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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과 대한민국의 ‘실존적’ 위기!

by 무궁화9719 2025. 12. 20.

관세협상과 대한민국의 ‘실존적’ 위기!

2025. 10. 2.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일본의 대미 관세협상 뒷이야기

지난 7월 말 미일 관세협상이 끝난 뒤 일본측 협상대표 아카자와 료세이는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일본이 제공하기로 한 5,500억 달러 공약 가운데 실제 직접투자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비중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이는 실질 투자액으로 약 55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에 해당한다. 나머지 5,500억 달러의 대부분은 출자 즉 직접적인 지분(equity) 또는 자본 투자(capital investments)라기보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통한 융자(loans)와 융자보증(loan gurantees)으로 구성돼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의 인터뷰 장면 (일본NHK 캡쳐)
 
일본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이렇게 해명한다. “이익 배분을 1대 9라고 말한 것은, 80조 엔 중 1~2%의 출자에 관한 얘기다. 처음에는 5 대 5에서 시작했지만 협상을 거쳐 1 대 9가 되었고, 그로 인해 잃은 것은 수백억 엔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10% 관세 인하를 통해 피할 수 있었던 손실은 10조 엔에 이른다.”
 
2025년 7월26일 「사타데이 워치 9」의 아카자와 발언에 대한 문자기록은 이렇다. “5,500억 달러, 그러나 그것이 전부 현금으로 미국에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설정한 것은 ‘한도’다. 출자·대출·대출 보증을 합쳐서 최대 5,500억 달러까지 일본의 정부계 금융기관이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이익 배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출자’ 부분이다. 대출은 원금과 이자가 돌아오는 것이고, 보증은 사고가 없으면 돈이 전혀 나가지 않고 보증료만 들어온다. 따라서 이 부분은 JBIC, NEXI 같은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에 오히려 이익이 된다.
 
출자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문제였다. 5,500억 달러 중 아마 1~2% 정도가 출자가 될 것이고, 일본은 이 부분에서 50 대 50 배분을 제안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이 아직 관세를 이만큼밖에 내릴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결국 50%가 ⅔, ¾으로 줄어들어 최종적으로 90%까지 갔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본이 10% 관세 인하를 얻어내 회피한 손실은 10조 엔에 달하는 반면, 출자 수익 배분에서 50%에서 90%로 양보하면서 잃은 것은 기껏해야 수백억 엔 정도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를 팔았다’, ‘80조 엔 전부의 이익을 내줬다’는 식의 비판은 오해다. 출자분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며, 기대되는 이익도 수백억 엔 정도일 것이다. 이는 충분히 거래의 대상이 되는 규모이고, 오히려 일본에 유리하다.
 
9 대 1이라는 비율은 (미국)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우리가 얻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실제로도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이것이야말로 상호 양보 속에서 이루어진 거래다.”
 
요컨대 일본 측은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한도(출자·대출·보증 포함)를 설정했고, 실제로는 출자 비중이 1~2%에 불과하며 이익 배분에서 9 대1로 양보했지만 관세 10% 인하를 얻어내면서 일본이 얻은 실익(10조 엔 절감)이 훨씬 크다는 논리이다. 반면 미국 측은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정치적으로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맞는 말일까. 연(年)기준 일본의 대미수출액은 약 1,482억 달러이며, 그 중 자동차 수출액이 약 399억 달러다. 그래서 관세인하 절감효과는 본선인도조건(FOB) 기준, 25% 관세시 370.5억 달러에서 15% 관세시 222.3억 달러, 결과적으로 절감액은 148.2억 달러다. 이를 현재 환율 달러당 148.5엔으로 환산하면 약 2조 1,978억 엔이다. 그 중 자동차부문 절감액은 약 39.9억 달러 즉 5.927억 엔이다. 아카자와 장관의 미일 관세협상 '10조엔 절감설'은 그저 정치인이 흔히 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 치더라도 엄청나게 부풀린 금액이다.
 
