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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미 대학가 번진 '친팔레스타인 시위'…68년 베트남 시위와 닮아

by 무궁화9719 2024. 5. 4.

'공화로 정권교체' 68년 반전시위 재현될라…바이든에 '경고음'[딥포커스]

미 대학가 번진 '친팔레스타인 시위'…68년 베트남 시위와 닮아
NYT "민주당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바이든, 방관자서 표적으로"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24-05-04 07:01 송고 | 2024-05-04 09:33 최종수정
 
최근 미국 대학가에 들불처럼 번진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1968년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와 닮은 꼴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시 시위는 그해 있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낳는 주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폴리티코 등 다수 미(美) 언론들은 근래 '68사태'를 상기시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뛰어넘지 못하면 재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1960년대 후반, 서구권 곳곳에선 권위주의 타파, 기성질서에 대한 거부 등과 같은 기치를 내건 운동이 일어났다. 이를 통칭해서 '68혁명'이라고 불렀는데, 미국에서는 1968년 4월 컬럼비아 대학교 사태가 이 운동을 크게 확산시켰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당시 5개 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베트남전(戰)과 인종차별 반대'를 외쳤다. 뉴욕 경찰은 시위가 일어난 지 일주일 만인 4월 30일에 캠퍼스로 진입했다. 강경 진압을 통해 시위 인원 700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은 물론 경찰까지 총 100명 이상이 다쳤다.

하지만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반전 시위대는 1968년 8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 다시금 격렬한 저항을 하고 나섰다. 8월 29일 오후 10시, 민주당 전대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연단에 올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준비했다. 그런데 TV 장면은 험프리가 아니라 방위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는 장면으로 전환됐다.TV 속 상황은 그야말로 '피의 전당대회'라는 말을 연상시켰다. 영상은 17분간 계속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방송을 시청하는 8900만 명의 미국인과 험프리 모두에게 영원의 시간이었다"며 "유일한 수혜자는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닉슨뿐이었다"고 평했다. '이변 없이' 그해 11월 미 대선에서의 승리자는 '베트남 철수' 공약을 한 닉슨이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친(親)팔레스타인·가자전쟁 종전 시위가 미 전역의 대학가로 번진 가운데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 교정에서 학생들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4.05.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024년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당시 베트남전 반전 시위와 여러 면에서 닮아있다. 시위가 터졌을 당시 대통령이 린든 존슨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으로 민주당 출신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 컬럼비아대에서 시위가 발화됐다는 점, 반전 시위라는 점, 공권력에 따른 강경 진압이 벌어지고 있고, 시위대가 오는 8월 '민주당의 텃밭' 시카고에서 있을 민주당 전대를 찾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지금) 민주당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민 문제와 같은 '사회 질서 유지'에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고 지적해왔다. 동일선상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시위 문제 또한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성세대를 비롯한 소위 일반 유권자 표심을 건드리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통적 표심은 젊은층, 아랍계와 같은 현 시위대 인사들이다. 이는 일파만파 퍼지는 시위에 지난 2일 바이든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회견을 갖고도 "미국의 두 가지 원칙(표현 및 집회의 자유, 법치주의)이 모두 지켜져야 한다"고 원론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60년대 시위의 방관자 바이든, 이제 표적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1968년 4월 학생들이 컬럼비아대 해밀턴 홀을 점거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이때를 "저는 로스쿨에 재학 중이었다. 저는 스포츠 코트를 입었었다"고 회상했다. NYT는 이를 두고 "로스쿨 도서관의 '스포츠 코트'에서 집무실의 '정장 코트'로 갈아입은 바이든은 예전처럼 미국 대학 캠퍼스의 소란을 단순히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cho11757@news1.kr

美 대학가 덮친 친팔 시위…전역에서 2100명 이상 체포

4월18일 이후 25개 주·40여개 캠퍼스서 체포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조소영 기자 | 2024-05-04 10:17 송고
 
미국 대학가 전역으로 번진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따른 체포자 수가 2100명을 넘어섰다.

