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리 '교전중지 결의'까지 40일…'이스라엘의 인질 미국'
긴급‧확대된 교전중지‧회랑 마련‧인질석방 촉구
양쪽의 '공격과 보복 공격' 규탄은 빠져
"미국이 거부권 행사하는 동안 7600명 더 사망"
이스라엘 "아무런 의미 없다…현실과 동떨어져"
중국, 알 시파 병원 포위 이스라엘군 작전 비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5일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지와 무조건적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인질 납치, 이스라엘의 무차별 보복 공격이 개시되고 40일째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인질'이 된 탓이다.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찬성 12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러시아 3개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10‧7 사태 이후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안보리에 네 건 제출됐으나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안 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내는 물론 지구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미국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이른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긴급‧확대된 교전중지‧인도주의 회랑‧인질석방 촉구
안보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몰타가 제출한 이 결의안은 "긴급하고 확대된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와 함께 필수적인 물품과 서비스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가자지구로 통하는 회랑들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결의안은 "하마스와 다른 그룹이 억류 중인 모든 인질, 특히 어린이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석방을 촉구하고, 양측에 가자 민간인들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서비스와 인도주의적 구호를 막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 결의안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 회의에 이번 안보리 결의의 이행 상황을 보고하고 이행에 대한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의안에는 휴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약 1200명 사망자와 240명 인질(이스라엘 당국 집계)을 낳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규탄도 없었다. 또한 최소 1만1300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자 보건부 집계)를 낳은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적 공습과 지상 공격에 대한 규탄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마스 공격과 이스라엘 보복 공격 규탄은 빠져
앞서 안보리에는 양측의 군사 행위 일시 중지 또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네 차례 제출됐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미국은 '휴전' 대신 '일시적 교전 중단'이라는 표현을 넣자고 맞서왔다. 이후 안보리 이사국들은 물밑 협상을 통해 '휴전'은 '교전 중단'으로 완화하고, 교전 중단이나 인질 석방을 '요구'한다는 표현도 '촉구'로 낮추는 타협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미국, 영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으로 결의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만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결의안 통과 후 발언에서 "이번 결의안에는 하마스에 대한 규탄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에 깊은 실망감을 느끼지만,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인질 석방 등 결의안의 주요한 조항들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에 즉각적인 휴전 요구가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기권 배경을 설명하면서 "지난달 18일 하마스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미국이었다는 일련의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라고 밝혔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가자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할 어떤 시도도 환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스라엘의 알 시파 병원 포위를 포함해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행위에 심히 우려하고 반대하며 이스라엘이 민간인 시설에 대한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거부권 행사하는 동안 7600명 더 사망"
안보리가 채택한 이번 결의안은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다. 10월 2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향한 휴전을 촉구했던 유엔총회의 결의안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초법적 태도'를 보였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불행히도 안보리는 여전히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대량 학살을 비난하거나 언급도 못 하고 있다"며 '긴급하고 확대된 교전 중지'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행사해왔던 거부권 대신에 기권표를 던진 미국의 태도 변화를 고려하면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는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알자지라의 외교 담당 에디터인 제임스 베이스는 앞선 네 차례의 안보리 결의안 중 인도적 교전 중지를 촉구한 10월 18일 결의안이 이번 것과 가장 근접했지만 유일하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거론한 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린이 3653명을 비롯해 76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더 나왔다"며 막대한 사망자 증가에 미국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집에 피란민 70명, 물은 하루 300㎖뿐…가자 남부도 위태 (0) | 2023.11.18 |
---|---|
의사는 ‘폰 불빛’ 진료, 와중에 감염병…가자 최악 보건위기 (1) | 2023.11.18 |
병원 습격 이스라엘의 ‘실패’…흔적도 못 찾은 하마스 지휘부 (0) | 2023.11.16 |
“네타냐후, 당신은 끝났어!”…이스라엘 국민 76% “총리 사임해야” (0) | 2023.11.16 |
“가자 즉각 휴전” 런던서 30만명이 외쳤다 (0) | 2023.1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