한국의 대미 협상에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의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자신의 칼럼에서 위와 비슷한 계산법으로 한국이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같은 계산을 한국에 적용해 보자. 작년에 한국은 미국에 1,32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GDP의 약 7.3%다. 만약 15% 관세로 인해 수출이 5% 줄면 대미 수출은 1,250억 달러가 된다. 거기에 트럼프의 25% 관세로 추가로 10% 줄면 125억 달러 감소로, 이는 한국 GDP의 0.7%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125억 달러 수출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는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어서 이렇게 논평을 덧붙인다. “어느 나라든 이런 종류의 거래를, 특히 트럼프와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금액의 20분의 1만 써도, 줄어든 수출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하고도 훨씬 이익이 된다. 게다가 트럼프가 무슨 터무니없는 발상이나 극우 인플루언서의 제안을 빌미로 화를 낼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다름을 언급하면서 제시한 한미 관세협상의 기준이 ‘상업적 합리성(commercial reasonableness)’이다. 그렇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누가 보더라도 이 협상은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 협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해답은 의외로 한국, 일본과 동질의 협상을 마무리한 유럽연합에서 찾아진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어떻게 협상했나
 
사비네 바얀트(Sabine Weyand)는 EU 집행위원회 무역총국(Directorate-General for Trade at the EU Commission)의 총국장이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바로 아래의 실질적 총책임자다. 그녀가 독일언론 <쥐드도이취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의 전말을 전부는 아니지만 그 속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 신문의 <SZ Dossier(도시에)>라는 란의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다.
 
“제가 ‘협상’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걸 들으셨다면, 그건 협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이 한 문장으로 사비네 바얀트 총국장은 유럽이 안정성을 위해 치른 지정학적 대가(geopolitschen Preis)를 설명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무역 및 경제안보 담당 총국장은 미국과의 새로운 합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그것은 미국이 관세 혜택을 챙기고, 유럽은 거의 얻는 것이 없는 합의였다.
 
안보 우려로 인한 시간 압박: “요구나 제안의 교환은 없었습니다.”라고 바얀트는 말했다. 그녀는 SZ Dossier와의 대화를 통해 트럼프와의 합의 성립 과정을 드물게 엿볼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았다. “유럽 측은 대서양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특히 안보 보장과 관련해 빠른 해결책을 찾으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유럽은 정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제적 균형을 포기했다. 그녀는 “이는 사실상 고전적인 이익의 균형(Interessenausgleich)이 아니라, 정치적 종합 패키지(Gesamtpaket)를 확보하는 문제였습니다.”
 
바얀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외교적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우리는 유럽 대륙에서 지상전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회원국들은 추가적인 에스컬레이션의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유럽의 맞대응 조치가 불러올 결과였을 것입니다.”
 
경제를 희생한 안보 정책: 경제적 대가는 컸지만, 정치적 계산은 명확했다: “만약 유럽이 맞대응에 나섰다면, 미국이 안보 파트너십 자체를 의문시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대 전환(Zeitenwende)의 현실정치(Realpolitik)였다.
 
그렇다. EU는 이익의 균형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조성된 지정학적 환경에서 미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을 위해 경제를 내놓은 것이다. 이 드물게 보는 EU 통상정책 실무 총책임자의 ‘정치적’ 고백은 미-EU 관세협상이 지정학적 조건에 강제된 '지경학적 재앙'이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미국이 진정성있는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면 그 때는 비로소 균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이를 또 이렇게 조롱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나라(한국과 일본)가 중국에 맞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협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더 어리석은 전략일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행동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리라며 트럼프를 믿는다면, 이는 미친 짓이다. 그들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미국의 협상요구안, 그들도 한계는 있다
 
