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내 반발 확산…"바이든, 가자 주민 대량 학살 공범"
'사직' 국무부 관리, 살상무기 부당 제공 바이든 비판
"미국 무기 제공, 이-팔 주민에 더 깊은 고통 초래"
민간인희생·인권침해 우려 묵살…무기이전 규정 어겨
폴 "이스라엘, 더 안전하다 느낄수록 더 막 나가"
'안보 위한 평화' 중동 평화 프로세스 재구성 제안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민간인 대량 학살에 사용돼선 안 되며,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 첫 번째이자 가장 긴급한 사직 이유다."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국의 의회·대외 담당 과장으로 일하다 최근 사직한 조시 폴은 3일 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데모크라시 나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그것이 우리가 지금 가자지구에서 목도하는 것이고, 하마스의 끔찍했던 10·7 공격 직후 목도했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폴 전 과장은 "둘째로, 군사적 해결책이란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평화도 아니고 안보도 아닌,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것도 아니고 이스라엘인을 위한 것도 아닌 그런 길을 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대주고 있다"면서 "그것은 막다른 지경에 이른 실패 직전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 가지 사직 이유의 마지막으론 이번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앞서 이런 우려를 상부에 제기했으나 묵살됐고 가급적 신속히 추진하란 지시만 내려온 데 대한 좌절감을 들었다. 이에 앞서 폴은 10월 18일 사임의 변을 담은 편지를 11년 일했던 국무부에 보냈다.

"미국 무기 제공, 이-팔 주민에 더 깊은 고통 초래"
'사임' 국무부 관리, 살상무기 졸속 제공 바이든 혹평
이 편지에서 그는 이번 이스라엘 무기 지원 과정에서 확인된 미국의 "지속적이고 확대되고 더 신속해진 살상무기 제공"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심경을 토로했다. 폴은 "우리는 동시에 점령 반대와 지지를 할 수 없으며, 동시에 자유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할 수 없고, 실제로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강하게 비판한 그는 "이스라엘이 취한 대응, 그 대응과 점령의 현상 유지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오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의 더 크고 깊은 고통만을 낳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고 썼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의회의 대응과 관련해 "확증편향과 정치적 편의, 지적 파산, 관료적 타성에 기반한 충동적 반작용"이라고 혹평했다. 폴은 "수십 년에 걸친 똑같은 접근법은 '평화를 위한 안보'(security for peace)는 안보로도 평화로도 어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한쪽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장기적으론 양쪽 주민 모두의 이익에 파과적이며 나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저지른 같은 실수들을 반복하고 있는 게 두려웠다"고 적었다.
폴의 주장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대규모 민간인 희생자를 낳는 등 양적, 질적으로 과거의 분쟁에 비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인 만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부는 시간을 두고 더욱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했지만, 그렇기는커녕 통상적 토의 절차도 빼버린 채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행정부와 의회에서의 토론이 실종됐다.

민간인희생·인권침해 우려에도 이스라엘 무기 제공
바이든, 손수 만든 무기 이전 기준과 정책도 어겨
폴 전 과장은 30일 미국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외군사금융'(FMF) 지원 규모와 절차, 문제점을 소개했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연간 33억 달러(4조3000억 원)를 지원하며 이는 전 세계 지원액 약 6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이스라엘은 이 돈으로 전투기 구매 등을 하고,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전체의 20%까지 역외조달(미국의 지원 자금으로 미국 외에서 군수품 조달)을 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아 자국 방위산업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현재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이며 몇몇 분야에선 미국과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의 협력 개발 명목으로 5억 달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140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예산이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상원에 계류돼 있다. 대외 무기 이전은 무기수출통제법(1976)과 대외원조법(1961년)이 규율하며 사안별로 심사한다. 폴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재래식 무기 이전 정책과 관련한 기준을 역대 최고로 엄격하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해당 무기가 여러 형태의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데 "아마도 사용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이전 승인을 내주지 말도록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손수 만든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번에 가자에서 "아마도" 인권 침해에 사용되고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할 게 확실한 정밀유도무기 등을 이스라엘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미국의 대외 군사 지원 과정에서 이스라엘 '편애'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른 나라들은 지원하기에 앞서 수혜 부대를 점검하는데 반해, 이스라엘의 경우엔 우선 지원하고 나중에 위반 여부를 수집한다고 하지만 그저 의례적일 뿐이다. 일례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보안군의 초법적 살인이나 각종 인권 침해 행위에도 미국은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사임 편지에서 폴은 "분쟁의 한 당사자에 대한 더 많은 무기 졸속 공급 등 몇 가지 주요 정책 결정을 지지하며 일할 수 없었다"며 그 정책 결정들은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이며, 불공정할뿐더러, 규칙 기반 질서, 평등과 공정, 자유와 정의의 약속 등과 같이 우리가 공공연히 옹호했던 바로 그 가치들에 모순된다고 본다"고 썼다.

