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돈·무기 더 쥐여준 바이든-트럼프 '한마음'
하원, 260억 달러 승인…우크라 지원 608억 달러도
트럼프 신호에 존슨 하원의장 주도, 상정 반년 만에
이스라엘 대이란 제한 보복과 예산안 바꾼 '뒷거래'
미 여론도 지지, 팔레스타인 공격 희생자 3만4천명
'우리는 그를 몰랐고, 그 역시 우리를 몰랐다. 우리 사이엔 어떠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유대도 없었다. 우리가 공유하는 건 자유에 대한 사랑과 가자지구 공격에 함께 맞서려는 열망뿐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예리코 시에 지난 3월 10일 새로운 거리 이름이 탄생했다. 2월 25일 "제노사이드(대량학살)에 공범이 될 수 없다"면서 분신, 사망한 현역 미 공군 병사 애런 부시넬(25)의 이름을 딴 거리다. 압둘 카림 시드르 예리코 시장은 새 거리 표지판을 붙이면서 "자유 팔레스타인"을 외친 부시넬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영국 가디언이 현지 발로 전한 소식이다. 끝이 안 보이는 분쟁 속에 짧은 유대의 순간이었다.
서방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은 결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4.13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뒤 세계 경제를 긴장케 했던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지난 19일 이란 중부 이스파한 인근의 공군기지에 소형 드론 공격을 감행하는 데 그쳤다. 이란 측에서는 북서부 이스파한 인근의 공군기지에서 3번의 폭발음이 들렸지만, 주변의 핵시설은 안전하다고 밝힌 뒤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잘 된 것일까?
조 바이든의 미국이 이번에도 자유니, 민주주의니 온갖 고상한 말을 쏟아내면서 전쟁과 학살에 사용될 돈과 무기를 듬뿍 쥐여주는 것으로 이스라엘을 달랜 결과로 관측될 뿐이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들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은 지난 20일 260억 달러(약 36조 원)의 이른바 이스라엘 안보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개월 동안 보류했던 608억 달러(84조 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대만 전쟁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81억 달러(약 11조 원)의 예산안도 한목에 의결했다. 우크라 예산안이 찬성 311표, 반대 112표였던 반면에 이스라엘 지원안은 찬성 366표, 반대 58표의 압도적인 다수로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 10월 의회에 상정한 전쟁예산안은 당초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대만, 미국의 멕시코 국경 안보 등 4개를 한 바구니에 넣은 1050억 달러(145조 원) 규모의 단일 예산안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거듭된 통과 노력에도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우크라 피로' 탓에 발목이 잡혔었다. 꽉 막힌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두 가지 변수 덕분이다.
우선 4.13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과, 이에 따른 네타냐후 내각의 재보복 공격을 막을 수요가 작용했다. 민주, 공화당을 막론하고 이스라엘에 강한 지지를 보여 온 미국 의회가 하나로 뭉칠 계기를 마련해준 것. 다른 변수는 공화당의 '원외 사령탑' 격인 트럼프의 사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실상 11월 대선 공화당 후보 자리를 거머쥔 트럼프는 강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단일 예산안을 쪼개서 낱개로 통과시킨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 루이지애나)부터가 트럼프 사람이다.
트럼프는 작년 10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된 뒤 공화당 내분으로 의장 후보들이 잇달아 낙마하는 혼란 속에서 4번째 의장 후보 존슨을 내놓고 지지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 데다 이듬해 1.6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한 하원 논의 과정에도 변함없는 충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12일에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별장 마러라고에 존슨을 불러들여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공약 점검 회의를 함께 했다. "재선되면 우크라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다짐했던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우크라 예산 지원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반우크라이나 전쟁 어조를 다소 완화함으로써 공화당 의원들이 친, 반으로 나뉘어 표결함에 따라 우크라 전쟁예산 지원의 통과가 가능했다는 해석(뉴욕타임스)이 나오는 배경이다. 존슨의 통솔력이 아니라, 트럼프의 든든한 배경이 의회 공화당을 움직인 것이다.
