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법안소위, '구하라법' 등 처리
등록 2024.05.07 17:45:02수정 2024.05.07 21:06:52
여야 합의 처리…21대 국회서 처리될 가능성 높아져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5.0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현 하지현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7일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열고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 유산을 상속 받지 못하도록 하는 '구하라법' 등을 통과시켰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구하라법'으로 알려진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한 끝에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구하라법'은 부모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자녀의 유산을 상속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딸의 유산을 받아 가면서 상속제도 전반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가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 분배를 주장하는 사태를 방지하라는 취지의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었다.
이외에도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 개정법률안' 및 '검사정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들은 5년간 판사 370명(총 정원 3214→ 3584명), 같은 기간 검사 206명(총 정원 2292 → 2498명) 증원을 골자로 한다.
화성시법원과 세종지방법원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각급 법원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장해·중상해구조금의 지급 범위 확대, 구조금 분할지급 제도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본회의에 회부된다. 여야가 법안들을 합의 처리한 만큼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judyha@newsis.com
‘불효자양성법’ 47년 만에 위헌… 신속한 법 정비를
유산 상속 다툼. ⓒ게티이미지뱅크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자녀를 유기하거나 부양 기여도가 높지 않은 상속인의 경우 유류분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 입법도 주문했다. 1977년 민법에 관련 제도가 도입된 지 47년 만의 의미 있는 변화다.
헌재는 어제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1112~1116조, 1118조 등 위헌 제청 및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면 배우자∙자녀∙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유언이 있더라도 배우자∙자녀는 법정상속분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게 유류분이다.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않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정 장치로 도입됐지만, ‘내 재산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느냐’는 재산권 침해 논란이 만만치 않았다. 부모와 담을 쌓고 지낸 패륜 자식에게도 상속을 보장하면서 ‘불효자양성법’이라는 오명도 붙었고, 2019년 가수 구하라씨 사망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유산을 받아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헌재는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과 관련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유류분 상실 사유나 부양 기여분 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유기나 학대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과거 2010~13년 세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가 전향적 결정을 내린 걸 환영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 간 교류가 많이 없어지는 등 가족관계 변화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정일 것이다. 다만 유류분 제도가 일부 없어지고 기여 정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면 상속 분쟁은 지금보다 훨씬 심해질 공산이 크다. 개개인의 재산권이 걸린 예민한 사안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면서도 정교한 법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구하라 친모 상속' 같은 사례 막아야... "부모·자식 유류분도 제한 필요성"
[헌법재판소 유류분 일부 위헌 의미]
장자상속 차별 막으려 도입된 유류분
패륜·불효자 상속 탓에 폐지여론 비등
부모·자식 유류분 제한은 국회 몫으로
가족약탈 관련 ATM 인출 상황. 하상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25일 유류분(배우자·자녀·부모·형제 등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상속분) 제도에 대해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배경엔 달라진 시대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제도가 민법에 들어온 것은 1977년. 당시는 가부장제와 남아선호 사상이 매우 강했고, 장남 또는 아들에게만 재산을 몰아주는 차별이 존재하던 시절이다. 그래서 대가족이 공동으로 축적한 재산을 피상속인(고인) 마음대로 처분하면, 상속에서 배제된 유족(특히 미성년자 및 여성)의 경제적 삶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이 폐단을 막기 위해 유언보다 더 강력한 '유산 강제할당 제도'를 민법에 도입했는데 그게 바로 유류분 개념이다. 유류분 비율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손자녀)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은 3분의 1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규정됐다.
그러나 다시 시대가 달라졌고, 장자상속 폐해보다는 부모에게 패륜을 거듭했음에도 유류분을 등에 업고 상속권을 인정받는 '불효자 상속권' 문제가 더 커졌다. 카라 멤버인 고 구하라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간 연락을 끊고 자식을 방치한 부모가 유류분을 주장하는 사례도 잇달았다. 게다가 고인과 관계가 나빴는데도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물려받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거나 생전에 고인을 부양하지도 않은 삼촌 또는 고모(고인의 형제자매) 등이 유산을 가져가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불거졌다. 이런 세태에 대한 여론의 분노와 문제의식이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7년 전 시작된 유류분 제도가 달라진 사회제도와 걸맞지 않는다는 점은 관련 재판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3년 663건이던 유류분 반환 소송은 2022년 1,872건으로 대폭 늘었다. 분쟁은 늘었지만, 민법 자체가 개정되지 않은 채 유지되다 보니 대법원도 기본권을 소극적으로 구제하는 판결만 냈다. 결국 법관이 2020년 처음으로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고, 법무부도 이듬해 유류분 대상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헌재는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유류분 제도를 합헌으로 봤지만, 이번엔 이런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상속 전문인 노종언 변호사는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고 유산이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지면서, 유류분과 관련한 다툼이 격렬해졌고 그 과정에서 형평과 정의에 어긋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날 헌재 결정으로 (고인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인들의) 기여분과 패륜 등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하므로 소송이 다소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기본권을 지킬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헌재가 △무조건 유류분을 요구할 권리 △유류분 산정 시 부양 등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까지 문제 삼아, 이에 대한 국회의 법 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국회가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시대에 맞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법의 대가로 꼽히는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유류분 제도는 만들어진 지 오래됐고 치밀하게 설계되지도 않았다"며 "국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조항 개정에만 머무르지 말고, 합헌은 나왔지만 반대의견이 나온 조항이 실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까지 반영해 법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헌재는 이날 당사자들이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 알면서도 증여한 경우 시기를 불문하고 증여한 재산을 '반환할 유류분'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하는 등 나머지 유류분 조항은 합헌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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