폴 "이스라엘, 더 안전하다 느낄수록 더 막 나가"
'안보 위한 평화' 중동 평화 프로세스 재구성 제안
탑다운 방식의 이번 대이스라엘 정책 결정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궁극적 책임이 있다"는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이전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손수 만든 법률과 정책을 따르고, 그저 다른 나라들과 동일한 기준과 토의 공간을 적용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한 안보'란 미국의 기존 정책 접근법을 '안보를 위한 평화'(peace for security)로 바꾸는 등 기존 중동 평화 프로세스의 근본적 재구성을 촉구했다. '평화를 위한 안보' 개념은 "이스라엘은 안전하다고 느끼면 안정감을 느끼면서 평화를 용인하는 데 필요한 양보를 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는데 실상은 정반대라는 게 폴의 견해다. 그는 "이스라엘은 더 안전하다고 느낄수록 더욱더 막 나가고, 정착촌을 더 확대하고,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시민권을 더 빼앗고 가자지구 봉쇄를 더 강화한다"며 평화가 있어야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도 안전해진다는 '안보를 위한 평화' 개념을 제시했다고 <더 네이션>은 전했다. 사임 편지에서 폴은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을 포함한 세계 모든 사람은 각자 다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보호받고 행복을 누릴 권리와 열망이 있다고 전제한 뒤, 민간인 살해와 납치, 집단적 처벌, 인종 청소, 인종 차별 등은 "이런 열망의 적"이라고 썼다.

국무부 다른 직원도 가세…"바이든 대량 학살 공범"
폴 전 과장에 이어, 미 국무부의 한 직원이 바이든 대통령을 가자 주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의 공범’이라고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4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워싱턴프리비컨에 따르면 국무부 중동 담당 부서에서 2년여 일해온 실비아 야쿱은 2일 ‘X’(옛 트위터) 글에서 바이든을 향해 "당신은 무고한 가자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상당한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당신은 대량 학살 공범"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또다른 X 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분명하고 실행 가능한 레드라인이나 휴전 촉구 없이 계속 절대적 지지를 하는 한 당신은 대량 학살을 계속 지지하는 것"이라며 "당신의 수사와 접근법은 수천 명의 죽음을 낳았다. 당신의 손에는 너무 많은 피가 묻어있다"라고도 비난했다.
하마스 제거? 네타냐후와 이스라엘부터 바꿔라
네타냐후, 휴전도 물자 반입도 거부
미국도 이스라엘도 “휴전은 평화의 적”
‘2개의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론 불가능
‘이-팔’과 닮은 현재 ‘한-일’ 분쟁 구조

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을 거부한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반입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휴전을 거부한다”
이는 하마스 쪽이 인질들을 풀어 준다면 ‘일시적인 휴전’, 즉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잠시 중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하마스를 완전히 분쇄해서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그만두는 휴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정권의 기본 방침이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 제거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면서,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최고의 친구만이 할 수 있는 조언으로 전달했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물자 반입을 늘리면서 하마스가 이를 가로채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연료를 가자 남부의 병원에 전달하는 방식을 특정했다”고 했다.
불링컨 장관의 얘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도지원을 위한 논의에서 일정한 진전을 본 것처럼 들리지만, 하마스 제거라는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휴전은 없으며, 다만 일부 인질들이 풀려나거나 최소 물자 반입이 이뤄질 때에 한해서 일시적인 휴전은 허용할 수 있다는 네타냐후 정권 방침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가 ‘일시적인 휴전’ 조건으로 얘기한 ‘인질들의 귀환’이 인질 전체의 석방이 아니라 부분적 귀환(석방)도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고, 불링컨 장관이 네타냐후 쪽을 설득해서 얻어낸 성과라면 그런 정도가 아닐까.

