훈련을 하거나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반도 주변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대만을 무대로 벌어지며 신냉전의 시작이 예고되고 일본이 전쟁수행국가로 탈바꿈하려 군비를 대폭 확장하려 한다. 동북아 전체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은 핵전쟁을 걱정해야 할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대량제조와 대남 타격 전략 추진을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무기 개발, 북한 도발 시 최고 1천 배 응징 등을 언급했다. 남북한이 새해 벽두를 전후 해 격한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위기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남한은 북한의 핵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면서 핵전쟁 시대의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나 언론도 한국의 핵무장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첫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 뒤 북한은 날을 세운 성명을 발표하고 한미는 전략핵폭격기, 스텔스기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대북 핵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침을 다방면에 걸쳐 발표했다.
최근의 한반도 사태는 한민족 공멸 가능성이 내포된 것으로 단군 이래 최악의 민족분열과 대립상태라는 참혹하고 수치스런 모습이라 하겠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한 해만을 주목하면 북한은 7차 핵실험 가능성 우려 속에 70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수위를 높였고 한‧미는 북한에 대한 선제핵공격 등이 포함된 확장억제전략의 강화에 합의했다. 북한의 무력시위 목적은 미국과 협상해서 체제보장과 제재해제를 달성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평가절하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세계전략의 일부로 대처하겠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북한이 먼저 양보하고 나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 세계 핵전략 NSS, NDS, NPR의 한 부분으로 북한핵 대처
현재의 한반도 사태를 야기한 원인은 그 분석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내용이 거론될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3일(현지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뒤 발표한 합의문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미는 이 합의문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SCM이 공개한 한‧미의 대북 군사전략은 미국이 국가 안보 전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그 부속내용인 국방전략서(NDS),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등에 포함된 내용 속에서 조율된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국의 전체 안보전략의 한 부분이라는 원칙이 확인된 것으로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 정부가 미국을 못 믿겠다면 자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게 된 근거가 무엇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SS)는, 미국의 전략경쟁은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3대 핵전력(nuclear Triad), 핵 지휘·통제·통신(3C), 핵무기 인프라 등을 현대화하고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지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미국 현존 국방전략은 통합억제체제(integrated deterrence)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주요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뉴스1 2022.10.28./외신 등 종합)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은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즉 체제 간 경쟁이며,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향후 10년은 미중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총력전을 전개할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평화와 안정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향후 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등을 추진해 새로운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만들기 위한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를 추진할 것이며,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다.---
NSS는 장문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한반도 관련해서는 단 한 문장으로 발표했다는 점은 미국의 한반도를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적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것으로 한반도는 우선순위에서 뒤지고 대책도 그에 상응한다는 의미도 함축하는바 한국 정부를 이를 예의 주시한 것이다.
NSS가 발표된 뒤 나온 국방전략서(NDS)에 대해 미 국방부는 중국을 미래의 가장 개연성 있는 ‘전략적 경쟁자’, 러시아는 '당장의 위협'으로 각각 지목하고 북한에 대해선 이란을 비롯해 국제 테러단체 등과 함께 기타 ‘상존하는 위협’으로 분류하면서 “NDS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NDS는 또한 “북한이 미국 본토 및 해외 주둔 미군,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북한은 한‧미 및 미‧일 동맹을 이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김정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는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22.10.29.)
이상과 같은 NSS, NDS, NPR의 핵심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른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전략적 인내를 더 강화된 형태로 계속 추진할 가능성과 함께 미국은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하더라도 큰 이슈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은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힘겨루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북한의 한‧미에 대한 적대감 표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그 사용에 대해 헌법과 일반법에도 명기했다는 점에서, 또한 과거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것을 목격한 이상 현재와 같은 핵전략을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미 SCM ‘북한 정권 종말’ 발표 뒤 북 ‘대남 핵공격 전략’ 발표
한‧미는 NSS, NDS, NPR가 공개된 이후 북한 핵무기 사용을 가정해 미국의 전략, 전술 핵무기의 대북 사용을 의미하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2022년 11월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유아시아방송(RFA) 2023.1.4.) 한‧미 국방장관은 2022년 11월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정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1월 13일 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사용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효과적이고 조율된 대응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가상 상황에 공동대응을 개발할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포함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미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통해 한반도 갈등이 시작되면 핵무기를 사용할지, 아니면 북한의 핵공격을 받은 후에 사용할지 여부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에는 없었는데 그것은 미국이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당시 한국 측에서 이런 논의 자체가 북한을 적대시할 수 있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미 전직 고위관리가 말했다.
그 후 북한은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2022년 본격화한 강대강 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공개한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통해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가 올해 국방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일 밝혔다.(연합뉴스 2023.1.1.)
북측의 대남 핵위협이 발표된 뒤 남측은 확장억제라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자초하는 식의 대북 핵 공격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미국 정치권, 학계에서는 남한의 핵 자체 개발 계획 등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미국 정부는 핵우산 제공 속의 한국 자체 핵개발 불가라는 견해를 확인했다.
