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미

트럼프, 대북정책 전환의 마지막 기회

by 무궁화9719 2025. 11. 27.

“경주 아펙 북미정상 회담 위한 실무접촉 있었다”

 
  • 국제
  • 입력 2025.11.27 14:50
  • 수정 2025.11.27 15:18

‘아사히’ 북미관계 소식통의 말 인용해 보도
트럼프 정권, 1기 정권 때의 실무접촉 재개
1기 때처럼 접촉 장소는 뉴욕일 가능성 시사
“김정은 막판까지 트럼프 만날지 말지 고심”
국정원 “내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높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사히신문 11월 27일
 

미국과 북한이 지난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무자급 협의를 실제로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북-미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2기 정권, 1기 정권 때의 실무접촉 재개

 

이 신문은 따라서 지난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정권이 북미 정상회담을 세 차례 열었던 트럼프 1기 정권 때 진행했던 실무접촉을 올들어 재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말 경주 아펙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조선노동당 총비서)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한국 특파원을 지낸 <아사히>의 베테랑 기자이자 히로시마대학 객원교수인 마키노 요시히로가 쓴 이 기사는 북미관계 소식통이 “미국과 북한의 실무자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에 대비해 실무접촉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실무접촉 참석자와 장소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2019년 6월 30일 북미 정상 회동 때의 모습. 북한의 보도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두 정상 회동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아사히 11월 27일
 

1기 정권 때처럼 뉴욕에서 실무접촉 했을 가능성

 

기사는 1990년대부터 2010년 무렵까지 미국 국무부 당국자와 북한의 유엔대표부 관계자가 뉴욕에서 비밀리에 계속 접촉한 시기가 있었다며, 최근의 북미 실무자급 접촉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1기 정권 때인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과 3번에 걸쳐 회담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이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미 사이에는 실무자급 협의가 거듭됐다.

<아사히>는 트럼프 2기 정권은 1월 출범 당시부터 1기 정권 때 조성된 북한과의 실무자급 대회 통로를 재건하려 했으나 북한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만났을 때의 북한과 미국 정상들 모습. 아사히 11월 27일
 

“김정은 막판까지 트럼프 만날지 말지 고심”

 

<아사히>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이번 달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10월 말에 한국과의 군사경계선에 있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지 말지를 놓고 “(트럼프 방한) 직전까지 고심했다”고 보고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내년에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판문점은 2019년 6월에 트럼프-김정은의 3번째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

트럼프, 대북정책 전환의 마지막 기회

내년 봄, 기회를 놓치면 노벨상은 커녕 인류의 적이 돼

이흥노 칼럼 | 기사입력 2025/11/23 [00:03]
 
