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보호 입법’까지 문제 삼는 미국…노골적 간섭에 정부·국회 난감
‘약자 보호 입법’까지 문제 삼는 미국…노골적 간섭에 정부·국회 난감
이본영 기자2026. 1. 28. 21:16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을 계기로 미국 쪽이 한국의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을 재차 문제 삼으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7일(현지시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한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의 산물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가 있다. 설명자료에는 “한국과 미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있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요구는 미국이 수년간 제기해온 것이다.
망 사용료 문제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 업체들도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처럼 에스케이텔레콤(SKT) 등 통신사들에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입법 움직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기존 법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입법을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거래공정화법 두 갈래로 나뉜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문제는 구글이 요구하는 초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을 뜻한다.
정부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대미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미국 기업의 부담이 늘 수 있는 입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 쪽에 ‘허위조작정보’ 유통 단속 의무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미국의 불만 사항이 늘었다.
미국이 타국의 입법 활동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정책적 필요에 의한 입법을 외국의 압력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절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플랫폼법은 미국이 우려를 나타낸 독과점 관련 조항은 빠지고 ‘갑을관계’ 방지 조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입점업체를 주로 보호하는 내용이다 보니 배달앱·쇼핑몰이 주로 적용 대상이 되고, 결과적으로 쿠팡 등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한-미 관세 합의 전에는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의를 미뤘고, 관세 합의 뒤에는 ‘쿠팡 로비’라는 복병을 만난 상태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세, 자신은 비관세 분야 협상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을 지렛대로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정부는 조만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협의할 예정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서영지 기자 yj@ah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美매체 “트럼프정부, 한국정부 아닌 쿠팡 편에 서있다”
안규영 기자2026. 2. 9. 11:27
폴리티코, 쿠팡 전방위 로비 보도
“미국인 대부분은 모르는 기업이
美정치권과 연계로 영향력 행사”

서울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트럭이 주차돼있다. 2025.12.28 / 뉴스1
미국 하원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며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 미 언론이 쿠팡 사태에 대해 “미국인 대부분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미 정치권과 연계를 강화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8일(현지 시간) 쿠팡에 대해 “이 전자상거래 기업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쿠팡의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지난 5년여 동안 쿠팡은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때로는 한국 정부와 맞서거나 워싱턴과 서울 간 통상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은 디지털 상거래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아니라 쿠팡 편에 강하게 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 간에는 상호 관세를 인하하고 한국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잠정 합의가 있었지만, 한국 정부가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계속 추진하면서 이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다만 폴리티코는 백악관 협상 과정을 직접 알고 있는 한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번 관세 위협에 쿠팡 조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쿠팡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 정부와 오랫동안 조율하려 했던 문제들은, 무역 장벽이나 무역 적자 등 전혀 다른 사안을 다루는 우리의 통상 합의와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폴리티코는 의회 의원들이 여전히 두 사안을 연결 짓고 있다면서 하원 법사위원회의 공화당이 쿠팡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한 사실 등을 설명했다. 쿠팡 측은 미국 내 로비 활동 전반에 대한 질문에 대해 폴리티코에 “우리는 행정부와 의회 전반에 걸쳐, 미국 50개 주에 있는 판매자들이 생산한 상품이 공정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헌신하는 파트너들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쿠팡을 자문한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폴리티코에 “완전한 전면전이다. 매우 공격적이며, 미 정치권에서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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