이스라엘 지원은 트럼프가 한목소리를 내 온 사안. 우크라 전쟁과 달리 "재선되면 가자지구 사태를 하루 만에 끝내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세계를 적으로 돌리고 있으니 가자전쟁을 끝내라"면서도 가자지구 공격을 문제 삼기보다 "폐허가 담긴 사진을 어떻게 이스라엘 군 당국이 배포할 수 있느냐"며 안타까움을 내비쳤을 뿐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인종주의와 종교적 정체성에 연연하는 극우 포퓰리즘과 반이란 정서에 의기투합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케미'가 존슨을 움직이고, 우크라와 이스라엘을 모두 지원하지 못해 몸이 달았던 바이든과 트럼프의 합작으로 전쟁예산의 통과가 가능했다. 4.13 이스라엘 밤하늘에 반짝였던 이란 드론과 미사일의 섬광 뒤에서 이뤄진 네타냐후 내각과 바이든 행정부의 '뒷거래'가 이스라엘의 제한된 재보복과 하원의 지원 예산 통과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부시넬의 분신을 전후해 미국 전역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던 반이스라엘 시위도 대세를 가르지는 못했다. 하버드와 컬럼비아대 등 주요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의회는 물론 미국민 다수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익에 중요한 전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퓨리서치 센터의 2월16일 조사에서 우크라 전쟁 지원에 대한 찬반 여론은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69% 대 81%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77% 대 76%로 정치적 성향과 무관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유세전을 펼치는 가운데 '바이든-트럼프 연합'이 가능했던 까닭이다.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세계 여론의 주의가 분산되는 동안에도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20일 현재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3만 4000여 명이 숨지고, 7만 7000명이 다쳤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였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하마스 전사 1만 30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부시넬의 분신을 정신적인 문제 또는 무정부주의 신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예리코의 ‘애런 부시넬 거리’ 주변에서도 이스라엘군의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가자 휴전’ 압박하던 미국, 뒤에선 이스라엘에 무기 100여건 팔아
- 수정 2024-03-08 00:24
- 등록 2024-03-07 18:00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유럽과 중동 두 전쟁을 통해 미영 나토가 ‘양가죽을 뒤집어쓴 이리떼’라는 게 까밝혀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특수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을 개시했다. 이제 내년 2월이면 2주년이 된다. 전쟁초,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군사적 위력, 무력시위를 과시하면 곧바로 협상을 통해 ‘탈 나치화’와 ‘탈 군사화’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한편, 미영 나토는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 최후 통첩 (21년 12월)을 거부하고 임전테세에 돌입했다. 나토가 합세해 우크라를 지원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쉽게 경제가 무너지고 푸틴 정권이 붕괴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 같다.

전쟁초, 3 번이나 러-우 평화회담이 민스크에서 개최됐다. 4차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주선으로 앙카라 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됐다. 러-우 양측 회담 대표들이 대만족을 표하면서 축배를 들었다. 전 세계가 안도믜 한숨을 내쉬었다. 웬걸, 서명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바로 다음날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구실로 최종 서명을 거부하고 말았다. 미영이 막후에서 판을 뒤집도록 조종했다는 게 곧 바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로 가는 절호의 최후 기회를 걷어차고 지옥의 문으로 뛰어들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 기능을 못하는 반신불수의 나라가 됐다.
무엇 보다 문제는 젤렌스키 정권 내분과 군인력 보충 불가능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토 국가들의 전쟁 피로와 어려운 경제도 문제다. 미 의회의 우크라 지원 반대가 결정적 문제로 떠올랐다. 백악관은 “금년말로 우크라 지원금이 바닥치게 됐다”면서 의회를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게 확실하다. 미국 지원이 끊기면 한 주일 안에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푸틴은 장담했다. 50만 젊은 청년들의 끔찍한 희생에 대한 책임에서 젤렌스키 보다 미영 나토가 더 크다고 봐야 옳다. 신나치와 나토 주술에 심취돼 혼을 잃은 젤렌스키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대리전을 치르도록 물심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쌍방이 많은 피를 흘렸고 2백 여명의 이스라엘 인질 까지 끌려갔다. 이스라엘 정권의 무자비한 보복공격은 가자 지구를 완전히 피바다로 만들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구촌 전체가 일제히 전쟁을 당장 멈추고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자는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렀다. 이-팔 휴전 촉구를 위한 유엔 총회 긴급 특별회의 (10/28/23)가 열렸다. 투표 결과 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였다. 만장 일치로 가결됐다. 항상 그랬듯이 미국과 이스라엘은 종전을 반대했고, 한국은 귀권표를 던졌다.
