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 속 미국은 떼돈 벌었다... 4000억 원 규모 무기 팔아 이스라엘군 업그레이드
'인도적 교전 중단' 말하던 미국의 '모순'
난민촌 폭격 당일 이스라엘 무기 거래 승인
우크라 전쟁 계기...작년도 무기 팔아 떼돈

6일 이스라엘군 한 포병이 가자지구와 인접한 남부 지역에서 포탄을 준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까지, 잇따르는 전쟁은 당사국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나라도 있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이다. 각국이 중무장에 나서는 탓이다.
개전 한 달을 맞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벌써 미국의 배를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4,000억 원 상당의 정밀유도탄 장비의 대(對)이스라엘 판매를 최근 미국 정부가 승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고조에 이스라엘을 향해 ‘일시적 교전 중단’을 권고했던 미국의 두 얼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적 교전 중단 말하더니... 뒤로는 무기 팔았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 국방부 소유 무기 제조업체에 3억2,000만 달러(약 4,168억 원) 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달 말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냈다. 거래 품목은 폭탄의 타격 정밀도를 높이는 키트 장비 및 서비스로, 생산·판매자는 미국 기업 라파엘USA다. 일반 폭탄을 유도탄으로 바꿔 주는 셈인데, 이스라엘은 올해 2월 이를 도입해 가자지구 공습에 활용해 왔다고 한다. 이번 거래는 추가 도입 계약으로 보인다.

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다친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칸유니스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문제는 미 국무부의 승인 결정 시점이다. 이스라엘이 무기 구입 승인을 요청한 시점은 올해 초지만, 전쟁 발발 전까지 허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무부는 지난달 31일에야 거래 승인 관련 서한을 의회에 냈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 자발리아에 가한 공습으로 민간인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당일이었다. 거센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국제 무대에선 ‘교전 일시중단’을 외치고, 한편으로는 이스라엘군에 무기를 대는 미국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중동민주주의연구소의 세스 바인더 연구원은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교전 중단 촉구는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전력의 ‘업그레이드’로 더 많은 민간인 희생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WSJ는 “미국 정부가 개전 후 이스라엘에 얼마나 많은 무기를 판매했는지에 대해 국방부와 국무부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세계 최대 무기수출국에 전쟁은 '기회'

5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라말라=AP 뉴시스
이번 전쟁에 국한된 사안도 아니다. NYT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무기 판매 급증’ 제하 기사에서 미국이 글로벌 안보위기를 틈타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전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의 군사비 지출 총합은 소련 붕괴 이후 최다인 2조2,000억 달러(약 2,882조 원)에 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나라들이 첨단 무기들을 사들인 결과다.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 무기 수출의 45%를 차지했다. 올해 9월까지 미 국방부가 ‘정부 간 무기 거래’로 의회에 보고한 금액은 905억 달러(약 118조 원)다. 지난 10년간 연평균(605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은 무기 구매도 적극 장려했다. NYT는 “바이든 정부는 인도네시아, 인도, 대만, 태평양 도서국 등 친중국·친러시아 국가들을 회유할 때 무기 거래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고 전했다.
세계 안보 위기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 국제정책센터 제프 에이브럼슨 연구원은 “무기는 수명이 길다. 세상에 풀린 무기는 전쟁이 끝나도 지역 갈등을 악화시키며 강대국 간 충돌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돌격용 소총 약 2만 정 등 추가 주문이 들어오자 일부 미국 관리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축출하려는 이스라엘 민병대 손에 들어갈 수 있다”며 만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무부는 지난주 의회에 소총 판매 관련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 사망자 1만명 넘었는데…美, 정밀폭탄 이스라엘 판매 승인
▶ 4천억원 상당… “인도적 위기 속 군사지원으로 외교노력 약화” 지적

이스라엘 공습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로이터=사진제공]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비유도 폭탄을 보다 정밀한 GPS 유도 무기로 바꾸는 키트용 장비를 이스라엘에 3억2천만달러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최근 미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냈다.
서한에는 이스라엘 국방부 소유 무기 제조업체인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즈(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에 정밀 폭탄 키트의 일종인 '스파이스 패밀리 글라이딩 폭탄 조립품'(Spice Family Gliding Bomb Assemblies)을 위한 장비와 서비스에 3억2천만달러(약 4천156억원)를 지불한다고 나와 있다.
장비 판매자는 이스라엘 업체와 관련 있지만 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 라파엘 USA이다.
이번 판매는 외국 기업이 미 정부를 통하지 않고 미 기업으로부터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방식이어서 미 국무부가 제한적인 경로를 통해서만 승인 여부를 공개하면 된다.
NYT는 의회 기록에는 국무부가 지난달 31일 의회에 서한을 제출했다고 나와 있지만, 공개된 의회 웹사이트나 국무부 사이트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무기 구입을 위한 이스라엘의 승인 요청은 올해 초 제출됐으며, 의회 위원회와 비공식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전에는 국무부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서한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 장비에 관해 이전에 주문한 금액은 약 4억300만달러에 이르며, 이는 2월 5일 국무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사회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사망자는 이날 기준 1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은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다.
미국 역시 최근 이스라엘에 인도적 차원의 교전 일시중지를 끌어내기 위해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 이전은 이런 노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중동 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세스 바인더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에 인도적 교전 일시중지를 촉구해왔지만, 성급한 이번 (무기) 판매와 다른 유사한 군사 지원은 이런 노력을 완전히 약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은 가자 민간인 사망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또 국방부는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에 얼마나 많은 군사 무기, 장비 등 지원했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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