CNN은 3일(현지시간) 기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시작된 4월18일 이후 대학 캠퍼스에서 2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특히 이들은 25개 주(州), 40개 이상의 캠퍼스에서 체포됐다고 매체는 덧붙였다.지난달 18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하던 100여 명 이상의 학생 등이 경찰에 체포된 후, 북동쪽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시위는 남부 텍사스주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당초 '평화 시위'로 시작했지만 학교 측과의 협상 무산, 정치권의 지탄 등이 이어지면서 시위대는 격앙 양상을 보였다.

컬럼비아대 시위대는 학교 측이 시위 학생들에 대한 정학 절차에 들어가자 지난달 30일 농성 인근 건물이자 반전 시위 상징으로 칭해지는 '해밀턴 홀'을 점거하고 나서기도 했다.

yoonge@news1.kr

컬럼비아대 2차 진압 뒤에도 미국 반전시위 계속 확산

 
  • 국제
  • 입력 2024.05.02 15:35
  • 수정 2024.05.02 16:43

18일 컬럼비아대 해산 이후 1300여 명 체포
그럼에도 시위 미국 전역 대학가로 계속 확산
시위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분열과 대립
학생들, 선동꾼 모략으로 모는 언론에 짜증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들이 1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 밖에서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경찰은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던 이 학교 학생 수백명을 체포했다. 2024.05.02.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무력공격해 온 이스라엘과 그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을 계속해 온 미국정부에 항의하고 휴전을 요구하는 미국 전역의 대학가 시위, 점거농성 사태가 경찰의 진압 및 체포, 구금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평화롭게 집회를 할 권리’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재1조 해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 더욱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이번 사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정권에게 점점 더 무거운 짐이 돼가고 있다.

18일의 컬럼비아대 해산 이후 1300여 명 체포

뉴욕 시 경찰은 지난 달 18일에 이어 30일에도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에 수백명의 진압경찰관들을 진주시켰다. 경찰은 18일 해산 때 108명이 체포당한 뒤에도 이 대학 해밀턴 홀을 점거한 채 농성하고 있던 일부 시위학생들을 해산시키고 수십명을 체포했다. 컬럼비아대 당국은 30일에도 경찰에 캠퍼스 내에 들어와 시위대를 해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해산 뒤 농성 학생들에게 퇴학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에서는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의 시위자 약 300명이 경찰에 체포당했다고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밝혔다. 18일의 컬럼비아대 경찰 투입을 계기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대학가의 항의시위로 지금까지 13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대에서 경찰이 차량을 막아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에 후추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있다. 미국 대학가에서는 가자지구 종전을 촉구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24.04.30. AP 연합뉴스

“다른 선택지 없었다” 샤피크 총장, 경찰 계속주둔 요청

애덤스 시장은 “(본래) 평화적이었던 항의시위가 (불법 폭력시위에) 탈취당했다”며 “학생들과 컬럼비아대의 (철수)지시를 어긴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그 자리를 떠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는 30일 성명을 통해 해밀턴 홀이 “파괴되고 봉쇄당한” 상태에서, (18일의 1차 요청에 이어) 10여일 만에 다시 경찰에게 해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우리는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시위의)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마트 미누셰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뉴욕 시경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경찰 투입 요청은 대학 이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시위행동이 캠퍼스 바깥의 시위자들을 끌어들여 학교를 중대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샤피크 총장은 추가 농성이나 점거를 막기 위해 경찰에 적어도 오는 17일까지 캠퍼스 내에 병력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달 18일 반전시위 진압경찰의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 진입 해산 이후 경찰이 학내에 진입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시위학생들을 체포한 미국 전역의 대학들을 표시한 지도.  5월 1일

시위 미국 전역 대학가로 계속 확산

컬럼비아대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수십개 대학들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경찰들이 캠퍼스 내로 진입해 시위를 해산하고 다수를 체포했다.