미국이 앞에서는 싸움을 말리는 척하면서 뒤로는 전쟁을 부추기는 이중적 태도를 취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편에 서서 중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난 비판이 지구촌으로 부터 빗발치고 있다. 말꿔 말하자면, 병주고 약주는 게 미국의 정체라는 것이다. 특히, 인도적 지원 훼방과 무자비한 폭격에 의한 민간인 대량 희생에 대해 이스라엘 보다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게 지배적 세계 여론이다. 매년 이스라엘에 원조를 하는 미국은 1920년 한 해에 38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번 이-팔 전쟁에 미국은 함대와 전폭기를 비롯해 온갖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이 원조를 끊으면 전쟁은 바로 끝날 수 있다.
미-이는 늘 그래왔 듯이 유엔 휴전 결의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런데 한국이 기권했다는 것은 다극화 시대의 국제조류에 역행하는 행위다. 제3세계, 특히 중동지역이 절대로 한국을 고운눈으로 볼 리 없고 미국의 앞잡이라고 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외교적 패착이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 윤석열은 키이우로 날라가 젤렌스키 앞에서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우크라와 연대해 러시아와 싸우겠다고 객기를 부렸다. 러시아와 반목하면서 젤렌스키에게 아첨하려는 태도로 보여 외교적 패착이 분명하다 하겠다.
우크라 미러 대리전과 이-팔 가자지구 전쟁을 논하려면 먼저 원인 제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는 나토의 팽창과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충돌한 것이다.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의 “핵전쟁 불사” 선언과 성주 사아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후자는 자자손손 살아오던 제땅에서 쫓겨나 중동의 유랑민으로 전락한 팔레스타인 민족의 쌓이고 쌓인 원한이 폭발한 것이라고 봐야 옳다. 힘에 의해 제집에서 쫓겨난 진짜 주인이 제집을 찾아가 몽둥이 세례를 퍼부운 것에 비유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고귀한 인간의 생명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희생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 지원하는 것을 규탄 시정하자는 데 촛점을 맞추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선결적 과제가 전쟁을 당장 멈추는 일이다. 두 개 전쟁을 동시에 멈출 수 있는 열쇠를 미국이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우크라 원조는 무려 113억 불이다. 한편, 미국의 연례 이스라엘 지원 중에서 2020년에는 근 4억 달라에 달했다. 이스라엘이 중동을 감시하는 첨병인 동시에 교두보라고 판단하는 미국은 핵개발을 지지했고 하마스 공격에 대응해 즉각 군사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무자비한 폭격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사상자가 속출하는 인류 최대 최고의 비극을 방치하고 지원하는 미영 나토가 인권을 말할 자격도 없는 인간 도살자들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자면서도 인권타령을 하는 이들이 진정 인권을 존중하는 신사라면 지체없이 백악관 집무실 바닥에 드러누워 전쟁 중지 단식에 돌입해야 한다. 미영 나토는 말로만 생명 이상 중요한 게 없다는 소리를 외쳐대면서 무기를 대주고 싸움에 부채질하는 짓은 이중 인격자인 동시에 인권 말살자라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아가 ‘양가죽을 뒤집어 쓴 이리떼’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인 것이다.


[영상] '이스라엘 지원' 미 국무부 내부 반발…100여명 '반대메모' 서명
“바이든 이스라엘 지지 잘못” 국무부 넘어 NSC와 FBI까지 500여명 서명
입력: 2023.11.15 15:51 수정: 2023.11.15 15:51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40여개 정부 기관에 소속된 직원 500명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에 항의하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에는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긴급히 휴전을 요구할 것과 이스라엘 인질 및 임의로 구금된 팔레스타인인의 즉각적인 석방을 보장함으로써 현 분쟁의 긴장 완화를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은 물, 연료, 전기 등 기기본 서비스의 복구, 가자지구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원의 제공 보장도 요구했다.
