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마저 “이스라엘 국제 지지 잃기 시작” 비판
193개국 중 찬성 153표…첫 결의안보다 많아

유엔 153개국 '즉각 휴전' 요구… 미국 '국제 왕따' 전락
미국 등 반대 10표…G7 프랑스·일본·캐나다 '이탈'
바이든 "이스라엘, 무차별 폭격… 국제사지지 잃어"
유엔 "구속력 없지만 매우 중요… 세계 여론 반영"
'70년 동맹' 한국, '앵글로색슨 동맹' 호주도 찬성
파키스탄 "야외 감옥 가두고 짐승 다루듯 살해"
"이스라엘은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사회 대부분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보수적"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정부는 '두 국가 해법'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는 변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현 정부가 그가 움직이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가자 주민을 대량 학살하는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함으로써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 위기'에 몰린 상황을 바이든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전날 유대교 명절 '하누카'(빛의 축제) 리셉션에서도 하마스 제거 때까지 지속적 군사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전 세계 여론이 하룻밤 사이에 바뀔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이스라엘 무차별 폭격…국제 지지 잃어"
유엔 '미국 비토 패싱' 비상조치, 미국 위상 타격
초라해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10차 유엔 긴급특별총회(ESS)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보복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 재앙을 멈추고자 아랍·이슬람권이 제안한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 요구 결의안이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반대에도 80%에 가까운 절대적 다수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유엔 긴급특별총회(ESS)는 미국의 '묻지 마 비토'에 대응하기 위해 아랍국을 대표한 이집트와 이슬람협력기구(OIC) 의장국인 모리타니가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로 불리는 유엔총회 결의안 377A(V)를 이례적으로 발동하면서 소집된 것이어서 미국의 위상에 큰 타격을 가하기에 충분했다.
'민간인 보호와 법적, 인도적 의무 수호'란 제목의 이번 결의안은 △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을 요구한다 △ 모든 당사자는 국제인도주의법을 포함한 국제법상의 의무, 특히 민간인 보호에 관한 의무를 준수할 것을 거듭 요구한다 △ 인도주의 접근 보장은 물론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석방을 요구한다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주장에도 하마스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결의안은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52년 만에 '비상대권'인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해 안보리 특별회의를 소집하고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하고 100개국이 서명한 휴전 촉구 결의안과 동일한 내용이었지만, 유일하게 미국이 비토(거부권 행사)해 좌절됐다.

미국 등 반대 10표…G7 프랑스·일본·캐나다 '이탈'
'70년 동맹' 한국, '앵글로샌슨 동맹' 호주도 찬성
유엔총회 공식 발표에 따르면, 결의안 표결 결과는 193개 회원국이 참가해 찬성 153, 반대 10, 기권 23으로 나타났다. 79.2%에 이르는 절대 대수가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은 가자 전쟁의 즉각적 휴전을 '요구'(demand)한 것이다. 10월 27일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일관된 '인도주의적 일시 휴전'을 촉구했던 결의안 표결 당시 찬성 120, 반대 14, 기권 45의 결과와 비교하면 한 달 보름 정도 사이에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보복 군사작전과 가자 인명 피해에 대한 국제 여론의 급속한 악화 흐름이 확인된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따른 가자 주민 사망자는 11일 현재 1만8250명이고 부상자는 4만9645명이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는 달리 구속력은 없지만, 가자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그 국제정치적 무게는 남다르다.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반대한 나라는 당사자인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서구에서는 미국과 오스트리아 두 나라 뿐이다. 그 외에는 체코, 콰테말라, 라이베리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파우아 뉴기니, 파라과이 등이다. 기권한 23개국을 봐도 비슷하다. 서구에서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네 나라뿐이다. 동구에서는 헝가리,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그루지야, 슬로바키아가 기권했다. 나머지는 일부 중남미와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들이다. 이른바 서방 선진 7개국(G7)에선 프랑스와 일본, 캐나다 3개국이 '미국 진영'에서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앵글로색슨 동맹인 '오커스' 멤버인 호주도 찬성표로 돌아섰고, 미국과의 70년 동맹을 자랑하던 한국도 이번엔 기권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북한도 찬성표를 던졌다.

