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 사랑해도 외교는 그를 사랑 안 한다"
유엔 총회 연설로 세계에 작별을 고한 바이든 시대
냉전의 변곡점서 신냉전의 변곡점까지 52년 회고
끝없는 우크라 전쟁, 맹목적 이스라엘 두둔 영속화?
전쟁 없던 세계에서 화염에 휩싸인 세계로의 전환
'바이든 4년'과 진정한 작별은 미대선 결과에 달려
"중동 전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폭탄이 떨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관들은 모든 당사국에 진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불명예스러운 종말을 향해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문제적 대통령직의 역설이다. 바이든은 외교를 사랑할지 모르지만, 외교는 바이든을 사랑하지 않는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월터 러셀 미드)
상황은 더 나아진다?
모든 인간이 시대의 산물은 아니다. 하지만 난세를 만나면 자신에게 익숙한 시대로 회귀하는 경우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랬다. 지나간 시대의 흑백 논리로 난세를 규정하고 되레 더 휘저어놓았다. 그 결과 세계는 더 혼란해졌지만, 본인은 "상황은 더 나아진다"라는 덕담을 남기고 퇴장한다.
4개월 뒤 백악관을 떠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작별을 고했다. 지난 24일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일종의 고별 의식. 바이든은 공직에 몸담았던 52년의 세월이 두 개의 변곡점 사이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29세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던 1972년, 세계가 직면했던 변곡점은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미소 간 핵무기 경쟁 탓에 불확실성이 짙어졌던 냉전의 한복판. 세계는 자본주의-공산주의 진영으로 분열됐고, 중동은 전쟁으로 치달았으며, 미국은 베트남과 전쟁 중이었다.
객관적으로 두 번째 변곡점도 큰 차이가 없다. 유엔 연설 당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에 공습을 퍼부어 수백 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미·중 전략적 경쟁은 세계를 줄 세우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은 "세계가 '중심'을 잡고 있다"고 우겼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중심을 잡을 수 없으며, 세계에 무정부 상태가 만연해 있다"라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1919년 세계에 대한 묘사일 뿐 아니라 2024년에도 유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세계엔 중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심의 실례로 코로나19 극복과 유엔 헌장에 따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보장한 점, 또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에 대한 미국의 사상 최대 투자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여러분도 자리에 연연하지 마라"
연설 24분 동안 유일하게 웃음을 자아낸 말은 "나는 내가 고작 마흔 살로 보인다는 걸 안다"라며 초반에 던진 아재개그였다. 그리곤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지루하게 나열하면서 중심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 7월 대선후보 사퇴 순간을 돌아보는 대목에 유독 박수가 이어졌다. 바이든은 "대통령직을 사랑하지만, 국가를 더 사랑하기에 사퇴 결정을 내렸다"라고 회고했다. 엉뚱하게 좌중의 각국 지도자들에게도 자리에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 세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나오면서 청중은 조용해졌다.
자신이 내린 주요 결정 중에서 우크라 지원을 단연 앞세웠다. "좋은 소식은 우크라 파괴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약화라는 푸틴의 전쟁, 그 핵심 목표가 실패했다는 점'이라고 자평했다. "우크라가 승리할 때까지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크라 전쟁은 세계를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양분한 바이든 시대의 상징이었다. '냉전의 산물'인 그가 냉전시대의 양분된 세계로 회귀한 증거의 하나다.
이날 연설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말은 중동 사태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스라엘군의 '반인도적 범죄' 탓에 4만 1000여 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숨지고, 다시 레바논에서 수백 명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은 "상황이 악화됐지만, 외교적 해결이 여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중동 관련 발언은 늘 2단계론이었다.
작년 10.7 하마스 기습공격의 야만성과 피해를 장황히 늘어놓은 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한껏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확고하게 난 뒤 고려할 사항으로 돌렸다. 미국이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정전 및 포로석방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을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상정된 여러 개의 휴전결의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은 숨겼다. 미국은 그 와중에도 이스라엘에 전쟁자금과 무기를 건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역시 '닥치고 이스라엘 편'이기에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될 미국의 맹목이다.
불바다 속에서도 외교는 가능하다?
가자지구 전쟁에 하마스 원죄론을 지적한 바이든은 레바논 확전에선 헤즈볼라 원죄론을 강조했다. 10.7 뒤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원인으로 든 것. 지난 9월 초까지 이스라엘-헤즈볼라의 교전 9600건 중 이스라엘이 자행한 공격이 7800여 건이었다는 사실(알 자지라)은 가렸다. 그냥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피란을 가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 이스라엘의 호출기 및 휴대폰 폭탄 테러나 무차별 공습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우기니 누가 귀를 기울이겠나.
