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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49일 만에 포성 멈춘 가자지구, 집으로 향하는 피난민들

by 무궁화9719 2023. 11. 26.

‘쪽쪽이’ 물고 인질 된 딸, 아내를 이제 껴안아 봅니다

등록 2023-12-03 18:18수정 2023-12-03 22:46

[한겨레21] 포토 스퀘어

이스라엘-하마스 추가 휴전 협상 깨져
재회한 가족의 웃음과 눈물 이어지기를

10월7일 납치됐다가 ‘일시적 교전 중단’ 합의에 따라 11월25일 두 딸과 함께 풀려난 도론 아세르가 남편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3년 11월28일 팔레스타인 땅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조촐한 환영행사가 열렸다. 목말을 탄 루바 아씨(23)가 희미하게 웃고 있다. 이스라엘 교정당국은 이날 아씨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석방했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쪽도 타이 국적자 2명과 함께 지난 10월7일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10명을 풀어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시적 교전 중단’에 합의한 뒤 이뤄진 다섯 번째 맞교환이다.
 
10월7일 하마스 무장요원에게 납치됐다가 ‘일시적 교전 중단’ 합의에 따라 11월26일 풀려난 힐라 로템 쇼샤니가 가족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일시적 교전 중단’ 합의에 따라 풀려난 아마드 살라미마가 11월28일 팔레스타인 땅 동예루살렘의 집에 도착하자, 가족들이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레바논 위성방송 <알마야딘>의 보도를 종합하면, 아씨는 제1차 인티파다(아랍어로 ‘봉기’라는 뜻·1987~1993년)의 거점이던 서안지구에 있는 비르자이트대학 사회학과 학생이다. 그는 2020년 7월9일 학생운동 가담을 이유로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20개월여 복역한 뒤 2022년 3월6일 석방된 바 있다. 그가 언제 다시 체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잠재 위협이라며 무기한 갇히는 팔레스타인인 한달 2200명”

‘행정구금’이라 한다. 이스라엘 쪽이 ‘잠재적 위협’을 이유로 기소나 재판 절차도 없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무기한 구금하는 방식이다. 1967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시작됐는데, 1987년 제1차 인티파다 이후 급증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합의에 따라 교전이 잠시 중단된 11월24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무너진 건물 앞에서 주민들이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3년 11월24일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일시적 교전 중단’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적 교전 중단’ 합의에 따라 2023년 11월28일 풀려난 루바 아씨가 팔레스타인 땅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교정당국이 낸 최신 자료를 보면, 2023년 10월1일 현재 행정구금 상태인 팔레스타인 주민은 1319명이었다. 인권단체 앰네스티 쪽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10월7일 이후 한 달 만에 서안지구에서 추가 체포·구금된 팔레스타인 주민은 모두 2200여 명”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살해와 납치는 전쟁범죄다. 민간인 거주지와 병원·학교 등을 겨냥한 무차별 공습과 테러를 이유로 불특정 다수에게 집단처벌을 가하는 것도 전쟁범죄다. 점령한 지역에서 위험의 ‘잠재성’을 작위적으로 판단해 기소와 재판 없이 민간인을 구속하는 것도 전쟁범죄다.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전세계를 울린 생환...가슴에 묻은 9살 딸이 살아 돌아왔다

(서울=뉴스1) 신성철 기자  |  2023-11-26 18:38 송고   |  2023-11-27 07:53 최종수정

https://youtu.be/48oJUVVcGcA

  이스라엘 소녀 에밀리 핸드가 49일 만에 아빠 품으로 돌아왔다. BBC 보도화면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가느니 차라리 숨진 게…."

9살 딸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가 숨졌다는 얘기를 듣고 고통과 공포를 겪을 바에야 차라리 살해된 게 다행일수도 있다며 피말리는 심정을 털어놓던 아빠.

전세계를 울린 아빠의 인터뷰 속 이스라엘 소녀가 49일 만에 극적으로 아빠 품으로 돌아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BBC,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일시휴전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석방한 이스라엘 인질 13명 중에 에밀리 핸드가 포함됐다.

에밀리는 지난달 7일 가자지구와 가까운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잠을 자던 중 하마스에 납치됐다.

TOI는 에밀리가 2차 석방된 인질 중 한명으로 이집트 라파 국경을 거쳐 이스라엘에 도착, 그의 아버지 토머스 핸드와 재회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에밀리의 사연은 그동안 토머스의 인터뷰 등으로 여러 차례 알려졌다.

애초 에밀리는 하마스의 기습 직후 살해됐다며 사망자 명단에 올라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뒤늦게 인질로 잡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지난달 말 공개됐다.