팔 대사 "워싱턴과 다른 이들에게 메지시가 될 것"
파키스탄 "야외 감옥 가두고 짐승 다루듯 살해"
'진퇴양난'에 빠진 미국의 곤혹스러운 처지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의 표결 전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토머스-그린필드는 "당장은 어떤 휴전도 기껏해야 일시적이다. 최악의 경우엔 끈질긴 공격에 처할 이스라엘인은 물론 하마스에서 벗어나 스스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기회를 가져 마땅한 팔레스타인인에게 위험하다"면서 즉각적 휴전 요구 결의안에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의안 중 "민간인 보호와 인질 석방 등 가자의 끔찍한 인도주의 상황을 긴급히 해결할 필요성과 같은 내용에 대해서 미국은 지지한다"고 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도 표결 전 발언에서 "휴전은 하마스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며, 추가로 수많은 이스라엘인과 가자인에 대한 사형 선고"라면서 "결의안 찬성은 지하디스트 테러의 생존과 지속적인 가자 주민의 고통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니르 아크람 파키스탄 대사는 표결전 발언에서 "당신이 사람들의 자유와 존엄을 부정하고, 그들을 야외 감옥에 가두고 짐승 다루듯 살해한다면, 그들은 매우 분노하고 자신들에게 했던 것들을 그대로 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 대사는 표결 전 취재진에게 "나는 이 결의안이 워싱턴 당국과 다른 이들에게 메지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안보리도 총회 등 유엔의 요구는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수르는 이어 "이스라엘은 그것을 준수해야 한며,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보호했던 나라들 또한 이런 식으로 사태를 봐야 하며,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구속력 없지만 매우 중요… 세계 여론 반영"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총회 결의안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지만, 유엔총회의 메시지는 "역시 아주 중요하며 세계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동안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3개국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일시 휴전으로 100여 명의 인질이 석방되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증가한 점을 평가하면서 "우리는 이 같은 휴전이 재개되고,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시급한 노력을 돕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 긴급특별총회(ESS) 소집의 근거가 된 '유엔총회 결의안 377A(V)'는 1950년 11월 3일 한국전쟁 당시 종전 결의안에 대한 소련의 '묻지 마 비토'에 대응하고 국제사회를 반소 전선에 묶어두기 위한 목적에서 미국이 주도해 만들었지만, 이번엔 미국에게 부메랑이 됐다. 유엔총회 결의안 377A(V)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유엔총회에 "필요한 경우 무력 사용"을 포함한 집단적 조치를 회원국에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점이다. 그동안 발동된 대표적 사례는 콩고 위기(1960년)와 인도-파키스탄 분쟁(1971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1980년) 등으로 흔치 않다.
'미국 패싱' 유엔총회 비상조치 발동…제 덫에 걸린 미국
'결의안 377A'…회원국에 무력사용 권고 가능
한국전쟁 때 미국 주도, '소련 비토' 무력화 조치
팔 대사 "미국 거부권, 이스라엘에 살육 허가"
팔 1만8205명 사망…이스라엘 "전투 몇주 더"
EU "가자 파괴, 2차대전 때 독일보다 극심"
미국과 EU, 서안 유대 정착민 폭력 제재 추진
극한에 내몰리는 가자의 인도주의 위기에도 휴전을 거부하는 미국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촉구 결의안이 미국의 '비토'(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무산되자 아랍‧이슬람권 국가를 중심으로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하는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아랍국을 대표한 이집트와 이슬람협력기구(OIC) 의장국인 모리타니가 '유엔총회 결의안 377A(V)'를 발동한 것이다. 두 나라는 데니스 프랜시스 유엔총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공식 통보했다. 이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사태에도 특정 상임이사국의 거듭된 '비토'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됐을 때 유엔총회가 그 나라를 '패싱'해 집단적 대응 조치를 천명하는 비상 수단이다.