이흥노 미주동포

트럼프 2기가 출범한지도 벌써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 솔직히 말해 전 세계 압도적 평화애호 시민들은 트럼프 2기 시대가 펼쳐지기를 열광적으로 지지 응원했다.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안고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집권 1년이 돼도 고대했던 평화의 종소리는 들리지 않고 되레 제재, 압박, 봉쇄, 등으로 전쟁 위기와 핵위험만 대폭 증가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나거나 멀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최근 무슬림 사회주의자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이 바로 민심의 정확한 반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노벨 평화상을 꿈꾸고 있지만, 지난 집권1년의 행적을 살펴보면 사실상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볼 수도 있다. 24시간 안에 끝내겠다던 러-우전은 트럼프의 월남전이 됐고 제2이라크전의 복사판이라 불리는 베네주엘라 침공은 악수 중 악수다. 관세 전쟁과 제재는 세계 경제를 망치고 있다. 특히 우방들과의 불협화는 미국을 세계적 왕따로 만들고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고 있다. ‘마가’ (MAGA)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망가진 경제 때문에 시민들의 불평 불만은 터지기 직전이고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트럼프의 주변에는 반북중러 호전 네오콘 세력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극우 세력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의 막강한 힘과 영향력 최소화 내지 제압하지 않고서는 ‘마가’는 커녕 세계적 ‘왕따’ (고립)로 부터 탈출할 길이 없다. 베이징 전승절과 당창건80주년 평양 행사를 통해 조중러의 국제적 위상이 여지없이 과시됐을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트럼프가 대외정책의 촛점을  조중러에 맞추고 이들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 보다 조미 관계 개선을 1년이 다되도록 방치한 것은 패착 중 패착이다. 지난 10월 말, <에이팩 정상회담>을 기해 조미 정상 간 대화가 있을 것으로 다들 믿었지만 행동 없는 말만 무성했던 탓에 결국 무산됐다. 평양은 미국이 북비핵화라는 망상을 접어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명백한 조건을 제시했다. 물론 이를 트럼프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대북적대정책을 주리끼고 행동 없는 대화의 손짓만 해대고 있다. 조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실질적 조치를 취했어야 하나 달콤한 말로는 매번 당하기만 했던 김 위원장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은 핵강국 조미 간 적대 관계다. 조속히 이것을 해결햐야 할 책임과 의무가 트럼프에게 있다. 급한 쪽은 미국이고 조선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은 조선편이라고들 말한다. 일전에 김태형 심리학자는 조미 깜짝 회동 무산이 트럼프로 하여금 대화 의욕 의지를 더욱 강하게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서울 국정원은 평양의 2월 당대회 직후 3월이 조미 정상회담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만간 조미 대화가 개시될 것이라고 보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트럼프가 <싱가포르 시즌 2> 카드를 뽑아들면 4월 평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와 남성욱 교수도 내년 봄 조미 회동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해내외 거의 모든 논평가 전문가들도 조만간 조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 여론과는 반대로 유독 탈북자 박충권 국힘 의원만이 부정적이다. 박 의원은 “김정은이 얻을 게 없어 북미 회담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조미 대화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난 국정감사 질의에서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당시 안철수 국힘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의 ‘패싱’이 예상되기 때문에 “조미 대화는 재앙”이라며 정동영 통일장관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국힘 의원들은 정 통일장관에게 “대한민국 장관이 아니라 북한의 대변인 같다”고 벌떼같이 대들어 종북 친북으로 몰고 심지어는 북한으로 가라는 망언 까지 해댔다. 특히 독기를 품은 김기현 국힘 의원의 정 통일 종북몰이 유도 공작은 식은 땀을 흘리게 했다. 끝내 김 위원장과 만남이 불발되고 귀국선에 몸을 실으면서도 트럼프는 “이번에는 시간이 맞질 않아 만남이 무산됐지만, 곧 다시 찾아오겠다”라면서 “이번에 실례를 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 말에는 높아진 김 위원장과 조선의 위상을 무시 무뢰하게 행동했다는 걸 솔직히 인정 사과했다고 볼 수 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지구촌의 기대화 세계적 여론에 부응해 조미 대화애 나서야할 적기다. 좌고 우면하지 말고 즉시 말 보다 행동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라는 말이다. 평양은 남북 대화 및 조미 대화를 위한 필수 조건들을 여러번 제시했다. 평양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조건들 중 하나는 물건너간 비핵화를 접고 조미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다국적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배치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행동 없는 달콤한 말에 평양은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불변의 결의를 굳게 다지고 있다. 행동 없는 말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깜짝 회동 결렬에도 김 위원장과 밀접하게 전략적 소통을 하고 있는 중러의 부정적 조언 (입김)이 일정하게 작용했을 걸로 보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조미 관계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트럼프가 조속히 중러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제는 다극화 시대에 걸맞게 부응하기 위해서 철지난 패권을 버려야 한다. 국제정치의 중심에 선 북중러가 이제는 세계 정치, 군사, 안보, 경제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이라는 걸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최근에 밝혀진 미국방백서 초안도 북중러의 연대 밀착이 미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 지적하고 있다.

나랑 MIT교수 (전 국방성 차관보)는 작년 여름, 워싱턴의 한 강연회에서 “날로 북핵미사일 기술의 확대 발전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라고 솔직히 고백한 바가 있다. 거듭 강조하고픈 것은 조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러와 관계 개선이 매우 절박하다. 트럼프가 24시 간 안에 우크라전을 끝장낼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전쟁을 질질끌고 가는 것은 뭔가 석연치 못한 음모가 있다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결국 트럼프가 미국의 반러 호전 극우 세력과 타협 야합하는 작태라고 보여 입맛이 쓰다. 남북 관계 복원과 조미 대화를 결사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최근에 와서 부쩍 늘고 있다.

