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 지난 이념에 포획돼 세계질서 왜곡한다"
21세기에 20세기 냉전잣대로 미국‧서방은 '선'
북‧중‧러‧이란은 '악' 취급, 진영대립 생성·격화
중‧러 정치‧경제 체제의 중요 세부 요소 간과
아시아·동유럽·글로벌사우스 제도적 성숙 방해
"한때 난공불락이었던 20세기의 거인은 과거의 철 지난 패러다임에 인질이 되어 여전히 미국의 국내‧외 정책을 만들면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권위는 훼손되고 있다. 미국의 인구 구성이 바뀌고 나머지 세계도 발전하고 현대화되고 새로운 냉전 후(post-Cold War) 현실에 적응하고 있지만, 미국 기성 정치권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인 향수에 집착하고 있다."

'20세기 거인' 미국, 철 지난 이념에 인질
"적대적 경쟁과 불변의 제로섬 게임 집착"
워싱턴D.C. 소재 미국 싱크 탱크인 국제정책센터(CIP) 선임 연구원이자 미 조지메이슨대 부교수인 조안나 로즈페도프스키는 '미국 외교정책은 역사의 포로인가?'란 15일 자 <모던 디플로머시> 기고에서 "21세기 들어 20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기성 정치권은 아직도 한때 미국을 글로벌 지배의 정점으로 끌어 올렸던 역사적 서사에 도취해 있다"라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그의 이런 진단은 미국과 소련이란 두 초강대국의 대결로 상징되는 냉전이 종식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여전히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프리즘'을 통해 세계를 본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최대 문제는 중국의 부상 및 영향력 확대와 러시아의 부활을 저지하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역동적인 오늘날의 국제질서와 경제·사회·정치 발전의 다면적, 다극적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게 로즈페도프스키의 견해다.
특히 동유럽권과 글로벌사우스(저소득국‧저개발국)는 이 기간에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는 한편, 시장경제 모델을 수용하고 일부는 자유주의로 이념의 세대교체를 거친 것을 미국이 직접 목격하고도 국제관계를 "적대적 경쟁과 불변의 제로섬 게임"이란 틀에 가두고자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밑에는 소련 해체와 더불어 '소련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고 중국은 이념적, 군사적으로 서방에 대항하는 '소련의 당연한 계승자'란 인식이 깔려 있다고 봤다.

"이념적 딱지만으론 복잡한 현실 포착 못해"
중‧러 정치‧경제 체제의 중요 세부 요소 간과
로즈페도프스키는 "미국은 지금도 냉전 시대의 왜곡된 '이분법 프리즘'과 유감스러운 '...주의'를 통해 글로벌 사건들을 해석한다"며 "파시즘, 나치주의, 스탈린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같은 용어들은 적들을 묘사하는데 자주 소환되지만, 이런 딱지만으론 오늘날 지정학적 역학관계의 복잡한 현실을 포착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미국민 현실 인식 왜곡으로 이어진다.
그는 "러시아를 푸틴주의 관점에서, 중국을 시진핑의 단일한 일차원적 권위주의 관점에서 피상적으로 묘사하는 건 양국의 정치, 경제 체제의 중요한 세부 요소들을 간과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와 세계 경제로의 통합은 냉전 사고로는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도전과 기회"를 모두 제공하며, 러시아의 행동을 소련 스타일의 팽창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러시아의 명백한 안보 우려와 동기, 전략적 목적을 무시하는 처사로 그는 풀이했다.
그 결과, 서방 대중은 지배욕이 강한 푸틴의 '신(新) 러시아화'(neo-russification) 정책에 따라 러시아군이 옛 소련권 국가로 진격하고 유럽 전역의 안보와 질서를 위협할 것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 로즈페도프스키는 작년 8월 르몽드 디폴로마티크 기고에서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이런 생각을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일축하고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체의 병합을 원한다는 증거가 없고, 설사 원한다고 해도 그 목표를 달성할 군사적 역량이 없다고 했던 주장을 소개했다.