미국 “일시적 휴전은 휴전이 아니다”
이는 전날인 2일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담당 조정관이 한 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가 지난달 20일 인질로 삼고 있던 미국인 모녀를 석방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설득해서 전투를 일시 중단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도 “원조를 계속하고, 인질을 포함한 사람들의 안전한 탈출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전투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 번이든 인질이 석방될 때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 등 공격을 그때만 잠시 중단시키도록 하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못박았다. (전투) 중단, 즉 휴전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것”이며,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이 말만으로는 안심이 안 됐던지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것은) 일반적인 정전이나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건 절대 정전(휴전)이나 종전이 아니야, 오해하지 말어’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혼연일체의 미국과 이스라엘
그러니까 바이든 정부는 대통령부터 국무장관, NSC 조정관에 이르기까지 하마스가 제거될 때까지 (일시적인 잠깐의 전투 중단을 빼고는) 절대 휴전을 하지 않겠다는 네타냐후 정권의 방침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거의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다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적게 죽을 수 있도록 주의하면서 공격해 달라고 친구의 입장에서 정중하게 요청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두 나라 정부는 거의 혼연일체의 통일된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코노미스트 “휴전은 평화의 적”
11월 2일 <이코노미스트>에 “왜 이스라엘은 싸워야 하나-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이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하마스의 힘을 분쇄하지 않는 한 평화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미 가자지구 건물 10개 중에 하나 꼴로 무참한 파괴가 자행돼 8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임을 당하고(3일 현재 9000명이 넘었다고 발표됐다) 연료와 식품, 전기, 물까지 끊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네타냐후 정권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부도덕하다고 비판하지만, 그러나 하마스 분쇄를 위한 싸움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이 기사는 주장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공급의 원천으로, 군대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비극적이지만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궁극적 목적은 홀로코스트 등으로 존재 말살의 위기를 겪었던 유대인들이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박해받지 않는 땅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마스가 가자를 지배하는 한 그것도 평화도 불가능하다고 그 기사는 주장했다. 따라서 하마스와 그들의 무기, 그들의 전사들을 제거하지 않고 휴전하는 것은 평화의 적이 되는 것이다.
폭력의 연쇄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배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그들의 간부들을 죽이는 것이며 군사적 인프라를 박살내는 것이다.
마치 극우 네타냐후 정권 중추를 비롯한 이스라엘 우익 내셔널리스트들의 극단적이고도 단순명쾌한, 뒤틀린, 졸렬한, 끔찍한 정신세계를 비판하고 비웃어 주기 위해 쓴 듯한 이 기사가 묘사하는 네타냐후 정권의 정신세계와 바이든 정권의 그것은 꼭 같다고 할 순 없을지 몰라도 거의 쌍둥이처럼 닮았다.
문제의 근원은 이스라엘
이들 주장의 요체는 세상의 모든 불행은 하마스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인 듯하다. 하마스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졌으며, 하마스 때문에 대립과 파괴가 시작됐고, 하마스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마스만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고 세상은 정상화될 것이며,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 식의 얘기다.
그러나 하마스는 1987년에 이스라엘의 폭압적인 지배에 항거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들고 일어나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전면적인 불복종 저항투쟁을 벌인 제1차 ‘인티파다’ 때 결성(1987년 12월 14일)됐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문제는 하마스 때문에 생기고 꼬인 게 아니다. 하마스가 생겨나기 전, 이스라엘이 만든 문제 때문에 인티파다가 일어났고 그 결과 하마스가 생겼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자체가 팔레스타인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이스라엘 때문에 생겨냤다. 이스라엘이 유대교 문서와 ‘성서’를 토대로 한 그들만의 믿음을 근거로 ‘하늘이 내려주신 땅’이라며 팔레스타인 땅에 대대로 살아오던 사람들을 몰아내고 유대인 국가를 건설한 데서 비롯됐다. 구미 열강들이 감당하지 못한 유대인 학살 등 비극적인 자기들 내부 모순을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제의 근원은 이스라엘이지 하마스가 아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부터 바뀌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하마스라는 전쟁범죄 테러집단을 제거(교정)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문제를 만들어낸 이스라엘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사 힘으로 하마스를 제거했다 하더라도 또 다른 하마스가 계속 생겨날 것이다.