 

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30일 맨해턴의 두 대학(컬럼비아대, 뉴욕 시티칼리지)에 진입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300여 명을 체포한 경찰은 5월 1일 맨해턴의 또 다른 대학인 포담대에 진입하기 위해 드론들을 띄웠다. 포담대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인 시위학생들은 경찰의 진압이 임박했다며, 몰려든 사람들에게 흩어지지 말고 자신들의 체포 장면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30일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툴레인대에서 경찰은 14명의 시위자들을 체포했으며, 애리조나대에선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버지니아 주의 리치먼드와 텍사스 주의 오스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 주립대에도 경찰병력이 진입했고,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는 30명을 체포했다.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와 훔볼트대에서는 8일 동안 점거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를 경찰이 해산시켰다. 텐트 농성을 벌이던 로드 아일랜드의 브라운대 학생들은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요구를 고려하겠다고 동의한 뒤 자진 해산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레스 캠퍼스에서는 60여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에 고글과 헬멧, 바셀린, 물, 프라이드 치킨, 침낭 등을 지원하기 위해 시위대 바깥에서 길게 줄을 섰으며, 그 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뉴욕타임스> 5월 1일)

 

가자지구 종전을 요구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척 슈머 미 상원 원내대표 집 근처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거리를 막아서고 있다. 이스라엘 등을 지원하는 미 정부의 안보 예산안은 지난 20일 하원을 통과한 뒤 이날 상원 문턱도 넘었다. 2024.04.24. AP 연합뉴스

시위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분열과 대립

최근의 이런 항의시위들과 관련해 미국사회에서는, 그것이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위기사태를 초래한 이스라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며 그들에게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권리를 보장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그것이 '반유대주의'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면서 차별과 불법상태를 부르는 움직임이라며 경계하고 비판하는 쪽으로 나뉘어 충돌 대립하고 있다.

 

시위자들의 이스라엘 비판은 이스라엘을 군사지원해 온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바이든 재선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시위가 계속 확산될 경우 바이든은 경쟁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쪽으로부터 “약하다”거나 “유대계 옹호에 소극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 DC의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컬럼비아대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응’이란 제목을 단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그 자리에 불려나온 샤피크 총장을 향해 항의시위 학생들이 반유대주의자들이 아니냐며 공격했다.

 

샤피크 총장이 진압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도 반유대주의자로 몰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미국사회에서 반유대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으면 배외주의적 우익, 신(네오)나치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정계나 대학에서 이스라엘 정부나 이스라엘군을 비판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어려운 풍토가 조성돼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3만 4천 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그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들) 이스라엘군과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 그리고 그들을 지원해 온 미국정부를 비판하며 지원 중단과 즉시 휴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시위를 반유대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도 많다. 특히 미국 바깥 세계에서 그런 주장이 먹혀들 여지는 거의 없다.

 

뉴욕대 재학생들이 22일(현지시간) 스턴경영대학원 교정에서 텐트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는 가자지구 휴전 및 이스라엘과 거리두기를 촉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는 추세다. 컬럼비아대 재학생 100여 명에 이어 예일대생 50여 명이 잇따라 체포됐지만 반유대 시위는 전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2024.04.23.. AFP 연합뉴스

학생들, 선동꾼들 모략으로 모는 언론에 "짜증"

그 때문인지 샤피크 총장은 해밀턴 홀 “불법” 침입자들의 리더들은 컬럼비아대와는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고, 뉴욕 시경과 애덤스 시장도 점거 농성자들 중 다수는 학생이나 대학 관계자들이 아닌 “항의활동 프로들”이라고 주장했다. 순수하지 못한 전문적 시위 선동꾼들의 불법적 소행이라는 얘기다.

 

적국의 스파이 또는 반국가세력일 수도 있는 그들이 학생들을 비롯한 항의시위자들 속에 숨어들어 과격시위를 선동하고 조직한다는 그런 근거없는 주장들은 권위주의적, 독재적인 체제 집권세력들이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곧잘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 같은 무기지만,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비판들이 있다. 이런 정권 쪽 음모론적 역선전에 미국의 주류 매스 미디어(언론)들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한국도 별로 다를 게 없다.