당초 딸의 사망설을 접한 토머스는 인질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고통 없이 숨진 게 다행일수도 있다며 하염없는 눈물로 비통한 심정을 털어놓으면서 전세계에 전쟁의 비극을 일깨웠다.

토머스는 지난달 11일 방송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에밀리를 찾았다. 사망했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저 '네(yes)'라고 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며 "왜냐하면 그게 내가 아는 가능성 중 가장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그는 "그들(하마스)이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는지 안다면, 그게 죽음보다 나쁜 것"이라며 "그러니까 죽음은 축복이다. 절대적인 축복"이라고 했다.

그리고 에밀리의 장례식을 열어 앞서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옆에 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또 한 번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딸이 아직 살아있으며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참사 현장에서 에밀리의 시신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함께 있던 친구 가족의 휴대전화가 가자지구 내에서 신호가 잡혔다고 통보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토머스는 이달 22일 A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머리를 굴려 이 새로운 정보를 소화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말했을 때 나는 그냥 '안돼, 안돼, 안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7일 CNN과의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제 에밀리가 견뎌야 할 일이 괴롭다면서도, 딸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다시 한번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딸이 너무 걱정된다"며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을지…끔찍한 상상"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토머스는 약 30년 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인질로 잡혀있는 동안 에밀리는 지난 17일 생일을 맞았고 9살이 됐다. 납치 50일째인 25일 돌아오게 된 에밀리는 늦게나마 아빠와 함께 생일을 축하할 수 있게 됐다.

토머스는 "에밀리가 돌아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BBC에 "힘들고 복잡한 심경의 50일이 지나고, 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말을 찾을 수 없다"며 에밀리의 구출에 도움을 주고 그동안 가족들을 위로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밀리를 다시 안아 행복하지만, 동시에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인질을 기억한다며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49일 만에 포성 멈춘 가자지구, 집으로 향하는 피난민들

등록 2023-11-24 19:00수정 2023-11-25 02:30

이스라엘-하마스 ‘나흘간 짧게 불안한 평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처음 이뤄진 나흘간의 전투 중지 합의에 따라 24일(현지시각) 오전 7시부터 포성이 멈춘 가자지구 남부 주요 도시 칸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어진 피난 생활을 잠시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나귀가 이끄는 수레에 걸터앉은 주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아침 7시(한국시각 오후 2시). 카타르 외교부가 전날 발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나흘간의 ‘인도주의적 전투 중지’(humanitarian pause) 시작 시간이 다가오며 전세계 언론의 눈과 귀는 지난 49일 동안 포성이 끊이지 않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했다.전세계가 마른침을 삼키며 가자지구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약속 시간이 지난 지 불과 15분여 만에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공습을 경고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또 20분쯤 뒤엔 가자지구 내에서 소형 무기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리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마스를 자극하는 듯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스라엘방위군(IDF)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약속 시간 직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전쟁은 아직 안 끝났다”는 메시지를 띄웠고, 휴전 발효 1시간 뒤엔 “오늘 새벽 우리 군은 알시파 병원 지역의 지하 땅굴과 갱도를 파괴했다”는 선전 메시지를 올렸다. 하지만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지 않자, 미국 시엔엔(CNN)은 아침 8시 반께 “전투 중지 약속이 지켜지는 듯 보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외신들은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오랜만에 안도의 웃음을 내보이며 피난처에서 나와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전했다.
 

 

이번 나흘간의 전투 중지 기간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공습하거나 이 지역 내에서 누구도 체포하면 안 된다. 또, 이집트 정부에 따르면, 이 기간에 매일 13만ℓ의 디젤 연료, 가스 트럭 4대,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0여대가 이집트에서 라파흐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로 반입된다. 라파흐 국경 관리청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늘 230대의 트럭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 중지 기간이 끝난 뒤 다시 공세를 강화할 예정인 이스라엘군은 남부로 피난한 이들에게 다시 북부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경고하는 전단지를 뿌렸다.
 
전투 중지 약속이 잘 지켜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인질 교환으로 옮겨갔다.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투 중지 첫날에 13명(사흘 동안 최소 50명)의 첫 인질 그룹이 석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지드 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첫날 풀려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이고, 함께 납치된 일가족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풀려나는 인질 13명이 이집트와 마주한 니차나, 케렘샬롬 검문소 등을 통해 이스라엘 영토로 돌아온 뒤 헬리콥터를 타고 텔아비브의 병원 두곳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잡고 있던 이 인질들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스라엘 정부 역시 18살 이하의 청소년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을 같은 날 석방한다. 이들은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에 위치한 다몬·메기도 두 교도소에서 서안지구의 오페르 교도소로 이송된 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최종 확인을 받게 된다. 이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인질 석방을 위해 교전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합의를 이끌어낸 카타르, 인질 석방 작업을 돕는 국제적십자위원회는 합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직통 라인을 구축했다. 안사리 대변인은 “카타르 수도 도하의 상황실에서 전투 중지의 준수 여부와 인질 석방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직통 라인을 구축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당사자와 매우 선명한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4일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일시 휴전…국제사회 “영구 휴전 첫걸음”

