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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식량 바닥난 가자지구 “재앙 같은 기아 상황”…절도·약탈 횡행

by 무궁화9719 2023. 12. 10.

식량 바닥난 가자지구 “재앙 같은 기아 상황”…절도·약탈 횡행

등록 2023-12-08 13:20수정 2023-12-09 15:01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 캠프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두달 넘게 전쟁을 치르는 가자지구에 심각한 질병과 기아 확산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약탈이 일어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하마스의 장악력이 약화하면서 이 지역의 공공질서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배고픔과 질병이 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도와 약탈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이전 하마스가 실질 통치하던 가자지구는 공안 당국이 일상적으로 안전을 관리하면서 비교적 치안이 괜찮은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0월7일 이스라엘군의 전쟁 선언 뒤 하마스 경찰이나 공무원 상당수가 희생됐다. 정상적인 행정 업무를 볼 수 없게 되자, 이 틈을 노린 절도와 약탈이 증가하면서 치안 부재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이 생필품과 구호물품 반입을 차단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물품들이 시장에서 극심한 바가지요금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자 북부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야스민 가님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밀가루 한 봉지를 구하려 해도 값이 20배나 올랐다”며 “집에 아이들을 포함해 14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일까지 빵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앙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한 상황에 이른 일부 주민들이 구호물품을 뺏기 위해 유엔(UN) 창고 공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산발적인 구호물자 배급만 가능하다”며 “그나마 전달 과정에서 공격당하거나 약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는 사실상 ‘강제 피란' 명령을 내렸고, 19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난민들이 생존 위기에 몰리자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유엔 식량 창고까지 노린다는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내놓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의 적대행위 보고서’에서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6일 50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유엔은 가자지구 피란민들에게 물과 음식을 비롯해 최소한의 생필품을 지급하려면 하루 최소 500대 구호 트럭이 반입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엿새간 일시적 휴전을 거치며 하루 평균 150대 넘는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지만, 전쟁이 재개되면서 이마저도 급격히 줄었다.
 
유엔은 구호물품을 피란민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애를 먹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에서 최대 규모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피란민들이 대거 몰린 지역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는 데다, 이스라엘군이 대피 장소로 꼽은 서부지역 마와시와 남부지역 라파흐마저 칸유니스를 거치지 않고는 접근이 어렵다.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가 긴급하거나, 재앙 수준의 기아를 겪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시스템이 붕괴될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일은 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고삐를 오히려 더 죄는 모양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에서 하마스 거점에 대한 전투를 강화하고, 강력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지하 터널에 숨은 하마스 지휘관을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을 사살하고, 시설 기반을 파괴하며 전투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지난 10월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칸유니스를 공습한 뒤 팔레스타인 아이가 건물 잔해에서 구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무차별 공습 사망자, 10명 중 6명은 민간인”

등록 2023-12-10 16:52수정 2023-12-10 16:59

야길 레비 열린 이스라엘 대학교 교수
“민간인 학살, 이스라엘 안보에 도움 안 돼”

이스라엘이 지난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 캠프를 공습한 뒤 주민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여성을 구출하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수뇌부가 숨어있다고 보고 칸 유니스에 공습을 퍼붓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자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무차별하게 이뤄져 전례 없는 민간인 피해를 낳고 있다는 이스라엘 쪽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길 레비 열린 이스라엘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9일(현지시각) 자국 유력 일간지 하레츠를 통해 공개한 분석에서 최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전쟁 시작 직후부터 3주 동안 진행한 ‘철의 검’ 작전에서 사망한 이들 6747명 가운데 민간인이 4595명으로 그 비중이 6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 비율 전체를 놓고 볼 때 “전례 없는” 수준이다.
 