'미국 패싱' 유엔총회 비상조치…제 덫에 걸린 미국
팔 대사 "미국 거부권, 이스라엘에 살육 허가"
이에 따라 유엔은 12일(뉴욕 현지시간) 긴급특별총회(ESS)를 열어 휴전 촉구 결의안을 표결한다. 이집트와 모리타니가 제출한 결의안은 8일 부결된 안보리 결의안과 유사하게 가자지구의 재앙적 인도주의 상황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과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10월 말에 즉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총회 결의는 안보리 결의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기류 변화와 그 강도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52년 만에 '비상대권'인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해 안보리 특별회의를 소집하고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하고 100개국이 서명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유일하게 미국이 비토해 무위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구테흐스 총장은 10일 도하 포럼에서 "유감스럽게도 안보리가 인도주의적 휴전 촉구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덜 필요해진 것 아니다"라며 휴전 촉구를 거듭 호소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11일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가 가자에서 즉각적 인도주의 휴전에 실패함으로써 이스라엘 전쟁 기계는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인을 살육하는 허가를 받았다"며 "세계의 의회인 유엔총회는 이 흐름을 바로잡을 기회와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엔총회 결의안 377A'…한국전쟁 때 미국 주도
'소련 비토' 무력화 비상조치…무력사용 권고 가능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로도 불리는 유엔총회 결의안 377A(V)는 1950년 11월 3일 한국전쟁 당시 종전 결의안에 대한 소련의 '묻지 마 비토'에 대응하고 국제사회를 반소 전선에 묶어두기 위한 목적에서 미국이 주도해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타깃이 됐다. 제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유엔총회 결의안 377A(V)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유엔총회에 "필요한 경우 무력 사용"을 포함한 집단적 조치를 회원국에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점이다. 실제로 '무력 사용 권고'를 했던 사례는 한국전쟁 때가 유일하다. 1950년 11월 중순 중국인민지원군이 참전하자, 이 결의안에 근거해 유엔총회는 유엔 결의안 498(V)를 채택하고 중국을 "침략자"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는 "유엔이 전쟁 중에 어떤 나라를 침략자로 규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썼다. 또한 당시 결의안은 한국에서의 유엔 행동과 관련해 군사를 포함한 모든 지원을 해달라고 전 회원국에 촉구했다. 한편, 유엔총회 결의안 377A(V)은 안보리 이사국 중 최소한 한 곳이나 유엔 회원국 중 일정한 그룹이 발동할 수 있다. 그동안 발동된 대표적 사례는 콩고 위기(1960년)와 인도-파키스탄 분쟁(1971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1980년)과 관련해서다.

팔 사망자 1만8205명…이스라엘 "전투 몇주 지속"
하마스 "전면 휴전 없으면, 추가 인질 석방 없다"
'하마스 섬멸'을 내건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과 지상 작전이 가자 북부에 이어 피란민이 밀집된 칸 유니스 등 남부로 이동하면서 인명 피해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66일째인 11일 현재 최소 1만820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고, 4만9645명이 부상했다. 또한 가자지구 내 주택의 절반 이상이 파괴 또는 손상됐으며, 가자 주민 230만 명 중 80%가 넘는 190만 명이 피란 중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24일부터 7일간 일시 교전 중지에 합의하고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교환했지만, 이후 연장 협상은 결렬되자 이스라엘은 1일부터 가자 공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인도주의적 휴전 촉구를 일축하고 하마스 군사력의 완전한 해체와 모든 인질 석방이 이뤄질 때까지 가자 공세를 지속한다는 뜻을 고집하고 있다. 하마스 수뇌부를 잡을 때까지 휴전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의 작전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갈란트는 군사작전의 시한은 언급하지 않은 채 공군력이 뒷받침하는 현 단계의 격렬한 지상전이 몇 주간 지속될 수 있으며, 추가적 군사 활동은 몇 달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음 단계는 포위된 채 저항하는 세력과의 저강도 전투가 될 것이며 그때는 이스라엘 부대들이 작전의 자유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하마스도 전면적 휴전이 없으면 추가 인질 석방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억류 중인 인질은 137명이다.

