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공 백린탄” 민간 투하 논란…미 무슬림단체 조사 촉구
등록 2023-12-12 11:07수정 2023-12-12 11:16
이스라엘군, 레바논 남부 민간인 주거지 투하 논란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치명적 살상 무기인 ‘백린탄’을 불법으로 헤즈볼라 거점지인 레바논 남부 민간인 주거지에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자, 미국 내 무슬림단체가 즉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11일 미국 내 최대 무슬림 시민권 옹호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성명을 내어 “민간인 지역에 공격용으로 사용된 이스라엘 정부의 백린탄을 미국이 공급했다는 보도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에드워드 아흐메드 미첼 부이사는 성명에서 “보도된 이스라엘 정부의 백린탄 사용은 끔직한 전쟁 범죄이며 우리나라(미국)가 이를 규탄하고 조사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민간인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모든 물질적 지원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린탄은 공기에 노출되면 매우 높은 온도에서 연소하는 백린을 활용해 다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는 무기로, 이 불꽃에 몸이 닿기만해도 뼈까지 타 ‘악마의 무기’라고도 불린다. 백린탄은 화학 무기로 국제인도법 상 백린탄을 민간인 거주 지역 근처에서 사용되는 금지돼 있다. 다만, 전장에서 목표물을 식별하기 위해 화재를 일으키거나 연기를 생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했을 때, 일부 합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앞서, 지난달 31일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IDF)이 10월10일에서 10월16일 사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인 드하이라를 공습했을 때 백린탄을 투하해 최소 9명의 민간인이 다쳤다고 밝혔다. 당시 국제앰네스티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불법이기에 전쟁 범죄로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현장에서 나온 포탄 파편을 분석한 결과 둥근 포탄 잔해가 미국제였다며, 백린탄은 미국이 공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 발의 포탄 잔해에 1989년과 1992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일련번호가 적혀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드하이라는 인구 2000명 작은 마을로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 중 하나로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헤즈볼라 공격 때 이 마을을 타격했다. 레바논은 당시 이스라엘이 방화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한 바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1일 “우리도 보도를 봤고 우려하고 있다. 좀더 알기 위해 (이스라엘에) 질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백린탄이 조명을 비추고 연기를 만들어 이동 시 움직임을 은폐하는 데 군사적 유용성이 있다고 설명하며, “분명히 우리가 다른 군대에 백린탄과 같은 물자를 제공할 땐 그 물품이 합법적인 목적에 부합하고 법에 따라 사용될 것이라는 전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스라엘군과 모든 안보 기관은 국제법에 따라 행동한다. 이건 우리가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행동할 방식”이라며 민간인 지역에 백린탄 사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WP "이스라엘, 레바논서 美공급 백린탄 사용"…美 "확인할 것"(종합2보)
김동호입력 2023. 12. 12. 05:18수정 2023. 12. 12. 11:53
NSC "보도 내용에 우려, 제공할 때 전쟁법 준수 기대했다"
이스라엘군 "우린 합법 무기만 사용…백린탄 예외적 사용 가능"

(워싱턴·이스탄불=연합뉴스) 조준형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인 지난 10월 레바논에서 사용해 논란을 빚은 백린탄이 미국이 공급한 무기의 일부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미국 당국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이스라엘 측은 합법적인 무기만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10월 중순 자국 국경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백린탄을 투하해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때문에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국제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밝힌 바 있다. 두하이라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대이스라엘 공격 때 주요 거점으로 활용해온 곳이다.
신문은 자사를 위해 일하는 언론인이 두하이라에서 155mm 백린탄 3발의 잔해를 발견했으며, 해당 잔해의 표면에 적힌 일련번호 등이 1989년과 1992년 루이지애나와 아칸소의 포탄 저장고에서 생산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포탄에 찍힌 'WP'라는 영문은 '백린(white phosphorus)'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무기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까닭에 전쟁범죄 우려가 뒤따르는 무기다.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생존하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스라엘군은 백린탄 사용이 연막을 피우기 위함이었을 뿐이며, 화재를 일으키거나, 특정 공격 목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면서 자신들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문은 이스라엘군이 단순히 연막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백린 대신 'M150 포탄'과 같은 더 안전한 대안을 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 브리핑에서 "보도를 봤고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며 "더 많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질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백린탄이 어두운 곳을 밝히고 병력 움직임을 숨기려고 연막을 만들 때 사용되는 등 "합법적인 군사적 용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른 나라 군에게 백린탄 같은 품목을 제공할 때는 이런 합법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전쟁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완전한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밤 늦게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오로지 합법적인 무기만 사용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보도했다.