등록 2023-11-24 01:06수정 2023-11-24 02:44

휴전 중재 카타르 외무부 발표…휴전과 함께 이스라엘 인질 13명 석방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이 23일(현지시각) 도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나흘간 일시 휴전이 24일 오전 7시(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고 휴전을 중재한 카타르 정부가 밝혔다.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자지구에서 풀려나는 민간인 명단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휴전 첫날 풀려나는 이스라엘 인질은 13명으로 이르면 오후 4시에 이스라엘 쪽으로 인계될 예정이라고 알안사리 대변인은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과 수감자 교환 및 나흘간 교전 중지를 빼대로 하는 일시 휴전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끌고 간 인질 중 240여명 중 여성과 어린이 최소 50명을 풀어주고 이스라엘도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 사람 중 여성과 미성년자 150명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일시 휴전은 원래 23일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
 
카타르는 일시 휴전이 영구적 휴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알안사리 대변인은 “일시 휴전 마지막 날에 추가적인 인질 석방을 위한 후속 합의가 이뤄지고 인도적 교전 중지가 영구적 휴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일시 휴전 시작 전까지 전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언론은 이스라엘군이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주택가를 연이어 공격해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휴전 시작 시점이 확정되기 전인 22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그동안 우리는 전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3일 카타르 정부 발표 직후 첫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최정 조정을 한 사항들은 △석방될 50명의 명단 △이들을 이스라엘로 이송하는 방법 △가자지구에 반입될 구호물품의 규모 등으로 알려졌다.
 
합의 이행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동안에도 이미 타결된 협상이 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 시엔엔(CNN)은 “누구도 전체 합의가 무너졌다는 우려를 표명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알자지라도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가 지연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이 협상이 통과됐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적으로 이번 휴전이 영구적 휴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환영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등 아랍 외교장관들은 22일 영국과 프랑스를 차례로 방문해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며 “휴전을 향한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사무차장도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인도주의적 휴전이 이행되길 기대하며 (이 합의가) 장기적 휴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2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의 한 거리에서 군인 한 명이 정찰을 돌고 있다. AFP 연합뉴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가족 시신 찾으러 귀향하는 가자 난민에 발포한 이스라엘..."말 뿐인 휴전"

입력 2023.11.25 12:55

“가족 시신·부서진 집이라도 보고파”
일시휴전 소식에 가자 피란민들 북부로
이 군, 북향 난민에 총격...사망 소식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일시 휴전에 들어간 24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임시 거처에 머물던 한 팔레스타인 피란민 여성이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안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일시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귀향에 나섰다. 두고 온 가족들의 시신을 수습하거나 떠나온 집의 잔해라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임시휴전 중임에도 이들에게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24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목격자들을 인용해 휴전 이후 가자 북부로 돌아가려는 피란민들에게 이스라엘군이 총을 발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시작 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며 남부로 피란을 온 가자 주민들의 북향을 금지했다.

 

그러나 북부에 고향 집, 친지와 가족들의 시신을 두고 온 일부 피란민은 휴전 소식에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 발라 난민 수용소에 머물던 북부 주민 카림 알 나시르는 이날 오전 피란민 수천 명과 함께 귀향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이동행렬에 총을 쐈고, 이때 다리에 총을 맞은 알 나시르는 현재 걸을 수 없게 됐다. 알 나시르는 “이게 무슨 휴전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 관리도 이스라엘 탱크가 이날 오전 가자시티 남부의 검문소에서 한 무리의 팔레스타인인들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고 NYT에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총격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이스라엘 병력이 휴전 합의 내용에 따라 “지정된 휴전선을 따라 배치돼 있다”고만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을 피해 가자 북부의 집을 떠나 남부로 대피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4일 일시휴전을 맞아 나귀가 끄는 달구지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이날 남부 칸유니스의 길거리는 잠시나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가방, 침구를 들고 떠나는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기자시티 출신의 작가 나이루즈 카르무트는 “(임시휴전에 들어가자) 많은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집의 잔해나 두고 온 친척들을 보려고 하고 있다. 대부분 피란을 오며 연락이 끊긴 친지들의 안부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휴전 기간 도중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의 가자 북부 이동을 금지한 것은 사실상 ‘추방’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오마르 샤키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 국장은 NYT에 “가자 민간인 중 일부를 살던 곳에서 추방하는 건 긴급한 안보나 군사상의 이유로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영구적인 추방은 전쟁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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