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탐욕·군사주의·위선' 외교로 고립… 민주·인권 타격
샌더스 "군사분쟁 개입 위해 공포와 거짓말 활용"
"미국, 전쟁과 무기 계약에 수조 달러 지출"
실존적 위협은 중국 아닌 기후 변화·팬데믹
인권 잣대 선택적 적용에는 "위선적" 비판
극소수 기업·부자 이익 위주 외교정책 맹공

"미국은 개발도상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은 물론, 선진공업 세계의 전통적 동맹국 상당수로부터도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82)은 '미국 외교정책의 혁명’이란 제목의 최근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샌더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은 진지한 토론 없이 "초당파적 컨센서스"(bipartisan consensus)로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민주, 공화 양당 리더들이 의사 결정 때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군사주의와 집단 사고, 기업 이익이란 탐욕과 권력을 따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론 그 실패를 인정하고 인권, 다자주의, 글로벌 연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으로 이어졌다.

'탐욕·군사주의·위선' 외교로 고립된 미국
"군사분쟁 개입 위해 공포와 거짓말 활용"
샌더스는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격하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등 미국이 천명한 가치를 훼손시킨 주범으로 미국의 군사모험주의와 위선적인 독재 정권 지원을 지목했다. 냉전 시기의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9·11 테러 이후 이라크에서의 전쟁 등을 거론한 그는 "양당 정치인들은 처참하고 이길 수 없는 해외 군사 분쟁에 개입하고자 공포와 새빨간 거짓말을 활용했다"고 썼다.
또한 전 세계에 걸쳐 군사 쿠데타를 지원해 민주 정부들을 전복시켰다. 그 자리엔 자국민을 탄압하고 부패, 폭력, 빈곤을 악화시키는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명분은 "공산주의, 소련과 싸운다"란 거였다. 이란과 과테말라, 콩고민주공화국, 도미니카공화국, 브라질, 칠레가 그 사례다. 샌더스는 미국은 "그런 개입의 후유증을 지금도 겪고 있다. 이들 나라 대부분에서 뿌리 깊은 의심과 적대감이 있다"며 결국 미국 국익 훼손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도 그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샌더스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이스라엘 지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스라엘군 지원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한 미국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전면적인 전쟁과 파괴 작전을 벌여 수만 명을 살해하고 수천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수십만 명 넘는 주민에게 굶주림의 고통을 안긴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을 옹호하고 있으며,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고 개탄했다.

"미국, 전쟁과 무기 계약에 수조 달러 지출"
실존적 위협은 중국 아닌 기후 변화·팬데믹
워싱턴의 대중국 정책도 비판했다. 미·중 관계를 "제로섬 투쟁"으로 보는 '집단 사고’의 실패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워싱턴의 많은 사람은 중국을 새 외교정책의 '귀신’, 더욱더 많은 국방 예산을 정당화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80개국에 750개의 미군 기지가 있는데, 그는 최근 해외 군사기지 확대를 미·중 간 긴장 고조와 연결시킨다.
그러나 샌더스가 보는 미국의 진짜 "실존적 위협"은 중국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팬데믹과 같은 인류 공동의 도전들이다. 문제는 미·중이 협력해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샌더스는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가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 만들기"인지 물은 다음, 그렇다면 미국 외교정책의 가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없는 전쟁과 무기 계약에 수조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론 기후 변화나 미래의 팬데믹 같은 실존적 위협을 다루지 못하고, 굶주린 어린이를 먹이며 증오를 줄이고 문맹을 없애며 질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공유된 글로벌 공동체도 만들지 못하고 전쟁 가능성도 줄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세계 주요국의 과도한 국방비 지출 삭감을 촉구했다. 그는 "엄청난 환경적, 경제적, 공공보건 도전 속에서 세계 주요 국가가 서로를 파괴하는 무기 공급을 대가로 대규모 방산업체들에 기록적 이윤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전쟁을 활용한 폭리에 반대했다. 올해 미 국방비 지출은 본 예산만 약 9000억 달러이며 절반이 극소수 방산업체들의 몫이다.

샌더스 "미국, 중국 인권 문제 비판은 마땅"
인권 잣대 선택적 적용에는 "위선적" 비판
샌더스는 중국도 비판받을 게 많다고 썼다. 기술 탈취, 노동권과 언론 탄압, 막대한 석탄 발전, 티베트와 홍콩 억압, 대만 위협 행동, 위구르 주민에 대한 끔찍한 정책 등을 들었다. 소수민족 탄압 등 중국의 인권 탄압을 미국이 문제 삼는 건 마땅하다고 그는 본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인권이란 잣대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절대왕정인 사우디의 각종 극심한 인권 탄압 사례들이 많은데도 정치적 지지와 무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상습적으로 인권을 탄압하는 이집트,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위선적"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인권과 관련해 미국의 '일관된' 잣대를 주문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대표되는 수십 년간의 미국 통상 정책도 문제 삼았다. 다국적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노동자들은 소외시켰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베트남 등과의 자유무역협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통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를 벌고 투자자들은 엄청난 배당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4만 개 넘는 공장이 문을 닫고. 약 200만 명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으며, 노동자 임금은 정체되는 재앙적 결과로 이어졌다.

'정치적 미국’과 '기업적 미국’의 이율배반
극소수 기업·부자 이익 위주 외교정책 맹공
여기서도 샌더스는 미국 대외정책의 이율배반을 따졌다. '정치적 미국’은 중국,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자들은 매우 위험하고 끔찍한 만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겨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기업적 미국’은 이들 권위주의 국가와의 "자유 무역"을 즐기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 재앙적 피해를 만회하고자 중국 등과 무역전쟁을 주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다국적 기업, 월가 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노동자와 서민도 혜택을 보는 호혜적인 '공정 무역협정’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샌더스는 극소수 부유한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규제’도 역설했다. 그는 "부유 기업과 억만장자가 우리 경제, 정치 시스템을 장악하는 한, 외교정책 결정도 세계 대다수 주민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의 물질적 이익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은 세계의 1%가 99%보다 더 많은 부를 지닌 유례없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란 도덕적, 경제적 파탄 상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먼저 조세 회피처 제거를 제안했다. 조세 회피처 국가 제재와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 차단 조치를 통해서다.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역외 금융자산은 21조~3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부유한 대기업이나 부자에게 이익과 소득에 걸맞은 세금 부과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외주를 쉽게 하는 투자자 보호 폐지, 명확한 집행 메커니즘을 지닌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노동 및 환경 규정 제정을 주문한 뒤. 이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로비스트들보다는 노동자, 미국 국민, 미 의회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기후 변화에서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최대 도전들은 협력과 연대, 집단행동을 요구한다"며 "몇천 명의 억만장자들이 엄청난 경제, 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는 국제적 과두 체제와 대결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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