‘2개의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 정권으론 힘들 것
바이든이 말했고, 프랑스 마크롱 등 다수의 유럽 정상들이 입에 올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의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 정권을 그대로 두고는 실현 불가능하다. ‘2개의 국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쪽의 상호 양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또는 하마스에 가장 적대적인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협력 정파들이 그것을 수용할 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1993년 미국이 중재한 오슬로 협정을 통해 야세르 아라파트와 그런 방식의 타협을 택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1995년 극우 청년의 총에 맞아 숨진 역사가 있다. 1976년 팔레스타인 급진세력이 납치한 항공기의 인질 구출 작전이 벌어진 우간다 앤테베 공항에서 총에 맞아 숨진 이스라엘 특공대원이 네타냐후의 형이었다는 사실도 그런 식의 타협과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네타냐후 정권부터 제거해야
<이코노미스트> 기사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하마스뿐만 아니라 네타냐후 정권도 제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는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사전에 알아채지도 못했고, 사건 발생 뒤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1996년부터 여러차례 집권해 온 그의 강고한 이스라엘 수호자로서의 평판은 풍비박산 났으며, ‘사법개혁’ 명분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나라를 분열시켜 하마스의 기습에 기회를 제공했다.
하마스가 이번 행동에 나서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는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구에서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 유대인 정파들을 앞세워 맹렬하게 추진한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이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올해에만 유대인들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고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주민이 247명이나 됐다. 의회 과반 미달로 단독집권이 불가능한 네타냐후는 극우 정파들과 손잡고 ‘팔레스타인 지우기’를 밀어붙였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그는 거의 막무가내로 하마스 분쇄를 외치면서 전시내각을 만들어 권력 누수와 보류된 부정부패 처벌을 막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네타냐후 버릴 생각 없는 미국
미국 정부는 그런 네타냐후 정권과 손잡고 2020년 ‘아브라함 합의’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그리고 모로코와 수단을 이스라엘과 화해하게 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로 미국 주도의 중동지역 질서 안정화를 꾀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잘 돼 가는 듯이 보였다.
지난 10월 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중동지역은 지난 10년간 분쟁도 없이 조용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라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것은 그 닷새 뒤였다.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문제를 풀려면 네타냐후 정권도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한 권고도 바이든 정부는 받아들일 기색조차 없어 보인다.
‘이-팔’과 닮은 ‘한-일’ 분쟁구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처리를, 문제를 만들어낸 일본 우익세력이 아니라 그 피해자인 한국이 ‘제3자 대위변제’하게 하는 기이한 편법으로 풀게 하고,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한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를 문제삼지 않고 그 피해자들 항변을 ‘괴담’으로 몰아가며 그로 인한 수산물에 대한 불신과 건강 위협, 검역, 해수 방사능 조사 등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이게 만든 것도 닮은 구조다. 미국의 방식이다.
이스라엘 지상전은 묵인, 민간인 보호는 요구만...미국의 '모순적' 행보
바이든, 네타냐후 통화서 "국제법 준수" 당부
지상군 투입은 묵인 "이스라엘 방어권" 반복
"바이든이 제시한 두 국가 해법, 비현실적"

18일 요르단 수도 암만의 한 거리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범죄의 공범"이라고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암만=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사실상 시작한 가운데, 이를 묵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두고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민간인 살상이 불 보듯 뻔한데도, 이스라엘을 전혀 제어하지 않고 "민간인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구분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요구만 반복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평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제사회서 고립되고 있다" 휴전 촉구 압박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3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인근 이스라엘 지역에서 경계 임무를 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며 "민간인 보호에 관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을 것으로 우려되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통신은 "이스라엘에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에 숨진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이 민간인인데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허한 외침만 늘어놓은 셈이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의 책임 회피성 발언도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하마스)와 민간인을 구별해야 하는 건 이스라엘의 책임"이라며 "작전에 대한 규정은 이스라엘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모순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회 내 민주당 진보 모임의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미국 하원의원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신뢰를 잃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휴전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도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르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든 걸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도 미국 움직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27일 긴급 유엔총회에서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찬성 120표로 가결됐다. 반대 측은 미국 등 14개국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평화에 관한) 국제 여론에 뒤처져 있다”고 짚었다.
바이든, 지난해엔 "기반 아직…" 언급 피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쪽의 서안지구 제닌에서 무장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팔레스타인이 사망한 데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제닌=AFP 연합뉴스
미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미국이 사실상 내버려 둔 결과, 이제는 양측의 공존 해법이 설 자리도 사라졌다는 얘기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두 국가 해법'의 최종 합의를 찾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로선 이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두 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평화적 공존을 하는 해결책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이를 "전쟁의 다음 단계"로 거론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기 이스라엘 극우 연립정권이 팔레스타인 공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한 채 중동 내 중국 영향력 견제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 극우 내각 인사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건설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AP에 “(현 상황에선) 두 국가 해법이 실현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국제사회 우려에도 美·이스라엘 "휴전은 없다"
- 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메일보내기
- 2023-10-31 09:41

이스라엘의 지상전 확대와 관련해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휴전이 올바른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현 단계에서 휴전은 오직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며 "이스라엘은 지상전 전개와 더불어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 허용량을 중대하게 늘리는 노력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하루 트럭 100대 분량을 보내는 것이 1차 목표이며, 이는 수일내에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도 "휴전은 하마스와 테러에 항복하는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전시내각 회의를 주재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0월 7일 끔찍한 공격을 당해놓고서 이제 하마스에 대한 적대행위 중단을 하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 군인을 구출한 건 군사 작전이었다"며 "인질 석방을 위해 필요한 건 휴전이 아닌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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