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_2024년 7월 27일(토) 오후 4시 평택미군기지 캠프험프리스
"전쟁 강요하는 패권 동맹으론 민주주의, 평화 실현 못해"
정전협정 71년, 7.27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대회..."평화주권자로서 단호히 싸울 것"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4.07.28 00:01
- 수정 2024.07.28 16:13
'한국전쟁의 중단'과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을 목적으로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발효 71년이 되도록 한반도는 전쟁중단이나 평화적 해결은 고사하고 더욱 심각한 핵전쟁의 위기앞에 노출되어 있다.
3년의 전쟁 이후 지난 70여 년간 '전쟁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정전협정에 명시된 3개월내 외국군대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정전협정 체결의 일방 당사자인 미국이 패권전략 실현을 위해 한반도를 냉전대결의 최전선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전협정 체결 71년을 맞는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일대에서 △이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한미연습군사연습 중단하고 평화협정체결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진 것도 이런 심각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경기, 평택을 비롯한 평화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7.27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원회'(7.27평화행동추진위)와 약 400여 종교·시민사회 단체가 망라된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의장 이홍정, 평화연대)는 27일 오후 4시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를 둘러싸는 평화행진과 평화대회를 개최했다.
평화연대와 경기, 평택, 충청 지역 참가자, 대학생과 노동자를 비롯한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송화교차로에 집결한 뒤 오후 4시부터 캠프 험프리스 출입구인 안정리게이트와 워킹게이트, 윤게이트를 거쳐 한미연합군사령부 앞까지 1시간 동안 구호를 외치고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평화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철조망 건너편으로 한미연합사가 웅장한 자태로 서있는 부지 바깥 일차선 도로 위.
캠프 험프리스는 지난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UNC)가 들어온데 이어 2022년 11월 한미연합사가 이전을 마무리한 세계 최대규모의 미군 해외기지. 지난해 말 현재 확인된 부지 규모만14.677㎢(약 440만평)이다.
무엇보다 인근 평택 해군기지와 직접 연결되는 전용 철도가 부대까지 부설되어 있어 오산 공군기지와 연계할 경우 항공기와 선박, 철도까지 통합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병력과 자원의 증원과 집결, 이동이 훨씬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캠프 험프리스에 수십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포대를 배치해 두고 '대북억지력'을 언급하지만, 이곳이 고고도종말단계방어체계인 성주 사드(THAAD) 포대 배치와 연계해 전략 경쟁국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미국의 최전방 전초기지라는 건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니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한국방위에 그치지 않고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으로 성격이 바뀐지 오래이고, 지금 미국은 동북아 패권전략의 핵심으로 일본까지 가담시키는 유엔사 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곳엔 현재 주한미군 주력인 미8군, 미 제2 보병사단 본부를 비롯해 총 50개 부대가 주둔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사는 한 건물을 사용하고 한미연합사는 바로 옆에 수원화성을 본뜬 건물을 만들어 따로 사용한다.
전시에 한미연합군의 최고사령관을 맡게 되는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은 미 육군대장인 폴 러카메라(Paul Joseph LaCamera)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한다. 그는 유엔사 사령관까지 총 3개의 사령관을 겸한다.
미국의 동북아전략 실현은 캠프 험프리스내에 있는 3개 사령부의 사령관을 겸직하는 그에게 맡겨진 임무이다.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전시작전통수권을 움켜쥐고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 미국의 다국적 군대인 가짜 유엔사를 통제하며 신식민주의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신의 국익을 위해 벌이는 전쟁에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광범위하게 동원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윤석열정권은 북핵억제와 군사안보를 명분으로 미국이 패권통치를 위해 수행하는 전쟁전략의 속국으로, 다영역 군사작전기지로 전락시켰다는 것.
이어 "전쟁을 통해 일극 패권을 유지해 온 미국이 주한미군을 중심으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를 통합하며 동맹세력과 펼치는 적대적 공격적 억제전략은 한반도에 핵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하면서 "최근 한미 정상이 발표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따라 무분별한 미 핵전략자산의 상시전개가 이루어지면 대한민국 내의 모든 기지는 전쟁수행 기지인 동시에 공격 목표물이 되어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한미가 합의한 핵작전시나리오를 숙달하겠다고 한 발표대로라면 8월 중순 예정인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쉴드'에는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 등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다수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사소한 충돌만으로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한반도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미국을 몰아내고 자주를 실행하는 것, 미국의 전쟁 첨병노릇을 하는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것이 바로 평화와 민생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지키는 길임을 인식하고 반미반전 윤석열정권 퇴진을 위해 민주노총이 더욱 앞장서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종철 6.15경기본부 상임대표는 "남북관계를 파탄 낸 윤석열정권은 지금까지 남북 정상이 일궈온 모든 평화의 노력을 '상대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고 폄훼하면서 오직 '힘에 의한 평화'만을 신봉하며 한순간에 이 나라를 미중 패권 전쟁터의 최전선으로 만드는 바보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며 "오직 전쟁만을 위해 존재하는 미군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를 지켜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이제 깨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정부가 말하는 자유의 북진정책은 힘의 대결을 통한 흡수통일의 다른 표현이며 전쟁에 나서겠다는 도발적 선동"이라고 하면서 "이 위태롭고 비극적인 상황을 하루 빨리 끝내기 위해 전쟁광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그 민중의 힘으로 71년을 기다려온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완성시키자"고 말했다.