"민주적인 우리"와 "권위주의적 그들" 대비
미국‧서방은 '선'…북‧중‧러‧이란은 '악' 취급
미국의 이분법적 냉전 사고의 대표적 사례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웬디 셔먼이 소환됐다. 지난해 2월 당시 셔먼 부장관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재편 시도를 한다고 보고 민주주의 가치 수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국제 체제를 "민주적인 우리"와 "권위주의적 그들"로 대비시켰다. '민주적인 우리'는 미국과 서방 동맹국을, '권위주의적 그들'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글로벌 환경과 흐름이 냉전 시대완 많이 달라졌다는 게 로즈페도프스키의 생각이다. 미국과 서방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선 대체로 "한때 20세기를 규정했던 이념 투쟁들"을 초월했다. 그 결과, 아시아, 유럽,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 발전, 기술혁신, 지역 협력 등을 통해 생활 수준 향상에 집중하고 있으며, 신세대들은 세계화, 자유화, 제도 개혁을 수용해왔다.
로즈페도프스키는 "동남아 국가들은 이념 충돌보다 경제 성장과 지역 안정을 우선시한다"라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1.8조 달러에서 2021년 3.2조 달러로 급증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인용했다. 그는 "대다수 동유럽 국가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무역과 투자 증대에 힘입어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폴란드의 GDP는 1990년 약 650억 달러에서 2023년 8110억 달러를 넘었고, 헝가리의 GDP는 같은 기간 1400억 달러 증가했으며, 체코는 1991년 약 298억 달러에서 2023년 3330억 달러를 넘어셨다.

미국‧서방 외 세계, 20세기 이념 투쟁 초월
"동남아, 이념보다 경제 성장‧지역 안정 우선"
로즈페도프스키는 "한때 극도로 이념적이었던 아시아와 동유럽권의 글로벌 공공정책의 우선순위가 변화하고 경제 발전을 열망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역사적 불만을 소환하고 영구화하는 데 여념이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자를 과거 전체주의 정권에 비유하는 서사를 널리 퍼뜨리는 것은 이들 지역에서 제도의 성숙과 생산적 대화를 방해하고, 글로벌 현실과 갈수록 동떨어지는 미국 예외주의 정서를 영구화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 그 동맹국들을 "갈수록 호전적인 서방의 적들"로 묘사하는 것은 "같은 마음의 동맹국들끼리" 뭉치게 만들고 양 진영의 대립을 격화시키면서 세계를 그 어느 때보다 핵 대결에 근접하게 만들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이런 서사가 미국의 외교 정책을 외교적 관여보다 군사적 개입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로즈페도프스키는 "미 외교정책의 군사주의 역시 역사적 공포와 적대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심지어 그것들을 대만, 북극, 우주 같은 잠정적 무력 대결의 새로운 전장들로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적 관여보다 군사적 해법 강조는 미국이 다자 기구나 협력을 통해 지금의 도전을 극복하기보단 20세기의 부끄러운 과거를 연상시키는 물리적 충돌을 준비 중이란 인식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로즈페도프스키 "미국, 세계관 재구성해야"
미국에 유리한 '역사 남용 행위' 강력 비판
'적들'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그는 △ 적들의 정권은 위험한 동시에 부서지기 쉽다 △ 그들의 말은 신뢰할 수 없다 △ 그들은 히틀러의 화신과 같은 지도자를 가진 나치다 등 세 가지 포인트로 요약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계속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언도 곁들였다. 첫째는 미국의 세계관 재구성이다. 현 세계 질서의 다극적 성격을 인정하고 강대국 경쟁 패러다임을 넘어서라는 주문이다. 다른 나라가 협력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제재와 관세 등 처벌이나 천박한 외교적 약속과 협박성 수사를 삼가라고 했다.