미국 이어 EU, 서안 유대 정착민 폭력 제재 추진
"가자 파괴, 종말 온 듯…2차대전 독일보다 극심"
10‧7 사태 초기 이스라엘 편이었던 유럽연합(EU)의 기류도 변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1일 오후 브뤼셀에서 EU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행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파괴는 비례적으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겪은 것보다 "훨씬 더 극심하다. 재앙적이고 종말이 온 듯하다"라고 말했다고 AP와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전했다. 또한 보렐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은 "믿기 힘든 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고 말했다. 특히 보렐 고위대표는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을 거론했다. 그는 "서안에서 벌어진 극단주의 정착민의 폭력은 EU에 경각심을 불렀다"며 최근 국제법을 위반하며 동예루살렘에 1700채의 유대인 주택 건설을 승인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보렐은 "이제 말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행위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제재를 회원국에 정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도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 수십 명을 미국 비자 발급 금지 대상에 올렸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1월 30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때 서안에서 폭력을 저지른 이스라엘 정착민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를 즉시 취하라고 촉구했다.

서방, 유대 정착민 폭력 거론은 휴전 물타기?
유엔에 따르면, 10‧7 사태 이후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의 습격과 정착민 공격 사건은 두 배 넘게 늘었으며 어린이 63명을 포함해 최소한 275명이 살해됐고 3365명이 다쳤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1월 현재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총 144개의 정착촌과 100여 개의 불법 정착촌이 있다. 서안에는 45만여 명, 동예루살렘에는 약 22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3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벌이는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야만적 폭력행위에 경각심을 느끼고 비자 발급 금지 등 제재에 착수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의 자위권 보장과 하마스 해체를 지지하면서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을 거부하는 구실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럴 경우 미국과 유럽에는 두고두고 가자 대량 참극의 '공범'이란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하마스 휴전 결의안, 美 제동에 안보리서 부결…아랍권 반발(종합2보)
美 "현 상황에서의 휴전은 하마스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기회 부여"
영국은 기권…아랍권·러, 미에 분통 "미, 역사의 심판 받을 것"

koman@yna.co.kr
유엔총장, '비상대권' 발동…"안보리, 무조건 재앙 막아라"
52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헌장 99조 발동
발 빠른 이사국 UAE, '휴전 촉구 결의안' 제출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리스트 조직 지지하는 것"
전쟁 틈타 동예루살렘에 유대 정착촌 불법 승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맨 왼쪽)과 안보리 11월 순회 의장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중간)의 모습. 2023 11. 29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인도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면서 잠재적으로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역내의 평화와 안보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줄 재앙으로 가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결과는 막아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 일종의 '비상대권'인 유엔 헌장 99조의 발동 결정을 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국제사회는 추가적 상황 악화를 막고 이 위기를 끝내기 위해 모든 영향력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면서 "나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인도주의 재앙 방지를 위해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을 호소했다.
이날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유엔 헌장 99조의 발동 결정을 알렸다. 유엔 헌장 제15장(사무국) 99조는 "유엔 사무총장은 본인이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어떤 문제든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 달 간의 가자 전쟁을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한 위협'으로 본 것이다. 서한에서 그는 "8주 넘게 진행된 가자와 이스라엘에서의 교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 전반에 걸쳐 끔찍한 인간의 고통과 육체적 파괴, 집단적 트라우마를 초래했다"고 개탄했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7일 요르단강 서안 도시인 나블루스를 급습한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습격에 따른 충돌로 최소 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다쳤다. 2023 12. 07 [EPA=연합뉴스]
유엔 헌장 99조 발동…1971년 이후 50년만
유엔 총장 "가자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유엔 헌장 99조 발동'은 유엔 총장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일종의 '비상대권'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조항이 발동된 것은 1971년 방글라데시 국가 수립으로 끝난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후 52년 만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내 생각에 그것은 유엔 총장이 지닌 가장 강력한 도구"라면서 "너무 단기간에 발생한 가자와 이스라엘에서의 인명 손실 규모를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서한에 따르면, 10‧7 하마스의 "혐오스러운 테러 공격"으론 1200명 이상이 살해되고 수천 명이 부상했으며 약 250명이 납치됐고 그 중 130명 넘게 억류돼 있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개시이래 1만5000명 이상(가자 보건부, 최소 1만62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살해됐고, 그 중 40% 이상이 어린이였다. 또한 수천 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11월 24일부터 일시 휴전에 들어가 7일간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그러나 1일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휴전협정 위반을 구실로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재개하면서 휴전은 7일 만에 끝났다.
