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의사는 ‘폰 불빛’ 진료, 와중에 감염병…가자 최악 보건위기

by 무궁화9719 2023. 11. 18.

연료 끊기며 병원 3분의 1 가동 중단
피란민 밀집 대피소엔 폐질환 등 번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24일(현지시각) 폭격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으려 기다리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가 18일째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병원 마비에 이어 질병까지 확산되며 최악의 보건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이 지역의 유일한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지 2주가 지나면서 병원들이 속속 운영을 중단하고 약국들도 의약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현지시각) 연료 부족으로 가자지구의 병원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이 기구의 동지중해 긴급 대응 책임자 릭 브레넌은 국제사회를 향해 “인도주의적 활동의 지속, 확대, 보호를 위해 무릎 꿇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도 이스라엘의 폭격과 대규모 피란 인파 때문에 보건 시스템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30곳의 의료 센터가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 “환자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되고 있는 북부 지역의 베이트하눈 병원은 이날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이 병원의 아테프 알카흘루트 병원장은 “(비상 발전기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구하지 못하면, 가자지구 북부 지역의 환자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최대 민간 병원인 인도네시아 병원도 집중치료실 같은 필수 시설을 뺀 나머지 모든 시설의 운영을 중단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소속의 메다트 아바스 박사는 “비상 발전기 가동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나면서 수술실, 집중치료실, 응급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병원 복도에서 휴대전화기의 빛에 의존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마취도 못한 채 치료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전했다.
 
가자시티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도 더이상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의 간호학과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병원이 더는 병원이 아니다. 사람들이 바닥에 침구를 깔고 누워 있고 구급차가 들어오는 입구만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곳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간호사들은 모두 탈진 상태”라며 “폭격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내보내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 대피소 주민들 폐 감염증, 발진 호소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북부 주민이 대거 몰리고 있는 남부 지역에서는 사람이 밀집한 대피소를 중심으로 각종 질병이 번지고 있다.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의 공중보건 의사 나헤드 아부 타에마는 “대피소로 쓰이는 학교 건물 등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다”며 “이런 곳들이 질병 확산을 부르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들이 소화기 질환, 폐 관련 감염증, 발진 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에는 문을 연 약국들을 찾기도 쉽지 않으며 특히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약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북부 지역에서 남편, 3명의 자녀와 함께 이곳으로 내려온 여성인 소주드 나짐은 유엔이 제공한 임시 텐트에서 9일째 머물고 있다며 “낮에는 햇볕 아래 노출된 텐트가 아주 뜨겁고 벌레들도 극성을 부린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춥지만 담요도 부족하다며 “아이들이 모두 아프다”고 덧붙였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긴급하게 연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내일(25일) 밤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연료 공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가 연료를 작전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연료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하마스가 난민구호기구에서 훔친 연료를 돌려주고 병원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자만 2천여명…전체 희생자의 40%”

등록 2023-10-23 20:31수정 2023-10-24 00:00

가자지구 보건부 “전체 희생자 5천명 넘어서” 발표
이스라엘 사망자 1400여명…최근 “공습강화” 밝혀

2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쪽 라파흐 지역 병원에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격 잔해와 먼지를 뒤집어 쓴 아이들이 병원 바닥에 앉아 있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5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의 비중이 40%로 2천명을 넘어섰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5000명을 넘었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23일(현지시각)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최소 508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의 40%에 해당하는 2055명은 아이들이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1만5273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36명이 숨졌고 이중 어린이가 182명이었다고 밝혔다.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기습공격을 한 이후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쪽의 희생자도 1400여명에 이른다. 양쪽을 합치면 희생자 숫자는 6400명을 넘는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구출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u
 
앞서 21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에서 우리 군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부터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 투입을 경고하며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공습은 남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3일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가자지구 남부라고 덧붙였다.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가자지구 암 병동에 로켓 2발…생존해도 갈 곳은 불구덩이뿐

등록 2023-10-22 13:16수정 2023-10-22 16:22

[한겨레21] 2023 가자의 참극
충돌 열흘 남짓 만에 아이 1천명 잃어
“가자지구 15분마다 어린이 1명씩 숨져”
“이스라엘, 피란 가라더니 거기도 공습”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한 의료진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를 이송하고 있다. 칸 유니스 로이터=연합뉴스
 
▶️ 가자지구 참극의 현주소와 역사적 맥락을 깊이 있게 다룬 기사들을 한겨레21에서 더 읽으실 수 있습니다. h21.hani.co.kr
 
‘이 폐허를 응시하라.’
 
