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사’ 이름처럼…70년 적대 끝낼 그날이 밝았다
등록 :2018-06-12 04:59수정 :2018-06-12 07:18
김정은-트럼프, 오전 10시 ‘세기의 정상회담’
케네디 “벼랑보다 정상이 낫다” 소련 만났듯
북-미 70년 적대 끝낼 담대한 합의 나올까
케네디 “벼랑보다 정상이 낫다” 소련 만났듯
북-미 70년 적대 끝낼 담대한 합의 나올까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인근 거리에서 한 기자가 현지 신문에 실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관련 특집 기사를 읽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벼랑에서 만나는 것보다 정상에서 만나는 게 훨씬 더 좋다.”
존 에프 케네디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 1959년 10월1일 한 말이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59년 9월 미국을 방문했으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고 돌아간 직후다. 케네디는 ‘소련의 말’을 믿지 않았으나, 냉전이 열전으로 악화하는 걸 정상회담이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래서다. 케네디는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61년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흐루쇼프와 사상 첫 미-소 정상회담을 했다. 이 첫 만남은 당장의 성과는 없었지만, 1960년대 후반 이후 데탕트(긴장 완화)와 잦은 미-소 정상회담의 밑돌이 됐다.
‘벼랑보다 정상이 낫다’는 케네디의 조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메리카합중국(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세기의 회담’을 할 12일 아침에 되새기기에 좋은 말이다. 2017년 “화염과 분노”, “괌도 주변 포위사격” 운운으로 한반도를 전쟁 위기의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두 ‘적성국’의 최고지도자가 ‘벼랑보다 훨씬 좋은’ 정상에서 협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오늘은 좋은 날이다.
두 정상은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부터 통역만 배석시킨 채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울 ‘일대일’ 담판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건, 그 속내가 무엇이든, ‘북한 인정’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북-미 관계의 본질을 바꿀 동력이 될 수 있다.
북-미 70년사는 ‘인정받으려는 자’와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의 전쟁 같은 숨바꼭질이었다. 미국은 애초부터 북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으로 이어진 도로가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카펠라호텔로 들어가기 위해선 이 다리를 통해야만 한다. 싱가포르/연합뉴스
“화염과 분노” “괌 주변 포위사격”
지난해 한반도를 벼랑끝 몰고 간
두 적대국 지도자가 마주앉는다
지난해 한반도를 벼랑끝 몰고 간
두 적대국 지도자가 마주앉는다
케네디 “벼랑보다 정상이 낫다”
대통령 취임 첫해 미·소 정상회담
1960년대 ‘데탕트’ 밑돌로 작용
대통령 취임 첫해 미·소 정상회담
1960년대 ‘데탕트’ 밑돌로 작용
미, 북에 “악의 축” “깡패국가” 비난
북핵 문제는 적대관계의 부산물
냉전 해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적대관계의 부산물
냉전 해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70년 적대 끝 만나는 북·미 정상에
비핵화·체제안전보장 합의 바란다
비핵화·체제안전보장 합의 바란다
미국은 1948년 38선 남쪽 지역에서 치러진 총선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이자 한반도 전역에 관할권을 지닌 국제법적 실체로 못박으려 했다. 미국의 이런 구상이 담긴 유엔 결의안 초안은, 하지만 유엔임시조선(한국)위원회의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캐나다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엔 총회는 1948년 12월12일 결의 제195호(Ⅲ)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1948년 5월10일 선거가 이루어진 지역(또는 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한정했다.
당시 미국의 의도대로 북한의 존재가 전면 부인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북한을 휴전선 이북의 합법정부로 인정하는 중국·소련과 한국의 수교는 어려웠을 터. 남북한 유엔 동시·분리 가입이나 북-일 교섭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엔 결의 195호는 남북한 유엔 가입과 북-일 교섭의 국제법적 근거였다.
존재 부인은 ‘더 나쁜 일’을 불러오는 악마의 주문이다. ‘타자 인정’은 협상·화해·공존·평화의 전제다. ‘타자 인정’ 여부는 역사를 전혀 다른 길로 안내한다.