분석에 따르면, 2012∼2022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 중 민간인 비율은 대체로 약 40%를 웃돈다. 2012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상대로 8일 동안 실시한 ‘방어의 기둥’ 작전에서는 사망자 169명 가운데 민간인이 68명(40%)이었다. 2021년 ‘장벽의 수호자’ 작전에서는 236명 사망자 중 95명(40%), 이듬해 작전에서는 사망자 38명 중 16명(42%)이 민간인이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20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진 여러 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 비율(약 50%) 전체와 비교하더라도 눈에 띄게 높다.
 
이 분석은 이스라엘군이 9일 북부 가자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공고히 하려고 북부 가자의 주요 도시 가자시티 동부의 주거지인 세자이야와 이집트와 맞닿은 국경 지대인 라파흐를 공격한 날 나왔다.
 
레비 교수는 “광범위한 민간인 학살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키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라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은 어떤 안보 체계로도 견딜 수 없는 보복을 추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가자 주민 대피장소로 몰아넣는 이스라엘…“열에 아홉 굶어”

등록 2023-12-10 16:45수정 2023-12-10 21:13

지난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폐허가 되다시피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잔해 사이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과 하마스의 전쟁이 남부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을 아우르는 지상전으로 확대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나면서 민간인들의 고통이 극한에 이르고 있다. 무차별 공습의 여파로 가자지구 주민 대부분이 통신장비를 이용할 수 없는데도, 이스라엘군은 난민 밀집지역을 무차별 공격하며 “대피를 촉구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은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인 칸유니스 주민들에게 피난 관련 시설이 거의 없는 알마와시 지역과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특정 구역 5곳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주민 대피 장소로 지정한 곳은 지중해와 맞닿은 알마와시와 가자지구 내에 숫자로 표시된 행정구역 5곳이다. 알마와시는 최대 20㎦ 규모의 작은 바닷가 마을로 서울 여의도 7배 정도 면적에 불과하고, 대량의 피난민들을 받을 수 있는 텐트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나머지 5곳은 지도상 행정구역으로 ‘47, 55, 104, 105, 106’라고 적힌 곳인데 어떤 지역인지 불분명하다. 이스라엘군 누리집에 올라온 가자지구 지도에 숫자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어 위치를 확인할 순 있지만, 다른 정보는 전혀 공개돼 있지 있다. 시엔엔은 “이스라엘군이 말하는 대피소가 어떤 곳인지 불분명하고, 가자지구 많은 지역에서 통신이나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지침을 알고 있을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칼 스카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부국장은 영국 비비시(BBC)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구호물자의 극히 일부만 반입되고 있으며 10가구 가운데 9가구는 매일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을 ‘공포, 혼란, 절망’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식량 창고들은 혼란스럽고, 굶주린 수천명이 필사적으로 배급소를 찾는다”며 “진열대가 텅 빈 슈퍼마켓과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찬 대피소, 미어터질 듯한 난민마을의 화장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일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지는 칸유니스의 의료시설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기능하는 의료시설은 나세르 병원 한 곳 뿐인데, 이곳에 도착하는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도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 뉴욕타임스는 유엔이 가자지구에 5만여명의 임산부가 있고, 매일 180명이 출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칸유니스 안팎에 100만여명의 난민이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원의 아흐메드 모그라비 박사는 비비시에 “우리는 하루에 한끼 밖에 먹지 못하고 있다”며 “음식이 충분하지 않고, 남은 거라곤 오직 쌀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믿을 수 있냐”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국제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날 가자지구에 영양실조 등 영향으로 ‘죽음을 피하기 위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5살 미만 어린이가 7천명을 넘었다고 보고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이스라엘, 120만 밀집 칸유니스 집중공격…“주검이 나뒹군다”