2023년 10월1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중심가다. 한낮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졌다. 콘크리트 먼지 더미를 채 털어내지 못한 주민들이 울고 있다. 앰뷸런스조차 사치다. 째지고 부서진 몸을 이끌고, 서로를 보듬으며 알시파 병원으로 향한다. 아이가 가슴을 부여잡고 운다.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엄마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운다. 머리를 부여잡은 여성, 먼지를 뒤집어쓴 남성도 운다.
 
■ ”아빠, 나도 죽어요?”
 
10월18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새삼 다짐했다. 물도 식량도 의약품도 전기도 끊긴 채 최악의 인도적 재난에 처한 210만 가자지구 주민을 위해, 이집트 국경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인도적 지원 물품을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트럭 20대 분량, 가자지구 인구 10만 명당 물과 식량과 의약품과 연료가 트럭 1대꼴이다.
 
그러니 저 폐허를 응시하라. 저 눈빛을 주시하라. 저 울음을 기억하라. 인류는, 고작 이만큼 진화했다.
 
2023년 10월1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다친 주민들이 알시파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요즘 가자지구에선 사는 게 그저 사는 게 아니다. 매일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샤워할 물을 구하는 건 5성급 호텔에 숙박하는 수준이다. 휴대전화를 100% 충전하는 건 꿈같은 일이다. 인터넷에 몇 분이라도 접속하는 건 아예 꿈 수준을 뛰어넘는다!
 
이전보다 훨씬 일찍,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난다. 밤새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굉음과 함께 폭격이 지속된다. 문자 그대로 잠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낮에도 폭격은 멈추지 않지만, 그래도 밤보다는 낫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진다. 어둠 속에선 악몽이 더욱 크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낮에는 조금 덜 시끄럽게 느껴지고. 여하튼, 그렇게 느끼고 있다.
 
제일 어렵고 힘겨운 일은 어린 딸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묻는다. ‘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죽는 건가요? 우리가 뭘 잘못했죠?’ 아 신이시여, 아이들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다. 그저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우린 아무 잘못이 없단다. 곧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실제 그렇게라도 믿고 싶다.
 
사방이 미쳐 돌아가는데, 제정신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주변 세상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무너지는 것은 집이나 건물뿐이 아니다. 꿈과 희망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가 알고 또 사랑했던 가자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2023년 10월15일과 16일 나눠 공개한 가자지구 직원 아잠의 육성
 
■ 그나마 안전한 ‘소도’마저 포탄이 침범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딛고 설립된 유엔은 1947년 11월 총회 결의 제181호를 채택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부터 영국이 위임통치를 해온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과 아랍인 국가를 각각 따로 수립하고, 3대 종교(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공동 성지 예루살렘을 국제지구로 지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분할안이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제1차 중동전쟁이 불을 뿜었다. ‘나크바’, 곧 대재앙이었다.
 
전쟁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아랍인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자기 땅에서 쫓겨났다. 가책이라도 느낀 걸까? 유엔은 1949년 12월 결의 제302호를 채택해, 난민으로 떠도는 아랍인 75만여 명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를 출범했다. 이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 UNRWA는 73년째 요르단·레바논·시리아 등 주변국과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약 580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교육·의료·복지 등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2023년 10월19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주변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REUTERS 연합뉴스
 
UNRWA는 가자지구 일대에서 183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 다니는 팔레스타인 학생은 모두 28만6645명에 이른다. UNRWA가 운영하는 22개 진료소에선 연간 누적환자 340만 명을 돌보고 있다. UNRWA에는 의도치 않은 구실도 생겼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때려댈 때마다, UNRWA는 자기 땅에 갇힌 채 빠져나갈 곳 없는 가자 주민의 ‘소도’가 된다. 하지만 안전이 100% 보장되진 않는다. 눈먼 포탄이 곧잘 ‘소도’를 침범하는 탓이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테러와 이스라엘의 봉쇄·폭격이 개시된 뒤 열흘 동안 가자지구 일대에서 UNRWA가 운영하는 시설 33곳이 공습 피해를 입었다. 10월17일에도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캠프에 있는 UNRWA 학교가 폭격을 당했다. 당시 이 학교에는 피란민 4천여 명이 몰려 있었다. 이날 공습으로 피란민 8명이 숨지고, UNRWA 직원 3명을 포함해 40명이 다쳤다.
 