미국은 북한을 아주 오래도록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1980년대 말~90년대 초 세계가 탈냉전의 새 시대로 질주할 때, 유독 동북아시아에선 이른바 ‘북한 핵 문제’라 불리는 북-미 적대관계의 질적 악화가 돌출한 배경이다.
1990년 9월2~4일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한국과 수교 방침을 통보하려고 방북했을 때, 김영남 북한 외교부장(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쏘련이 남조선과 ‘외교관계’를 맺으면 조쏘동맹조약을 스스로 유명무실한 것으로 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때까지 동맹관계에 의거했던 일부 무기들도 자체로 마련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북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1990년 9월19일). 소련의 핵우산이 사라지면 자체 핵억제력을 확보하려 나설 수밖에 없다는 통보이자 절규였다. ‘핵억제력 확보’ 운운에 질겁하기보다 동북아 역내 질서 급변을 먼저 살펴야 한다. 당시 북한은 고립되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일본과 “국교관계 수립 협상”을 합의(‘조일관계에 관한 조선로동당, 일본의 자유민주당, 일본사회당의 공동선언’, 1990년 9월28일)했다. 한-소 수교 발표 이틀 전이다. 그러나 당시 ‘아버지 부시’ 미국 정부는 ‘핵 문제’를 이유로 일본의 대북 접근을 가로막았다. 북한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1991년 9월17일)→남북기본합의서(1991년 12월13일)→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년 12월31일) 등을 통해 생존의 혈로를 뚫으려 했다.
결과는 ‘고립무원’이었다. 남쪽은 소련(1990년 9월30일)에 이어 중국(1992년 8월24일)과도 수교하며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북은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를 북-미 적대관계의 부산물로 규정하고,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큰 그림 속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만약 1990년대 초반 한-소, 한-중 수교와 병행해 북-미, 북-일 수교가 이뤄졌다면, 한반도·동북아가 21세기의 두번째 십년에도 탈냉전 세계 질서에서 뒤처져 ‘냉전의 외딴섬’으로 남아 서로 갈등하는 일은 없었을 터이다. 이른바 ‘북핵 위기’는 동북아 네트워크의 ‘미싱 링크’(missing link: 빠진 고리)인 북-미, 북-일 사이에 쌓인 스트레스의 발작적 폭발이다. 관계 부재는 위험하다.
이 점에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새롭게 조망돼야 한다. 북·미의 오랜 적대사에서 최초의 ‘정부 간 합의’라는 점에서, 핵 동결 합의를 넘어선다. 존재 인정은 새 길을 여는 안내자다. 제네바 기본합의의 미국 쪽 주체인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북·미 양국이 한국전쟁 종식 논의 필요성을 인정(북-미 공동 코뮈니케, 2000년 10월12일)하고,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 건 우연이 아니다.
21세기의 이른바 ‘2차 북핵 위기’도 북한을 ‘악의 축’ ‘깡패국가’(rough state)라고 비난하며 존재 자체를 부인한 ‘아들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불거졌다. 그때도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2002년 9월, 2004년 5월)을 하며 북-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핵 문제’를 이유로 주저앉혔다.
북-미 적대는, 현시점에서 동북아 냉전 지속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러므로 ‘김정은-트럼프 회담’의 성사는 그 자체로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중대한 진일보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핵심 요소인 미국의 ‘북한 인정’, 북-미 공존을 향한 협상의 시작을 뜻하기 때문이다. 70년 적성국 최고지도자의 첫 만남 장소가 ‘센토사’(Sentosa)인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 섬의 원래 이름은 ‘풀라우 블라캉 마티’(Pulau Belakang Mati), ‘죽음(이후)의 섬’이다. 1972년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센토사’로 바뀌었다. ‘죽음’에서 ‘평화’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아주 좋지 않은가.