 

대학 당국으로부터 활동중지 명령을 받은 컬럼비아대 학생단체는 언론들의 그런 편향적인 보도에 대해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 선동적인 개인들에 초점을 맞춰, 항의시위의 의미를 왜곡하려는 미디어에 짜증을 느낀다”고 논박했다. 문제의 본질과는 무관한 한 두 가지의 예외적인 돌출사례를 일반적 추세로 날조해 시위운동 전체에 불온한 색깔을 입히고 매도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수법에 대한 비판이다.

‘반전’ 컬럼비아대, 1968년부터 저항의 용광로…경찰 체포조 투입

해밀턴홀 ‘가자전쟁 반대’ 점거농성에 경찰 투입
1968년 베트남전 반대 농성 진압일과 같은 날

기자이본영
  • 수정 2024-05-02 09:05
  • 등록 2024-05-01 14:14
30일 밤 미국 뉴욕 경찰이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뉴욕 컬럼비아대의 해밀턴홀에 사다리차를 이용해 진입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가자 전쟁에 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저항의 진앙이 된 뉴욕 컬럼비아대에 경찰이 진입해 건물 점거 농성에 나선 학생들을 체포했다. 1968년 베트남전 반전 운동에 나선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진압된 것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날짜에 이뤄진 진압으로, 56년 전을 닮아가는 학생들의 저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30일 밤(현지시각) 뉴욕 경찰이 이날 새벽부터 수십 명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을 벌이던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에 진입해 농성자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 2층 창문으로 진입해 체포에 나섰다. 경찰은 교내 중앙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학생들도 체포했다. 캠퍼스 밖에서 진압에 항의하던 학생들도 연행됐다.
 
앞서 컬럼비아대 당국은 전날 오후 2시까지 천막 농성장을 떠나라는 통첩을 보냈지만 학생들은 투표를 통해 거부를 결의했다. 그 직후 학교 당국은 농성자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튿날 새벽 일부 학생들이 농성장 부근 해밀턴홀에 들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점거에 들어갔다. 컬럼비아대는 건물 점거 학생들을 퇴학시키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경찰에 진압을 요청했다. 네마트 샤피크 총장은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학교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이 농성에 가담해 “우리 캠퍼스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적어도 5월17일까지 교내에 머물러달라고 했다.
 
30일 밤 뉴욕 경찰이 체포돼 손이 뒤로 묶인 학생들을 경찰 버스에 태우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해밀턴홀 점거 학생들은 이 건물을 ‘힌드의 홀’이라고 자체적으로 명명한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들이 기억하자고 한 힌드 라잡은 6살 팔레스타인 소녀로,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인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비극을 상징한다. 힌드는 지난해 1월29일 가족이 몰살당한 차량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지만 2주 뒤 차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출동한 구조대원 2명도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쟁에 반대하고 군산복합체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진압은 1968년 컬럼비아대 상황과 여러모로 닮았다. 당시 해밀턴홀 등을 점거하고 베트남전 징집 반대와 이 학교의 군산복합체와의 관계 단절을 주장하던 학생 700여명을 경찰 1천여명을 투입해 진압한 날도 4월30일이다. 56년 전 농성은 반전 운동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이후 반전 운동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1970년 5월 주방위군의 발포로 켄트주립대에서 4명, 잭슨주립대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점거 농성을 한 ‘컬럼비아대 아파르트헤이트 투자 철회’라는 이름의 모임은 학교 당국이 “무장한 경찰과 군대를 불러들여 또 다른 켄트주립대와 잭슨주립대 사건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1968년 이후 미국 학생운동을 주도한 컬럼비아대에서 해밀턴홀은 꾸준히 점거 농성 장소로 쓰였다. 최초 진압 직후인 1968년 5월에도 학생 250명이 이 건물을 점거했다가 체포됐고, 1972년에도 점거 농성이 있었다. 1985년에는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 정책을 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 회수 요구 농성이 진행됐다. 1992년에는 흑인 민권운동가 맬컴 엑스(X)가 암살당한 장소인 컬럼비아대 소유 건물 개조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건물을 봉쇄했다. 1996년에도 인종·민족적 다양성을 교과에 반영하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이 점거에 나섰다.
 
