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로 정권교체' 68년 반전시위 재현될라…바이든에 '경고음'[딥포커스]
미 대학가 번진 '친팔레스타인 시위'…68년 베트남 시위와 닮아
NYT "민주당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바이든, 방관자서 표적으로"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폴리티코 등 다수 미(美) 언론들은 근래 '68사태'를 상기시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뛰어넘지 못하면 재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1960년대 후반, 서구권 곳곳에선 권위주의 타파, 기성질서에 대한 거부 등과 같은 기치를 내건 운동이 일어났다. 이를 통칭해서 '68혁명'이라고 불렀는데, 미국에서는 1968년 4월 컬럼비아 대학교 사태가 이 운동을 크게 확산시켰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당시 5개 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베트남전(戰)과 인종차별 반대'를 외쳤다. 뉴욕 경찰은 시위가 일어난 지 일주일 만인 4월 30일에 캠퍼스로 진입했다. 강경 진압을 통해 시위 인원 700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은 물론 경찰까지 총 100명 이상이 다쳤다.
하지만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반전 시위대는 1968년 8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 다시금 격렬한 저항을 하고 나섰다. 8월 29일 오후 10시, 민주당 전대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연단에 올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준비했다. 그런데 TV 장면은 험프리가 아니라 방위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는 장면으로 전환됐다.TV 속 상황은 그야말로 '피의 전당대회'라는 말을 연상시켰다. 영상은 17분간 계속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방송을 시청하는 8900만 명의 미국인과 험프리 모두에게 영원의 시간이었다"며 "유일한 수혜자는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닉슨뿐이었다"고 평했다. '이변 없이' 그해 11월 미 대선에서의 승리자는 '베트남 철수' 공약을 한 닉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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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친(親)팔레스타인·가자전쟁 종전 시위가 미 전역의 대학가로 번진 가운데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 교정에서 학생들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4.05.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민 문제와 같은 '사회 질서 유지'에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고 지적해왔다. 동일선상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시위 문제 또한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성세대를 비롯한 소위 일반 유권자 표심을 건드리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통적 표심은 젊은층, 아랍계와 같은 현 시위대 인사들이다. 이는 일파만파 퍼지는 시위에 지난 2일 바이든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회견을 갖고도 "미국의 두 가지 원칙(표현 및 집회의 자유, 법치주의)이 모두 지켜져야 한다"고 원론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60년대 시위의 방관자 바이든, 이제 표적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1968년 4월 학생들이 컬럼비아대 해밀턴 홀을 점거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이때를 "저는 로스쿨에 재학 중이었다. 저는 스포츠 코트를 입었었다"고 회상했다. NYT는 이를 두고 "로스쿨 도서관의 '스포츠 코트'에서 집무실의 '정장 코트'로 갈아입은 바이든은 예전처럼 미국 대학 캠퍼스의 소란을 단순히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cho11757@news1.kr
美 대학가 덮친 친팔 시위…전역에서 2100명 이상 체포
4월18일 이후 25개 주·40여개 캠퍼스서 체포
CNN은 3일(현지시간) 기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시작된 4월18일 이후 대학 캠퍼스에서 2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특히 이들은 25개 주(州), 40개 이상의 캠퍼스에서 체포됐다고 매체는 덧붙였다.지난달 18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하던 100여 명 이상의 학생 등이 경찰에 체포된 후, 북동쪽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시위는 남부 텍사스주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당초 '평화 시위'로 시작했지만 학교 측과의 협상 무산, 정치권의 지탄 등이 이어지면서 시위대는 격앙 양상을 보였다.
컬럼비아대 시위대는 학교 측이 시위 학생들에 대한 정학 절차에 들어가자 지난달 30일 농성 인근 건물이자 반전 시위 상징으로 칭해지는 '해밀턴 홀'을 점거하고 나서기도 했다.
yoonge@news1.kr
컬럼비아대 2차 진압 뒤에도 미국 반전시위 계속 확산
18일 컬럼비아대 해산 이후 1300여 명 체포
그럼에도 시위 미국 전역 대학가로 계속 확산
시위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분열과 대립
학생들, 선동꾼 모략으로 모는 언론에 짜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무력공격해 온 이스라엘과 그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을 계속해 온 미국정부에 항의하고 휴전을 요구하는 미국 전역의 대학가 시위, 점거농성 사태가 경찰의 진압 및 체포, 구금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평화롭게 집회를 할 권리’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재1조 해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 더욱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이번 사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정권에게 점점 더 무거운 짐이 돼가고 있다.
