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유엔 인권보고관 "이스라엘, 가자서 집단학살 자행"

by 무궁화9719 2024. 3. 26.

유엔 인권보고관 "이스라엘, 가자서 집단학살 자행"

"가자지구의 어떤 팔레스타인인도 안전하지 않아"
이스라엘, 강력 반발…"하마스를 상대로 한 것"

가자지구 알마가지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인권보고관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인종청소를 연상시키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자행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곧 이런 내용을 담은 '제노사이드 해부'(Anatomy of a Genocide)란 제목의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에서 집단학살은 '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실행된 행위'로 정의된다.

알바네제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의 구체적 위반 행위로 집단 구성원(팔레스타인인) 살해,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상해, 물리적 파괴로 생활 조건에 고의로 영향을 끼친 점을 들었다.

보고서는 "이런 식으로는 가자지구의 어떤 팔레스타인인도 안전하지 않다"며 "이는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인 목숨을 앗아가는 파괴적이고 의도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스라엘군. 연합뉴스

제네바 주재 유엔 이스라엘 대표부는 "이 보고서를 완전히 거부한다"며 "유대 국가(이스라엘)의 건국 자체를 훼손하려는 활동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전쟁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아닌 하마스를 상대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자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전멸을 목표로 내세우며 곧바로 보복 공격에 나서, 5개월 넘게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약 3만2300명이 숨졌으며 이들은 주로 여성과 어린이다.

1㎞ 먼 바다에 구호품 투하…익사하는 가자 주민들

미 “낙하산 안 펴진 채 땅에 떨어질까 바다에”
가자 “불쾌하고 무용지물…육로 수송 늘려야”

기자김미향
  • 수정 2024-03-27 17:58
  • 등록 2024-03-27 11:34
25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서부 해안가에 인도주의 구호품이 떨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미국 등이 공중에서 투하하는 구호품을 받으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익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6일 미국 시엔엔(CNN)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인근 해안에서 주민 12명이 바다 위에 떨어진 구호품을 받으려고 갔다가 익사했다고 팔레스타인 구급 대원들과 가자지구 당국이 밝혔다. 일부 매체들은 사망자 규모가 18명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현지 인권단체와 목격자들은 익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구호품의 공중 투하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계속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에도 가자시티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을 받으려다가 주민 최소 5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가자지구 당국은 밝혔다. 가자지구 당국은 이날 서방 국가들에 공중을 통한 구호품 투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이 방식은 불쾌하고 잘못됐으며 부적절하고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급히 구호품의 육로 수송을 늘리라고 촉구했다.
 
구호품이 투하된 가자시티 서부 해안가 현장에서 시엔엔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수백명의 인파가 구호품 투하를 기다리며 해안가에 몰려들었으며 일부 주민들은 안전 장치 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구호품을 획득하려 애썼다. 그러다 몇몇은 파도에 휩쓸려 주검으로 떠오르고 또다른 이들은 익사 위기에 처해 심폐소생술을 받거나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 사건을 목격한 아부 모하마드는 시엔엔에 “구호품이 해안에서 거의 1㎞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고, 수영할 줄 모르는 남성들이 구호품을 얻으려다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익사해 사망했다”며 “사람들은 모두 배고프고 먹을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망자가 나온 구호품 투하는 어느 국가가 실시했는지 불분명하다. 하루 전인 25일 이집트·독일·영국·미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요르단 등이 가자지구 상공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실시했다. 미국은 이달 3일부터 구호품 공중 투하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220여만명이 사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며, 가자지구에 물자 공급을 차단하며 봉쇄했다. 이후 일부 생필품 공급이 제한적으로 재개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고 가자지구 주민의 기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가자시티 외곽에서 구호 트럭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뒤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는 일까지 겹쳐, 최소 112명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미국은 구호품이 낙하산이 펴지지 않은 채 땅에 떨어질 때 충돌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바다 위에 떨어뜨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구호품들이 파도를 타고 육지에 닿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한 주민들이 구호품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다 익사하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에 원조 트럭의 가자지구 입국을 더 많이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UN) 등 구호단체들은 가장 효과적 원조 수단은 비행기가 아닌 트럭을 이용한 육로 운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20만명 넘는 가자 주민들의 대규모 기근을 막으려면 육로 이용을 통한 구호품 대량 운송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구호물품 지급을 담당해온 유엔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하마스와 연계돼있다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소량의 트럭만 반입시키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미국 결의안, 이스라엘 빼고 하마스만 비판…중·러 '비토'

 
  • 국제
  • 입력 2024.03.23 22:05

가자 휴전 '당위성'만 강조, 직설적 '요구'는 배제
알제리 "이스라엘에 팔 주민 학살 면허증 부여"
러시아 "미국 안, 이스라엘의 묶인 손 자유롭게"
이스라엘, 한통속인 미국에 고맙다며 '엄지척'
가이아나 "라파에 150만 명 피란은 누구 책임?"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라파에 피란해 있는 건 누구 책임인가? 누가 그곳에 대한 지상 군사공격 계획을 발표했는가? 누가 인도주의적 구호품 공급을 막는 지금의 장벽을 설치,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 답을 안다." 남미 가이아나의 카롤린 로드리게스-비르케트 주유엔 대사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인질 석방과 연계된 가자 휴전안'에 기권표를 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보리는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결의안 초안은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에 실패했다고 밝히고 "미국 안의 내용은 모호하며, 몇몇 핵심 분야에서 이스라엘 당국의 책임을 빼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밖에 아랍권을 대표한 알제리가 반대하고 가이아나는 기권했으며, 나머지 11개국은 찬성표를 던졌다.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가자 휴전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직접적 휴전 요구는 배제한 미국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에 실패했다. 알제리는 반대, 가이아나는 기권했다. 2024. 03. 22. [유엔 안보리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 안, 가자 휴전에 관한 '직설적 요구' 배제

하마스 비난은 담고, 이스라엘 책임은 빠져

 

미국 초안엔 △ 가자에서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지지 △ 민간인에 대한 신속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구호 허용 및 원활화 촉구 △ 라파에 대한 지상 공격 시 민간인 추가 희생과 난민 발생 우려 표명 △ 가자에서의 인구 구성 및 영토 변경 시도 거부 △ 남은 인질의 석방과 연계된 휴전을 보장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지지 등이 담겨 있다.