서명을 모은 주최 측은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한 뒤에도 계속 서명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서한 제출 당시에는 서명자가 402명이었으나 당일 오후까지 약 100명이 더 늘었다. 주최 측은 누적 참가자 수를 매일 백악관에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두 명의 정무직 공무원은 서명자 대다수가 NSC, FBI, 법무부 등 정부 전반에 걸쳐 있으며, 다양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많아진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런 새로운 비판이 정부 안의 많은 사람을 달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 직원 100명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서에 서명했다. 직원들은 이 의견서에서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 정책을 재평가하고, 가자지구에서 휴전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견서는 부처 안에서 정책에 대한 우려나 이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설치된 ‘반대 채널’을 통해 지난 3일 국무부에 전달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이·팔 전쟁] 美 시민단체들, 155mm 포탄 이스라엘 지원 중단 촉구
송고시간2023-11-14 07:00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포병대가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인접한 남부 지역에서 포탄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4천억원 상당의 정밀 유도폭탄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 2023.11.07 besthope@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의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바이든 행정부에게 이스라엘에 포탄을 지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옥스팜 아메리카, 국제엠네스티, 분쟁지역 민간인센터(CIVIC) 등 단체들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군에 155mm 포탄을 지원하려는 국방부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단체들은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이런 탄약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면 민간인 보호와 국제 인도주의 법에 대한 존중, 바이든 행정부의 신뢰를 저해할 것"이라며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155mm 포탄을 가자에서 국제 인도주의 법을 준수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2022년 도심에서 고성능 폭발 무기 사용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국제 성명을 지지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과거 하마스와 분쟁 때 포탄 수천발을 발사했다면서 "이들 포탄은 학교와 동네, 병원, 대피소, 난민촌을 타격해 다수 민간인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쫓아냈다"고 지적했다. WP는 서한이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미국의 지원 역할에 대한 미국 대중의 우려를 반영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간이 갈수록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정밀 유도탄과 살상 범위가 작은 폭탄을 지원했으며, 비축된 미군 전쟁예비물자에서 155mm 포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병원 총격전 안 된다”면서…이스라엘 편 드는 백악관
등록 2023-11-13 11:20수정 2023-11-13 14:15
백악관 “하마스가 군사적으로 병원 이용” 주장

팔-이 전쟁으로 까발려진 미국, 유럽의 위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고 한 달 여가 지났다. 11월 12일(현지 시각)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1만 1,000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희생됐다. 하지만 이런 참상에도 미국, 유럽 각국의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워 온 미국은 ‘이스라엘의 저항권’을 지지한다며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침해받는 자유, 민주주의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11월 10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받았다”라면서 “우리는 피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지난 10월 27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120개국의 찬성으로 통과하는 등, 국제여론의 눈치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지하고 휴전을 반대하는 미국이 사실상 이스라엘과 ‘전쟁범죄 공범’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11월 8일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팔-이 전쟁 발발 한 달 동안 가자 지구 내 의료 시설이 102차례나 공격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막아서기는커녕 휴전도 반대했다.
미국은 최근 가자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알시파 병원이 공습 받아 신생아마저 희생당한 상황에도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11월 12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 내 병원들을 지휘 본부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평가는 옳다며, 병원 환자들이 폭격에 휘말릴 위험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왜 병원을 표적으로 삼는지 이해한다고 했다.
반면, 가자 지구 당국은 이러한 주장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감추기 위한 ‘거짓 선전전’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마르완 아부 알시파 병원 외과과장은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소가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병원에는 단 한 명의 전투원도 없다”라고 증언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 역시 미국처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
11월 12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면서 알시파 병원을 무차별 포격한 이스라엘에 힘을 실었다.
11월 9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의 유대인들을 보호하겠다며 “두 번 다시 반유대주의는 안 된다”라면서 “(최근 반유대주의 시위는) 나를 심히 분노하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의 참상에 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자유, 평등, 박애, 관용의 가치로 알려진 프랑스 정부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11월 12일 아에프페(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 ‘르파리지앵’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 유대인 시민들이 두려움에 떠는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규탄하는 시위를 반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프랑스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은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11월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온라인 매체 ‘본디 블로그(Bondy Blog)’에 따르면, 파리에서 프랑스어 전공으로 석사 논문 취득을 앞둔 팔레스타인계 청년 왈리드 아부디파 씨는 최근 프랑스 이민국에서 갑작스레 추방 명령을 받았다.
아부디파 씨는 “내가 (프랑스 이민국의 추방 명령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실망스럽고 역겹다는 것이다. 나는 팔레스타인에 프랑스어와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평생을 고군분투해 왔다”라면서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이) 나를 죽이라고 (팔레스타인에) 보낼 것이다.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여기서 일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세금을 낸다. 나는 그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나는 그저 우리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 관용의 가치가 팔레스타인계 이민자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각국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민심이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11월 11일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 각국에서 휴전과 팔레스타인 주민 보호, 가자 지구에서의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특히 런던에서는 경찰 추산으로 약 3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스페인의 여러 도시에서도 각각 수천 명이 운집해 휴전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11월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아랍의 지도자들과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가 미국이 (가자 지구의) 난민 수용소, 병원, 아파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수용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면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는) 아랍 지역, 더 나아가 다른 지역에서도 미국의 위상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힐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지금처럼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한다면, 시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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