IDF는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 연막탄에는 백린이 포함돼있지 않다"면서도 "많은 서방 군대와 마찬가지로 IDF도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백린이 포함된 연막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 사용하기 위한 선택은 다른 선택지와 작전 고려 사항, 가용성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 포탄은 공격용이나 점화용이 아닌 연막 용도로 고안됐으며, 법적으로도 소이탄(화염을 일으키는 무기)으로 정의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IDF는 기존 절차에 따르면 백린탄을 도심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특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이런 제한은 국제법에 따르는 것으로, 매우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TOI는 워싱턴포스트가 '이스라엘이 2013년 백린탄 사용 중단을 약속했다'고 보도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며 "군이 백린탄 사용을 한정하겠다고는 했지만, 특정한 경우들에 있어서는 사용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이스라엘 반인도범죄를 단죄할 수 있을까
등록 2023-11-04 11:00수정 2023-11-06 10:18
[한겨레S] 구정은의 현실 지구
전쟁과 범죄
이, 레바논에 백린탄 공격 의혹
남아공·스위스 등 ICC 개입 요청
조사·기소로도 국제적 압박 가능
검사, 가자 봉쇄에 “형사책임” 경고

이스라엘이 백린탄을 레바논 공격에 사용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백린탄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군 포탄이 레바논 남부 국경 마을에 투하돼 폭발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면서 전선을 레바논으로 확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다이라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인 백린탄(치명적 독성물질인 백린으로 만든 폭탄)을 썼다는 증거를 지난달 29일 공개하고 “전쟁범죄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틀 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봉쇄하고 식량과 의약품마저 끊은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회견에 앞서 그는 소셜미디어에 동영상 성명을 올리면서 이스라엘이 로마 규약에 따른 ‘형사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공격뿐 아니라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조사하고 있다”고 했고, 가자지구 무장조직 하마스 역시 조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세계는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전쟁 자체가 무엇보다 참혹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덜 참혹하게 만들 수 있다. 전쟁포로를 고문하고 죽이고 강제 노동을 시키지 못하게 국제법으로 규정하고, 신체에 끔찍한 고통을 지속시키는 무기를 쓰거나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하면 국제사회가 제재하는 식으로 룰을 만드는 목적이 바로 전쟁을 덜 참혹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엔에서 통과된 각종 조약과 국제법들, 유엔의 결의안 등등은 그런 룰을 표현한 틀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이나 이스라엘의 백린탄 사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지역 폭격 등등 국제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들이 물론 많다. 그러나 국제적인 룰이 없을 때와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규칙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ICC 설립 초석 된 ‘로마 규약’
대량 학살, 의도적인 민간인 살상, 전시 성폭행과 전쟁포로 학대 및 처형, 민간인 지역과 보건·의료·교육·시설 등 인프라 파괴 등을 가리켜 흔히들 반인도범죄라 부른다. ‘전쟁범죄’보다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전쟁범죄를 국제사회가 재판 형식으로 법정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직후의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8월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의 활동 근거가 된 런던 헌장에 ‘반인도주의 범죄’라는 새로운 법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당시 또 하나 덧붙여진 개념은 ‘반평화범죄’로, 전쟁을 계획하고 일으킨 행위 자체를 범죄로 다루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다. 홀로코스트가 이슈가 된 것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학살자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였다.