 금년 말이나 명년 봄으로 예상되는 조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거덜내기 위한 훼방공작이 교묘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이 핵잠 추진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했다고 좋아서 길길이 뛰고 있다. 긴 안목에서 보면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 수위를 높혀서 북중러를 억제하고 남북 조미 대화를 차단하기 위한 고차적 술책이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이에 보조를 맞춰 미국무성과 재무성이 나서서 반북 공작을 펴고 있다. 석유 밀반입을 떠벌리면서 심지어 새로운 제재를 평양에 가하고 나섰다. 문 정권이 남북 관계를 고려해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불참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 정권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이는 남북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되레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대결정책이라고 보여져 안타깝기 짝이 없다. 최근 노광철 북국방상은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의 부산해군기지 입항과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지적하면서  지역 정치 군사 정세를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고 한미를 향해 경고를  날렸다. 그는 “미국의 적의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이에 대한 화답을 절대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규백 국방장관이 KBS 에 출연 (11/8)해 “북한 지도부가 한국 핵잠이 어디서 출몰할지 몰라 잠을 못잘 것”이라 했다.

그는 또, “핵잠의 잠항 능력과 속력에 간담이 서늘할 것”이라며 대결과 적대의식을 의도적으로 고창하는 발언을 해댔다. 안 장관 발언에 대해 <국민주권당>을 비롯한 많은 진보적 시민들이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내년 초, 조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4월에는 베이징 중미 정상회담이 잡혀있다. 3월이면 <자유의 방패> (Freedom Shield) 이름의 한미합동훈련이 개시된다. 육해공은 물론 사이버 우주 등에 걸쳐 전방위 훈련이 벌어진다. 성공적인 조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바란다면 지금쯤 3월 다국적 군사훈련 연기나 취소 발표가 매우 바람직하다.

우크라전이 러시아의 승리로 곧 막을 내릴 것 같다. 원래 전쟁이란 승전국 주도로 전후 처리가 진행는 게 정상인 것이다. 미국도 패전국의 일원이기 대문에 중재자로 나설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격 미달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지체없이 베네주엘라 침략 계획을 철회하고 평화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당장 미중러 정상의 긴급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베네주엘라 침략을 평화적 수단으로 끝장내지 않고서는 다극화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조미 대화에 나서기는 절대로 쉽지 않을 것 같다.

해내외에서 서울 정권의 잦은 북비핵화 발언으로 남북 대화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최근 접경지역에서 잦은 충돌 까지 벌어지고 있다. 노광철 북국방상 담화 (11/7)도 지적했지만, 접경지 한미 공군합동군사훈련과 헥항모의 부산 입항은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는 게 명백하다.  이런 분위기 환경 속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꿈꾸는 자체가 헛꿈이 아니고 뭘까. 그 뿐만 아니라 지금 중일 관계가 매우 험악해지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일본 새총리 다까이찌가 미국의 만북중러 호전 네오콘 세력과 죽이 맞아 벌이는 계획된 공작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돌연 일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군 개입” 발언으로 중국을 극도로 자극 분노케 해서 중일 간 총성 없는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특종 충견인 일본 수상이 상전 몰래 이런 핵폭탄급 발언을 내뱉었다고 볼 수는 전혀 없다. 이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가 깃드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기 때문에 미일 반북중러 호전광들은 남북 및 미중 대화를 저지키 위해 주변 지역에 긴장과 위기를 조성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서울 정권에 핵잠을 허용한 것도 조중을 자극해서 주변 지역에 반목 대결 위기를 조성하려는 음흉한 공작의 일환일 수 있다.

다까이찌 일총리는 배핵3  원칙 포기를 들먹이면서 핵보유 의지 까지 내비쳤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 긴장이 급상승하는 틈을 타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고 군국주의로 들어서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주 방한한 커들 미해군 참모총장은 “한국 핵잠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황용되는 것은 자연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충돌 때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군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론슨 미군사령관도   대만 유사시 일본의 자위대화 같이 한국군도 중국 견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평양이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이 내년 초 까지 제시되지 않으면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3월 한미 합동훈련을 전후해 최후 통첩을 날릴 걸로 보인다. 대북적대정책 철회냐 유지냐 중 택일을 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이번에는 그여코 대북적대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비장한 행동을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가 따뜻한 대화의 손길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반북중러 호전극우네오콘 세력을 제압하느냐  못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들과 트럼프가 타협하고 뜻을 접는다면고 노벨 평화상은 물건너가고 인류의 적으로 영원히 기록되는 불행을 맞이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왜 트럼프 대통령 손을 뿌리쳤나?