둘째는 분석과 정책 처방의 통합이다. 유아독존의 워싱턴D.C. 서클을 넘어서 국내외의 광범위한 목소리들을 수용하고 특히 급격한 현대화를 경험한 나라의 경제, 안보 이익 고려를 포함하고 추격자들의 특수한 안보 우려도 유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셋째는 "우리 대 그들"의 이분법 폐기다. 상대방을 다음(next) 마오쩌둥, 히틀러, 스탈린 등으로 규정하는 공포증 전술은 정교한 분석과 외교적 해법을 방해하는 등 역효과를 낳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접근법은 특히 비동맹인 글로벌 사우스를 비롯해 잠재적 동맹국을 소외시키고 미국 정책들에 대한 글로벌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로즈페도프스키는 "미국이 21세기에도 영원히 물질적, 이념적 강대국으로 남기 위해선 공포 제조를 단념하고 현실 인식을 재조정하고 미국에 유리하게 역사를 남용하는 행위를 단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우방과 적 모두에 오픈 마인드 필요"
군사주의, 미국 헌법 질서의 기본구조 손상
끝으로 군사주의보다 외교와 다자 관여이다. 군사적 개입에서 외교적 관여로 외교정책의 초점을 이동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미국은 국제협력, 다자 분쟁 해결, 경제 발전을 외교정책의 주된 수단으로 우선시해야 한다"며 "군사주의를 하나의 외교정책으로 격상하는 건 국내‧외에서 군사주의를 부르고 바로 미국 헌법 질서의 기본구조를 망가뜨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로즈페도프스키는 "힘은 옳다"는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동체와 인간의 열망을 정확히 반영한 새로운 21세기 비전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그래야 미국은 한때 싸우고 이겼지만, 지금은 화석화된 이념 투쟁에서 해방될 수 있다"며 "미국은 우방과 적 모두를 향해 전향적 사고, 오픈 마인드, 그리고 민첩한 태도를 배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즈페도프스키는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이자 역사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이 1930년대에 자신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미국은 선하기에 위대하다. 그래서 미국이 선하기를 그친다면, 위대함도 그칠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끝을 맺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미국 이념 경직 보여줘…중단해야"
'민주 대 독재' 프레임 비판…이념적 개방성 촉구
미국, 냉전 이후 '불관용' 강화…인권 남용 비판
중국, 미국의 패권과 이념적 강압에 반대하는
문화·정치·이념의 다양성 수호자로 포장 시도
프리드먼 "미국, 중·러보다 이념적으로 더 경직"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전혀 진전 없어
미국, 참가국에 시장 접근 확대도 제시 안 해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을 더는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이란 프레임에 가두지 말라. 그래야 미국은 더욱 유연해질 수 있다. 그것은 두 나라를 이기기 위한 '글로벌 연합'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러미 프리드먼 부교수(기업·정부·국제경제 담당) 는 '포용적 동맹 옹호'란 17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바이든,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중단하라"
미·중·경쟁, '민주주의 대 독재' 프레임 비판
그러면서 프리드먼은 미국에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개최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으며, 대통령으로 취임한 2021년 12월 미국이 1차 회의를 주재했으며, 올해 3월에는 한국이 3차 회의를 주재했다.
개최 반대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 정부 관리들이 독재적 파트너들은 존중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고, 미국이 어느 나라가 민주주의인지 따지는 과정에서 위선적이란 비난을 받게 된다"며 "최종 결과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같은 비민주적 동맹국들이 떠나가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 글에서 프리드먼은 철저히 미국인의 관점에서 중·러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뭣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합체'를 구축해야 하며, 그러려면 민주주의란 잣대를 너무 엄격히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른바 서방 동맹국 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의 "결함 있는 민주주의" 정권이나 "독재" 정권과도 연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념 경직성, 냉전 승리 잘못 해석 탓
냉전 종식 후 '불관용' 강화…인권 남용 비판
그는 "미국은 자신과는 다른, 결함 있는 지도자와 체제에 대한 관용을 다시 배워야 한다"며 "이는 20세기에 했듯이 잔혹한 독재를 지지하라는 뜻이 아니라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튀르키예 같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념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이념적 개방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이념적 경직성에 빠진 까닭을 냉전 승리의 요인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됐다는 게 프리드먼의 생각이다. 미국은 냉전 승리를 통해 계획경제의 획일적 공산주의 체제인 소련과의 냉전에서 자유시장, 자유 선거를 보장한 자본주의 체제의 이념적 우월성이 입증됐다고 단정지으면서 그 밖의 접근법에 대해선 불관용적이 됐으며, 여기에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패권이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그는 "냉전 결과에 중요했던 것은 미국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가졌을 뿐 아니라, 소련보다 이념적으로 더 유연했다는 점이다"라면서 "그런 개방성 덕택에 미국은 동맹을 육성하고 해외의 지지자를 얻고 국내에서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태생적으로 불관용적이었던 소련 공산당은 "복종과 충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사고의 다양성"을 자산보단 부채로 여기는 한편 엄격한 이념적 경직성을 고수하면서 '중국 소외' 등 사회주의권 분열을 초래한 것이 냉전 패배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고 프리드먼은 봤다.