특히 가자의 인도주의 상황은 처참하다. 주택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고 220만 명의 주민의 약 80%가 강제 난민으로 전락해 더 협소한 지역으로 밀집됐다. 현재 110만 명 이상이 가자 전역에 걸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시설들에 피신해 있지만, 너무 과밀한데다 프라이버시도 없고 위생도 엉망인 상황에 놓여 있다. 또 길거리를 헤매는 이들도 많지만, 잔류 폭발물들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한 보건 시스템은 붕괴하고 병원들은 전장으로 변했다. 병원 36곳 중 14곳만 경우 부분 가동 중이며, 기본 품목과 연료도 고갈되고 있다. 병원들엔 수천 명의 난민이 거처하고 있어 며칠이나 몇 주안에 더 많은 주민이 치료받지 못한 채 죽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구테흐스는 "이스라엘 국방군(IDF)의 폭격이 지속되고 생존할 거처와 필수품이 없고, 제한적인 인도적 지원도 불가능한 절망적 상황에서 공공질서가 곧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전염병과 인접국들로의 대량 추방 압박 증가를 포함해 훨씬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6일 아부다비의 카스르 알 와탄 왕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2023 12. 06 UAE 대통령실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UAE, 유엔 총장 호소에 '휴전 촉구 결의안' 제출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리스트 조직 지지하는 것"
유엔 헌장 99조 발동 직후 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재빨리 나섰다. UAE는 이날 인도적 휴전 요구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하고 "긴급 채택"을 촉구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UAE의 주유엔 대표부는 'X'를 통해 "휴전은 도덕적, 인도주의적 절대명령이며 모든 국가가 유엔 총장의 호소에 화답하길 촉구한다"며 "아랍권과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우리의 결의안 초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8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거부권을 행사하는 곳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해왔던 미국은 영구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롭다면서 반대해왔다. 현재로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유엔 헌장 99조의 발동에 호응할지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 남부 군사작전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일부 중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나서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유엔 헌장 제99조 발동에 대해 "가자의 인도주의 재앙은 견딜 수 없다. 구테흐스 총장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가자의 보건 시스템은 탈진 상태고 총제적 붕괴 직전이다. 사무총장의 휴전 호소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제99조 발동 요청과 가자 휴전 촉구는 하마스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지하고 노인들 살해와 아이들 유괴, 여성들 강간에 대한 승인"이라고 비난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강(요르단강)에서 바다(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란 글귀가 씌어 있다. 2023. 12. 07 [EPA=연합뉴스]
전쟁 틈타 동예루살렘에 유대 정착촌 불법승인
"팔 국가 연속성 고려할 때 매우 문제 많은 계획"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은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동예루살렘에 새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하부 수로'(Lower Aqueduct)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은 약 18만6천㎡ 부지에 1700여 채의 유대인 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신규 건설 주택의 절반은 동·서 예루살렘의 경계인 '그린라인'을 넘어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인 동예루살렘에도 건설된다. 이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용해 점령한 예루살렘 지역에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비정부기구(NGO) 피스나우의 하짓 오프란은 AFP 통신에 "전쟁이 아니었다면 큰 소동이 일었을 것"이라며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매우 문제가 많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총 144개의 정착촌과 100여 개의 불법 정착촌이 있다. 서안에는 45만여 명, 동예루살렘에는 약 22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3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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