컬럼비아대는 4월18일 경찰이 천막 농성 참가자 108명을 체포해 전국적 저항을 촉발한 곳이다. 이후 수십 개 대학에서 천막 농성 등이 진행돼왔다. 지난 29일에는 포틀랜드주립대 학생들이 도서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30일에는 경찰이 뉴욕시티칼리지에서도 천막 농성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이날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도 30명이 체포됐다. 이제까지 미국 전역에서 체포된 학생은 1100명가량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가자전쟁 반대’ 미 대학생 체포 700명 넘어…교수 반발 확산

미 경찰, 천막농성 200여명 추가 체포
교수들 “우리 학생 건드리지 마라” 시위

기자이본영
  • 수정 2024-04-28 13:22
  • 등록 2024-04-28 11:06
26일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의 노스웨스턴대 천막 농성장 주변에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회수를 촉구하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에번스턴/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수행을 돕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회수 등을 요구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천막 농성이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27일 200여명이 또 체포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새벽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에서 경찰이 천막 농성 참가자 10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학교 쪽은 농성 해산을 요구했지만 학생들이 거부하자 경찰을 불렀다. 이 대학 대변인은 농성에 외부의 시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유대인들을 죽이자”는 등의 구호도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성 참여자들은 자신들은 대부분 노스이스턴대 학생들이며 그런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25일에는 보스턴 경찰이 에머슨대에서 118명을 체포했다.
 
27일 아침 애리조나주립대에서도 학교 경찰이 천막 농성에 나선 학생 69명을 체포했다. 인디애나대에서도 23명이 체포됐다.
 
이로써 지난 18일 가장 먼저 천막 농성이 개시된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108명이 체포당한 것을 시작으로 700명 이상의 학생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항의 행동에 나섰다가 체포당했다. 각 대학들은 경찰에 붙잡혔다가 풀려난 학생들에 대해 정학 등 징계 처분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 집계로 지난 열흘간 학생들이 가자지구 전쟁 항의 시위에 참여한 대학은 86곳에 이른다.
 
‘가자 연대 캠프’를 차린 학생들을 경찰을 동원해 체포하고 농성을 해산시키는 대학 당국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적인 천막 농성의 진앙이 된 컬럼비아대에서는 교수·교직원·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학 평의회가 26일 네마트 샤피크 총장이 경찰 출동을 요청한 것 등이 적절했는지를 따지기 위한 조사팀을 만들기로 했다. 이 학교 교수들은 “우리 학생들을 건드리지 마라”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컬럼비아대 당국은 학생들이 천막을 다시 설치한 것을 두고는 경찰 출동을 재요청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133명이 체포된 뉴욕대에서는 교수들이 학교 당국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 중 뉴욕대 로스쿨 교수 30여명이 서명한 서한은 경찰을 불러들인 것은 “학교의 오점”이 됐다고 비판했다. 25일 에머리대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천막 농성에 동참했다가 학생들과 함께 체포당했다.
 
한편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비판 시위에 맞닥뜨렸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만찬 장소인 호텔 주변에 모인 수백명이 호텔로 들어가는 참석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기자들이 가자지구 전쟁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앞서 가자지구에서 취재하는 여러 언론 기자들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행사 불참을 촉구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경찰이 고무탄 쐈다”…미 대학생 천막 농성 강경 진압 논란

기자이본영
  • 수정 2024-04-26 12:56
  • 등록 2024-04-26 10:49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머리대에서 25일(현지시각) 경찰이 천막 농성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대량 살해에 항의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천막 농성이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이 고무탄까지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기업과 군수업체에 대한 대학들의 투자 회수를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강경 대응이 사태를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에머리대에서는 ‘가자 연대 캠프’를 이곳에서도 조직하려는 학생들이 주변 대학 학생들과 함께 텐트 여러 개를 잔디밭에 설치했다. 이 직후 경찰이 출동해 서로 팔짱을 끼고 저항하는 학생들을 거칠게 체포했다고 엔비시(N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 대학 학생 신문 ‘에머리 휠’은 경찰이 학생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뿌리고 테이저건과 고무탄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는 경찰관들이 뒤로 수갑이 채워진 흑인 학생 허벅지를 테이저건으로 연거푸 공격하는 장면도 나온다. 애틀랜타 경찰은 최루가스를 사용했지만 고무탄은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새벽 매사추세츠주 에머슨대에서는 경찰이 천막 농성을 하던 학생 108명을 체포했다.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에서는 천막 농성 참가 학생 2명이 체포되고 텐트가 철거됐다. 앞서 9명이 체포당한 미네소타대에서는 이날 학생들이 텐트를 다시 치고 농성을 재개했다. 이날 뉴욕주 코넬대,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플로리다주립대, 미시간주립대에서도 천막 농성이 시작됐다. 수도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도 텐트가 세워졌다.
 