미국정부는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SCM) 발표 내용을 반복하면서도 미국 핵항공모함의 한반도 상시배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산에 미 해군기지를 만드는 방안 추가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VOA 2023.1.17.)
미국, 북한 정권 종말 경고와 북의 대남 핵공격 맞대응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북 핵우산 제공을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북한의 대남 핵공격 전략이 강조되면서 한‧일 두 나라는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그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대북 핵전략이 북한의 남한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방지하기 불충분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이 직접 핵전쟁 대비를 지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와 북한이 주고받는 식의 강대강 대응이 반복되면서 결국 남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통일의 대상인 상대방에 대해 핵 공격을 공언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에서 대치하는 한‧미와 북한의 재래식 및 핵 무력을 살피면 전면 전쟁과 같은 비극이 발생할 경우 한민족의 공멸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는 물론 세계 규모의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이고 죽자고 지구촌을 행해 선언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오늘날 대북정책에서 전쟁을 가상하는 것은 미 국익을 챙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차원이 우선이고 한민족이 전멸할 가능성 등은 두 번, 세 번째 고려사항 일 뿐이다. 여기서 잠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즉 북한 핵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만이 유일무이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원칙에서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에게 한국이 미국익보다 우선할 수는 절대 없다. 구한말부터의 한미관계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해볼 때 확인되는 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목표 최우선 순위는 미 국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에만 그러고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늘날 미 국익우선 정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20세기 초 미국정부는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측면 지원했고 한민족의 독립운동에 한 번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 해방이후 미군정의 남한 정책은 소련에 대항해 미 국익을 챙기려는 목적이었고 미국은 이승만이 미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자 제거계획까지 세웠다. 미국은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쿠데타를 승인 지원했고 광주항쟁에서도 미 국익을 위해 전두환의 양민학살을 허가했다.
한반도 근현대사에서 확인되는 미국 위상을 고려할 때 남한 정치권은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에서 전쟁은 필수 사항인가, 아니면 선택 가능한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전쟁 회피, 평화증진 방안이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고스란히 남한 것으로 받아드릴 뿐 그 이후는 무뇌아처럼 구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한국민에 최대한 봉사하는 최상의 대북정책이 무엇인지 머리를 짜내야 한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점에 주목할 때 남한 정치권의 최우선 과제는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물론 대북 군비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전쟁 방지의 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하지만 충분치 않다. 전쟁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대화와 협상이다. 대화의 시도는 상대가 대화 제의를 접수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심리전, 선전전 차원이나 유권자를 의식한 말잔치여서는 안 된다.
한국 정치권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에 침묵하는 것은 그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는 군과 다르다. 군은 전쟁을 막고 전쟁이 발생하면 승리를 하는 것을 그 존재의의로 삼고 있다. 정치는 당연히 군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정치는 전쟁을 선포할 수 있지만 전쟁을 방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책무가 있다. 정치 최고 지도자가 군사령관과 같은 말만 하면 곤란하다.
미국은 한반도전쟁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미‧일 군사관계 긴밀화를 추진하고,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Quad) 참여 등에 한국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의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굴욕적인 태도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미‧일 군사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걸림돌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인정치 않고 있고 독도가 제 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자라나는 일본 청소년을 교육시키고 있다. 미래의 한일전쟁의 씨앗을 키우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전쟁을 앞세울 때는 상대를 겁박하는 심리전 차원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국내외 여론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쟁 위기가 높아지면 우발적 충돌도 걱정해야 하고 외국 투자와 상담이 줄어들고 국내적으로도 민심이 동요하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는 전쟁을 말할 때 전쟁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는 태도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남북한이 박정희 시대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공동번영, 평화통일의 청사진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정치권은 항상 기억해야 한다.
정치, 남북 대립갈등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반도 사태의 악화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해결방안 만들기에 정치는 주력해야 한다. 미‧중, 미‧러가 그렇듯이 갈등을 하면서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갈등을 관리하는 태도를 항상 잊지 않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지피지기를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서 위기를 관리하고 전쟁 가능성이 제기될 때 전쟁 이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한반도 관련국의 국력을 살피면 어림잡아 북한보다 미국은 600배, 남한은 40배가 된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북한이 한‧미에 대항해 비대칭무기인 핵무기에 매달리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하면 남북한 주민들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사태 해결을 위해 현재의 한미동맹을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불평등, 불합리한 요인이 무엇인지 깊이 살펴야 할 때다. 기존의 한미동맹만을 맹종할 때 한국의 자주적 역할 가능성이 무화되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묻히는 것이 아닌가 따져보아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할 작업이 70년 동안 미뤄진 이유를 깊이 성찰할 때 그 해법이 보일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는 2018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수많은 내용의 일부만 실천되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대립, 대치 상황은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쿼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남북교류협력관계 활성화를 저지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또한 주한미군철수,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안으로 남한을 압박했는데 이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향후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협상이 가능키 위해서 그것은 절대 생략할 수 없다.