18일의 컬럼비아대 해산 이후 1300여 명 체포
뉴욕 시 경찰은 지난 달 18일에 이어 30일에도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에 수백명의 진압경찰관들을 진주시켰다. 경찰은 18일 해산 때 108명이 체포당한 뒤에도 이 대학 해밀턴 홀을 점거한 채 농성하고 있던 일부 시위학생들을 해산시키고 수십명을 체포했다. 컬럼비아대 당국은 30일에도 경찰에 캠퍼스 내에 들어와 시위대를 해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해산 뒤 농성 학생들에게 퇴학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에서는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의 시위자 약 300명이 경찰에 체포당했다고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밝혔다. 18일의 컬럼비아대 경찰 투입을 계기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대학가의 항의시위로 지금까지 13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다른 선택지 없었다” 샤피크 총장, 경찰 계속주둔 요청
애덤스 시장은 “(본래) 평화적이었던 항의시위가 (불법 폭력시위에) 탈취당했다”며 “학생들과 컬럼비아대의 (철수)지시를 어긴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그 자리를 떠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는 30일 성명을 통해 해밀턴 홀이 “파괴되고 봉쇄당한” 상태에서, (18일의 1차 요청에 이어) 10여일 만에 다시 경찰에게 해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우리는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시위의)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마트 미누셰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뉴욕 시경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경찰 투입 요청은 대학 이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시위행동이 캠퍼스 바깥의 시위자들을 끌어들여 학교를 중대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샤피크 총장은 추가 농성이나 점거를 막기 위해 경찰에 적어도 오는 17일까지 캠퍼스 내에 병력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위 미국 전역 대학가로 계속 확산
컬럼비아대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수십개 대학들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경찰들이 캠퍼스 내로 진입해 시위를 해산하고 다수를 체포했다.
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30일 맨해턴의 두 대학(컬럼비아대, 뉴욕 시티칼리지)에 진입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300여 명을 체포한 경찰은 5월 1일 맨해턴의 또 다른 대학인 포담대에 진입하기 위해 드론들을 띄웠다. 포담대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인 시위학생들은 경찰의 진압이 임박했다며, 몰려든 사람들에게 흩어지지 말고 자신들의 체포 장면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30일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툴레인대에서 경찰은 14명의 시위자들을 체포했으며, 애리조나대에선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버지니아 주의 리치먼드와 텍사스 주의 오스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 주립대에도 경찰병력이 진입했고,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는 30명을 체포했다.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와 훔볼트대에서는 8일 동안 점거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를 경찰이 해산시켰다. 텐트 농성을 벌이던 로드 아일랜드의 브라운대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요구를 고려하겠다고 동의한 뒤 자진 해산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레스 캠퍼스에서는 60여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에 고글과 헬멧, 바셀린, 물, 프라이드 치킨, 침낭 등을 지원하기 위해 시위대 바깥에서 길게 줄을 섰으며, 그 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뉴욕타임스> 5월 1일)

시위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분열과 대립
최근의 이런 항의시위들과 관련해 미국사회에서는, 그것이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위기사태를 초래한 이스라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며 그들에게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권리를 보장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그것이 '반유대주의'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면서 차별과 불법상태를 부르는 움직임이라며 경계하고 비판하는 쪽으로 나뉘어 충돌 대립하고 있다.
시위자들의 이스라엘 비판은 이스라엘을 군사지원해 온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바이든 재선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시위가 계속 확산될 경우 바이든은 경쟁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쪽으로부터 “약하다”거나 “유대계 옹호에 소극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 DC의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컬럼비아대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응’이란 제목을 단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그 자리에 불려나온 샤피크 총장을 향해 항의시위 학생들이 반유대주의자들이 아니냐며 공격했다.
샤피크 총장이 진압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도 반유대주의자로 몰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미국사회에서 반유대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으면 배외주의적 우익, 신(네오)나치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정계나 대학에서 이스라엘 정부나 이스라엘군을 비판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어려운 풍토가 조성돼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3만 4천 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그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들) 이스라엘군과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 그리고 그들을 지원해 온 미국정부를 비판하며 지원 중단과 즉시 휴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시위를 반유대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도 많다. 특히 미국 바깥 세계에서 그런 주장이 먹혀들 여지는 거의 없다.

학생들, 선동꾼들 모략으로 모는 언론에 "짜증"
그 때문인지 샤피크 총장은 해밀턴 홀 “불법” 침입자들의 리더들은 컬럼비아대와는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고, 뉴욕 시경과 애덤스 시장도 점거 농성자들 중 다수는 학생이나 대학 관계자들이 아닌 “항의활동 프로들”이라고 주장했다. 순수하지 못한 전문적 시위 선동꾼들의 불법적 소행이라는 얘기다.
적국의 스파이 또는 반국가세력일 수도 있는 그들이 학생들을 비롯한 항의시위자들 속에 숨어들어 과격시위를 선동하고 조직한다는 그런 근거없는 주장들은 권위주의적, 독재적인 체제 집권세력들이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곧잘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 같은 무기지만,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비판들이 있다. 이런 정권 쪽 음모론적 역선전에 미국의 주류 매스 미디어(언론)들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한국도 별로 다를 게 없다.
대학 당국으로부터 활동중지 명령을 받은 컬럼비아대 학생단체는 언론들의 그런 편향적인 보도에 대해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 선동적인 개인들에 초점을 맞춰, 항의시위의 의미를 왜곡하려는 미디어에 짜증을 느낀다”고 논박했다. 문제의 본질과는 무관한 한 두 가지의 예외적인 돌출사례를 일반적 추세로 날조해 시위운동 전체에 불온한 색깔을 입히고 매도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수법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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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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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글·사진/이본영 특파원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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