 
  • 외교안보
  • 입력 2025.11.08 00:30
  • 수정 2025.11.08 09:55

앞으로도 북미 대화 시기와 조건은 북한이 선택할 것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거듭 제안했다.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는 친근한 어조에도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사일 발사와 침묵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고 대북 제재 완화 의사까지 밝히며 북한의 대화 전제조건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김 위원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 이은 네 번째 정상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당장은 우선순위에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고려

 

김정은 위원장의 거부 뒤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변수가 얽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에 수만 명의 정예 병력을 파병하며 사실상 군사동맹을 구축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경우 북러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착수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터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돌아봤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0.1.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북한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퇴역 핵잠수함의 원자로·증기터빈·냉각 시스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부품인 원자로 세트를 손에 넣었더라도 러시아 기술 지원 없이는 잠수함 장착·가동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성공은 북한에 있어서 대미 핵억제력의 완성을 의미하며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빅 카드가 된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러시아 관계 유지는 미국 대화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 뒤에 이뤄진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급파도 트럼프 제의에 대한 푸틴 입장을 타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과 10월 부다페스트 회담 취소 사태를 보며 미러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낮게 봤을 것이다. 설령 트럼프와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하노이 회담 때처럼 네오콘 강경파에 의해 백지화될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작용했음 직하다.

 

북한의 경제 상황 호전도 북미 대화 시급성 떨어뜨려

 

흥미로운 것은 푸틴 대통령의 역설적 태도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국의 메시지를 전달할 테니 말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유럽화’를 포기한 푸틴은 아시아 동진정책을 모색 중이며, 이를 위해 한반도 안정을 선결과제로 본다. 북미 대화 재개가 한국-러시아 경제협력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경제 교류 재개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변수도 김정은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경주 APEC에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둘러 트럼프를 만나면 북중 관계에 미묘한 난기류가 생길 소지가 있다.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시진핑-트럼프 회동 결과를 지켜보는 게 전략적으로 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김정은-트럼프 만남은 시진핑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었다.

 

북한의 최근 경제 호전도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배경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북한이 식량 자급을 이루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고 전한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는 과거에 비해 안정된 경제 기반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국내 사정의 변화는 북미 대화는 물론이고 남북대화의 시급성을 떨어뜨린다.

 

지금 더 급한 건 트럼프 아닌가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7%로 집권 2기 최저치를 찍었고, 부정 평가는 63%로 취임 후 최고를 기록했다. 응답자 68%가 국가 상황을, 72%가 경제 상황을 좋지 않다고 답했다. 관세 전쟁으로 민생이 피폐해지면서 미국 여론은 트럼프에게 싸늘해지고 있다.

 

11월 4일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조란 맘다니가 당선됐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34세 민주사회주의자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뉴욕 최초 무슬림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이 됐다.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보육 확대 등 획기적 민생 공약으로 승리한 이 사건은 미국 민심의 흐름을 상징한다. 이대로 가면 2026년 가을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역대급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빅딜'을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주력하는 이유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킬 만한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발표 시점(통상 10월 초)을 고려해 그 전에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 수교 같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제 수상이 발표되면 그 여세를 몰아 불리한 중간선거 판세를 역전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북미 수교·대북제재 해제,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조약 체결이라는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물론 동북아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과거 북미 대화에 매달리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여유롭게 러·중과 손잡고 시간을 끌며 핵억제력 완성이라는 전략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반면 트럼프는 지지율 급락과 내년 중간선거 패배 위기 속에서 북한과의 극적 합의 카드가 절실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 관계 ‘피스 메이커’ 역할 해야

 

북미 대화 재개는 일차적으로 북미 수교라는 트럼프의 ‘마지막 카드’에 달렸다. 그러나 그 카드가 나오기 전까지 북한은 러시아 기술 지원으로 핵잠수함 건조를 가속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며 경제를 회복할 것이다. 경주 APEC에서의 일방적 구애가 보여주듯이 지금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 쪽은 트럼프이지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바꿀 트럼프-김정은 회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미중 관계의 추이, 러시아의 동진 전략, 트럼프의 중간선거 계산 등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모두 계산하며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6일 국회 예결위에서 내년 3월 김정은-트럼프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기대에 불과하며 정확한 타이밍은 미지수다. 분명한 건 북미 대화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구도가 아니다. 북한이 시기와 조건을 선택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이재명-트럼프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은 남북 군비경쟁을 촉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의 ‘페이스 메이커’를 넘어 남북 관계의 ‘피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파탄 난 남북 관계에서 극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북미 해빙이 이뤄져도 한반도 평화체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최대 난관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평화의 문을 여는 사람,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박철 시민기자pakchol@empas.com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다른 기사 보기
 