그러나 소련 붕괴에 따른 냉전 종식 이후 더 안전해진 미국은 빠르게 경직되기 시작했다. 냉전 승리의 교훈을 잊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미국은 동맹국들에 훨씬 더 까다롭게 굴었다. 더는 잔혹한 반공 독재의 지지가 필요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신보수주의(네오콘)가 미국 외교정책을 인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미국의 패권과 이념적 강압에 반대하는
문화·정치·이념의 다양성 수호자로 포장 시도
프리드먼에 따르면, 미국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자 튀르키예 같은 동맹국의 인권 남용을 점점 더 비판했다. 미국은 한때 민주주의와 자유 기업을 강조하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젠 종교의 자유, 소수자(LGBTQ) 인권, 페미니즘과 같은 "미국의 가치들"을 수출함으로써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오랜 우방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금 이들 개도국이 미·중 전략경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더 경직돼 있다"는 게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프리드먼은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전통 가치의 수호자로 포장하고,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을 서구의 '워크니스'(wokeness)에 반대하는 지도자로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크'는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인종, 젠더, 문화 등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이른바 '깨어 있는' '계몽된' 사람들을 말하며, 보수 진영에선 나쁜 의미로 쓰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본래 다른 나라의 공산당과의 교류를 맡았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국은 급속히 확장돼 그 밖의 다른 정당들과도 교류를 하고 있으며, 2017년을 시작으로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의 '세계정당대회'를 베이징에서 개최했다. 프리드먼은 "여기서 중국은 자국 시스템의 도입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미국의 패권과 이념적 강압에 반대하는 '다원주의와 관용'을 전파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23년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발표한 '글로벌 문명 구상'(GCI)이다. 중국을 문화적, 정치적, 이념적 다양성의 수호자로 꾸미려는 작업으로 '유연성'을 중국의 브랜드로 삼고자 노력한다고 볼 수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전혀 진전 없어
미국, 참가국에 시장 접근 확대도 제시 안 해
프리드먼이 보기에 자유무역협정(FTA)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대외 관계들을 다지는데 핵심적이지만, 미국의 이념적 경직성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이 기후변화 대처와 베트남 독립노조 지지에 과도한 비중을 둔 탓에 실패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미국이 참가국들을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몰아붙이면서도, 그 대가로 시장 접근 확대조차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전이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프리드먼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FTA를 체결하거나 거기에 가담해야 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프리드먼은 "바이든 행정부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사우디 같은 노골적인 독재 체제와 생산적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그의 말과 행동을 보고 다수의 외국 지도자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지지에 대한 신뢰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공약의 확고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수의 미국 파트너들은 "매우 억압적"이긴 하지만, "중·러가 세계 질서를 뒤엎지 못하게 하려면, 서방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국제적 국경과 국제법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파트너들의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잠재적 동맹국의 숫자는 줄어들고 그들을 경쟁자들의 품으로 밀어 넣은 위험성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냉전 승리를 도운 이념적 유연성을 재발견해야 한다'는 부제가 그의 주장을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와의 '이념적 대결 구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함께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가기 보단, 미국이 그런 대결 구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독재 정권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문을 프리드먼 부교수가 '이념적 유연성'으로 포장하는 대목에서 철저히 미국 국익 중심의 관점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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