선 이스라엘 안보, 후 팔레스타인 주민의 안전 주장은 미국 스스로 사태 악화의 책임을 합리화하는 논리일 뿐이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보수 칼럼니스트 미드조차 '바이든 외교의 마술적 사고'라고 꼬집었겠나. 미드는 역사상 어떤 미국 행정부도 이처럼 중동 외교에 전념한 적도, 이처럼 실패한 적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란을 핵 협정에 복귀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새로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추구했지만, 실패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상 선박 공격도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다가 다시 실패했다. "바이든 임기 안에 중동 평화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라는 내부의 목소리도 전했다. 우방국이건 적대국이건 갈수록 미국의 바람과 경고를 모두 무시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들은 자국의 중동 정책이 맹목적이라는 거의 보편적인 글로벌 인식과 싸워야 할 처지가 됐다는 진단이다. '외교에 정통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말은 농담이 된 지 오래다.
군사주의 확대한 '외교 대통령'
기실, 바이든은 세계사의 변곡점에 취임한 게 아니라 자신의 결정으로 변곡점을 열어갔다. 바이든이 취임한 2021년 1월 20일로 시계를 되돌려 보면 자명한 사실이다. 미-러 관계는 관리가 가능했다. 그해 12월 우크라의 나토 불가입을 보장하라는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묵살, 사실상 침공을 유도했다. 2022년 2월 말 침공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가동했다. "오늘의 우크라는 내일의 대만해협"이라는 논리로 동아시아에 군사주의를 강화했다. 중동은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바이든이 세계를 뒤에 두고 떠나는 게 아니라, 세계가 바이든을 뒤에 두고 떠난다." 포린 폴리시 칼럼니스트 마이클 허쉬의 촌평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바이든2 행정부'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들고 있는 2024년 민주당 정강은 모든 공약의 주어가 바이든으로 돼 있다. 해리스는 특히 외교와 관련, 바이든의 말을 그대로 복창하고 있다.
미국과 세계는 트럼프 행정부(2017~2021)의 4년을 에피소드로 돌렸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되레 '바이든의 4년'이 한때의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 바이든은 긴 연설 중 단 한 번 '한국'을 언급했다. 올해 평화적으로 미래를 선택한 나라의 하나로, 가나와 인도에 이어 한국을 언급했다. 그런데 두 차례의 트럼프 암살기도와 트럼프 측이 대선결과 불복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지금, 미국이 다른 나라의 '평화적 선거'를 상찬할 처지인가?
레바논까지 생지옥으로…중동 ‘악의 축’은 이스라엘
삐삐 폭발 테러에 이어진 무차별 폭격과 공습들
피와 죽음 먹고사는 '좀비 국가'가 된 이스라엘
전쟁에서 전쟁으로, 학살에서 학살로 돌려막기
휴전 막지 못해 확전도 못 막게 된 바이든 정부
이스라엘 국내 휴전 요구 시위의 한계와 실패
팔레스타인인 생명에 무관심한 시온주의 실체
세계 평화 위해 네타냐후와 시온주의 막아내야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은 레바논 동남부와 수도 베이루트를 향해서 무려 1600회가 넘는 공습으로 600여 명을 죽이고 사상자 2000여 명을 낳았다. 지상군 침공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에 이어서 레바논까지 생지옥으로 만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앞서 일주일 전에도 이스라엘은 호출기와 무선송출기 폭발 테러의 공격을 통해서 레바논 사회에 심각한 충격과 피해를 줬다.
전자기기 폭발 테러로 인한 레바논의 피해도 (아동과 여성을 포함한) 사망자만 40여 명에 부상자가 4000여 명이었는데 대부분 손이 절단되고 안구가 실명한 피해였다. 레바논의 안과 의사 엘리아스 와라크 박사는 이번에 자신이 치료한 환자 중 60% 이상의 안구를 제거했다고 했다. "25년 동안 진료를 하면서 이번처럼 많은 눈을 제거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해 온 것의 연장이다. 9월 초의 보도에서 <알 자지라>는 1년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주고받은 9600여 건의 군사적 공격 중에 7800여 건은 이스라엘이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상호 충돌로 인한 사망자도 이스라엘은 32명이지만 레바논은 646명이었다. 레바논의 사망자가 20배나 더 많았는데, 최근의 전자기기 폭발 테러와 지난 며칠간의 공습으로 이제 그것은 40배가 됐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레바논의 수도까지 폭격하고 사람들을 죽이면서, 헤즈볼라가 반격하며 로켓과 미사일을 쏘면 '이것을 봐라. 헤즈볼라가 이렇게 우리를 공격할 것 같아서 선제공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기막힌 논리에 따르면 헤즈볼라나 이란은 가만히 앉아서 폭격을 받아들이고 죽어야지만 무고해질 수 있다.
