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前해군총장 홍범도함 함명변경 반대…"배는 부모같은 존재"
송고시간2023-09-09 17:05
역대 해군총장 참여한 정책자문회의서 입장 표명
해군 잠수함사령부는 2018년 1월 23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7번째 손원일급 잠수함 '홍범도함' 취역식을 거행했다.
[해군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역대 해군 참모총장이 모인 자리에서 일부가 해군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함명 변경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은 9일 해군본부에서 역대 참모총장들이 참가하는 정책자문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전 해군참모총장 10여명이 참석했으며, 공식 의제는 국방혁신 4.0 해군 추진계획,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행사 소개 등이었으나 몇몇 총장은 최근 불거진 홍범도함 함명 변경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총장들이 (홍범도함 함명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런 의견들을 참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함명 변경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고 국방부도 '필요시 함명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점을 고려해 공동 입장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장은 "해군에게 배는 집이나 부모와 비슷한 존재라서 배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해군의 문화라든가 정체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범도함의 함명은 2016년 2월 제정됐으며, 홍범도함과 같은 손원일급 잠수함은 2008년 진수한 3번 함 안중근함부터 항일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함명으로 채택했다.
최근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을 이유로 육군사관학교 내 홍 장군 흉상 이전이 결정되자 여권과 정부·군 일각에서는 홍범도함의 함명도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달 31일 국회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군함을 상징하는 이름을 공산당원이었던 사람으로 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홍범도함 명칭에 대해서는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ind3@yna.co.kr
홍범도함 함명 변경 논란에 부글부글 끓는 해군...“육방부가 해군 전통 무시한다”
▲ 홍범도함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해군참모총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할 당시 국가보훈처장을 지냈던 그는 “홍범도함이라는 이름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함명 제정은 엄격한 절차와 검증을 거쳐서 신중하게 이뤄진다”며 “홍범도 장군은 한국군의 뿌리이자 독립군을 이끈 위인이기 때문에 함명으로 제정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예비역 해군 관계자들은 대체로 “함명 변경 검토라는 말 자체가 해군 장병들의 자부심을 훼손하고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A씨는 “해군에게 함명은 육군으로 치면 부대 이름과 동일한 지위다. 함명은 그 자체로 부대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상징한다”며 “육군도 백골부대니 열쇠부대니 하는 부대 명칭에 큰 자부심을 갖지 않느냐. 국방부가 육군 부대 명칭 바꾸는 걸 검토하겠다고 하면 육군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군 창설 이후 지금까지 함명을 바꾼 건 1999년에 이리함을 익산함으로 바꾼 게 유일하다”며 “그것조차도 지방자치단체 통폐합에 따라 전북 이리시가 익산시로 바뀌면서 익산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B씨는 “국방부가 지나치게 육군 중심인 이른바 ‘육방부’라 해군에게 함명이 갖는 의미를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해군 함정은 그 자체로 한 국가의 영토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함명 변경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6년 홍범도함 함명 제정 당시 논의에 참여했다는 B씨는 “그때는 홍범도 장군의 행적을 두고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 이제와서 왜 이러는지 당혹스럽다”며 “당시 함명 제정 논의에는 국방부도 참여했는데, 이제 와서 당시 국방부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C씨는 “이 장관이 해군의 전통과 문화에 무지하다는 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며 “국방부가 해군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D씨 역시 “국방부가 나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거친 바다에서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는 홍범도함 승조원들을 욕보이고 있다”며 “장병들 사기 문제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씨는 “인생은 길다. 논란 하나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인물을 평가할 때는 시대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공과를 지금 잣대로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경질할 것이라는 장관 교체설이 부상하고 있다. 후임으로는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된다.
▲ 해상결의대회서 파이팅 외치는 홍범도함 승조원들
봉오동전투 100주년을 앞둔 2020년 6월 5일 홍범도함 승조원들이 함상에서 해상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해군본부 제공
국방부 공문 수준, 처참하다…‘홍범도 철거’ 주장 오류 3가지
등록 2023-09-05 15:31수정 2023-09-06 14:38
[한겨레21] 특별 기고
(1) 자유시 참변 연관 의혹은 사실무근
(2) ‘빨치산’ 뜻 1919~1922년 ‘독립군’ 지칭
(3) 일제시기 소련은 미국처럼 독립운동 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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