"통일, 감동적 사건 아닌 조용한 구조 누적"
북 핵실험 위기에서도 대화의 끈 놓지 않아
정책을 말하기보다 역사의 방향 제시 지향
그의 복귀 통일부 '사라진 부처' 오명 벗겨

한반도의 새벽은 언제나 느리게 찾아온다. 그 새벽의 문 앞에서 가장 먼저 깨어 있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의 오해를 감당해야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다시 국정의 전면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사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가 오랜만에 '평화'라는 단어를 진심으로 다시 꺼내 들었다는 선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에 대한 202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APEC 정상회의 도중 북미 정상회동에 예상 장소에 대한 질의를 들은 뒤 미소짓고 있다. 2025.10.14. 연합뉴스
 

수십 년 동안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어떤 시기에는 대화의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시기에는 총구가 얼어붙은 공기를 갈랐다. 이 와중에 국민의 마음은 점점 피로해졌다. '평화'는 이상이 됐고, '통일'은 교과서 속 단어로만 남았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실용과 공존, 그리고 대화의 복원을 국정철학으로 삼았다.

 

그 첫 번째 신호가 바로 정동영의 복귀였다. 그의 이름은 오랜 세월 '평화'라는 단어와 함께 기억되어 왔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서 그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주도하며, 북의 핵실험 위기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정치인 정동영의 정체성이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씨를 없애는 일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정부는 바로 그 일관성에 주목했다. 그를 다시 선택한 것은 '과거의 회귀'가 아니라 '경험의 재활용'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정책이 리셋되는 관행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의 연속성과 철학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정동영이 있다. 그는 여전히 '평화의 사람'이지만, 동시에 '현실을 아는 사람'이다. 이 시대의 통일부는 이상보다 전략이 필요하고, 그는 바로 그 균형점에 서 있다.

 

정동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7.25. 연합뉴스
 

언어가 아닌 신뢰로 통일을 말하다

 

정동영 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신뢰 회복'이었다. 그의 첫 기자회견은 인상적이었다.

 

"대화의 문은 닫혀 있지만, 그 문 앞의 조용한 숨소리부터 다시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었다. 그는 남북관계의 본질을 ‘심리적 거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국가'가 아닌 '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야말로 통일을 가로막는 진짜 장벽이었다. 그래서 그의 정책은 '행사'보다 '태도'를 바꾸는 데 집중됐다.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남북연락망 복원 요청 등은 상징적인 제스처로 읽히지만, 사실상 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계였다. 그는 "남과 북은 경쟁하는 민족이 아니라, 분리된 가족"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 표현 속에는 한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한 세대의 간절함이 녹아 있었다. 그는 실무자들에게 자주 말했다.

 

"북한을 바꾸려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언어를 바꾸자."

 

이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도 일맥상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화는 외교가 아니라 경제의 조건이며, 남북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실용의 문제"라고 했다. 정동영은 그 철학을 통일부의 실무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평화가 곧 안보이며, 대화가 곧 실익"이라는 프레임을 국민에게 체화시키려 했다. 이제 남북관계의 회복은 과거처럼 '대규모 이벤트'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교류, 신뢰의 제스처, 그리고 현실적 협력에서 출발한다. 그 믿음은 최근의 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2025년 11월 4일, 그는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는 조의문을 발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 짧은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 의례가 아니다. 냉각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예의와 존중'이라는 평화의 문법을 다시 꺼내 든 행위였다. 그는 그 행위를 통해 '대화는 단절되어도, 존중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보여주었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7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2025.9.19.  연합뉴스

실용과 평화의 동거

 

이재명 정부의 남북정책은 이상과 실용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통일 담론'에 매달리며 현실적 신뢰 구축에 실패했다면, 이 정부는 '평화경제'라는 실질적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중심에 정동영이 있다.