그러면 이제 경제, 관세경제학으로 돌아가 보자. 첫째, 아래 그림은 부과된 관세를 누가 내는가에 관한 그림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2025년 관세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6월기준 미국소비자가 지불한 몫이 30.8%, 수출업자가 미세관당국에 지불한 금액 비중이 10.5%, 수입업자의 비중이 58.6%였다. 관세에서 수입업자의 비중은 4월 42%, 5월 59%였다. 이 해당구간에서는 관세구성에서 수출업자보다 수입업자의 몫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 소비자의 지불비중도 20% 이상이었다. 하지만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수업업자가 현대/기아 미국지사인 경우 즉 사실상 수출-수입업자가 동일한 법인인 상황에서는 관세가 미칠 영향은 훨씬 커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해당기업에게는 상당한 ‘마진스퀴즈’가 발생하는 셈이다.
미국 소비자, 수입업자, 수출업자 중 관세는 누가 내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수입업자의 관세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아래 그림은 관세와 세수를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 요지는관세는 무한히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일정 구간을 넘어설 경우 관세수입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그리고 그 지점을 넘어서면 중단된다. 즉 관세로 인한 가격인상은 어떤 지점이상에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되고 이 때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다른 대체재를 찾기 때문이다.
관세와 세수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셋째,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국제경제학자인 MIT대학의 아르노 카스티노와 버클리대 안드레스 호드리게즈-클레어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요약한 것 중 하나다.(Arnaud Costinot & Andrés Rodríguez-Clare, Trade Theory with Numbers: Quantifying the Consequences of Globalization, in Handbook of International Economics, Vol. 4 (2014)).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위 파란 사각형) 관세가 10-30%구간에서 미 소비자 후생이 소폭 개선됨을 보여준다. 하지만 30-50%구간에서 다시 하향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관세가 50%를 넘어서면 소비자후생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관세와 소비자후생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트럼프1기 관세전쟁 (2018~2020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EU, 멕시코, 캐나다 등에 10~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 구간은 위 논문에서 소비자 후생이 무관세보다 일정 높게 나타나는 범위에 해당한다. 물론 이 효과는 단기적·이론적 계산 결과일 뿐, 현실에서는 보복관세, 공급망 교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후생 효과가 약화되거나 반전될 수 있다. 요컨대, 트럼프가 과거 1기에 시행한 10~25% 관세는 위 연구모델의 “후생 개선 구간”과 대체로 겹친다.
 
그래서 보자면 트럼프의 관세부과는 마구잡이가 아니라 위 그래프상의 소비자후생의 최대지점에 대체로 맞춰져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한, 일, 유럽을 향해 같은 패턴으로 움직였다.
 
25%를 15%로 ‘깎아 주는’ 쇼를 연출했지만 결국 소비자후생이 최대인 구간내에서였다. 트럼프가 말하는 50%이상의 관세부과는 협상용 겁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이 구간을 벗어나면 관세부과는 미국 소비자 특히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의 저소득 노동자층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등에 100%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막힌 협상을 돌파하기 위한 ‘블러핑’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李 대통령의 인식과 한국의 한계
 
이 대통령은 이번 유엔연설을 위한 방미직전인 9월 2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의 대강을 다시 짚었다. 외신을 선택한 것은 미국에 대한 메신저로 활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리라 본다. 이 대통령은 “혈맹 간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다고 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차이를 강조하며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한국의 4,100억 달러의 2배에 달하고, 국제통화인 엔화, 그리고 미국과의 스와프 라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일 양국은 서면으로 ‘투자 프로젝트의 상업적 타당성 보장’을 합의했지만 세부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다.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구체적 합의가 핵심 과제이자 최대 난제”라며 “실무 차원의 제안들은 타당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어 격차 해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용된 김용범 정책실장의 말은 지난 7월,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 지원을 중심으로 무조건적 재정 지원을 막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말이다.
 
앞서 7월말 관세부과 연기 마지막에 한미간에 합의된 것은 ‘프레임워크’에 관한 일종의 ‘구두합의’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고비를 넘긴 것 그 이상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 합의의 이행을 위한 세부규정인데, 현재 한미 간에는 이를 둘러싼 협상이 진행중인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녹녹치 않아 보인다. 그사이 미일간에 합의된 이행안과 관련한 엑스X(구 트위터)를 참조해 보자.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5,500억 달러의 이른바 ‘투자’(사실은 약탈)는, 미국 측 ‘투자위원회’가 투자처를 지정하고, 지정된 투자처는 일정 날짜까지 X 달러의 현금을 예치해야 하며, 그 금액은 45일 안에 송금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한다. 이 투자위원회는 전원 미국인으로만 구성된다. 만약 투자가 손실을 본다면 투자위원회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투자가 수익을 내면 양측이 그 이익을 50%씩 나눠 갖는다. 그리고 수십 년에 걸쳐 투자 원금이 회수되는 경우가 혹시라도 생긴다면, 이후의 모든 이익은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배분받는다.”(HANA라는 계정의 포스팅)
 
미국 협상요구안에 담긴 전략적 함의
 
만일 위처럼 일본과 동일한 조건을 미국이 한국에 강제한다면 이로부터 발생할 문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첫째 한국정부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기준에서 투자결정권을 갖는 것인지 아니면 미 대통령의 전권에 해당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둘째 3,500억 달러 전부가 출자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할 때, 이 투자자금의 구성에 있어 즉 출자, 융자, 융자보증 각각을 한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지 여부. 셋째 이 각각의 투자 실패시 청산의 책임주체와 원금회수 가능성, 법률분쟁시 관할권 여부 역시 알 수 없다. 넷째, 사업성공시의 수익배분율에 있어 일본의 경우처럼 왜 미국이 절반을 가지는 지도 궁금하다. 다섯째, 투자원금에 상환기간과 원금상환이후 발생할 수익에 대한 배분 역시 과연 미국이 90%를 가지는 지 여부도 중요하다.
 