또 "주변 나라의 정세가 어떻게 바뀌든 한반도의 평화를 확고히 지킬 수 있도록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의 힘을 키우고 낡은 동맹체제를 벗어나 자주적 역량으로 항구적 평화체제를 가져오자"고 강조했다.
캠프 험프리스 확장 이전 과정에 삶의 터전을 강제 편입당한 대추리마을 이장인 신종원 평택평화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그곳에 살던 농민들이 계속 내쫓긴 참혹한 상황을 설명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대추리 땅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학수고대하는 것은 미군기지가 이땅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그것을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미8군사령부, 2018년 6월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하면서 팽성읍 대추리 전역과 도두리 농지 4분의 3이 기지에 편입되었다. 당시 확장 이전 비용만 107억 달러(약 12조원)이 들었는데 한국 정부가 부담한 비용이 98억달러(약 11조원)이다.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여대지회장은 "학점과 월세 고민에 바쁘고 취업준비도 벅찬 요즘 대학생들의 고민은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이라며, "평화의 무게를 모르는 무책임한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 규탄과 경고는 이미 많이 한 것 같으니 이제 내려오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전71년 7.27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대회'는 철조망 뒤로 한미연합사 건물 등이 보이는 인근 작은 도로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평화선언문을 통해 "한반도 당사자의 뜻보다 미국의 패권 이익과 전쟁세력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현재의 동맹체제속에서는 민주주의도, 생존권도, 평화도, 남북화해협력도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땅의 평화주권자로서 전쟁을 강요하는 모든 패권정책과 강력한 냉전 분단체제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주양심수후원회는 '7.27 성명'을 발표해 "전쟁동맹인 한미동맹이 조국반도를 일촉즉발의 핵전쟁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미군기지와 오산, 군산, 대구와 제주의 미군기지로 인해 대한민국은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대리전 전쟁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미군을 몰아내야만 미군의 전쟁기지인 대한민국을 전쟁 파괴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이 땅은 미군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정전협정 체결 71년이 되었다. 1953년 정전협정에서는 3개월내 외국군대의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할 것을 규정하였으나, 7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화협정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한반도의 전쟁체제, 분단체제는 맹렬한 위력을 떨치며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주권 실현을 걸음걸음 가로막고 있다.
오늘날 윤석열 정부 역시 평화협정 체결을 향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커녕 접경지역에서의 충돌을 조장하고 있으며,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선봉장이 되어 한반도를 패권 전쟁의 최 전선으로 밀어 넣고 있다.
지난 70여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은, 냉전체제의 유지를 위해 북을 적으로 삼아 전쟁정책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힘을 통한 평화’ 정책 역시 북의 반발을 불러오고 한반도 전쟁위기만을 격화시킬 뿐, 결코 평화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대결만 강요하는 낡은 패권정책, 상대방을 말살하고 말겠다는 적대정책을 버리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라!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며 확장한 평택 미군기지를 거점으로, 주한미군은 이제 그 활동범위를 남중국해 일대까지 넓히고 있으며,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휩쓸려 가고 있다. 한미연합사도 모자라 한미일 군사협력체계, 재활성화된 가짜 ‘유엔사’를 통해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핵작전 공동지침’ 을 합의하여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군을 동원하고 지속적인 핵전략자산을 투입하는 등 한반도 핵전쟁위기 역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평택을 비롯한 이 땅 곳곳에 세균전 실험실이, 사드 발사대가,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전쟁훈련장이 들어서고 있다. 미국에 넘어간 전시작전통제권과 기지, 훈련장들을 되찾기는 커녕, 미군 범죄의 처벌, 기지 오염 정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거의 매년 진행되는 세계 최대규모의 군사훈련으로 인한 여러 피해와 생태 파괴는 감시도, 가늠도 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이 부담해야 할 막대한 주둔 비용마저 특별협정을 체결해 우리 혈세로 부담하고 있다.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결코 아니다!
우리 땅, 우리 주권, 우리 평화를 우리 힘으로 되찾자!
한반도 당사자의 뜻보다 미국의 패권이익과 전쟁세력의 이해관계가 우선시 되는 현재의 동맹 체제속에서는 민주주의도, 생존권도, 평화도, 남북 화해협력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
70여년간 이어져 온 전쟁과 냉전 대결체제, 망국적인 한미동맹 체제에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우리는 이 땅의 평화주권자로서, 전쟁을 강요하는 모든 패권정책과 강력한 냉전분단체제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다.
오늘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의 평화행동을 시작으로, 각계와 함께 손잡고 행동하여 마침내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우리의 주권을 반드시 되찾고 말 것이다.
2024년 7월 27일
7.27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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