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방적 핵포기 강요땐 북-미 정상회담 재고”
등록 :2018-05-16 11:55수정 :2018-05-16 12:11
볼튼의 ‘선 핵포기 후 보상’ 해법 맹비난
“미국이 진정한 대화·협상 바라는지 의심”

김계관 담화로 본 北의 진짜 속내…비핵화 美 방식에 불만?
'리비아식 비핵화'에 강한 거부감 표출
美인권·생화학 무기 등 의제 확대에 부담 느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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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북한이 16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한 이후 나온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비난' 담화는 '미국에 보내는 북한의 메시지'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담화문에 따르면 김 제1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미국의 강경 발언을 언급했다.
이어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에 가져다 두고 후에 보상하는 리비아식 핵 폐기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제1부상은 '선 폐기, 후 보상'으로 요약되는 리비아 방식의 비핵화를 주장한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한 가운데 나온 김 제1부상의 이번 담화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폐기 방식을 두고 잘 풀리지 않는 북미 간 협상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시도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볼턴의 방식을 택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면 미국의 민간자본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주민의 진정한 경제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체제 보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 북한이 이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을 수 있다.
아울러 김 제1부상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대목은 미국이 생화학무기 폐기, 일본인 납치자 문제 거론 등 대북 강경 입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도 풀이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에 이어 이번 담화까지 낸 것은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력 제고의 뜻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싱가포르라는 자신들이 통제하기 힘든 곳으로 가야 하는데다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인권, 생화학무기 폐기 등 많은 것을 끼워넣으려 하니 불안함을 느낀 것 같다"며 "북한이 정상회담 전 변수를 통제하려 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 제1부상의 담화를 고위급회담 연기와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고위급회담 연기는 남측을 겨냥한 것이고 담화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맞다는 해석이다.
eggod6112@
北, 美와 의제싸움 본격화..리비아식·CVID 등 수용 불가 천명
입력 2018.05.16. 16:49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소위 리비아 방식의 핵포기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 '의제 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핵심 의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등 미 당국자들이 그간 여러 계기에 주장해온 비핵화 방식들을 조목조목 맞받아치면서 '수용 불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우선 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볼턴 보좌관 등이 거론해온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의 성격을 '선(先)핵폐기'와 '후(後)보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비쳤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어떤 양보든 하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와 핵연료,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2003년, 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반드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이행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맞다. 그것이 보상 혜택이 흘러들어 가기 시작하기 전에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구체적인 보상을 하기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 관련 조처를 해야 한다는 식의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 선행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이행의 '판'이 짜이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핵개발 초기이던 리비아와 달리 북한의 핵능력은 이미 완성 단계에 올라선 만큼, 미국과 대등한 '전략국가' 위치에서 이행조치를 교환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인식도 깔렸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5일 "미국이 흔히 쓰는 성구의 일부를 인용한다면 조선(북한)의 요구는 '적대시정책과 핵전쟁 위협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제1부상이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행 과정의 일정 단계에서 미국의 상응하는 보상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부상이 '선결조건'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미국이 제공하겠다는 체제안전 보장은 비핵화 완료시 제공되는 것"이라며 "비핵화가 시작돼 마무리될 때까지의 과도기적 안전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명확히 답을 주지 않았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제1부상은 미국이 거론하는 강력한 비핵화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에 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억류자 3명의 귀환 조치와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VID 목표 달성을 위해 미 행정부가 이미 이룩한 상당한 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비핵화의 '범위'라고 할 수 있는 '완전한'(complete) 비핵화를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증 가능한'(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구체적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궁극적 비핵화 목표로서의 'CVID' 개념 자체를 배격한다기보다는 검증 방식이나 폐기의 불가역성 등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의 쟁점을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김 제1부상이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이라고 담화에서 거론한 대목은 최근 미측이 핵폐기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탄도미사일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화학·생물학 무기도 살펴봐야 한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삼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의제 확대 시도를 거부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며, 볼턴 보좌관이 언급해 온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 등 '핵연료주기 제거'에 대해서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내세우며 전면 수용은 거부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김계관 제1부상 자신이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참여했던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도출 과정에서도 한미에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면서 포기 대상을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으로 한다는 선에서만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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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5-16 07:49수정 :2018-05-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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