등록 2023-12-06 11:47수정 2023-12-06 16:08

5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동부에 위치한 마안학교가 공습당해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나세르 병원에 이송됐다. 침상이 부족해 바닥에 방치돼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 이어 남부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인구 120만명이 밀집한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칸유니스 인근에는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중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수많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칸유니스 주요 의료시설인 나세르 병원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희생된 사상자들이 모여들어, 복도에 주검이 나뒹굴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기해있었다. 부상자들은 주로 인근 학교와 주택가에서 폭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나세르 병원에 이날 오전에만 43구의 주검이 실려 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시설 슈하다 알-아크사 병원의 원장 아이야드 알-자브리 박사는 통신에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전투 재개 이후 칸유니스 외곽에 병력을 집중시키던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유니스 포위를 공식 선언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5일 “전쟁 60일 지난 지금, 우리 군은 가자 남부 칸유니스를 포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남부 사령관 야론 핀켈만도 소장도 이날 성명에서 “오늘은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 가장 격렬한 하루”라며 “이제 칸유니스의 심장부에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도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자신들의 전투기가 이스라엘 군용 차량 24대를 파괴했고, 대원들이 최소 8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도 “두 달 이상 이어진 전쟁 중에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대원들이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면서, 칸유니스 인근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본격화된 가운데, 5일 부상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나세르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칸유니스 주택가 건물에 숨어있다고 보고 칸유니스 인근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칸유니스 주민은 원래 40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지난 10월 중순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요구하면서, 북부 피란민이 몰려와 인구가 120만명으로 급증해 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명 중 절반 이상이 이 도시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5일 에이피(AP) 통신이 분석한 칸유니스 위성사진에는 지난 3일 칸유니스 외곽에 이스라엘 탱크와 장갑차가 약 150대가 밀집해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칸 유니스에 있는 구호단체 ‘팔레스타인 의료 지원’의 활동가 모하메드 아흐알쿠르디는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은 엄청난 규모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 일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인근 보호소 등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지만 주민들은 더이상 대피할 곳이 없는 상태다. 이날 로이터 통신이 나세르 병원에서 만난 생후 2개월 아기의 아버지 이브라힘 에스베이탄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전쟁이 벌어지니 가자시티를 떠나라고 해서 이스라엘군이 시키는 대로 남쪽으로 왔다”며 “하지만 우리가 남쪽에서 발견한 것은 들것에 실린 아기였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숨진 인원이 1만6248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가자지구 구호팀 통신마저 끊겼다…유엔 “종말론적 상황”

등록 2023-12-05 14:33수정 2023-12-06 00:42

이스라엘, 남부로피난한 주민에 다시 대피령…“갈 곳 없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으로 지상작전 범위를 넓힌 가운데, 4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대피령으로 인해 남부도시 칸유니스에서 남쪽 국경 라파로 피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 전역으로 지상전의 범위를 넓힌 뒤, 주민 다수가 피난해 있는 남부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매우 심화되고 있다는 유엔의 경고가 나왔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사무차장(인도주의 문제 담당)은 4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어 “가자지구 상황이 점점 더 종말론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생존할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으며, 불가능한 선택을 잇달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80%가 넘는 190만명이 거처를 잃고 난민이 돼 있다. 이들 가운데 절대 다수는 이스라엘군이 잇따라 내린 대피령에 따라 그동안 살던 북부에서 남부로 건너온 이들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어 “대피령을 받은 민간인들이 가자지구에 안전하게 갈 곳은 없다”며 남부로 피난한 주민들에게 또다시 대피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인질 협상 결렬 후 가자지구 공세를 재개하면서, 지난 3일 남부 주민들에게 이 지역의 핵심 도시 칸유니스와 인근 지역을 떠나 자신들이 제시한 대피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4일 이스라엘군이 제시한 대피 지역 역시 이미 수용능력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교전 중지 협상이 결렬된 뒤 이집트를 통해 물과 식량 등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인도주의적 지원 역시 끊긴 상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4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오늘 우리는 이스라엘군으로부터 24시간 내에 가자지구 남부의 의료 창고에서 보급품을 치우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지상전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에 그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전기는 물론 외부와 이곳을 잇는 통신·인터넷도 단절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는 이날 엑스에 “현재 가자지구는 거의 완전히 인터넷이 끊긴 상태”라며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통신 두절 상태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마지막 남은 주요 통신 사업자 팔텔도 가자지구의 모든 통신 서비스가 완전히 끊겼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는 통신 서비스가 끊겨 구호팀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1만5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1만5899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3일에서 4일로 이어지는 밤 사이에 375명 이상이 숨진 것을 포함한 수치다.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다시 지옥”…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에 최소 780명 사상

