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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이스라엘 공격에 세상 떠난 엄마...나흘 만에 결국 엄마 곁으로

by 무궁화9719 2024. 4. 27.
 

죽은 산모에서 태어난 1.6㎏ 기적... 나흘 만에 결국 엄마 곁으로

입력 2024.04.27 10:00

30주에 태어난 미숙아 결국 사망
엄마 치명상 입고 응급 제왕절개
일가족 모두 사망 "부모 곁으로"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상을 입은 엄마 뱃속에서 기적처럼 태어났던 사브린 알루 알 셰이크. 1.6㎏ 미숙아로 세상 빛을 봤지만, 4일 간의 세상 여행을 마치고 먼저 사망한 부모님 곁으로 갔다. 라파=AFP 연합뉴스

 

죽은 엄마 뱃속에서 힘겹게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기적은 단 4일만 허락됐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치명상을 입은 산모에서 태어난 미숙아, 엄마의 이름을 딴 '사브린'이란 이름으로 짧은 시간을 살았던 아기가 나흘 만에 결국 숨졌다 .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임신 30주이던 산모에게서 태어난 여자 아기 사브린 알루가 전날 가자지구 라파에 있는 에미리트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 병원 응급 신생아실 책임자 무함마드 살라마는 "호흡기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가 태어났고, 면역 체계가 매우 약해 결국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아기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라파의 피란민이던 아기 엄마 사브린 알사카니는 지난 21일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머리와 복부 등에 부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로 라파의 쿠웨이트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알사카니의 남편과 큰 딸(3) 등 일가족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뒤였다.

 

아기가 태어났을 당시 몸무게는 1.4㎏였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는 듯 보여 '기적'이라 여겨졌다. 엄마를 따라 '사브린'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남은 가족들은 아기의 시신을 아빠 슈크리의 무덤에 함께 묻었다고 했다. 삼촌 라미 알셰이크는 "내 형제, 조카, 우리 가족 모두 사라졌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전쟁 200일…주검‧기근‧질병‧공포‧폐허로 뒤덮인 가자

 
  • 국제
  • 입력 2024.04.24 16:05
  • 수정 2024.04.24 18:01

"탱크 포격, 전투기 폭격이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 200일 맞아 무자비한 공격 재개
팔 사망자 3만4183명, 72%가 여성‧어린이
주민 110만 명, 굶주림과 극심한 영양실조
주택 62% 파괴‧훼손…강제 난민 195만 명

가자 전쟁 200일째인 23일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전역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3월 10일~ 4월 8일)에 가자에서 대부분의 전투 병력을 일시 철수하고 군사 공격을 자제해왔으나, 이날 다시 대규모 공습과 포격을 단행했다.

 

팔레스타인 가자 중부의 누세이라트 난민촌에 이스라엘군이 폭격을 가한 이후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 2024. 04. 23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개전 200일 맞아 가자 공격 재개

"탱크 포격, 전투기 폭격이 멈추지 않았다"

 

로이터와 알자지라,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피란민 밀집 지역인 라파를 비롯한 가자 전역에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해 몇 주 만에 가장 강도 높은 군사 공격에 나섰다. 베이트 하눈 등 가자 북부에는 넉 달 만에 탱크가 재진입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포격이 거의 24시간 내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로 인해 라파에선 한 가족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으며,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선 4명이 사망했다.

 

가자 중부 자이툰 인근에 사는 여섯 자녀의 엄마인 움 무함마드(53) 씨는 로이터 통신에 "탱크 (포격)와 전투기 폭격이 멈추지 않았다. 계속 집이 흔들렸고 나는 아이들, 여동생들과 함께 살려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가자 주민 230만 명의 약 85%가 강제 난민으로 전락했고, 개전 초기 피란했던 주민 등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가자 최남단 이집트 접경지역인 라파에 몰려 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유월절(유대민족의 출애굽 기념 명절, 4월 22∼30일) 연설을 통해 가자 군사 공격 재개를 예고했다. 네타냐후는 "며칠 안에 우리는 하마스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인질 구출과 승리 쟁취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하마스를 고통스럽게 타격할 것이다.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을 쏘며 저항하고 있다. 하마스 군사 부문 대변인인 아부 우베이다는 알자지라를 통한 영상 메시지에서 모든 전선에서 확전에 나서자고 촉구한 뒤 이달 초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에 '찬사'를 보냈다.