북-미 관계가 풀리면 북-일 관계 정상화는, 역사가 웅변하는바, ‘식은 죽 먹기’다. 그러면 동북아는 ‘미싱 링크’가 없는 네트워크가 된다. 북한은 ‘고립국가’에서 벗어나 해양으로 나갈 수 있고, 남한은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화해·협력·공존하는 남과 북의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가교이자 허브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구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이 동북아에서 서로 엮이지 못하고 겉돌 일도 더는 없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성공을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곧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필수 통과점이라 거듭 강조해온 까닭이다. 그리고 동북아의 화해협력과 경제협력 활성화, 곧 탈냉전은 세계 경제와 세계 평화의 중대 진전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마따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다툼이 ‘창’(일대일로 구상)과 ‘방패’(인도·태평양 전략)의 불꽃 튀는 쟁투로 치닫는 와중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륙의 단일 지상 강국이 유라시아 땅덩어리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조지 케넌,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을 제1원칙으로 한 패권 전략을 고수해왔다. 미국이 태평양·대서양 건너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나치독일과 일본제국을 무너뜨리고 냉전기엔 소련, 21세기엔 중국을 전략적 봉쇄·견제 대상으로 삼은 까닭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를 오랜 세월 짓눌러온 이런 역사구조의 힘을 이겨낼 수 있을까? ‘비핵화-체제안전보장’ 맞교환의 실마리를 찾아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을까? 아무도 자신하지 못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요즘 들어 부쩍 “기도하는 심정”을 읊는 까닭이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52년째 이어진 콜롬비아 내전을 끝낼 평화회담을 주선하며 내전 당사자들과 세계인한테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는 또 실패할 권한이 없다.” 한반도의 ‘전쟁’은 69년째 끝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실패했다. 더는 실패하지 말자. 담대하게 상상하고 지혜롭게 실천하자. 일단은 교황의 호소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한테 잘 전해지도록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일부터!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북미회담 D-1, 관전포인트 세가지
등록 2018-06-11 13:53:00
완전한 비핵화, 차기 회담, 종전선언
트럼프-김정은, 통 큰 합의 이뤄낼 지 주목
트럼프-김정은, 통 큰 합의 이뤄낼 지 주목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6·12 북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비핵화 회담에서 지켜봐야 할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北 완전한 비핵화 수용…CVID-CVIG 접점 찾나
◇北 완전한 비핵화 수용…CVID-CVIG 접점 찾나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측의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의 접점을 찾는 지 여부가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기존 핵무기,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반출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에 대해 북한이 초기에 얼마나 강력하고 확실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따라서 미국은 비핵화 합의문에 어떻게든 'CVID'와 관련한 문구가 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라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위한 절차나 시한 등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괄타결을 요구해온 미국이 한발 물러서 비핵화 초기 조치와 사찰·검증·이행보상까지 시간표를 정밀하게 짜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느 수준까지 합의점을 만들어내고 '통 큰 결단'을 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냐, 포괄적 비핵화냐에 방점이 있고, 핵무기나 ICBM미사일 샘플분리해서 반출하는 문제가 협상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아직 북미 간 접점이 안찾아진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미 간 후속회담 열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 과정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일거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며 여러 차례 후속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원포인트' 협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핵화 초기 조치와 사찰, 검증, 이행 이에 따른 미국의 보상 조치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이 깔린 것이다.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담고 구체적 이행 시간표와 방법론 등 세부사항은 후속회담에 조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양측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북·미 고위급 회담 등 후속 회담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다음달 평양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자고 트럼프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북측의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의 접점을 찾는 지 여부가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기존 핵무기,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반출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에 대해 북한이 초기에 얼마나 강력하고 확실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따라서 미국은 비핵화 합의문에 어떻게든 'CVID'와 관련한 문구가 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라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위한 절차나 시한 등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괄타결을 