현재로선 이런 의문 외에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어 있는 통화스와프만 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이 조건으로 제시한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첫째, 달러 패권 통제권 차원에서 한국에 패권의 ‘한 조각’이라도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둘째, 한미동맹은 미영, 미일, 미EU 동맹과 동등차원으로 볼 수 가 없는 1.5-2급 동맹이라는 점에서, 셋째, 통화스와프를 통해 한국에 대한 방위비, 투자, 전략유연성 등 기타분야에서의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이를 미국이 포기할 이유가 있을 까 하는 점에서, 넷째, 무제한 통화스와프국이 증가할 경우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달러 공급에 있어 미국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마디로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한국으로부터의 단기적 경제이익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미국의 패권유지 이익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한미동맹의 전략적 지위가 달러패권의 공유까지는 전혀 아니더라도 그 패권의 아주 조금이라도 떼 줄 만큼 되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한국은 미국에게 영국, 일본, 또 최근 동맹의 파산이 운위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대서양동맹과 동급의 그런 동맹이 아닌 것이다.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미국에겐 동맹의 최종적인 징표라고 해도 될 것이다.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관세협상 요구는 사실상 미국 패권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한 '동맹 궁핍화' 전략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제 한국이 당사자가 됐다. 사진=MBC뉴스 캡쳐.
 
'동맹 궁핍화 전략', 한국의 실존 위기 부른다
 
한국과의 ‘합의문없는 합의’이후 미국 재무장관 베센트는 방송에서 이들 동맹국의 투자자금을 미국의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라고 아무 거리낌없이 표현했다. 이 돈은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 산업을 리쇼어링하는 데 사용하도록 “지시”하겠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당시 출연한 <폭스뉴스> 진행자조차 믿기 어렵다는 듯, 이를 “해외 수탈”(offshore appropriation)이라고 말했겠는가. 한국, 일본 그리고 EU를 제외하고 전 세계 어디에 대해서도 미국이 이런 협정을 맺은 경우는 ‘아직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하나의 패턴을 읽을 수 있는데, 중국, 러시아, 인도 나아가 점점 몸집을 키우는 글로벌 사우스에 맞서 과거처럼 식민지 수탈을 하거나 폭력수단을 통해 이길 수 없게 되자, 미국은 안으로 방향을 돌려 “동맹국”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군사적 피보호자인 경우라 미국에게 저항하기가 매우 어렵다.
 
1930년대 대공황시기 경제사에서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 이론이 출현한다.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들어 자신만 살겠다는 말이다. 1980년대 경쟁적 환율인하도 유사사례다. 필자는 트럼프의 통상정책이야 말로 '신판 근린궁핍화 전략'이라고 본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동맹궁핍화(Beggar-thy-allies)’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안보를 핑계삼아 ‘동맹’을 털어 거지로 만들어 자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 말이다. 물론 시작은 바이든 때부터다 (‘프렌드쇼어링’).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중국쪽에서 나온 흥미로운 말이 있다. 미국은 ‘한 치를 양보하면 한 자를 더 달라고 요구한다’는 말이다. 한국이 약속한 금액은 3,500억 달러만이 아니다. 1,000억 달러의 가스구입을 약속했고, 또 한국의 기업들은 1,500억 달러의 추가 투자 즉 FDI를 약속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이 외환보유고는 4,100억 달러수준이다. 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은 달러표시 자산이고 또 미 재무성채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현금보유량은 많지 않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대로, 우리 역시 미국이 지정한 투자처에 정해진 기일안에 현금으로 돈을 송금하자면 현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방법중 하나는 전국민이 1인당 약 1,000만원씩 미국돕기 성금을 모으는 방법이 있겠지만 현실성은 없다. 실제 미국의 요구에 맞추자면 한국은 실로 ‘실존적(existential)’위기를 감당해야 한다. 이 위기,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각자에게 또 서로에게 물어보자.
 
※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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