“지금 우린 전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세상의 어떤 말로도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시설에 팔레스타인 피란민 1만5천여 명이 몰려 있다. 정든 집을 떠나, 음식과 마실 물조차 없이. 당뇨환자, 어린이, 장애인, 갓난아기까지. 어린이 일부는 천연두에 걸린 상태다.
 
센터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돌볼 수 없다. 음식도, 화장실도, 물도, 전기도 부족하다. 이제 곧 전기가 완전히 끊길 거다. 피란민을 돌볼 수 없다. 이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충족해줄지 알지 못한다. 제발 가자를 구해달라. 간청한다, 가자를 구해달라.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가자가 죽어가고 있다.(울부짖음)
 
여기 어린이가, 노인이, 성인이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음식도, 마실 물도 줄 수 없다. 여긴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누군가 이들에게 음식과 마실 물을 줄 수 있을지 애타게 찾고 있다. 그들은 빈손으로 이곳에 왔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아니다. 돈이 있지만, 필요한 것을 살 수 없다. 인슐린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인슐린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재난이다, 재난, 재난적 상황이다.”
 
―UNRWA가 10월14일 공개한 라우야 할라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교육센터 국장의 육성
 
■ 가자시티의 파란 하늘 뒤덮은 하얀 종이
 
10월13일 이른 아침, 밤새 비처럼 퍼붓던 폭격이 잠시 잦아들었다.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의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흰 종이가 뒤덮었다. 이스라엘군이 뿌린 전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민간인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대피하라. 당신들을 인간방패로 활용하는 하마스 테러조직을 멀리하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전쟁을 선포했고, 가자시티에서 곧 전면적인 군사작전이 펼쳐질 것이다. 향후 허락이 있을 때만 가자시티로 돌아올 수 있다.”
 
2023년 10월13일 밤샘 폭격이 잦아든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의 하늘에서 ‘대피’를 명하는 이스라엘군 전단이 눈처럼 날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군 당국의 자료를 보면, 전날인 10월12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테러터널과 군사기지, 테러 연루 고위 인사가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거주지, 무기 저장소와 통신시설” 등을 겨냥해 모두 750차례 폭격을 가했다. 전투기까지 동원한 폭격 대상에는 “하마스가 테러 목적으로 사용하는 다층 건물에 자리한 군사 자산 12곳”도 포함됐다. 그곳에도 민간인이 살았을 터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이스라엘의 경고 이후 가자시티를 포함한 가자지구 북부 지역의 인구 약 11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남부로 피란길에 나섰다. 임산부와 영유아, 장애인과 노약자, 위중증 환자 등은 떠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피란처로 지목한 가자지구 남부에서도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내놓은 최신 상황 보고서를 보면, 10월17일 하루에만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최남단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각각 40명과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남쪽이 안전하다고 했다. 아이들 걱정 때문에 집에 머무를 수 없어, 이곳 칸유니스로 왔다. 그런데 와서야 알게 됐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죽음이 우리를 따라왔다.” 가자시티 주민 아파프 와흐단은 10월17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라지다 아부 마라사의 가족은 다시 가자시티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신문에 “가자시티로 몰아가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안다. 생활도 어려워지고. 그래도 가자시티 밖에서 고통당하는 것보다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피란을 떠난 이들이 다시 ‘불구덩이’로 돌아가고 있다. 사위가 온통 불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19일(현지시간)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 주택에서 잔해에 갇힌 소년을 구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자발리아 로이터=연합뉴스
 
■ “어디를 가든, 죽음이 우리를 따라왔다”
 
“안녕, 상황은 어때? 어떻게 지내고 있어?”
 