 

표결에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휴전 촉구를 훨씬 넘어선, 휴전을 가능하게 할 이 안을 채택하지 못한다면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하마스와 다른 그룹이 억류한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가자에 훨씬 더 많은 인도주의 구호를 허용하는 합의의 일환으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안에서 가이아나 대사가 문제 삼은 부분은 두 곳이다. 하나는 사전에 미국 등 서구 언론이 보도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확인된 미국 안에는 안보리가 가자에서 즉각적 휴전을 '요구'(demand)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그 대신, 안보리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당위임을 단언한다'(determines the imperative of an immediate and sustained ceasefire")란 모호한 표현을 넣었다. 직설적으로 휴전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이스라엘을 배려한 미국의 '꼼수'로 풀이된다. 다른 하나는 미국 안이 10·7 공격을 자행한 하마스에 대한 비난을 담고 인질에 대한 즉각적인 인도주의 접근을 '요구'(demand)한 데 반해, 현재 가자에서 자행되는 집단학살과 관련해 이스라엘 당국에 책임을 묻는 내용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가자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한편에선 공놀이, 다른 한편에선 썰매 놀이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극우 정권은 라파에 대한 지상군 공격 계획을 밝혔다. 2024. 03. 22. [AFP=연합뉴스]
 

러시아 "미국 안, 가자 휴전 논의 문 닫게 해"

휴전에 관한 '도덕적 당위' 주장한 미국 비판

 

로드리게스-비르케트 가이아나 대사는 "만일 이 결의안을 배경지식 없이 읽는다면, 분쟁의 어느 당사자가 가자에서 잔혹 행위를 자행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초안에는 '점령 세력'(the occupying Power)이란 단어가 한번 언급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집단적 처벌을 받아선 안 되며, 타인의 범죄로 인해 인질이 돼선 안 된다"며 "이런 인재(人災)는 즉각적 휴전 없이는 멈출 수 없다. 즉각적 휴전을 명백히 요구하는 게 안보리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대사는 미국을 네 차례나 "냉혈한"이라고 불렀다. 그는 '당위임을 단언한다'는 대목을 두고 안보리와 전 세계를 상대로 "도덕적 당위에 관한 철학적 문구들이 담긴 제품을 팔아먹으려 한다"며 평화적인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네벤자는 "미국의 제품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며 "그 안에는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실행해도 된다는 효과적인 청신호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채택된다면, 그 결의안은 가자에서의 휴전 필요성에 관한 논의의 문을 닫게 하고 이스라엘의 묶인 손을 자유롭게 해 결국 가자 전체가 이스라엘 수중에 들어가게 만들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와 중국의 장쥔 주유엔 대사가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미국의 가자 휴전 지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 03. 22 [AFP=연합뉴스]
 

중국 "미국 안, 모호하고 즉각 휴전 요구 없어"

알제리 "이스라엘에 팔 주민 학살 면허증 부여"

 

중국의 장 쥔 주유엔 대사는 미국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모호한 채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지도 않고 어떻게 휴전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 이것은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는 절대다수 이사국의 컨센서스로부터 분명한 탈선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알제리가 주도한 즉각적 인도주의 휴전 요구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표결에서 중국, 러시아 등 13개 이사국이 찬성했고 영국은 기권했다. 알제리 결의안 초안은 △ 즉각적 인도주의적 휴전 △ 방해받지 않는 인도주의 접근 △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반대 △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명령 준수 △ 국제법상 의무 준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구속력이 없는 유엔 총회 결의안과는 달리 안보리 결의안은 구속력이 있다.

 

이날 아랍권을 대표한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미국 안에 대해 "핵심 우려 사항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민간인 피해 축소를 위한 '조치들'과 '미래 작전들'을 강조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학살을 지속할 허가증을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벤자마 대사는 라파에서의 재앙적인 군사 작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것은 더 많은 유혈 참극에 대한 면허증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길라드 에르단(오른쪽) 주유엔 대사가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와 만나 미국의 가자 휴전 지지 결의안 표결을 마친 뒤 엄지척을 하고 있다.. 2024. 03. 22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한통속인 미국에  고맙다며 '엄지척'

네타냐후, 미국 만류에도 라파 공격 의사 고수

 

미국 안에 대해 이스라엘은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대사는 "하마스 몬스터를 비난하는" 미국의 단호함과 인질 석방은 "연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란 미국의 확신은 진정한 도덕적 명확성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보다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피하려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화재의 대부분을 껐다고 완전히 끈 건 아니다"라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일부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은 미국 안과 별개로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는 대안 결의안을 추진 중이며, 안보리는 23일 오전 회의를 열어 채택 여부를 다시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이 해당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고 AFP를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지난해 10·7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3만2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사망자 대다수는 여성과 미성년자이다. 유엔에 따르면, 또한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생필품이 전달되지 않아 111만 명이 굶주림 등 극심한 인도주의 재앙을 겪고 있다. 현재 가자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에는 가자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40만 명의 피란민과 주민이 몰려 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은 미국의 만류에도 이곳에 대한 지상군 공격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