요구해온 미국이 한발 물러서 비핵화 초기 조치와 사찰·검증·이행보상까지 시간표를 정밀하게 짜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느 수준까지 합의점을 만들어내고 '통 큰 결단'을 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냐, 포괄적 비핵화냐에 방점이 있고, 핵무기나 ICBM미사일 샘플분리해서 반출하는 문제가 협상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아직 북미 간 접점이 안찾아진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미 간 후속회담 열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 과정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일거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며 여러 차례 후속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원포인트' 협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핵화 초기 조치와 사찰, 검증, 이행 이에 따른 미국의 보상 조치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식이 깔린 것이다.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담고 구체적 이행 시간표와 방법론 등 세부사항은 후속회담에 조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양측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북·미 고위급 회담 등 후속 회담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다음달 평양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자고 트럼프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교수는 "내일 북미정상 간에 통큰 결단에 의한 타협으로 나올지, 상호 간에 입장이 덜 좁혀질 지, 추상적인 차원에서 북미 정상 간에 합의로 일단 마무리 될지, 진전된 내용이 담길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차기 회담에 대해 북미가 날짜를 못박거나 계략적으로라도 북미 정상회담 언급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종전선언 가능성 촉각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종전 합의'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북미간 적대적 관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다. 평화협정 보다는 법정 구속력이 없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세계를 향해 핵심 당사국들이 모여서 종전 선언을 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은 북미 양국 간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만약 북미 간에 극적인 협상이 이뤄진다면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싱가포르에서는 상징적 수준의 선언을 하고 실제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은 추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6.25 전쟁 종전 65주년인 7월 27일 판문점 종전선언이나 북미간 2차 회담이 이뤄질 경우 이 때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shoon@newsis.com
◇종전선언 가능성 촉각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종전 합의'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북미간 적대적 관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다. 평화협정 보다는 법정 구속력이 없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세계를 향해 핵심 당사국들이 모여서 종전 선언을 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은 북미 양국 간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만약 북미 간에 극적인 협상이 이뤄진다면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싱가포르에서는 상징적 수준의 선언을 하고 실제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은 추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6.25 전쟁 종전 65주년인 7월 27일 판문점 종전선언이나 북미간 2차 회담이 이뤄질 경우 이 때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shoon@newsis.com
[종합]北美 실무단 협상장 도착…협상 재개
등록 2018-06-11 16:02:05
北 실무단 美 실무단보다 1시간 늦게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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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뉴시스】조성봉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호텔에서 실무회담을 마친 후 성김(왼쪽)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취재진에게 질문세례를 받으며 나서고 있다. 2018.06.11.suncho21@newsis.com |
【싱가포르=뉴시스】김지훈 이재은 정윤아 기자 =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가운데 양측 실무협상단이 오후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모였다.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앞세운 미국 측 실무단은 이날 오후 1시35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2시35분)께 리츠칼튼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북미 실무단이 오전 실무협상을 진행했던 장소다.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앞세운 미국 측 실무단은 이날 오후 1시35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2시35분)께 리츠칼튼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북미 실무단이 오전 실무협상을 진행했던 장소다.
오전 협상에 참여했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담당관과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동행했다.
북한 실무단은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최강일 외무성 미국국장 대행은 오후 2시34분께 리츠칼튼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실무단은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최강일 외무성 미국국장 대행은 오후 2시34분께 리츠칼튼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실무단은 미국 실무단이 이용한 로비 중앙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곧바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전망이다.