 

그는 "통일은 멀지만, 평화는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평화가 곧 투자 환경이고, 신뢰가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관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적 평화주의'는 정동영의 평화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는 통일부의 행정 구조를 '경제협력 중심부서'로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교류를 촉진하는 차원을 넘어, 남북 공동산업단지, 접경지역의 생태협력, 북미-한반도 연계 물류 네트워크 구상까지 아우른다. 그의 정책은 '이념'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정동영은 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평화를 말할 때, 그것은 도덕이 아니라 전략이다. 평화가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 말은 냉철하지만 진실하다. 그는 평화를 감성의 언어가 아닌 구조의 언어로 다룬다. 그의 눈에는 한반도의 긴장이 곧 국가의 낭비로, 평화는 곧 번영의 시작으로 보인다.

 

비판을 견디는 리더십

 

물론 모든 이가 그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인물의 회귀"라며 비판했고, 또 어떤 이들은 "북한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평화는 언제나 비난 속에서 자란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그가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던 때에도 같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 비판이 오해였음을 증명했다.

 

정동영은 그때도, 지금도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 평화를 위한 대가"라고 말한다. 그의 리더십은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정책적 공격 앞에서 '논리'로 답하고, 모든 정치적 도발 앞에서 '시간'으로 이긴다. 그는 느린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느림은 철저한 계산의 산물이다. 그의 정치에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소란보다 설득, 구호보다 구조."

 

그는 스스로를 '협상의 기술자'라고 부른다. 정치적 명분보다 관계의 지속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통일은 감동적인 사건이 아니라, 조용한 구조의 누적이다. 그는 평화를 ‘계속 가능한 관계의 이름’이라고 정의한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유연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방에 서지 않고, 국익 중심의 균형을 택했다. 그 철학은 통일부에도 그대로 스며 있다. 정동영 장관은 "균형은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북 모두에 신뢰받지 못하면 대화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정책은 '중재'가 아니라 '공존'을 목표로 한다. 그는 남북대화의 중단 상황에서도 북측 대표에게 개인적 메시지를 전하며, 공식 루트가 닫혀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이것은 정치가 아닌 인내의 외교다. 그가 신념처럼 반복하는 말이 있다.

 

"대화는 가능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그를 통해 통일부의 존재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한동안 통일부는 '사라진 부처'로 불릴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잃었다. 그러나 정동영의 복귀 이후, 통일부는 다시 '철학을 가진 부처'로 평가받는다. 그는 조직을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닌 '평화의 플랫폼'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분단의 상징 임진강 철책 부근 일몰 광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정동영 장관의 하루는 길다. 새벽부터 보고서를 읽고, 밤까지 실무자들과 전략회의를 한다. 그는 "통일부는 말로 존재하는 부처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본 정동영 장관의 평화를 향한 태도는 거의 신앙에 가깝다. 그에게 평화는 정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그가 청년 정치인이었을 때, DMZ 철책선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다. 사진 속의 젊은 그는 여전히 지금의 그와 닮아 있다. 조용히 웃으며, 그러나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문은 이미 열렸다. 그 문을 두드리는 손끝에, 정동영이라는 이름이 있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아직 평화를 믿는가?"

 

이재명 정부의 여러 관료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말하고 싶다. 그는 단호하다. 그러나 그의 단호함은 거칠지 않다. 말의 무게를 알고, 신념의 방향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다.

 

정동영 장관의 언어는 언제나 현실을 향한다. 그는 남북 관계를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공존의 문제로 바라보며, 평화를 실천의 목표로 되살려 놓았다. 외교의 수사 속에서 길을 잃은 '통일'이라는 말을 다시 국민의 언어로 되찾은 것이다.

 

그의 단호함은 권력의 오만이 아니라 철학의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흔들리는 정치의 파도 속에서도 그는 늘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방향은 이 민족이 가야 할 길, 즉 냉전의 잔해를 넘어서는 평화의 길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과 통합의 가치 속에서, 정동영 장관은 분명한 '평화의 축'으로 서 있다.

 

그는 정책을 말하는 관료가 아니라 역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지금 이 시기, 가장 확실하게 제 길을 가는 사람은 정동영이다. 그는 말로써 길을 열고, 신념으로 그 길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그 단호함이야말로 오늘의 정치가 가장 배워야 할 품격이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