등록 2023-12-02 19:00수정 2023-12-03 10:08

휴전협상 깨지며 다시 격렬한 전투
시리아 등 주변국 확전 가능성도

휴전이 끝난 직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하면서 이틀 사이에 240명이 사망하고, 540명이 다쳤다. AP 연합뉴스
 
1주일의 짧은 휴전협정이 끝나면서 전투는 또다시 격렬해졌다. 이스라엘의 파상적인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사상자 숫자도 치솟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일시 휴전이 종료된 뒤 이틀째인 2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IDF)은 전날 오전 7시 교전이 재개된 이후 이날 오전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400개의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특히 칸유니스 지역을 하마스 지도부 은신처로 지목해 50개 목표물을 공격하는 등 남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지지구 북부에서도 이슬람 사원 등을 공격했고, 해군은 남부의 하마스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 조너선 콘리커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 군사 목표물들을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재개하면서 가자지구 곳곳에서 포탄이 터졌고, 굉음과 함께 잿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자에 있는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대변인은 “7주간의 광기와 7일간의 휴전에 이어 또다시 폭력의 악순환으로 되돌아갔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유엔 대변인은 “가자지구로 지옥이 되돌아왔다”며 이번 전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했다.
 
이틀 사이에 사상자도 급증했다. 가자지구 정부는 휴전이 종료된 이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240명이 사망하고, 54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조직원들에게 이스라엘에 맞서라고 전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 접한 이스라엘 남부 홀리트와 수파 키부츠(집단농장)에도 이날 오전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이 깨진 것은 양쪽이 인질과 포로를 교환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휴전 협상이 깨지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리아 국방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국방부는 "오늘 오전 1시35분 이스라엘이 점령지 골란고원 쪽에서 공습했고 다마스쿠스 근처의 일부 지점들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다마스쿠스에서 헤즈볼라 대원 2명이 전사했다고 전했다. 전날엔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조직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임석규 기자 sky@hani.co.kr

가자 전역에서 공습·시가전 재개…하루 만에 수백명 사상

등록 2023-12-02 10:37수정 2023-12-02 15:19

홍대선 기자 

이 공습으로 178명 사망, 589명 부상
병원 부상자로 넘쳐 “더이상 수용 못해”

이스라엘은 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협정을 위반했다며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 종료된 뒤 전투가 재개되면서 하루 만에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78명이 숨지고 58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휴전 기간인 지난 7일 동안 중단됐던 전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과 시가전을 벌이고 하마스도 로켓 공격으로 맞서면서 더욱 격화했다. 부상자 중 대다수는 여성과 미성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5명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스라엘군(IDF)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7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협정을 위반했다”며 가자지구에서의 전투를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하마스 테러 조직 제거를 위해 여러분의 거주 지역에 압도적인 군사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군사 활동을 멀리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 공격이 이어졌고, 가자지구 주변 이스라엘 마을 곳곳에서는 공습 경보가 울렸다.
 
가자지구 내 부상자를 수용할 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중 절반만이 겨우 운영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다시 시작된 폭력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남부 나세르 병원 등 의료시설이 다시금 부상자로 넘쳐나고 있다”면서 “전쟁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전투 재개로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송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지난 7일 간 105명의 인질이 석방됐으나 여전히 136명이 억류 상태로, 이들 중 17명이 여성과 어린이다.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휴전 연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는 계속됐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투 재개는 인도주의적 휴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휴전 종료 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은 중재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인도주의적 재앙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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