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이란 전쟁과 고유가 여파로 40% 아래로 붕괴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가올 2026년 중간선거를 향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배럴당 118달러를 돌파한 고유가 쇼크가 단순한 여론 악화를 넘어, 집권 2년 차 중간선거 참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탄핵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을 옥죄는 진짜 공포는 탄핵 파면이 아닌 권력의 손발이 모두 묶이는 ‘완벽한 국정 마비’ 상태다.
상징적 탄핵보다 무서운 ‘소환장 폭격’
‘노 킹스’ 시위대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알 그린 의원 등 일부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권력 남용을 이유로 상징적인 탄핵 결의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민주당 주류 리더십은 이를 방해 요소로 규정하며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하더라도 상원에서 유죄 평결에 필요한 67표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무리한 탄핵 추진보다는 실질적인 ‘행정부 마비’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영리한 계산이다.
만약 이란전 역풍으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백악관을 덮칠 악몽은 무차별적인 소환장과 국정조사 폭격이다.
특히 민주당은 의회 소환을 버틸 수 있는 행정부 관료 대신,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이해충돌 의혹이나 카타르의 보잉 747 선물 논란, 관세 발표 직전의 주식 거래 의혹 등 민간 비즈니스 생태계를 집중 타격해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벼르고 있다.
각료 탄핵과 입법 사망 선고…’식물 대통령’ 전락
‘노 킹스’ 시위대 / 출처 : 연합뉴스
하원 의사봉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2년 입법 어젠다는 그 즉시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예산안과 세제 연장안 등 핵심 정책 법안이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해 2019년 펠로시 하원의장 시절처럼 지루한 정부 셧다운 대치가 일상화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파면시킬 수 없다면 핵심 각료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민주당의 우회 타격 플랜도 백악관에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실제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 절차가 하원에서 강행될 경우, 행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집행 동력은 급격히 상실될 수밖에 없다.
118달러 유가가 앞당긴 ‘조기 레임덕’의 징후
‘노 킹스’ 시위대 / 출처 : 연합뉴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권좌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숨만 붙어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방어전으로만 허비하는 것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란 전쟁발 유가 폭등이 굳건하던 적극 지지층마저 이탈하게 만들면서, 공화당 내부의 권력 누수 현상이 예상보다 일찍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선거 참패로 구심력이 약화될 것을 직감한 론 디샌티스, 니키 헤일리 등 2028년 차기 대선 주자들이 슬그머니 트럼프와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모색하는 점이 조기 레임덕의 가장 확실한 징후로 꼽힌다.
지지율 30%대 추락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는 단순히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넘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안에서부터 와해되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불길한 경고등이다.
트럼프, 군인을 꼭두각시로…노 킹스 외친 미국
lucaside@sbs.co.kr(이한석 기자)님의 스토리
•8시간•2026. 3. 29.2분 읽음
전쟁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전쟁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트럼프 변덕으로 시작된 불법전쟁” 이란 전쟁 한 달 맞아 3차 ‘노 킹스’ 메인 무대 미네소타에선 10만명 집결 “사상 최대 규모 비폭력 행동 될 것”
28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주 의사당 앞에서 ‘노 킹스(No Kings)’ 전국 시위의 일환으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미네소타/AFP 연합뉴스
“전적으로 대통령의 변덕에 의한 전쟁이다.”
이란 전쟁 한달을 맞은 28일(현지시각) 오후 워싱턴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내셔널몰 동쪽 끝 자락에 ‘노 킹스(No Kings·미국에 왕은 없다)’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대가 모였다. 지난해 6월, 10월에 이어 세번째로 열리는 전국적인 반트럼프 집회로 미국 50개주 전역을 비롯해 유럽 주요 도시까지 총 3200개 이상의 장소에서 집회가 열렸다. 주최 쪽은 현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폭력 행동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은 트럼프 행정부 권력남용”
워싱턴에 거주하는 롭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이 행정부는 법치를 짓밟고 있고,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법치가 무너지면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특히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의회와 상의하거나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 오로지 대통령의 변덕으로 시작된 불법적인 전쟁”이라며 “권력 남용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릴랜드주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위 현장을 찾은 변호사 다이앤 레이먼드도 한겨레에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과거 히틀러가 권력을 잡을 수 있게 했던 일들이 지금 의회와 내각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함께 온 패트릭 역시 “현 행정부는 헌법을 따르지 않고 법을 무시하며, 법무부를 사실상 사유화했다. 미국인 대다수가 이들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내셔널몰 동쪽 끝 자락에 ‘노 킹스(No Kings·미국에 왕은 없다)’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대가 모인 가운데 참가자들이 다양한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이날 현장에는 동물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위대는 테러리스트’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조롱하고 시위의 평화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고양이 코스튬을 입고 현장에 나온 메릴랜드 베데스다 출신의 제니퍼(59)와 워싱턴 거주자 조안(76)은 한겨레에 “이란 전쟁뿐만 아니라 이민자 탄압,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억압 등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 중인 투표절차 강화법 ‘세이브 아메리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니퍼는 “출생증명서나 여권을 요구하는 것은 소수 인종, 기혼 여성, 노년층, 그리고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을 의도적으로 억압하고 배제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10만 집결 미네소타서 분노 폭발
이날 ‘노 킹스’ 집회의 메인 무대는 지난 1월 연방 요원들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 과정에서 두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이었다. 주 의사당 앞에만 주최 쪽 추산 약 10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백악관의 독재자 지망생이 폭력배들을 보냈을 때 미네소타는 이웃과 품위를 지켰다”고 연설했다. 이어 록의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항의곡 ‘미니애폴리스의 거리(Streets of Minneapolis)’를 부르자 시위대는 “아이스(ICE·이민세관집행국)는 당장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배우 제인 폰다 등도 참석했다.
이란 전쟁 한달을 맞은 28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내셔널몰 동쪽 끝 자락에 ‘노 킹스(No Kings·미국에 왕은 없다)’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대가 모였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맨해튼 일대에서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과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앞장섰다. 드 니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리의 자유와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시위에 앞서 지난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단순히 추상적인 시위가 아니라, 인종과 계층을 넘어선 하나의 운동”이라고 강조하며, “투표권과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 모두 침묵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3차 ‘노 킹스’ 시위는 지난해 10월 약 2700곳에서 열린 2차 시위 때보다 훨씬 더 확산됐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아이다호, 조지아주의 소도시에서도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성조기를 흔들었으며 파리·베를린·마드리드 등 유럽에서도 동시다발 집회가 열렸다.
백악관은 이번 시위를 평가절하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러한 ‘트럼프 정신이상 치료 세션’에 신경 쓰는 것은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언론들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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