북미 실무단 모두 오전과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앞서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이곳에서 '3+3' 의제 분야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2시간 남짓 의견을 교환한 뒤 정오를 전후해 10분가량의 시차를 두고 각자 숙소로 떠났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북미는 이행 시간표를 짜기 위한 실무협상을 이어가며 막판까지 간극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실무단 모두 오전과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앞서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이곳에서 '3+3' 의제 분야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2시간 남짓 의견을 교환한 뒤 정오를 전후해 10분가량의 시차를 두고 각자 숙소로 떠났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북미는 이행 시간표를 짜기 위한 실무협상을 이어가며 막판까지 간극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CVIG)을 놓고 서로의 카드를 맞춰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협상이 종료된 후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회의를 가졌다"라며 관련 소식을 공유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당초 예정과 달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행이 오는 12일 오후에 귀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측이 의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을 보이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의 일정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jikime@newsis.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협상이 종료된 후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회의를 가졌다"라며 관련 소식을 공유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당초 예정과 달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행이 오는 12일 오후에 귀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측이 의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을 보이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의 일정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jikime@newsis.com
한반도·동북아 운명 결정지을 북미 정상회담 이끌어낸 조연들
등록 2018-06-11 09:43:00
北 '최선희·김영철·김창선' vs 美 '성김·폼페이오·헤이긴' 전방위 접촉
'판문점·뉴욕·싱가포르' 다채널 탐색…전세기의 담판 성사까지 산파역할
'판문점·뉴욕·싱가포르' 다채널 탐색…전세기의 담판 성사까지 산파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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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오는 6월 1일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2018.05.31. photo@newsis.com |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한반도와 동북아 미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세기의 담판을 이끌어낸 조연들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달 24일 양측의 날선 신경전 끝에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속에 대화를 재개하면서 다시금 청신호를 켰다.
곧바로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극비리에 판문점에서 만났다. 이들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핵심 의제 등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각각의 협상팀을 이끌고 회동을 가졌다.
김 대사와 최선희 부상의 만남은 6차례나 이어졌다. 이들은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 결과 문서에 담길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속도, 시한,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방법 등을 놓고 구체적인 문안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관측됐다.
판문점 협상팀의 논의는 판문점에서 그치지 않았다.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옮겨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막바지 의제 조율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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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날부터 이틀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hokma@newsis.com |
그 사이 지난달 29일에는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는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지프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접촉했다.
김창선 부장은 김 위원장의 선친 때부터 공식·비공식 활동의 의전이나 규정 등을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긴 부비서실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전과 경호를 책임진다.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을 회담 실무협상의 최우선 선결과제로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창선 부장은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사전 점검하고, 의전과 경호 등의 절차도 꼼꼼히 살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김창선 부장은 지난 6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가 다시 싱가포르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판까지 의전과 경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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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2018.05.24. (사진=CNN 캡쳐) photo@newsis.com |
정상회담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평양과 워싱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대남 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장 출신 김영철 부위원장과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폼페이오 장관은 정보수장이란 공통점 속에 정상회담을 총괄 지휘하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두 나라 정상의 최측근으로 최근 두 달여 동안 평양과 뉴욕·워싱턴을 오가며 세 차례나 만남을 가졌다.결정적으로 김영철 부위원장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방미 일정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정상회담 개최에 쐐기를 박았다.
이렇듯 '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평양과 워싱턴 실세들은 산파 역할을 했다. 이들은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데 있어서도 최일선에서 활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ohjt@newsis.com
북한과 미국,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시작점에 서다
[해설] 마지막 쟁점, 'CVID 명기' 문제... 6월 12일 '싱가포르의 기적'은 일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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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축하 케이크 촛불끄는 트럼프 11일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방문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열린 총리와의 오찬에서 생일축하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72세 생일은 오는 14일이다. | |
ⓒ 싱가포르 공보부 | 관련사진보기 |
2018년 6월 12일은 한반도 전체에 평화와 번영의 기적이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인가.
정상회담 바로 전날까지도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사항을 조율한 양측 정상은 지난 3월 8일(미국 동부시각) 회담 개최를 발표한 뒤 3개월여 만에 얼굴을 마주보게 됐다. 1948년 38선 북쪽으로 김일성 정권이 수립된 지 70년 만에 처음으로, 1950년 북한의 남침에 의해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68년 만에 북한 최고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화하게 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 앉아 합의를 모색할 내용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김정은 정권 안전 보장'의 교환이다.