전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남캘리포니아대에서는 학생들이 텐트를 치자 경찰이 해산을 명령한 뒤 이에 응하지 않은 93명을 체포했다. 같은 날 오스틴 텍사스대에서는 기마 경찰까지 출동해 학생 57명을 연행했다. 이날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와 터프츠대,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에도 ‘가자 연대 캠프’가 설치됐다.
 
이런 학교들을 비롯해 미국 전역의 수십 개 대학 학생들이 소속 대학과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천막 농성에 들어가는 등 시위 행동에 나섰다. 지난 18일 학생 108명이 체포돼 저항 운동의 기폭제가 된 뉴욕의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대학들에서 체포당한 학생은 일주일 만에 500여명에 이르렀다.
 
강경 대응이 학생들의 반발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도 경찰은 갈수록 진압의 수위를 높이면서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날 컬럼비아대를 방문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주 방위군 동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학생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경찰을 불러들이는 대학 당국과 시위 학생들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천막 농성 시작 당일에 학생들이 체포된 에머리대의 대변인은 “처음에 모인 활동가들은 우리 학생들이 아니며, 이들은 우리 학생들이 학기를 마치려는 시기에 학교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천막 농성을 조직한 학생들은 미국 정부와 에머리대 당국은 “전쟁 기계에 기름칠하는” 사람들이라며 저항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ebon@hani.co.kr

컬럼비아대생이 학교에 천막 친 이유 “이스라엘에 투자 멈춰야”

미국 대학들, 이스라엘 기업·미국 군수업자에 투자
“투자 회수하고 교육기관 교류도 단절해 압박해야”

기자이본영
  • 수정 2024-04-24 21:35
  • 등록 2024-04-24 14:55
컬럼비아대 학생 카이마니 제임스가 천막 농성의 취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천막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 학교 정치학과 학생 카이마니 제임스는 “컬럼비아대와 미국은 집단 학살의 공범 역할을 중단해야 한다”며, 학생들은 이를 이루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제임스는 농성을 이끌어온 학생들 중 하나다. 그는 “컬럼비아대는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하는 집단 학살로부터 이득을 얻는 모든 기업들과 기관들로부터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는 것을 첫번째 요구 사항으로 들었다. 미국 명문대들은 막대한 기금을 여러 곳에 투자하는데, 이스라엘 기업들뿐 아니라 가자지구 공격에 쓰는 무기를 만드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등 군수업체들이 투자 철회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비롯한 각 대학 농성 참여자들은 소속 대학이 이스라엘 교육기관과의 교류도 단절해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하는 데 동참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제임스는 지난 18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됐으나 학교의 징계 추진 대상이 된 학생들은 “평화로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했을 뿐이라며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도 학교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는 컬럼비아대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저항 운동의 진앙이 된 것은 이 학교의 전통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학교는 표현의 자유의 등불이었으며, 1968년 학생운동의 등불이었다”고 했다.
 
컬럼비아대는 1968년 학생들이 베트남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면서 건물 5곳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서 반전 운동의 한 획을 그은 곳이다. 당시 일주일 만에 진압에 나선 경찰은 700명을 체포했다. 전쟁과 군산복합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기성 세력에 대한 저항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번 농성은 그때와 비슷한 면도 있다.
 
제임스는 컬럼비아대와 미국이 집단 학살의 공범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며 학교 당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했다.

뉴욕 글·사진/이본영 특파원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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