결국, 지금 상황은 '이스라엘은 테러국가'라는 비판을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번에 레바논에 한 것처럼, 이란이나 북한이 서방 국가에 이런 공격을 가했다면 서방 국가들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테러나 선전포고로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네타냐후는 중동전쟁의 시작을 위해 가능한 모든 시도를 다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력한 언론인 <하레츠>에 실린 논평에서 언론인 기드온 레비는 절망감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피에 기반을 둔, 세상에서 유일한 나라에서 살 것인가? 지금 이스라엘의 유일한 비전은 한 전쟁에서 다른 전쟁으로, 한 학살에서 다른 학살로 이동하는 것이다. 피는 연료가 될 수 없고 그런 나라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상황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정부다. 미국 정부가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을 막지 못하면, 이스라엘이 레바논이나 이란으로 전쟁을 확대할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럴 의지와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또 다른 지옥문이 열리게 됐다. 미국의 한 국방부 관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모든 레드라인을 넘은 것에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용기를 얻었고 우리가 '거기 가지 마라'고 했지만 레바논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하마스에 맞선 자위권'이라며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방치하던 미국은, 이번에는 '헤즈볼라에 맞선 자위권'이라며 이스라엘의 확전 시도를 방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는 겉으로는 '휴전하라', '확전하지 말라'고 하면서 여전히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진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는 법이다. 따라서 바이든-해리스는 '휴전하라'라고 하면서 무기를 공급하던 '휴전사기극 시즌1'에서 '확전하지 말라'면서 무기를 공급하는 '휴전사기극 시즌2'로 이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퇴역 장군 이츠하크 브릭은 "미사일, 탄약, 정밀 유도 폭탄, 비행기 등은 모두 미국산이다. 그들이 수도꼭지를 끄는 순간 계속 싸울 수 없다 …. 미국 없이는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무기 금수를 검토조차 하지 않으면서 대량 학살의 공범이 되고 있다.
또한 지금 상황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9월 초에 등장했던 반네타냐후 휴전 요구 시위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그 시위는 수도 텔아비브에서 50만 명, 전국에서 70만 명이 모일 정도로 거대한 운동이었고, 이스라엘의 최대 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며 함께 했다. 하마스에 잡혀간 이스라엘 '인질' 중에서 6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군사적 압박이 인질 구출이 아니라 죽음만 낳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스라엘 시민들은 네타냐후 퇴진과 휴전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을 살포하며 폭력 진압을 했다. 심지어 인질의 가족까지 이스라엘 기마경찰이 짓밟고 나갔다. 처음부터 네타냐후는 '인질'의 생명과 안전에 아무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질’은 대량 학살을 위해 빌미와 허가증 구실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시민들의 요구는 대량 학살에 대한 반대가 아니었다. 가자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보다는 이스라엘 시민들 자신의 안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핵심이었다. 그것은 "그들을(인질들을) 데려오고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돌아가라"와 같은 구호들로 나타났다.
네타냐후는 휴전 요구 시위의 이런 약점과 한계를 파고들었다. 총파업에 '하마스 지지'라는 낙인을 찍어서 공격했고, 법원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내부에서 분열이 벌어지면서 8시간 만에 파업은 종료되고 말았다. 물론 휴전 요구 시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더 커지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대량 학살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레바논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들의 거대한 휴전 요구 시위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시온주의적 합의의 틀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대량 학살은 끝이 없지만, 이렇게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아이들과 아랍 시민들에 대해서 어떤 공감과 연민도 느끼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 지배자들의 시온주의 이데올로기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면서 과거에 시온주의자였던 샘 블루스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라디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의 학교를 폭격해 십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왜 무고한 사람들이 있는 학교를 폭격하냐고 물었다. '하마스는 건물에 숨어 사람들을 방패 삼는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주저하며 다시 묻자 아버지는 흥분하면서 결코 잊지 못 할 말을 했다. '그들이 아니면 우리가 죽는다.'”
"나는 아버지가 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나도 그들에게 신경 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왜 그런지 궁금했다. 나는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이 애초에 무엇을 위해 저항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만 식민화한 것이 아니라 유대주의도 식민화했다."
이것이 정착민 식민주의에 바탕을 둔 시온주의의 문제점이고, 그것은 지난 1년간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를 넘어서 레바논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현재 상황은 이스라엘과 시온주의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1년이 지나도록 '하마스 제거'도 '인질 구출'도 이루지 못했다.
가자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아무런 해법도 출구도 찾지 못한 이스라엘은 이제 또 다른 전쟁과 학살을 통한 절망적 ‘피의 돌려막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서 무의미한 살상만 지속하는 것 말고는 어떤 전략도 없다. 피를 빨아먹지 않으면 죽는 '좀비 국가'가 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나 이란을 향해 '제발 우리와 전쟁하자'라고 애걸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중동전쟁을 막아온 것은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비난해 온 이란과 헤즈볼라의 끝없는 인내심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현실에 가깝다. 하지만 자국민 수천 명이 테러와 공습으로 사상당한 레바논과 헤즈볼라가 이번에도 '인내'할 수 있을까? 중동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막아내야 할 것은 네타냐후와 시온주의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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