다른 모든 개념들처럼, 범죄에 대한 인식도 시대와 함께 진화한다. 반인도범죄 개념은 국제 관습법과 여러 국제법원의 재판들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가장 명확한 기준은 국제형사재판소를 설립하기 위해 1998년 채택된 로마 규약이다. 규약에 따르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으로 살인 및 학살, 노예화, 강제 추방이나 강제 이송, 투옥과 고문, 성폭행과 강제 임신, 강제 불임시술 등을 저지르는 것이 반인도범죄에 해당된다. 인종이나 민족 혹은 문화적·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집단을 박해하는 것이나 인종 분리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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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 이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 전범재판소(ICTY), 르완다 내전 전범재판소, 서아프리카 내전 전범재판소,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재판소 등이 만들어졌으나 운영 과정은 말 그대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다. 또한 이 재판들은 시일이 너무 오래 걸려 피의자들이 ‘천수를 누리는’ 경우가 많았고, ‘지연된 정의’가 과연 정의인가에 대한 물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스라엘 ‘로마 규약’ 가입 안 했지만
로마 규약은 르완다 내전과 옛 유고연방 내전 뒤 국제사회에서 반인도범죄를 심판할 공통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생겨났다. 이 규약에 따라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123개국이 서명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사건이 접수되면 검사실에서 사전 검토를 한 뒤 ‘공식 수사’에 들어간다. 검사가 기소를 하면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으로 넘어간다. 사전심판부에서 정식 재판에 부칠 것인지를 검토하고, 결정이 되면 1심 재판부에서 재판을 맡는다. 분쟁 당사자들에게 적용되는 국제 인도법이나 무력충돌에 관한 국제법은 하나의 성문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1949년의 제네바 협약과 그에 딸린 의정서들이 법전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강대국들이나 반인도범죄 혐의를 받는 국가들은 로마 규약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은 로마 규약에 서명했다가 철회했다. 러시아·중국·인도는 서명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 로마 규약 가입국이 됐다. 팔레스타인 요청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가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불법 정착촌 건설을 조사했을 때 이스라엘은 로마 규약 가입국이 아니라며 “국제형사재판소의 권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였던 파투 벤수다의 요청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는 서안과 가자, 동예루살렘에도 관할권이 존재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벤수다가 5년 간의 예비조사 뒤 정식 조사에 착수하자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벤수다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고 금융 제재를 했다. 이듬해 6월 벤수다가 퇴임한 뒤 국제형사재판소는 이 사건 조사를 중단했다.
가자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몇몇 나라들이 공식적으로 국제형사재판소의 개입을 요청했다. 카림 칸 검사는 “결단력을 가지고” 조사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지도자나 군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수사하고 기소해도 법정에 출석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엄청난 압박이 되고 행동에 제약을 가할 것은 분명하다. 이스라엘 군 관리와 정치인들은 로마 규약 가입국을 방문할 때 체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보호에 의존해왔으나, 로마 규약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에 강력한 수사와 기소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옹호하려면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숱한 압박 속에서도 이스라엘을 상대로 칼을 빼들면서 국제형사재판소는 국제사회 앞에서 ‘정의’의 기준을 보여줘야 하는 위치에 섰다.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
신문기자로 오래 일했고,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10년 후 세계사’ 등의 책을 냈다.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명백한 위험”…전직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사퇴 촉구
이본영입력 2023. 12. 11. 15:40수정 2023. 12. 11. 16:50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마틴 인디크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전직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지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주이스라엘 대사,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동평화특사를 역임한 마틴 인디크 전 대사는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그는 이스라엘에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디크 전 대사는 이런 주장을 하면서 네타냐후 전 총리가 카타르가 가자지구에 매월 수백만달러를 보내는 것을 네타냐후 총리가 알고 있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의 링크를 붙였다. 이 기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 의지를 없애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 돈이 지급되는 것을 장려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인디크 전 대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위기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유일한 친구”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불화를 빚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유일한 친구라는 얘기는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에 15개 이사국들 중 미국만이 반대표를 던져 이스라엘 편을 든 것을 말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을 지지하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 쪽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사를 지낸 미국 인사가 주재국이었던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디크 전 대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정부를 이끌던 2013~2014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을 중재하는 중동평화특사도 했다.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중재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강경책을 펴는 네타냐후 총리와 갈등을 빚었다. 인디크 전 대사의 이번 글은 조 바이든 행정부 내부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도 어느 정도 반영했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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