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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한집에 피란민 70명, 물은 하루 300㎖뿐…가자 남부도 위태

by 무궁화9719 2023. 11. 18.

‘극한 봉쇄’에 질서 결국 무너졌다...“가자주민 수천 명 구호 창고 습격”

입력 2023.10.29 23:20 수정 2023.10.30 01:47

지난주 구호품 들어왔지만...턱 없이 부족
식량난에 지친 주민들...밀가루·생필품 훔쳐
29일 기준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 8,005명

23일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위치한 유엔 학교에서 식량을 배급받고자 손을 뻗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2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극한 상황에 내몰린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유엔의 구호품 창고에 난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29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가자지구 주민 수천 명이 (유엔의) 구호품 창고와 물품 배분 센터에 난입, 밀과 밀가루나 위생용품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UNRWA는 “(이스라엘의) 극단적인 봉쇄 속에 전쟁이 3주를 넘어가면서 시민 질서가 무너지는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국경을 넘어온 하마스에게 기습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물과 전기, 의약품 등의 공급을 끊은 채 몇 주 간 공습을 이어 왔다.

 

지난 21일부터 각종 구호품을 실은 트럭 80여 대가 가자지구로 들어갔지만, 생필품 등이 완전히 바닥 나 극한에 몰린 약 230만 명의 주민들에겐 턱 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특히 식량난이 극심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영국 BBC방송에 “이대로면 사흘 안에 빵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한 살인도 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들어온 보급품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줄리엣 투마 UNRWA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주민들은 가자지구 중부 및 남부 지역의 창고 4곳에 침입했으나 대부분의 창고가 이미 보급품이 부족한 상태였다”며 “우리가 받는 지원은 빈약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호소다.

 

그러나 공습으로 터전을 잃는 등 구호 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유엔은 “일부 피란민 보호소에서는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10~12배 많은 이들을 감당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9일 정오 기준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누적 8,005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오전 보건부가 집계한 누적 사망자는 7,703명으로 24시간 만에 302명이 불어났다. 사망자 중 어린이는 3,324명, 여성은 2,062명, 노인은 460명에 달하며, 이스라엘군 공습에 의한 부상자도 2만242명을 기록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한집에 피란민 70명, 물은 하루 300㎖뿐…가자 남부도 위태

등록 2023-10-24 14:08수정 2023-10-24 22:14

가자 인구 140만명 피란 떠돌아
이스라엘이 피란처 지목한 남부
잦은 공습…북부 돌아가는 이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양측에서 현재까지 6500명 이상이 숨졌다. 가자시티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가자지구 북쪽에서 남쪽으로 피란한 북부 주민들이 남부에서도 인도주의 위기와 잦은 공습을 겪고 다시 북부로 돌아가고 있다. 가자지구 내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한탄한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의 가자지구 국장 토마스 화이트는 “인도주의 위기와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난민 일부는 북쪽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23일 영국 비비시(BBC)는 전했다.
 
■ “이스라엘, 가자 남부 칸유니스 안전지대라더니…”
 
이어 그는 “북부 사람들은 집과 일터, 삶 등 모든 것을 남겨두고 피난처를 찾아 남쪽으로 고군분투해 내려왔지만, 남쪽의 상황은 끔찍하다”며 “난민 대부분이 하루 1ℓ의 물과 작은 빵 한 두 개로 생활하고 있다. 식량은 부족하고 많은 사람이 식수로 쓸 수 없는 물을 마시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 주요 도시 칸유니스에 머물고 있는 난민 리야드 자바스는 “우리는 (북부 주요 도시) 가자시티에서 추방당했다. 그들(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가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가자지구 전체에 안전한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남쪽 라파흐 인근에 있는 유엔 운영 학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온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세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와디가자 이남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상공에 뿌린 전단지에는 “와디가자 이남으로 이동하지 않는 주민들은 테러 조직의 동조자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그러나, 남쪽으로 피란한 주민들은 처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남부 칸유니스 인근엔 약 60만~70만명의 난민이 유입됐지만 이들은 거처를 구할 수 없어 식당, 병원 등에 몸을 누이거나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유엔이 운영하는 보호소에는 수용 정원의 수십배가 살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약 220만명)의 3분의 2가량에 해당하는 140만명이 피란민이 됐다고 추정했다.
 
■ 유엔 보호소엔 적정인원 11배 초과 
 
남부 주민들도 자신의 집에 수십명의 난민을 들여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칸유니스에 사는 33살 여성 유스라 아부 샤레크는 자신의 집에서 70명의 다른 피란민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전기는 끊기고 물은 1인당 하루 300㎖만 배급된다. 
 
이스라엘군 폭격에 부상해 가자시티 내 시파 병원으로 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침대와 의료 도구 부족으로 처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침이 되면 두 자녀에게 먹일 빵 한 봉지를 구하기 위해 빵집에 몇 시간씩 줄을 서지만, 함께 살고 있는 수십명의 아이들 몫을 어떻게 구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그는 어머니가 머무는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의 유엔 보호소보다는 자신의 집이 상황이 낫다고 말한다. 적정 수용 인원의 11배가 넘는 인원을 받은 유엔 보호소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며 밖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극한 인도적 위기에 내몰려 있지만, 폭격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4일 가자지구에서 4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가자 중부의 샤티 난민캠프도 포함됐다. 가자의 보건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70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이날까지 가자에서는 2360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5791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전날까지 1만5273명에 달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가자지구 구호트럭 찔끔찔끔…‘오병이어’로 비극 못 막는다

등록 2023-10-23 19:54수정 2023-10-24 02:43

세번째 구호트럭 행렬 라파흐 검문소 통과
유엔 “인도적 위기 해소하기엔 턱없는 물량”

22일(현지시각)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 트럭이 라파흐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치명적인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실은 세번째 트럭 행렬이 라파흐 검문소를 통과했다. 유엔 등에선 220만명에 이르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충분한 구호물자가 반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라파흐 검문소를 통과했다. 지난 21일 처음 20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간 뒤, 22일 17대 트럭에 실린 구호물자도 들어갔다. 23일 통과한 트럭 대수는 지난 이틀과 비슷한 규모였다고 통신은 구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22일부터는 유엔 주관 아래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구호물품 배급도 시작됐다.
 
백악관은 22일 자료를 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물품을 계속 전달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지원이 이뤄져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배급된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등은 사흘에 걸쳐 반입된 구호물품이 가자지구가 직면한 인도주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시급한 위기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호 트럭이 하루에 최소 100대는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트럭 20대의 구호품은 가자지구 주민이 필요한 물량에 못 미친다”며 “많은 양의 구호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부터 가자지구에 식량·전기 등의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화물에 밀수 무기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사무부총장은 로이터 통신에 “이스라엘이 선적물을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지속적 반입을 보장하도록 하는 검사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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