“우리 모두 같은 방에서 함께 지내야 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어. 만약 우리가 죽는다면, 다 같이 모여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솔직히, 우리 모두 좋지 않아. 죽은 이들은 모두 우리와 함께 살고 있고, 살아 있는 우리는 모두 죽었어. 신께서 모두를 지켜주시길. 신의 기적으로, 오늘 우리가 그저 조금만 다친 채로 잔해 더미를 뚫고 나올 수 있기를. 이 일대가 모두 폭격당했어. 주검 수십 구가 주변에 널려 있어. 오 신이시여, 신이시여, 제발 저희를 도와주소서. 만약 저희가 죽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일찍 죽게 해주시길.”
 
―UNRWA가 10월15일 공개한 가자지구 직원 헬렌의 메신저 답신
 
약 210만 명 인구 가운데 170만 명 정도가 등록된 난민이다. 인구의 63%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태로 원조에 의지해 살아간다. 81.5%가 빈곤층이다. 평균 실업률은 46.6%, 15~29살 청년층 실업률은 62.3%다. 인구의 95%는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따로 공급받아야 한다. 전기는 하루 평균 11시간 제한 송전된다. 10월7일 이전에도 가자지구는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OCHA가 10월18일 펴낸 최신 상황 보고서를 보면, 10월7일부터 17일까지 가자지구에서 3478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2500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4년 7월8일부터 50여 일 동안 이어졌던 이스라엘군의 ‘프로텍티브 에지’ 작전 당시 사망자 수(2203명)를 훌쩍 넘어섰다. 이스라엘 쪽도 1300명이 숨지고 4562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내부 난민(IDPs)은 줄잡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명, 이 가운데 51만3907명이 UNRWA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몸을 피하고 있다.
 
“10월7일 사태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1천 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15분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 1명이 죽어가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아동보호(DCI) 팔레스타인 지부는 10월16일 자료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 정도가 어린이다.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1천 명 가운데 1명꼴로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2023년 10월1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구출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쪽 자료를 보면, 10월5일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민간인은 모두 9806명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는 560명이다. 전쟁이 1년8개월째 접어든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어린이보다 교전 발생 열흘도 안 된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가 더 많다는 얘기다. 참혹하달밖에.
 
■ 10월16일 병원 ‘소개령’, 17일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격
 
“안녕, 상황이 어때? 어떻게 지내고 있어?”
 
“화약 냄새가 진동해. 집 안까지 화약 냄새가 가득해. 여기 사는 우리 모두 종말을 맞이한 것 같아. 그래도 아직은 살아 있어…, 얼마나 더 살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마워, 친구… 그리고 기도해줘.”
 
―UNRWA가 10월16일 공개한 가자지구 직원 이나스의 메신저 답변
 
영국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가 운영하는 알아흘리아랍 병원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성공회 선교회가 1882년 가자시티 제이툰 지역에 문을 연 이 유서 깊은 병원은 80병상 규모로 연간 누적 내원환자 수가 4만5천여 명에 이른다. 10월14일 알아흘리 아랍병원 암병동 쪽으로 로켓 두 발이 날아들었다. 의료진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병원 주변엔 피란민 6천여 명이 밀집해 있었다. 로켓 피격 뒤 피란민은 1천여 명으로 줄었다.
 
이튿날 병원 쪽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알자지라>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군 당국은 “어제 우리가 보낸 경고 잘 받았느냐. 속히 병원을 비워라”라고 통보했다. 이스라엘 쪽은 10월16일 가자지구 일대 20여 개 병원마다 ‘소개령’을 내렸다. 하루 뒤인 10월17일 저녁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폭격당해 화염에 휩싸였다. 471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병원 부지에 대피해 있던 여성과 어린이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10월7일부터 10월17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의료시설 57곳이 폭격 피해를 입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쪽은 희생자들의 주검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한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쪽은 팔레스타인 무장저항세력 이슬람지하드가 쏜 포탄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10월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당신들이 아니라 다른 쪽의 소행으로 안다”며 이스라엘 쪽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 쪽은 성명을 내어 ‘학살’을 비판하고, “가자는 안전한 곳을 모두 빼앗겼다”고 침통해했다.
 
