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이 정도 상황이면 비상사태 아니냐"
8월 초순에 생긴 녹조, 하순까지 계속... 박창근 현장조사단장 "걱정스럽다"
24.08.24 17:58l최종 업데이트 24.08.24 17:58l
▲ 8월 24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덕곡천의 녹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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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4일 낙동강 남지철교 부근 녹조. 시민이 고무보트를 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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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상황이면 비상사태 아니냐."
8월 초순에 생겼던 낙동강 녹조가 하순까지 계속 창궐하는 속에, 최근 현장 조사를 벌인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 겸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2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동안 환경활동가‧전문가들과 함께 '2024 낙동강 비질란테 현장조사단' 단장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내용은 현재 분석 과정에 있고, 결과 발표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23일과 24일에도 낙동강 곳곳에 녹조가 창궐했다.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하류 쪽에 있는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구간이 특히 심했다. 현장을 살펴본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금 낙동강은 녹조가 생겨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곳곳에 발생해 있다"라고 말했다.
적포교, 박진교, 남지철교 부근 뿐만 아니라 합천창녕보 상류 어부선착장, 덕곡천, 우곡교 주변, 대구달성국가산업단지 취수장 등 곳곳에 녹조가 창궐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녹조 사체가 덩어리를 이뤄 마치 유화를 그려놓은 듯한 상황까지 보이고 있다.
곽상수 대표는 "어제와 오늘 현장을 둘러보니 합천창녕보 구간에서 녹조가 상당히 심하다"라며 "두 곳 보는 관리수위보다 약간 아래 단계에서 수위를 유지하며 물을 조금씩 방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4일 합천창녕보(관리수위 10.5m)과 창녕함안보(5m)는 1개의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있으며, 수위는 각각 9.0m와 4.6m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곽상수 대표는 이날 창녕 남지철교 주변에서 고무보트를 타며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 8월 24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녹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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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4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녹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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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독성 물질이 알갱이 형태로 날아다닌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으로 구성된 현장조사단은 지난 19일 조사에 나서면서 "낙동강에서 반복되는 대규모 녹조 창궐을 낙동강의 눈물이라 본다. 또 인간의 결정 행위에 따른 치명적 저주라고도 보고 있다. 흐르지 못해 비명 짓는 낙동강의 처절한 울부짖음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들은 낙동강 녹조라떼가 4대강사업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녹조 발생 심화 원인은 체류시간 증가에 따른 녹조 창궐 가속이라는 것이다. 높은 수온과 영양염류에다 본류 구간 8개 보로 인해 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녹조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감사원의 "낙동강 체류시간 분석"(2018년)을 보면 4대강사업 이전에는 8.6일이었으마 이후에는 100일로, 무려 1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녹도의 유해남세균이 내뿜는 녹소가 시아노톡신(Cyanotoxin)으로, 간 독성과 신경독성, 뇌 질환 유발 등 여러 유해성을 지니고 있으며, 미량에서도 생식독성이 발현되기에 미국, 프랑스 등에서 기준 강화 추세라는 것이다.
낙동강 현장 조사를 벌인 박창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는 녹조가 섞인 물을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치기에 수돗물은 안전하다라고 한다"라며 "아무리 정수시설을 통해 깨끗하게 해도 인간사회에서 100%라는 게 없다. 고도정수처리를 한다고 해도 녹조독성을 다 걸러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허용치를 둘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과학적으로 독성을 100% 제거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때 미국 이리호(Lake Erie)의 녹조현상으로 먹는 물 공급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녹조독성이 공기 중에도 '에어로졸' 형태로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성 물질이 알갱이 형태로 날아다닌다. 그래서 녹조가 발생한 강이나 강 주변에서 활동은 조심해야 한다"라며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한테는 더 걱정이다.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으니 정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에 강물에서 노는 사람들이 많다. 더우니까 녹색을 띤 강물 안이거나 주변에서 노는 것이다. 유원지나 친수공간이 사람들이 많은데 걱정이다"라며 "특히 교량 밑은 그늘이고 해서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분다는 말은 녹조 알갱이가 더 많이 퍼진다는 말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상황을 설명한 박창근 교수는 "정말 위험한 상황인데 이대로 둔다는 게 맞느냐"라며 "그래서 생각한 게 이 정도 상황이면 비상사태 아니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농수로를 통해 녹조 섞인 물이 벼논으로 들어가는 형상에 대해, 박 교수는 "최근 낙동강 주변 여러 논의 농수로에 엄청나게 녹조가 섞인 물이 들어가는 현장을 목격했다"라며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벼논 바닥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고, 그런 물로 재배한 쌀과 채소가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비상상황이니 정부가 거기에 걸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발생했다는 가정 하에 정책을 펴는 게 올바르다"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녹조 독성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말해 왔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는 앵무새처럼 '이상없다'고만 한다"라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국민들한테 손씻기 등 예방 조치를 했고,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산사태경보를 하며, 하천변에 가지 말라고 안내를 한다"라며 "그렇게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녹조가 위험한데 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냐. 환경부는 녹조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2일 오후 3시를 기해 낙동강 칠서, 물금매리 지점에 대해 조류경보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두 지점은 지난 12일과 19일 유해남조류가 2만 613~10만 6191세포/㎖ 발생했다.
조류경보제 '경계'가 발령되면 주변 오염원 단속이 강화되고, 특히 수상스키와 수영, 낚시, 취사 등 활동의 자제를 권고하며, 어패류 어획 식용과 가축 방목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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