 

개전 200일째인 23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척 슈머 상원의원 사저 인근에서 시민들이 가자에서의 영구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04. 23 [AP=연합뉴스]
 

팔 사망자 3만4183명, 72%가 여성‧어린이

"10분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쳐"

 

작년 10‧7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란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동안 이스라엘 보복 군사 공격은 그 규모는 물론, 무차별‧무자비하다는 측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가자 보건부의 23일 자 최신 집계를 인용한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개전 후 200일간 이스라엘 군사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는 최소 3만4183명이다. 이 중 약 72%가 여성과 어린이다. 또한 7만7084명이 부상하고 7000명이 실종된 상태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22일 가자에선 "10분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전쟁 시기 공습에 의한 희생자 실태를 추적하는 런던 소재 비영리 기구인 '에어워즈'의 에밀 트립 국장은 "우리는 200일 동안 전례 없는 규모의 죽음을 목도했다"며 "우리는 지금 이라크와 시리아 내의 ISIS(이슬람국가)를 상대로 했던 미국과 동맹국의 8년 군사 작전 때보다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더 많은 사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 남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잔혹했던 하마스의 10‧7 공격으로 약 240명이 인질로 억류됐고, 1139명이 살해됐다.

 

이스라엘군의 쉼 없는 폭격과 지상 공격 탓에 가자 전역의 거주지 대부분이 쑥대밭이 됐다. 가자 공보부에 따르면, 200일 동안 적어도 7만5000t의 폭발물이 가자에 투하됐다. 거의 주택 9만 채가 파괴됐고, 약 30만 채가 훼손됐다. 최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 내 모든 주택의 62%가 훼손 또는 파괴됐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발표된 세계은행과 유엔 보고서는 개전 이후 첫 4개월간 핵심 인프라 훼손 비용만도 185억 달러(약 25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자 최남단 국경 도시 라파에 조성된 강제 난민을 위한 텐트촌 위성 사진. 2024, 04. 23. [AFP=연합뉴스]
 

주택 62% 파괴…인프라 훼손 185억 달러

주민 110만 명, 굶주림과 극심한 영양실조

 

전쟁 이전 가자 인구의 절반가량인 약 110만 명이 '재앙적 식량 불안정'(catastrophic food insecurity)을 겪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 기아 감시 기구인 IPC(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는 지난달 18일 펴낸 보고서에서 '재앙적 식량 불안정'은 "굶주림과 극심한 영양실조가 분명한 상황"으로 최악의 단계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한 북부 가자에선 5월에 '기근'(famine)이 발생해 7월까지 가자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PC가 규정하는 '기근'은 모든 가구의 최소 20%가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최소 30%의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놓여 있고, 1만 명당 최소 2명의 성인 또는 4명의 어린이가 명백한 굶주림 또는 영양실조와 질병의 합병증으로 매일 사망하는 상태를 말한다. 가자 공보부는 23일 "기근의 결과로" 최소 30명의 어린이가 숨졌으며, 109만 명이 강제 난민이 된 탓에 질병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구호 인력의 희생도 컸다. UNRWA는 3월 16일 현재 최소 180명의 소속 직원들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이다. 의료보건 인력의 희생과 의료시설 파괴도 심각했다.

 

틀라렝 모포켕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은 22일 10‧7 사태 이후 최소 350명의 보건 전문가들이 숨졌고 520명이 다쳤다면서 이 숫자는 "아주 적게 보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공보부는 의료 인력 사망자는 485명으로 집계했다. 앞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지난달 30일 가자 병원 36곳 중 10곳만 "최소한도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 남부 도시인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파괴된 건물들을 지나가고 있다. 2024. 04. 22 [AFP=연합뉴스] 
 

구호 인력 180명, 의료보건 인력 485명 사망

"가자 병원 36곳 중 10곳만 최소한도로 작동"

 

한편, 이스라엘군이 일시적으로 철수한 후 가자지구 병원에서 암매장된 시신이 발견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가자 민방위부는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20일부터 280여 구의 집단 매장 시신을 발견했고,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서도 30여 구의 시신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주민을 살해 후 암매장했다면서 국제사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나세르 병원 작전은 병원 시설이나 의료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특정 목표물만 겨냥하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의 기권에 힘입어 가자 전쟁 개전 이후 171일 만인 3월 2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상대로 라마단 기간에 즉각적 휴전과 무조건적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처음으로 채택했지만, 이스라엘은 결의안을 따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18일 팔레스타인에 유엔 회원국 자격을 부여하자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유엔에서 이스라엘 지원 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무기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 하원 의회는 20일 260억 달러의 이스라엘 안보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이 예산안은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미국 상원에서도 통과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 대학가에서는 지난 18일 뉴욕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가자 전쟁 반대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재점화됐으며, 중부, 서부 지역 대학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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