■ ​이스라엘의 집단처벌, 그건 전쟁범죄다
 
“안녕, 상황이 어때?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어제 우리 가족이 대피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찾아갔어. 뭐든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자원활동이라도 하려고. 눈으로 직접 본 학교 상황은 끔찍했어. 화장실은 더럽고, 쓰레기는 산처럼 쌓여 있고, 물은 없고. 피란민이 용케 이스라엘군 공습을 피한다 해도, 오염된 환경과 감염성 질환 창궐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 어제 처음으로 수두 감염자가 나왔어. 이러다 코로나19라도 다시 번진다면 그때는…. 교장선생님이 마실 물하고 쓰레기 수거 차량 운행을 위한 연료 공급이라도 해줄 수 없겠느냐고 애타게 호소하시더라.”
 
―UNRWA가 10월18일 공개한 가자지구 직원 알리아의 메신저 답변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정책 보좌관을 지낸 대니 아얄론 전 이스라엘 외교차관은 10월13일 <알자지라>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지금 이중의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그 하나고, 가자지구의 불쌍한 팔레스타인 주민을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인간방패로 삼은 게 다른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의 잘못’을 이유로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폭격을 퍼붓는 것은 국제법이 금지한 ‘집단처벌’이란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도록 피란을 가라고 말이다. 사태가 일단락된 뒤 돌아오면 된다. 이게 어떻게 전쟁범죄인가?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 개시 이후 24시간 안에 목숨을 잃은 유대인 규모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 이후 최대다.”
 
2023년 10월15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피란 온 주민들이 큰솥을 걸고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아얄론 전 차관은 “가자지구 주민들한테 대체 어디로 대피하란 말이냐”는 질문엔 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해변으로 가서 물에 빠져 죽으라고 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집트 영토인) 시나이반도 사막지역에 거의 무한정한 공간이 있다. 가자 주민들이 그곳으로 가면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텐트 도시’를 건설해줄 거다. 식량과 물도 공급해주고. 몇 년 전 아사드 정권의 살육을 피해 국경을 넘어 터키로 간 시리아 난민처럼 말이다.”
 
■ ‘하마스의 참호’라며 병원 공격… “지하터널 보여주겠다”
 
세계보건기구 쪽은 의약품은 소진되고 전력조차 끊긴 가자지구 병원이 “갈수록 무덤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데 아얄론 전 차관은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을 지목해 “하마스의 참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외신 기자단을 이끌고 알시파 병원으로 가서, 하마스가 만든 지하터널과 참호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마스가 정말 팔레스타인 주민을 살리고 싶다면, 즉각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면 된다.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한다. 그럼 아무 일이 없을 거다. 모든 게 즉시 원상복구될 거다. 그들이 알시파 병원에 머무는 한, 학교나 유치원을 참호 삼아 전투를 지속하는 한, 온 우주에서 그들을 보호할 법률은 없다. 하마스에 달렸다.”
 
‘전시에서 민간인 보호에 관한 1949년 8월12일치 제네바 협약’(제4협약) 제33조는 “피보호자는 그 자신이 행하지 않은 위반 행위로 처벌돼선 안 된다. 집단처벌과 모든 협박 또는 공갈에 의한 조치는 금지된다. 약탈은 금지된다. 피보호자와 그들의 재산에 대한 보복은 금지된다”고 규정한다. 집단처벌은 전쟁범죄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가자지구 아이들 다리에 이름 새겨…“사후 신원 확인이라도”

등록 2023-10-23 16:58수정 2023-10-24 07:56

자식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절망
부모들, 아이 종아리·배에 이름 적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 팔레스타인 매체 팔레스타인크로니클 누리집 갈무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각) 시엔엔(CNN)은 가자지구의 일부 부모들이 공습으로 자녀가 실종되거나 사망할 경우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엔엔이 보도한 영상에서 가자지구 중심부 데이르알발라흐의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영안실 바닥에 놓인 들것에는 유아 한명과 어린이 3명의 주검이 뉘어 있었다. 이 아이들의 종아리에는 아랍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종아리에 미리 이름을 적은 것이다. 이 아이들의 부모도 사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응급실 책임자인 압둘 라흐만 알 마스리 박사는 시엔엔에 “부모가 다리와 배에 자녀의 이름을 쓴 사례가 몇건 있었다”며 “이는 아이들이 언제든지 표적이 돼 다치거나 숨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엔엔은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부모들이 자녀들의 다리에 이름을 적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밀려드는 사상자로 혼란을 겪고 있다.병상이 부족해 어린이를 포함한 부상자들이 복도에 임시 침대와 매트리스를 깔고 누웠다. 영안실도 포화상태에 있다.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영안실 관계자는 시엔엔에 “많은 아이가 두개골이 골절된 채 병원에 도착했다”며 “(훼손 상태가 심해)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몸에 적힌) 이름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2일 기준 가자지구 사망자는 4651명, 부상자는 1만4245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2일 하루에만 어린이 117명을 포함해 265명 이상이 사망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가자지구 주검 아이스크림 트럭에…전기 끊긴 병원 ‘생지옥’