북미 양측은 그동안 실무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와 기간 등을 정의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어떻게 상응하여 갈 것인가도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말을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회담 결과가 좋으면 먼저,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25년을 끌어온 북핵문제가 조속한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0년, 2007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던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던 그 문제, 한국 정치의 중요 국면마다 '북풍'의 근원으로 작용하며 정치발전의 장애물 역할을 해온 북핵 문제가 소멸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한국전쟁은 끝났다'는 선언까지 이뤄진다면, 휴전선 북쪽 한반도에 새 역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안보위협에 맞선 국방력 강화'에 쏟던 노력을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풀리기 시작하고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북한의 폐쇄경제는 개방경제로 전환되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국전쟁의 종결,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출발점에 선다면 북한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
미국으로선 실질적인 핵무장 국가인 북한을 평화적 수단으로 비핵화시킨 '세계의 리더' 역할을 공인받게 된다. 과거 리비아처럼 개발과정의 핵을 포기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정권교체로 자진하여 핵무기를 포기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북한처럼 체제안전 보장의 명분으로 개발해 실질적으로 무기화를 이룬 국가의 핵무장을 포기시킨다는 것은 핵무기 비확산 노력의 역사에도 새로운 장을 여는 결과다. 인류의 핵무기 개발과 폐기 역사를 통틀어 두 정상이 '처음 가보는 길'이다.
두 정상의 '결단' 필요... 한국 정부의 끈질긴 노력
회담 결과가 좋으면 먼저,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25년을 끌어온 북핵문제가 조속한 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0년, 2007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던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던 그 문제, 한국 정치의 중요 국면마다 '북풍'의 근원으로 작용하며 정치발전의 장애물 역할을 해온 북핵 문제가 소멸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한국전쟁은 끝났다'는 선언까지 이뤄진다면, 휴전선 북쪽 한반도에 새 역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안보위협에 맞선 국방력 강화'에 쏟던 노력을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풀리기 시작하고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북한의 폐쇄경제는 개방경제로 전환되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국전쟁의 종결,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가 출발점에 선다면 북한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
미국으로선 실질적인 핵무장 국가인 북한을 평화적 수단으로 비핵화시킨 '세계의 리더' 역할을 공인받게 된다. 과거 리비아처럼 개발과정의 핵을 포기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정권교체로 자진하여 핵무기를 포기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북한처럼 체제안전 보장의 명분으로 개발해 실질적으로 무기화를 이룬 국가의 핵무장을 포기시킨다는 것은 핵무기 비확산 노력의 역사에도 새로운 장을 여는 결과다. 인류의 핵무기 개발과 폐기 역사를 통틀어 두 정상이 '처음 가보는 길'이다.
두 정상의 '결단' 필요... 한국 정부의 끈질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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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한 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교부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잉 747 기종 에어차이나 CA061편을 이용했다. | |
ⓒ 싱가포르 공보부 | 관련사진보기 |
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한번 '취소 사태'를 겪기도 한 이 회담은 마치 오랜 세월의 적대와 불신은 단번에 깨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날까지도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사항 조율이 진행됐다.
11일 오전에 만난 양측 실무대표단은 점심 때 각 정상에 논의 결과를 보고하고 오후에 다시 만났다가 헤어졌다. 이후 실무회담을 또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후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하며 의견을 나눌 정도로, 끝까지 결과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회담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오전 "우리는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한 것은 결국 CVID가 현재 합의도출 과정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상간 합의문 혹은 공동성명 등에 'CVID'를 명기하느냐를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두 정상이 회담장에 마주 앉기까지 한국 정부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8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브리핑에 나서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처음 전한 이후만 보더라도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남북고위급 회담 두 차례,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과 5차례의 정상 간 전화통화, 한미 NSC와 한미 외교장관 사이의 수시 소통 등 공개된 것만 보더라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노력이다.
사실 70년의 적대관계를 이어온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마주 앉는다는 것 자체가 북한과 미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미 기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많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서로 신뢰를 느낄 수 있는 기회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말했듯이 이후 더 많은 만남이 이뤄질 수 있고, 그러면 이번에 이루지 못한 합의를 이룰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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