최근 동북아 군사정세는 관련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군사력 증강과 상대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최대 화약고의 하나가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5년 이후 일본은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동북아 군사정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한반도 군사적 대치상태와 민족 공멸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지금이 늦었지만,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때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여야 정치권 어디에서도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협상 타협할 필요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진정한 정치가 실종된 것이 걱정스럽다.
남한이 군사, 남북교류 계속 미국 통제 받는다? - 한미동맹 정상화 작업 서둘러야
남북교류는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할 것인 바 남북협력사업도 남한 자주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즉 유엔사의 통제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유엔사와 한국 국방부가 2010년 10월 3일 체결한 “DMZ 통과 남북철도·도로 연결 관련 합의각서”는 유엔사가 관할권(Jurisdiction Authority)을 지속 행사하게 되어 있다.
유엔사는 미국 정부의 하부기구라는 점에서 미국은 남북한 교류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뿐 아니고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군사력을 남한에 배치할 권리(right)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국 자국 영토처럼 남한에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는데 1950년대 말부터 미국 핵무기를 다량 남한에 배치해 소련과 중국을 겨냥한 것부터 4조의 혜택에 따른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의 핵우산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자 미군 장성이 부산에 미 군항을 만드는 방안을 공개했는데 이는 바로 4조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영토에 미국이 자국의 해군기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한국에 앞서 언급할 정도로 한국의 영토에 대한 주권과 군사력은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
북한이 한반도 핵문제는 북‧미 간 문제라고 했다가 최근 남한을 핵 공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중국이 미국 무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에 대한 보복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 가한 것처럼 북한이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남한을 핵공격 한다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볼 때 한반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남한의 군사 주권 상실의 정도가 심화되면서 남북한 간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한민족이 단군 이래 당면한 최악의 상황이라 하겠다.
한반도가 포함된 동북아의 미래도 미‧중 간 패권경쟁으로 신냉전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중국이 건국 100 주년인 2047년까지 세계 최강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으로 향후 미국과 경제, 군사 등 주요 분야에서 지속적인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한미동맹에 대처하는 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압록강, 두만강 1천 4백 여 km가 중국과 한미연합군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국경선으로 변화하면 동북 3성의 정상적인 발전이 물 건너 갈 것이라고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그런 상황 발생을 묵과치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그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중국이 방치하지 않는 지원을 계속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이 미‧중 두 나라와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는 신냉전이 도래할 가능성이 큰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에 따라 한국은 군사, 경제 안보정책 추진에서 어느 한 편을 든다는 식의 선택이 아닌 상황을 적극 관리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을 지금 서둘러야 한다. 미‧중 간 갈등과 감정의 벽이 더 높아지면 곤란하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실상을 살피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한국이 자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궁색하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2차 대전 종전이후 미군정이래의 미국이 슈퍼 갑, 한국이 을인 한미관계를 21세기에도 고집하거나 그에 안주하려는 것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을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국익우선주의는 그 배타적인 성향이 더욱 심화, 노골화되고 있다. 현존 한미동맹 또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고민해야 할 만큼 미국의 이익에 주로 기여할 뿐 한국 또는 한반도 전체의 이익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미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조 발동으로 이 조약을 정상화하는 작업 가능
기존의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과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을 겸직하는 것처럼 미국이 주도면밀하게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만 해도 미국이 마치 상전처럼, 세계 6위의 한국군을 테스트해서 합격해야 가능하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언제 성사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한미군사동맹이 장기화되고 주한미군 사령관 지휘체제가 지속되면서 한국군 군장비의 현대화가 지체되고 있는 점도 심각하다. 주한미군이 핵심적 부분을 거의 전담하면서 한국군은 그 보조역할에 그치는 경향이 심해 자주국방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미동맹 전체 시스템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미국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손쉽게 정상화할 수 있는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6조에 따라 조약폐기를 선언하면 1년 뒤 자동 폐기된다. 한국은 합리적인 한미동맹의 구조변경을 통해 미국의 정상적인 동북아 정책 추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6조 발동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 주권을 내준 상태에서 미국이 동북아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미국이 세계 평화보다 미 국익에 편중되는 식의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유엔 헌장에 보장된 국가주권을 우선시하는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외교정책을 하도록 한국이 미국에 심각하게 기울어있는 한미동맹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국이 21세기의 진정한 주권국가로 활동해서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남겨주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결단해야 한다. 지금은 한민족이 구한말시대보다 더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 있다. 시간은 한민족 편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 민언련 이사장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남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재인 전 대통령, "평화는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만드는 것" (0) | 2023.04.28 |
---|---|
‘정전협정 70년 그날에 평화협정 서명해야’ (0) | 2023.03.04 |
「남북정상합의 보장 국내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0) | 2023.02.11 |
그리운 금강산 (0) | 2023.01.19 |
"온 겨레가 힘을 합쳐 전쟁을 끝내자!" (0) | 2023.0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