등록 2023-10-16 11:29수정 2023-10-16 19:53

사망 2670명·부상자 최소 9600명
치료 못 받고 숨지는 ‘2차 참사’ 우려
집중치료실 3살 미만 영유아 가득 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한 소년이 누워있다. 가자지구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에너지와 식수·식량 공급을 중단한 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가자지구 내 병원들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5일(현지시각)까지 숨진 사망자 2670명에 버금가는 주민들이 치료를 못 받아 숨지는 ‘2차 참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세계가 왜 우리를 방치하느냐”는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병원들이 이틀 안에 연료가 바닥나면서 비상 발전기 가동이 중단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현지의 의료진들은 수천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참사를 경고했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주민은 9600명에 이른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흐에서 시체 안치소 부족으로 아이스크림 수송 트럭에 보관하던 시신들을 옮기고 있다. 데이르알발라흐/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예고한 북부 지역에서 피란민이 유입되고 있는 남부 칸유니스의 병원들은 마비 직전 상황에 몰렸다. 이 도시의 나세르병원이 운영하는 집중 치료실은 3살 미만 영유아들로 가득 찼다.
 
이 병원의 고문 의사 모하메드 칸델은 지금도 부상자들이 몇백명씩 몰려들고 있다면서 16일이면 비상 발전기 가동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병원에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 35명과 투석이 필요한 환자 6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칸델은 연료가 바닥나면 “전체 보건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면서 “전기가 끊기면서 여기 환자들 모두가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병력 투입을 준비하면서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통보한 북부 지역의 병원들은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카말아드완병원의 후삼 아부 사피야 소아과 과장은 갓 태어난 신생아 7명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피란은 이 아이들에게 죽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동 지역 책임자 아메드 알만다리 박사도 일부 병원은 이동이 가능한 환자를 북쪽에서 탈출시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피란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가자지구에 죽음의 망령이 드리우고 있다. 물도, 전기도, 식량도, 의약품도 없다. 수천명이 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7일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벌인 직후 가자지구 진출입을 차단하고 9일에는 전기·식수·식량·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다. 그 이후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자체 비상 발전기를 돌려 시설을 유지해왔는데, 이제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다친 어린이들이 15일(현지시각) 가자시티의 알시파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전력 공급 중단으로 마비 직전에 몰리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사망자들이 계속 늘면서 시신 처리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북부 가자시티에서 가장 큰 병원인 시파병원은 시체 안치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긴급 조처로 시신 100구를 집단 매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부 지역의 도시 데이르알발라흐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은 넘쳐나는 시신을 수용하기 어렵자 시신을 아이스크림 트럭에 보관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적어도 10구의 시신은 담요에 쌓인 채 이 병원 앞 땅바닥에 그냥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피란민들이 몰려드는 남부 라파흐에서는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메스바흐 발라와이(45)는 “가족들이 빵과 약간의 치즈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굶주린 채 잠을 청한다”며 “세계가 왜 우리를 방치하는가”라고 말했다.  이브라힘 베르베흐(37)는 “동물들이 차라리 우리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며 “식수를 구하지 못해 소금기 있는 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다시 물을 공급한다고 밝혔으나, 현지에서는 이 발표를 ‘선전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고 알자리라 방송이 전했다. 가자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레파트 알아레르는 “많은 식수관이 폭격으로 파괴됐고 전기가 없으면 식수 탱크에 물을 채울 펌프를 쓸 수 없다”며 “이 발표는 선전용이거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자지구에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과 전력 생산용 연료라고 지적했다.신기섭 선임기자 
 
 
 

팔레스타인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가 왜 이렇게 많을까?

가자지구 사망자 중 40%가 어린이 |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10월 31일 기준 이스라엘 쪽 사망자가 1,410명,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8,000명으로 알려졌습

brunch.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