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문점선언 지지 국회 결의 무산시킨 한국당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지지하는 국회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여야는 지난 18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되 28일 본회의에서 지지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의안 채택 무산의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의안의 핵심은 판문점선언을 환영하고, 국회 차원의 협력을 해나가자는 것으로, 이는 여야 원내대표가 문서로 합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판문점선언 지지’를 통째로 삭제하고 이를 엉뚱하게 ‘북핵폐기 촉구 결의안’으로 변질시켰다. 결의안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국당은 올 들어 재개된 남북대화를 시종 폄훼하면서 어깃장을 놨다. 홍준표 대표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지방선거용쇼’라고 했다.
그간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는 정권이 바뀌면서 유명무실해지거나 사실상 폐기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합의가 휴지조각이 된다면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지지 결의안은 이런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으로 의미가 있었다. 정부·여당은 이번에 결의안을 처리한 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결의안 처리조차 무산됐으니 더 불투명해졌다.
미국 하원은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외교를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여야 의원이 공동 발의할 정도로 한반도 정세변화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안전보장’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를 조약 형태로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북한과의 합의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당사국인 한국 국회는 지지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한국당은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변화를 외면한 채 ‘반평화’라는 골방에 들어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골방에서 빠져나올 기회였지만 그것마저 차버렸다. 선거의 유불리나 당리당략의 잣대로만 현재의 정세를 판단하고 행동하다간 시민의 신뢰를 영영 잃어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홍준표, 트럼프에 공개서한··· 내용 보니
홍준표, 트럼프에 서한 “영구비핵화·인권문제 회담 의제되길”
·“영구적 비핵화 후 체제보장 등 보상해야”
·‘베트남 공산화’ 언급하며 정치적 부담 토로
·“페리 전 미 국방, 회담 어려울 것 전망”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64)는 1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6월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 후 보상 및 체제보장 조치’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거론 불가’ ‘북한 인권문제 강력 제기 및 경제 개혁·개방 요구’ 등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북 간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정치적 합의가 아닌 항구적이고 완전한 북핵 폐기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이 같은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은 트럼프 행정부 내 매파(강경파)의 주장을 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함으로써 진정으로 북한의 핵무기 공포에서 해방되기를 기대한다”며 ‘CVID(완전한 비핵화)’보다 한걸음 나아간 ‘PVID(영구적 비핵화)’를 미국 입장으로 견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홍 대표는 서한에서 “북한의 미래 핵개발 능력과 과거 핵을 제거할 뿐 아니라, 핵기술 자료를 폐기하고 핵기술자들을 다른 업무에 종사토록 함으로써 영구히 핵개발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관련 용어도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홍 대표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북한이 주한미군철수·전략자산 전개금지 등 한·미 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함으로써 ‘비핵화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서한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밝힌 바 있듯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가 협상의제로 거론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제재와 압박의 노력들이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데 매우 유효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비핵화 완료 후 보상’ 원칙 고수도 요청했다. 또 “비핵화 완료시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한다는 기존 방침도 견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조치 또한 비핵화 완료 후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서한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핵 폐기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주어지는 외교적 보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외 ‘생화학무기 폐기’ ‘사이버 테러행위 중단’ ‘위조달러 제작 중단’ ‘인권문제 강력 제기’ 등도 추가로 요청했다.
홍 대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이 북핵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이끌어 내고, 한반도 평화의 불씨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서한을 맺었다. 이 서한은 미국 백악관, CIA, 국무성, 의회에 영문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홍 대표는 밝혔다.
홍 대표는 서한 공개 후 “파리 평화협정 후 불과 2년 만에 베트남은 공산화되고, 수백만이 처형되고, 보트피플(난민)이 됐다”면서 “저와 한국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우리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건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오전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1시간 가량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면서 페리 전 장관이 “회담은 어려운 과정을 거칠 것”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한국에 준 기대에 부응하는 회담이 되기는 참 어려울 것”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전날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 취소 통보한 것을 두고는 “북한 군부 강경파가 비핵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본다”고 자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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